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나요?
5
숨길 맘이 더 많은 난 마치 잘못한 아이같아
촬영을 알리는 슬레이트 소리가 다시금 카페 안에 울려퍼졌다. 백현은 아까 받았던 충격으로 인해 말 한마디 꺼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며 미션지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교통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찬열에게 말을 걸었다.
"가, 갈까요?!"
"그래요. 그러면 일단 버스 정류장으로 가요."
길게만 느껴졌던 카페에서의 촬영이 끝났고, 드디어 남산으로 출발이다. 백현은 몇년 전 삼순이계단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도 오르고 진한 러브씬을 찍는 걸 봤을 때부터 연인이 생기면 꼭 그곳에 가고싶었다. 물론 그 엄청난 장소에 연인이 아닌 박찬열과 함께 간다는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프로그램을 찍을 때 만큼은 그를 연인처럼 보고 연인으로 생각하고, 평생의 반려자처럼 생각해야만 했다. 찬열이 건네는 버스카드 하나를 받았다.
뭐지, 방금 박찬열의 표정이, 뭐랄까…….
괜한 걱정이겠지. 백현은 대수롭지 않게 찬열의 굳어진 표정을 넘겼다. 찬열은 지금이라도 행선지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단은 백현에게 뭐든 맞춰주기로 했다. 그렇게 버스카드를 건네고 멍하니 걷고 있는데, 찬열이 제작진들의 사이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뭐 때문에 그런가 하고 궁금해진 백현이 고개를 살짝 돌려 제작진 쪽을 봤다. 아니나다를까 그 곳에는 대문짝만하게 「손!잡!아!요!」 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흔드는 세훈이 있었다. 찬열은 무심코 글씨 존나 못쓰네.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 단지 세훈의 글씨가 정말로 이상했기에 불평을 했던 찬열의 비아냥거림을 백현은 또 자신과 손을 잡기 싫어서라고 치부해버린 백현은 '그래, 될 대로 되라. 니가 그렇게 나오면 니가 존나 싫어하는거 내가 다 해줄게!' 하는 심정으로 찬열의 손을 확 잡았다. 제작진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고-특히 세훈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깜짝 놀란 찬열이 당황했는지 손을 살짝 빼려다 다시 확 하고 백현의 손을 휘어잡았다.
"손! 잡아요! 잡고 갈래!"
"응. 잡고 가요."
뭔가 튕길 거라고 생각했던 찬열이 의외로 덥썩 손을 잡아주자 백현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렇게 멍하니 찬열과 손을 꼭 잡고 질질 끌려갔다. 거의 다 왔어요. 이제 저기 가서 버스만 타면 되요. 찬열이 백현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백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한 곳에 시선을 뺏겨 서있었다.
"어디 가요?"
"잠깐, 저거 먹고싶은데."
백현이 찬열의 옷자락 끝을 잡고 한 아이스크림 노점상을 가리켰다. 그러고보니, 아이스크림을 안 먹은지 벌써 다섯달은 넘은 것 같다. 백현의 소속사에서 요즘은 초식남이, 근육질보단 마른 남자가 대세다 하며 백현에게 닭가슴살만 죽어라 먹여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백현은 닭만 보면 구역질이 났다. 백현은 스태프들 사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준면과, 당당하게 맨 앞자리에서 따라오는 세훈을 한번 보았다. 준면이 절대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세훈은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고 있었다. 백현은 당장 이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으면 안 될것 같았다.
"……먹어요. 사줄게요."
백현은 찬열이 입을 떼자마자 아이스크림 노점상으로 달려가서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랑 초코 하나요! 하고 외쳤다. 찬열이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열었고, 백현은 찬열이 돈을 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찬열은 지갑을 열고 가만히 서 있을 뿐, 돈을 내지 않고 있었다. 당황한 백현은 고개를 들고 찬열의 귀에 속삭였다.
"왜 돈 안내요?"
"아이스크림 노점상에 신용카드는 못 쓰겠죠?"
"……당연하죠."
백현은 찬열의 손에 들린 지갑을 곱게 접어 찬열의 주머니 속으로 넣더니, 자신의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지폐 두장을 아주머니에게 건냈다. 듬뿍듬뿍 퍼주세요. 라고 넉살좋게 말하는 백현이 찬열은 신기했다. 자신에게 아이스크림이란 카페나 베스킨x빈스에서만 먹는 음식이었고, 슈퍼나 노점상에서 사 먹는다 할 지라도 저렇게 넉살좋게 말하는 것이 찬열은 신기했다. 백현은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와 초코 아이스크림 하나를 가져와서 초코 아이스크림을 찬열에게 건넸다.
"한번 먹어봐요. 진짜 맛있을걸요?"
