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
세훈이라는 후배가 다시 되묻듯이 물으니까 민석쌤 표정이 더 안 좋아졌어.
그 와중에 내 심장 ㅠㅠ...
" 다시 말해줄까? 찝적대지 말라고. "
" 아.. 형 학원 학생이라서 그래요? 에이, 보니까 나이도 나랑 3살 밖에 차이 안나던데. "
근데 그 세훈이라는 후배도 만만찮게 대꾸하더라.
계속 생글생글 웃으면서 얘기하다가 날 쳐다보는데 내가 눈 피했어.
민석쌤도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걸 알았나봐.
" 얘한테 찝적대는거 내가 보기 싫어서 그러니까 작작 좀 하라고. "
그러고는 내 손목 잡은 채로 학원 쪽으로 걸어갔어.
나 때문에 괜히 후배랑 사이 멀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됐는데 그것보다 쌤이 아까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어.
이런 생각하기 싫었는데.
쌤은 왜 그런 말을 한걸까. 왜? 그냥 내가 단순히 학생이라서 그런걸까? 그런 어투로 느껴지지가 않았는데...
쌤이 학원 앞에 갈 때까지 내 손목 잡고 가다가 도착하니까 손을 놓는데 쌤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나는 전혀 상상이 안 가는거야.
" ...쌤.. "
내가 먼저 쌤 부르니까 쌤이 뒤돌아보더라.
쌤 표정이 엄청 굳어있었어.
" 미안해. "
" ...네? 아, 아니에요. "
" 많이 곤란했지? "
그 모습을 보는데 나 혼자 착각할 것 같은거야.
아까 쌤이 나한테 찝적대는걸 보기 싫다고 그랬는데, 괜히 이상하게 해석할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너무 싫어서 민석쌤이랑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어.
" ... "
" ... "
둘 다 아무 말도 안하고 서있었어.
종이 쳤는데도 들어갈 생각도 안하고.
쌤이 날 쳐다보는데 그 모습에 또 설레는 내가 너무 싫고, 세훈이라는 후배한테 말했던 내용을 곱씹어보면서 자꾸 의미를 부여하려는 내가 미워졌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결심해버렸던 것 같아.
여기서 끝내자고.
이렇게 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각하게 반응할거면, 아예 싹을 잘라버리자고.
" ...쌤. "
" ... "
" 저한테 아까 무슨 일 있냐고 하셨죠. "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오더라.
마치 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 네. 저 무슨 일 있어요. "
" ... "
쌤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어. 아까랑 똑같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어서.
" 저 쌤 많이 좋아해요. "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쌤이 약간 움찔했어.
놀랄만도 했겠지. 근데 나는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거짓말을 하기로 했어.
" 쌤이 저한테 잘해주는데 너무 좋았어요. 다른 애들보다 저를 더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고, 친하게 대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요. "
" ... "
" 그래서 매일매일 쌤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졌어요. 그런데... 쌤은 선생님이고, 저는 학생이잖아요. 그걸 깨닫는데 좀 오래 걸린 것 같아요. "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 여주야. "
" 그러다가 생각해봤는데... 전 쌤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
웃으면서.
" 동경하는 거였어요. "
" ... "
" 쌤을 부러워하면서 멋있다고 존경하는 거였는데, 그걸 좋아한다고 착각한 거였다구요. "
거짓말로.
" 서여주. "
" 그 감정을 깨닫는데 까지 오래 걸려서, 혼자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래서 쌤한테 전이랑 다르게 대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 마냥,
동경이었다고.
" 근데 쌤은 절 늘 한결같이 대해주시잖아요! 친한 학생으로! 오늘 보니까 더 알겠어요. 저도 쌤 진짜 많이 좋아해요, 당연히 쌤으로서요. "
쐐기를 박으면서.
" ... "
" 그러니까... 그러니까 저도 앞으로는 예전처럼 쌤 편하게 대할게요. "
" ... "
억지로 웃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어.
속에서는 아니라고, 김민석을 진짜 많이 좋아한다고 외치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거짓말을 했어.
" 종 친 지 꽤 됐는데, 저때문에 시간 뺏은 것 같아서 죄송해요.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
민석쌤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빨리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민석쌤이 나를 불렀어.
