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 사실은 여린 YG 레전드 얼음 프로듀서가 아이콘 맡는 썰 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1300/522468ac156180816524465894cf136c.jpg)
그 날이 왔다. 삐잉은 곡이나, 무대를 프로듀싱해본 적은 있지만 가수를, 그리고 앨범을 프로듀싱해본 적은 없어 조금 들떴다. 게다가 아이콘이라니. YG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그룹이잖아! 삐잉은 침대에 누운 채로 발을 방방 굴렸다. 완전 기대된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침대에서 나온 삐잉은 뭘 입을까 고민을 하며 옷장을 뒤졌다. 그러나 근 5년간 열심히 센척을 하느라 그녀의 옷장에는 전부 다 검정, 검정, 하양, 회색. 전부 무채색 계열 밖에 없었다. 삐잉은 한숨을 쉬었다.
-...걔들도 내 소문 들었겠지.
..처음해보는 가수 프로듀싱인데, 이제 자리도 잡고 해서... 잘.. 해보고 싶은데.
여린만큼 겁도 많은 삐잉은, 자신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다시 자신을 만만하게 볼까봐 두려워 계속 차가운 척 굴고 있었다. 막상 가수들과 대면하게 되면 긴장해서 일부러 들키지않으려 센척하는 것도 좀 있지만. 아무튼 삐잉은 현재의 밖에서의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만들어진 자신에 대해 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래서 집에 오면, 친구를 만나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게 되었다. 자신에게 묵혀놨던 감정을 풀어놓듯이.
-...아침부터 뭔 청승이야.
삐잉은 우울해진 기분을 털고 일부러 아닌척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아침 줘!
사실은 여린 YG 레전드 얼음 프로듀서가 아이콘 맡는 썰
-후, 하, 후, 하. 진정하자. 긴장하지 말고. 난 지금부터 실력 좋고 여유로운 프로듀서야.
아이콘과 대면하기 5분 전, 삐잉은 양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서 머리를 식혔다. 그리고 어김 없이 자기 세뇌를 한다. 나는 짱 쎄고 쩌는 프로듀서다, 하는 자기 세뇌 말이다. 다시 한 번 더 심호흡과 자기 세뇌를 한 삐잉은 화장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 길로 곧장 직행해서 사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어, 삐잉이 왔어?
-네. 많이 기다리시진 않으셨죠?
-괜찮아. 인사해, 얘들아. 이쪽은 이삐잉 프로듀서. 알지? 이번 너희 앨범이랑 앞으로 너희의 컨셉에 관해 프로듀싱할 분이다.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아이콘 멤버들은 조금 긴장해서 인사했다. 딱딱한 목소리와 딱딱한 동작. 그 모습이 귀여워보여 삐잉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덕분에 어느 정도 풀어진 분위기에, 삐잉은 상상했던 것만큼 친절하지는 않아도 어느정도 부드러운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 그러면 삐잉이 작업실이나 너희 연습실 가서 얘기라도 좀 나눠. 앞으로 자주 볼 사인데 친해져야지.
양사장님의 말을 끝으로 쫓기 듯 나온 아이콘과 삐잉은 어색하게 복도에서 대치했다. 말 못할 어색함에 아이콘 멤버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저들끼리 수근거렸다. 어떡해? 어떡할 거야? 니가 해, 리더잖아. 아! 이럴 때만 리더래! 그럼 형이해! 결국 진환이 마지 못해 웃는 낯으로 말했다.
-저...어디로...갈...까요?
-제 작업실이라도 괜찮으시면 거기로 가시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업실 쪽으로 향하는 삐잉을 보며 아이콘은 조금 안심했다. 사실, 레전드 얼음 프로듀서라는 말에 아이콘은 모두 걱정했었다. 익히 들어온 소문으로는 자기보다 활동 오래한 가수들에게도 얄짤 없는 프로듀싱에, 심각하게 까칠하고 심각하게 차가워서 감히 친해질 엄두도 못 낸다고. 그나마 친한 사람들이 투애니원, 에픽하이, 이수현, 이하이, 빅뱅, 에픽하이같은, 작업을 같이 해봤거나 좀 굵직굵직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위너 형들도 좀 친하다던데, 하는 동혁의 말도 있었지만 글쎄, 친한척 대마왕 송민호가 있다면 믿을만한 정보같지는 않다.
-여기에요, 들어오세요.
-우와! 진짜 넓네요.
-..그런가요?