"고마워요."
찬열은 백현에게서 받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달콤한 초콜릿 향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백현이 찬열에게 맛있죠? 맛있죠? 하고 물어왔다. 찬열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은 잽싸게 분홍색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우더니 찬열의 아이스크림까지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백현이 아이스크림의 콘 과자를 아작아작거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찬열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이렇게 아이처럼 웃을 수 있는 백현이 부러워졌다. 찬열은 손을 뻗어 백현의 입가에 묻은 콘 과자의 부스러기를 털어주었다.
"아?"
"입가에 다 묻어서……."
아, 그니까, 그게, 급하게 먹다보니. 백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찬열은 빨리 가자고 외치며 앞으로 걸어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내가 왜 변백현의 입가를 털어줬을까?
봄바람은 두 사람 사이로 살랑살랑 지나갔다.
*
"두명이요."
찬열은 카드를 찍으며 두 명의 요금을 함께 계산했다. 백현이 놀란 눈치로 왜 두명분을 찍어요? 하고 물어보았다.
"올때, 백현씨가 두명분 찍으면 되잖아요."
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현과 찬열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두 자리가 붙어있는 좌석으로 갔다. 백현은 창가자리에 앉아서 창문을 열었다. 달리는 버스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와닿았다. 이윽고 자신들을 찍으러 들어온 카메라맨이 쩔쩔매는것을 본 백현은 키득키득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나도 좀 알려줘요."
"아니, 그. 카메라가."
찬열은 쩔쩔매는 카메라맨을 슬쩍 보고는 백현을 따라서 키득키득 웃었다. 백현은 자신과 장단을 맞춰주는 찬열이 진짜 찬열인지,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던 찬열이 진짜 찬열인지에 대한 경계선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었다. 분면 아까전에는 이 아수라백작같은 인간아! 하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또 친절한 선배같다. 진짜 박찬열은 누구에요? 하고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백현은 갈팡질팡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창가에 기댔다.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백현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백현씨, 자요?"
"……."
"진짜, 자요?"
"……."
"진짜 자는구나."
자는건 아닌데, 피곤해요. 졸려요, 나른해요. 백현의 의식이 저 하늘 멀리로 날아가는 듯 했다. 방송중인데, 자면 안돼는데. 백현은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 안간힘을 썼지만 몸이 제 정신을 따라주지를 못했다. 찬열은 백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덜컹거리는 버스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거리는 백현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조심스레 올렸다.
"머리 진짜 작네."
찬열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백현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왜 이러는걸까.
*
"백현씨, 일어나요. 다왔어요."
"……으."
"내려야죠."
백현은 비몽사몽한 채로 찬열의 손에 이끌려 버스에서 내렸다. 찬열은 잠이 덜 깨서 휘청거리는 백현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백현씨가 가고싶어하던 삼순이 계단이 있어요. 백현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씨."
"네?"
"저 아이라인……. 번졌어요?"
멀리서 백현을 지켜보던 준면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못살아……. 저 와중에 아이라인 체크라니. 캐릭터 한번 거하게 잡는 백현이었다.
"안 번졌어요. 예뻐요."
"잘생겼다고 해주실래요?"
사람이 정신이 혼미하니 별 헛소리가 다 나오는 것 같다. 평소에도 예쁘단 말을 종종 듣는지라 이제는 예쁘다고 해도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넙죽 잘 받아들이던 백현이 잘생겼다고 해달라며 헛소리를 내뱉었다. 자신의 망언을 자각한 후 잠이 확 깬 백현이 볼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흔들고 찬열에게 말했다.
"찬열씨, 그냥 못 들은걸로 할까요."
"아니, 그. 잘생겼어요. 백현씨."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진짜 잘 생겼거든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절실하게 깨달은 백현은 길도 모르면서 앞장을 섰다. 찬열은 잘못된 길로 들어가는 백현의 손목을 잡아챈 후 이쪽이에요. 하고 귓가에 속삭였다. 백현은 갑자기 치고 들어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찬열을 따라서 조금 걷다보니 익숙해보이는 계단이 나왔다.
"다 왔다."
"우와."
사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조금 초라했다. 분명히 드라마에서는 되게 예뻤던 것 같은데. 백현은 뭔가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요? 실망스러운 표정인데?"
"아니, 생각했던것 보다는……."
"초라하죠?"
"……초라하다기 보다는, 새삼 현대의 영상 기술에 감탄했다고나 할까."
허. 찬열은 한숨을 쉬었다. 누구때문에 여기까지 그 덜컹거리고 불편한 버스를 타고 온건데. 찬열은 인상을 찌푸렸다. 찬열의 찌푸려진 미간을 본 백현은 흠칫 놀라 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 아니. 그러니까. 기,기쁘다고요. 화났어요?"