왠지 쌤이 어떤 반응을 할 지 알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할 지 알 것 같아서 돌아보지를 못했어.
그냥 1층에 들어가자마자 계단으로 뛰어갔어. 그리고 숨이 찰 때까지 빠르게 올라갔어.
이제 끝이야.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지.
5월 중반까지 그렇게 지냈어.
쌤 보면 억지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매점에서 보면 성적 올랐다고 자랑하고.
민석쌤도 그냥 예전처럼 대해 주더라.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래. 이대로가 딱 민석쌤이 원하는 사이고, 이상적인 사이야.
혼자 속으로 그렇게 되새겼던 것 같아.
더이상 흔들리지 말자고. 바보처럼 공부해야될 시기에 이러지 말자고. 민석쌤이랑 대화하면서 수십번도 더 속으로 다짐했어.
영지도 내가 민석쌤에 관해서 별 얘기 안하니까 딱히 물어보질 않았어.
괜히 물었다가 긁어 부스럼 일으킬까봐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하루는 교무실에 수학 질문을 하러 갔는데, 하필이면 박쌤 밖에 없는거야.
그 때는 나름 성적도 많이 오르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그래서 쌤이 날 좀 좋게 봤었어.
다행히 박쌤 옆자리인 민석쌤은 안 보이길래 후다닥 가서 물었지.
근데 문제가 너무 어려운거야... 그래서 계속 물었는데 쌤도 답답하셨나봐..ㅋㅋ
" 아니, 그러니까 여기 마지막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 된다니까! 이 개념 몰라? 기본이잖아! "
" 왜 갑자기 적용되는지 모르겠어요... "
" 그러니까 잘 봐. 여주야. 응? "
계속 가르쳐 주시는데 내가 이해를 못하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길래 더 이상 물으면 쌤이 화내실 것 같아서 대충 이해하는 척 했어 ㅠㅠ ㅋㅋ
다음에 여자쌤들 오면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인사하고 가려는데 예전처럼 수학책 사이에 끼워놨던 프린트들이 다 빠진거야.
예전보다 시험도 더 많이 치고 그랬으니까 훨씬 더 많이 떨어졌었어.
당황해서 막 주우려는데 옆에서 누가 같이 주워 주는거야.
아.
익숙한 상황.
자신이 없었어. 그 때 기억이랑 감정이 겹쳐서 생각이 나는데 애써 모른 척 했어.
담담하게 다 주워서 책에 끼워놓고 다른 사람이 주워준 프린트를 받았는데, 얼굴을 쳐다 보질 못하겠는거야.
" 여주, 진짜 성적 많이 오른 거 맞네. "
" ...네. "
고개 숙이고 애써 웃으면서 얘기했어.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말투.
내가 민석쌤한테 반했던 순간이 고스란히 떠오르는데 도무지 민석쌤을 볼 자신이 없었어.
나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내 말에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마음이 자기 의지대로 되는게 아니었나봐.
" 고맙습니다. "
고개를 천천히 들고 민석쌤을 쳐다봤어.
민석쌤이 웃고 있는데,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어.
" ...저 가볼게요. "
왠지 더 있다보면 자제력을 잃을 것 같아서...ㅋㅋ 빨리 자리를 뜨려는데 갑자기 쌤이 날 불렀어.
그 때처럼.
" 여주야, 잠깐만. "
" ...왜요? "
아무렇지 않게 날 부르는 민석쌤의 모습을 보는데 그 때 기억이 자꾸 떠올랐어.
나 혼자만의 좋았던 추억이.
" 이거. "
서랍을 꺼내고, 그 때처럼 건넨 청포도 캔디.
그걸 받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갑자기 울컥 올라왔어.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사탕을 받았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아랫입술만 깨물었어.
괜찮아. 여주야. 괜찮아...
혼자 나를 다독이는데 쉽지가 않았어.
근데 민석쌤이 나를 계속 보고 있었나봐.
" ...왜 그래? 괜찮아? "
내 표정을 본 민석쌤이 걱정스럽다는 듯 묻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은거야...ㅋㅋ
그 때랑 지금이랑 똑같은데, 달라진 건 내가 체념한 것 밖에 없는데.
나는 한심하게도 다시 떨리고, 두근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는게 나도 느껴질 정도였는데, 민석쌤은 어땠겠어.