-네! 사장님이 프로듀서님 진짜 아끼신다던데.. 진짜 그런가봐요.
-소문은, 딱히 믿을 만한 건 못 돼죠.
삐잉은 딱딱한 어투로 문을 열어주며 들어왔다. 한명, 한명 들어오다가 제일 마지막 사람인 지원이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중앙의 쇼파에 앉아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내 참다 못한 지원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입을 열었다.
-하하! 프로듀서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 둘 입니다.
-저희가 더 어리네요! 굳이 존댓말 할 필요 없으세요! 말 놓으세요.
-아뇨, 전 이 편이 더 편해서.
그리고 다시 침묵. 삐잉은 속으로 자신을 미친 듯이 욕했다. 이삐잉 병신! 멍청이! 똘추새낑! 왜 그렇게 밖에 말을 못하니! 차라리 눈 딱 감고 말 한 번 놓아볼 걸!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이딴 식으로 날리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안심했다. 카리스마 있는 프로듀서로써의 자신을 지켰다는 것에. 그래 됐어! 차라리 작업이나 하자!
-궁금한 점 끝났으면 이제 컨셉 잡죠.
-아뇨, 궁금한 점 하나 더 있는데요.
윤형이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씨익 웃었다.
-프로듀서님, 남친 있어요?
-...
...나, 남친이라니. 사실 별 것도 아닌 질문이었지만 연애경험이라고는 전무후무한데다, 자체 얼음 철벽치고 있어 다가오는 남자도 없고, 작업하느라 바쁜 삶을 보내 '연애'라는 걸 접해보지 못한 삐잉에게는 나름 자극적인 질문이었다. 삐잉은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졌다. 무, 무엇보다 최근에... 최근에 위너의 소, 송민호씨가 나한테 고..고..고백을 했고.. 물론 거절했지만.. 삐잉은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눈을 불안하게 돌렸다. 있다고 해도 그렇고, 없다고 해도 좀 그런 질문에 대처를 못하고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다.
-어,없어요, 그런 거.
-풉!
-푸흡!
-아, 프로듀서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차갑다고만 느꼈던 삐잉이 남자 얘기에 어쩔 줄 몰라 얼굴까지 빨개져 쩔쩔매는 모습이 순수하게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스물 둘답지 않게 싸늘한 분위기의 삐잉이다. 하지만 사실 키도 155정도 밖에 되지 않고 컨셉 얘기 하자며 종이를 꺼내는 손도, 아장아장 걷는 발도 조그만데다, 고양이 상의 아기자기한 이목구비를 보면, 도저히 스물 둘같지 않았다. 딱 고등학교 2학년 같다고 해야 되나. 예상 못한 갭에 멤버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졌다.
-저는 서류 상으로 말고 페이스 투 페이스로 서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장난을 타고 이어지는 찬우의 말에 삐잉을 뺀 모두가 좋다며 동의 했다. 삐잉은 차가운 프로듀서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다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나이 순으로 하자 촤누야~
-아, 진환 형. 이런 건 항상 내가 먼저야.. 일단 저는 정찬우고요, 98년생이고, 팀에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왔구요. 또 뭐 있지. 연기하다가 노래하는 게 좋아져서 들어오게 됐어요.
-저는 김동혁이고요. 97! 원래 내가 막내였는데 찬우한테 뺏겼어요. 음.. 그리고 춤! 춤 잘 춰요.
-구준회 입니다. 김동혁이랑 동갑, 그러니까 97이고, 보컬입니다.
-김한빈 입니다. 예명은 비아이예요. 96이고, 랩이랑 작곡, 작사, 안무도 합니다. 많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원이예요. 95에, 랩 하고 있고. 아! 예명은 바비예요.
-송윤형이라고 해요. 나이는 지원이랑 동갑이고... 딱히 더 말할 거 있나? 아! 고기 잘구워요!ㅋㅋ
-김진환이라고 합니다. 94라서 이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고요, 우리 팀 잘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멤버들은 가만히 있는 삐잉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삐잉은 이제 가라앉아 다시 창백하다 싶을 하얀 피부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
-이삐잉 입니다. 여러분들을 프로듀싱할 사람이고, ...나이는 전에 말했죠?
삐잉은 삐잉 나름대로 되찾은 평정을 유지하며 자신을 소개했지만 이미 아이콘 멤버들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삐잉의 싸늘한 소개를 들었다.
진짜 애매하게 끊겻네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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