"……제가 화가 왜 나요……."
백현은 괜시리 손만 조물락거렸다. 바로 찌푸린 인상을 풀기는 했지만 찬열이 마치 자신 때문에 자꾸 화를 내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기왕 온거, 우리도 해요."
"에?"
"가위 바위 보!"
찬열은 백현의 눈 앞에 보자기를 내밀었다. 무심코 주먹을 내 버린 백현은 어리둥절 해 하다가, 계단을 올라가는 찬열을 보고 드라마 속 한 장면을 기억 해냈다. 분명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하나씩 올라가는 거였지, 그러다 가운데 계단에서.
키스?
*
"가위 바위 보!"
백현이 마지막으로 내민 것은 가위였고, 찬열은 보자기였다. 처음엔 달콤한 드라마 따라하기에서 시작되서 점점 승부욕이 넘치는 짜릿한 게임으로 변질된 가위바위보 계단 올라가기는 결국 백현의 승이었다.
"내가 이겼으니까, 소원 하나 들어주기는 어때요?"
"그런 거 안 걸었었으면서……."
"원래 진 자는 말이 없는거에요."
둘은 계단 꼭대기에서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이긴자의 특혜에 대한 논쟁을 하고 있었다. 그 논쟁을 가만히 지켜보던 세훈은 옆에서 우물쭈물거리던 준면에게 말을 걸었다.
"둘이 진짜 잘 노네요? 생각보다."
"네, 그러게요……. 백현이, 그렇게 차 안에서 욕을……헙."
순간적으로 나온 준면의 망업을 재빠르게 캐치한 세훈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준면의 팔목을 잡고 물었다.
"백현씨가 찬열씨 욕을 했어요?"
"아니, 그게……."
흥미로운 냄새가 난다. 세훈은 미소를 지었다.
속마음 인터뷰
* 백현
Q. 미션지를 보았을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A. ……좀 유치하지 않아요?
Q. 처음 찬열씨가 들어올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A. 아. 그러니까, 막연하게 너무 잘생긴거에요. 그래서 뭐지? 인간인가? 했는데, 그게 제 남편? 아내?
어쨌든, 저랑 결혼을 한다는거에요! 무지 당황스럽더라구요. 요즘 대세 김재민이잖아요. 부담스럽기도 했고.
아참. 저희 어머니가 찬열씨 엄청난 팬이에요. 그래서 든 생각이 사인 받아야지.. 였다면 조금 웃긴가?
Q. 찬열씨에 대한 첫 인상은?
A. 시크해 보였어요. 뭔가, 도시남자 같은 느낌……. 전 카페에 아메리카노 사러 온 줄 알았어요.
근데 입맛이 의외로 저랑 비슷하더라구요. 아이스크림 잘 드시던데요?
Q. 신인인데, 게이라는 꼬리표가 찍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별 수 있을까요. 제가 하겠다고 먼저 나선 일이기도 하고, 이걸 찍는다고 변백현은 동성애자다! 라고 외치는것도 아니고.
실제로 동성애자인것도 아니고……. 그리고 저는 제 노래를 듣고, 가수 변백현으로 판단해 줬으면 하는 느낌이 들어요.
Q. 왜 삼순이 계단에 가자고 했는지?
A. 저도 제 맘을 모르겠네요. 왜죠? 막연히 드라마에 한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Q. 방송중에 주무시면 안돼죠.
A. 아, 안잤어요.
| 주저리+ 암호닉 |
오.. 오랜만이지요? 청아입니다. 근 일주일 만이네요 ㅜㅜㅜㅜㅜㅜㅜ죄송해요...
작가가 학업에 열중하는 나이인지라.....
몇살이냐면요 우리 세후니 몇쨜? 열아홉쨜>이 아니고 전 열여덟...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심타파 왜이렇게 재밌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리스티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요....흡....제가 정신이 나갔나봐요...
개인적으로 슬럼프도 좀 있었는지라 5편 정말...맘에...안들어요.....흡..... ㅜㅜㅜㅜㅜ그래도 잘 봐주셨으면 하는 게....굽신굽신... 독자님들 제가 많이 으즈므니 스릉흔드....S2
맞다 저 영상의 기술력 저 발언은 제 경험담ㅇ;ㅣ....
에요 놀랐음
어디였냐면요 찬란한 유산 키스씬 장소였는데 장난 아님 ㅜㅜ 초..초라해요
+
작가의 취향은 찬백 카세 세루세 카디 루민 오백
♡백총♡
이에여 그...그러타구여.....>
| 청아월드 입덕리스트...가 아니라 제 사랑들(전편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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