내가 그냥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인사하자마자 바로 교무실에서 뛰쳐나왔어.
근데 그 때 타이밍 좋게 찬열이한테 전화가 온 거야.
마침 자습시간이라서 마음도 추스릴겸 해서 매점쪽으로 내려가면서 전화를 받았어.
" ...여보세요? "
[ 야! 서여주, 잘 지내냐? 보고싶다~ 몇 일 못 봤다고 또 보고싶고 그러냐. 참나... 내가 너랑 많이 친하긴 친했나봐. ]
" 여전하네... 군대 갈 준비는 잘하고 있어? "
[ 엉? 응. 아 슬프네. 군대라니... 어휴... 우울하게 이런 얘기하지 말자. ]
" 알았어. "
찬열이 목소리 들으니까 좀 진정되는 것 같더라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데 박찬열이랑 나랑 개그코드가 잘 맞으니까 웃기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음도 나고.
" 전화 잘했네. 나 되게 우울했었거든. 근데 너랑 얘기하다 보니까 좀 낫다. "
[ 헐. 서여주가 우울할 일이 뭐가 있는데? 성적도 많이 올랐다며. ]
" 그냥... 좀 그런 일이 있어. "
[ 에이~ 뭔데! 말해봐. 내가 들어줄게. 너도 내 얘기 지겹게 들었잖아. ]
" 말하기만 좋아하는 애가 웬일이래...? "
[ 어쩐지 니가 전화받자마자 울 것같은 목소리길래 걱정 됐었는데, 잘 된거지 뭐. 말해봐. ]
" ... 사실은... "
찬열이는 여기에 없으니까 더 편하게 말했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짓말을 했다고.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그냥 착각이라 그랬다고.
근데 그 말을 책임질 수 없을만큼 힘들다고.
사람 마음이 어떻게 의지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미치겠다고.
상대가 민석쌤이라는 건 말 안하고 그냥 그렇게만 말했어.
매점으로 내려가는 계단 통로에서, 아무도 없으니까 더 자세히 말했던 것 같아 ㅋㅋ
[ 헐... 서여주. 진짜 힘들었겠다... ]
찬열이가 애잔하다는 듯이 말하길래 내가 웃으면서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 라고 말하니까 ㅋㅋㅋ
[ 야... 심각하지... 너 거짓말로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했다며... ]
이러는거야 ㅋㅋ
" 근데 그 땐 그게 최선이었어. 음... 우리는 안 될 사이야. "
[ 왜? 뭐가? ]
" ...그냥. 그런게 있어. 나이 차이도 있고... "
[ 아이고... 서여주... 사랑에 나이가 뭔 소용이야! ]
" 나이 차가 결정적 요인은 아니고... 더 있어. 그런게. "
[ 야, 안되겠다. 주말에 한 번 만나자. 이 오빠가 밥 쏠게. ]
" 됐어... 돈이 어딨냐, 니가? 알바도 그만 뒀다며. "
[ 엄마가 이제 나라 지키러 간다고 빵빵하게 챙겨 주셨다. 걱정말고 이번 주말에 시간 비워놔. 내가 저녁에 학원 앞에 갈게. ]
" ...알았어. 고마워, 찬열아. "
[ 고맙긴. 친구 좋다는게 뭐냐? 여튼 너 좀 진정하고, 마음 잘 추스리고 공부해. 알았지? ]
" 걱정은... 알았어. "
[ 그래그래. 오늘 전화 잘 했네. 너 또 공부해야 되지? 열심히 해라. 서여주! 넌 할 수 있어. 화이팅! ]
" 응. 고맙다. 주말에 보자. "
그러고 전화를 끊었어.
찬열이한테 다 말하니까 속이 시원하더라고 ㅎㅎ... 말하는데 추임새도 적절히 잘 넣고 그래서 그런가 ㅋㅋㅋ
한결 홀가분한 마음에 심호흡 한 번하고 다시 올라가려는데...
" ... "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건지, 계단 위에서 민석쌤이 날 쳐다보고 있더라.
" ...어...아... 쌤... 안녕하세요. "
내가 당황해서 인사하고 쌤 있는 쪽으로 올라갔어.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들었더라도 설마 내가 진지하게 말한 내용을 다 들은건 아니겠지?
