네가 없이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네가 없는 2년동안 나는, 아니 우리는 참 많이도 변했다. 여러 장의 앨범을 냈고 발매한 앨범마다 음악방송 1위를 여러 번씩 했으며 팬들도 셀 수 없을만큼 늘었고 후배도 꽤나 생긴 연차있는 선배가 되었고 광고도 찍었고 또, 시상식에서 큰 상도 타봤고 멤버들 모두 각자 개인 활동을 하며 여러 분야에 도전하게 되면서 이젠 티비만 틀면 여기저기서 멤버들이 나오는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어 늘 바쁜 스케줄에 치여 이동하는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게 전부인 생활이 이젠 익숙해져 버렸지만 여전히 나는 노래할 수 있어 행복했고 이런 생활이 감사했고 따뜻한 노래쟁이가 되기 위해 늘 그렇듯 연습을 하며 여전히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가끔 네 생각을 하곤 한다. 바쁜 스케쥴에 치여 틈틈이 아주 잠깐씩이지만 내 머릿 속을 너로 가득 채우는 시간은 배터리가 방전된 나를 충천해주는 힐링타임이 되어준다. 지금쯤이면 너는 제대를 했을까? 2년동안 너는 어디가 어떻게 변했을까? 군대가면 키가 큰다던데, 너는 키가 더 자라진 않았을까? 너도 가끔 내 생각을 할까? 빅스가 이만큼이나 성장한 걸 너는 알고있을까? 군대에서 걸그룹만 보며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제대하고 혹시 나를 다시 찾아오진 않을까? 너는, 여전히, 나를, 좋아하고 있을까? 왠지 오랜만에 팬사인회를 하는 기분이였다. 요 며칠 봄비가 내린 탓에 우중충하던 하늘이 오늘은 맑게 개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그 날의 날씨 같았다. 너를 처음 보았던, 누군가를 만난다면 인연이 될 것만 같았던 그 날. 햇살 좋은 밖과는 달리 팬사인회장은 많은 팬들이 모여앉아 꽤나 비좁게 느껴졌다. 팬들이 많아지고 스케줄도 늘어나면서 팬사인회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사인을 해줘야하는 팬들은 많아져 예전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앨범에 사인만 하면 빠르게 옆으로 넘어가는 터라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면 팬들과 소통하기는 커녕 다소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짓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얼마 전 오랜만에 멤버들과 힘겹게 모두 모여 그동안 서로 바빠서 나누지 못했던 얘기를 나누던 중 학연이 약간 안타까움 섞인 어조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생활이 싫은 건 아니다, 힘이 들긴 하지만 예전부터 꿈꿔오던 생활이기에 오히려 행복하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였다. 예전엔 팬들과 눈을 마주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그 예전엔 너도 있었다. 너는 나에게 노래도 불러주었었고 매번 나를 놀리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내게 장난도 치며 승부욕 강한 나를 자극해 짧은 시간을 이용한 간단한 게임을 하기도 했었는데. 오늘따라 자꾸만 떠오르는 너를 애써 털어내고 나는 또 다시 기계적으로 넘어오는 앨범에 바쁘게 사인을 해댔다. "안녕." 내 앞으로 온 팬을 쳐다볼 겨를도 없이 넘겨받은 앨범에 사인을 하며 인사를 건내니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이 어디있지? 아무리 찾아도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이 안 보이길래 이름을 물어보며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선 팬을 바라본 순간, 나는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너였다. 내가 환각을 보는 게 아니라면, 내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하루종일 내 머릿 속을 떠나지않았던, 바로 너. 이재환이였다. "오랜만이네요, 형." 전과 같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인사를 하는 너를 멍하게 바라게 바라보았다. 네가 어디가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넌 내가 알던 이재환, 그대로였다. 아직 다 자라지않아 조금 짧은 듯한 머리만 뺀다면 너는 2년 전 그대로 나를 보며 웃고있었다. - "형 나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요." 어느 새 재환의 자취방이 제 집처럼 편안해져 침대에 기대어 앉아 티비를 보고있는 택운에게 재환은 핫초코가 담긴 머그컵을 건내며 물었다. 질문이 뭐냐는 듯이 재환을 올려다보는 택운을 향해 재환이 "나 군대 다녀오는 동안, 형 나 기다렸어요?"라고 묻자마자 택운은 "아니."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왜 이렇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냐며 재환이 택운의 옆에 앉아 택운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찡찡거리자 혹여나 핫초코를 쏟을까 바닥에 컵을 내려놓은 택운은 귀찮다는 듯이 가볍게 말아쥔 손으로 재환의 머리를 밀어내보지만 힘이 실리지않은 손에 재환은 꿈쩍도 하지않았다. "나 기다렸다고 해줘요, 2년동안 나 보고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줘요 빨리." 안 그러면 안 놔줄거야. 어떻게든 재환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택운의 노력이 무색하게 택운을 끌어안은 재환의 팔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아파. 이거 좀 놔." "대답 해주면, 대답 해주면 놔줄게요." "아 진짜..." 재환이 끌어안은 팔이 아프긴 하지만 재환이 원하는 대답은 하기 싫은지 택운이 입을 다물자 은근슬쩍 눈치를 보던 재환이 택운을 밀어 옆으로 넘어뜨렸다. 자연스레 택운을 위에서 깔아뭉개는 포즈가 된 재환에 택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황스러움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뭐, 뭐하는거야...! 비켜!" "빨리 나 보고싶었다고 말해요, 기다렸다고 말해요 얼른." "아 진짜, 이재환!" "아아 빨리, 대답 안해주면 안 비켜줘." 곧 얼굴이 터질 듯 빨개진 택운이 재환을 밀어내려 하지만 재환의 팔에 자신의 팔이 결박당한 채 안겨있는 자세라 쉽게 밀어낼 수도 없었다. "빨리, 기다렸어 재환아. 해줘요." "...하면 진짜 비킬거야?" "당연하죠." 하아. 포기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쉰 택운이 목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기...다...렸어...."라고 대답하자 재환이 장난스레 못 들은 척 연기를 했다. "뭐라고요? 너무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리는데 다시 한번만." "아씨... 기다렸다고!" "보고싶었어도." "후..... 보고싶었어...." "엄청!" "...엄청." 으하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재환이 귀엽다며 택운의 볼에 뽀뽀를 하고 몸을 일으키자 분노에 찬 택운이 재환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비명을 지르며 옆구리를 붙잡고 나뒹구르는 재환을 보며 씩씩거리는 새빨개진 택운의 귀와 목이 화가 나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도통 제 색을 찾지 못했다.
DIYA is back! |
안녕, 오랜만이야! 다들 잘 지냈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8ㅅ8 앞으로 자주 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간간히 글 올리려고 노력할게! 많이 보고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