혼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민석쌤 옆으로 지나가는데, 민석쌤 표정이 굳어있는거야.
내가 빨리 지나가려고 멀찍이 떨어져서 올라가려는데
" 여주야. "
목소리도 딱딱하게 굳은 쌤이 날 부르더라.
" ...네... ? "
아무렇지 않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 얘기 좀 하자. "
순간 얼음. 움직이지도 못하고 나도 표정 관리가 안 됐어.
그런데 내가 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쌤이 내 손목을 잡고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는거야.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1층까지 내려갔는데, 쌤이 밖으로 나갔어.
" ..쌔, 쌤.. "
내가 놀라서 쌤 불렀는데 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손목도 안 놔주더라.
그리고 학원 앞에 작은 카페로 들어가더니 그제서야 손을 놨어.
" ...쌤..갑자기..왜... "
" 여기 앉아. "
딱딱하게 말하는데 적응이 안 됐어.
얼떨떨한 마음에 앉으니까 쌤이 한숨 한 번 쉬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하고 다시 와서 내 맞은편에 앉았어.
" ... "
내가 쭈뼛거리면서 쌤 봤다가 테이블 봤다가 하는데 민석쌤은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거야.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있었어.
쌤은 나만 쳐다보고, 나는 계속 시선 옮기고...ㅋㅋ 눈에서 레이저 빔이라도 나올듯이 보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더라.
그 상태로 5분 정도 있으니까 주문한 음료가 나왔어.
근데 그 음료가..
" 주문하신 아메리카노랑 화이트 초코 한 잔 나왔습니다. "
덜컥, 또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이었어.
민석쌤이 처음으로 나한테 사줬던 화이트 초코.
" ...마셔. "
쌤이 더이상 말도 안 하길래 그냥 조금씩 마셨어.
대체 쌤은 왜 여기로 날 데려온걸까. 왜 저런 표정을 하고 있을까. 아까 내 말을 다 들은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두려움도 느껴지더라.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역시나' 라고 느껴질 실망감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있는데 쌤이 말을 꺼내더라.
" ...너. "
" ...네? "
" 그 때 그랬지. 나한테. 동경을 좋아하는 걸로 착각한거라고. "
" ... "
기억하는구나.
입이 바싹 마르는 것 같았어.
" 네 나이 땐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아직 어리고, 젊으니까. "
" ... "
" 게다가 이 좁은 학원에서 너보다 훨씬 능력있어 보이는 선생님한테 그런 마음 품을 수 있어. "
" ... "
왜.
왜 이런 말을 지금 나한테 하는걸까.
민석쌤의 눈을 봐도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어.
굳은 표정에,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어.
" 1년만 지나면 금방 변할 마음이야. "
" ... "
" 내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 그런 애들이 많았으니까. "
쌤을 좋아한게 내가 처음일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그래서 난 어쩌면 쌤이 내 고백을 단순한 일화라고 넘길거라고 생각했었고.
그 순간 더 느껴지더라. 나와 민석쌤은...
역시.
" 나는 네가 말했던대로 선생님이고, 너는 학생이야. "
민석쌤 입에서 나온 저 말이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어.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게 됐지.
" 나는 살면서 단 한번도 학생한테 선생님의 마음 그 이상을 가져본 적이 없어. "
" ... "
" 학생들이 날 좋아해도 나는 선생님이란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 나이 정도 되면 그럴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
성격이 칼 같은건 알았지만, 저런 말을 하니까 더 와닿더라.
" 여주 넌 나한테 특별한 학생이야. "
특별한 학생.
늘 그랬듯 제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쌤이 그 말하고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더니 한숨을 쉬더라.
뭔가를 계속 생각하는듯 하다가 멈칫거리기도 하고.
난 그 때 어떤 말이라도 들을 각오가 되어있었어. 이제 민석쌤의 솔직한 마음을 계기로, 내가 정신을 차릴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한참동안 있는데 쌤이 힘겹게 입을 뗐어.
" ...네 고백을 듣기 전까진 그랬어. "
순간 마시던 화이트 초코가 목에 걸리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켁켁 거렸어.
평소같았으면 민석쌤이 괜찮아? 하면서 걱정했을텐데, 그런 내 모습 보고 그냥 한숨만 쉬더라.
" 네가 동경을 착각한거라고 그랬을 때 내가 들어서는 안 될 기분이 들었어. "
심장이 미친 것처럼 두근 대기 시작했어.
" 무슨 기분이었는 줄 알아? "
" ... "
" 심장에서 뭐가 쿵하고 떨어진 기분. "
그 감정이 카페에서 화이트 초코를 마시던 내 감정이랑 똑같았어.
듣고 있는 내 가슴에서 바위 같은게 떨어지는 느낌이었거든.
머리가 어질어질하더라.
" 그 때부터 계속 고민했어. 내 감정쯤은 내 나이가 되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
" ... "
" 안 되더라. "
" 쌤.. "
아메리카노 잔을 쥔 민석쌤 손이 떨리는게 내 눈에 보였어.
쌤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면서 날 보더라.
" 여주 너는 나한테 특별한 학생이기도 하지만, "
아.
아.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감정이라 생각했는데.
"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었던거야. "
왈칵 눈물이 터져나왔어.
나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
민석쌤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를 뽑아서 나한테 건넸어.
민석쌤 표정을 다시 보는데, 그건 굳은 표정이 아니었어.
긴장이 역력한, 고백을 하고나서 잔뜩 긴장해있는 남자의 표정이었어.
" 이 얘길 절대 안하려고 했는데, 네가 동경이라고 해서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
" ... "
" 네 얘기를 들었어. 여주야. 근데 웃긴건... 그 얘기를 듣는데 너무 기뻤어. "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나만 힘들었던게 아니었어. 아니, 민석쌤은 나보다 더 힘이 들었던거야.
선생님으로서 어떻게든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을텐데, 자기 마음을 부정하면서 노력했을텐데...
언제부터일까. 언제부터 민석쌤의 마음에 나라는 존재가 학생이 아닌, 여자가 된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어.
혹시. 혹시나.
입술을 꽉 깨물었어.
쌤한테 추한 모습 보이기가 싫은데. 눈물만 질질 짜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데.
쌤이 후련한 듯 작게 미소 지어보이더라.
" 내가 미쳤나봐. 여주야. "
내 이름을 불러주는데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어.
여주란 내 이름을 학생이 아닌, 여자로 불러주는데.
" 내가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봐. "
가슴이 벅차서, 너무 행복한데.
" 너한테 이런 말을 할거란 생각, 가끔 해봤었는데... "
우리의 마음이 통해서, 기쁜데.
더 이상 뭘 바랄까.
" ...내 이기심으로 이런 말 하는게 아닐까 늘 걱정이 됐었는데, "
" ... "
민석쌤이 머뭇거리면서 말끝을 흐리더라.
그래서 내가 용기를 내기로 했어.
쌤이 이 말을 하려고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선을 지키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 ...쌤. 제가 한마디만 해도 돼요? "
" ...어? "
" ... "
민석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라.
눈이 빨개져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민석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지었던 억지 웃음이 아니라 진짜 미소를 보는 쌤은 어떤 마음일까.
" ...우리 선생님과 제자말고, 남녀사이로 만나볼래요? "
긴장이 역력했던 표정이 천천히 풀리더니 민석쌤이 남자로서 나한테 예쁘게 웃어줬어.
우리 이제
연애한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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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백ㅋㅋㅋㅋㅋㅋ 이때까지 답답하셨죠? 예 이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때까지 잘 보면 민석이가 막 질투한 것도 많고.. 그래여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둘이가 벌써 저런지 3개월이나 됐다구요!!!!!!!! 혹시라도 민석이의 심경변화를 못 찾으셨을까봐 다음편은 (아마도) 민석이 번외입니다 !!!!!!!!!!! 우하하하하하핳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편 초록글 감ㅅㅏ합니다 ㅠㅠㅠㅠㅠㅠ 하트하트
암호닉
시우밍 / 문돌이/ 델리만쥬 / @고3 / 매력 / 됴랑 / 뽀리 / 간장 / 핑쿠핑쿠 / 찝적이 / 시우슈
님들 감사합니다!!!!!!!!!!!!!!! 님들은 언제나 더럽 the love...후후후후훟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쟈해여!!!!!!!
일요일 11시 59분에 업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줄 알았는데... 12월 1일 12시에 업뎃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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