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끝났다
bgm : 레드벨벳 (웬디) - 마지막 사랑
** 오늘 시점 이동이 여러 차례 있을 예정입니다 작품 읽으신 이후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댓글 남겨주세요! **
너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있었을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갑작스럽게 흘러내리는 눈물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내려놓고 말았다. 정확히 그 눈물의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상함의 눈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너를 향한 미안함의 눈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넌 나에게 한 번도 부족한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다. 너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내가 부족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그 부족함이 우리를 끝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는 내 자신이 더 밉고 비참해 울음이 크게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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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승우씨."
"...."
"승우씨?"
"아, 네!"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어요. 아침이라 피곤해서 그래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이거 팩스 좀 보내고 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와요."
"네, 감사합니다."
어제 회사를 마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던 길에 지하철역에서 너를 마주쳤다. 일부러 너를 뒤쫓았다거나 이런 건 절대 아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신논현에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곤 했다. 강남은 너무 사람이 많아 싫었기에 그 분위기를 온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교통도 편리한 신논현을 선호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퇴근 인파가 몰려 복잡한 곳에서 사람들에 밀려 내렸을까, 누군가 뭔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두리번거려 시선이 향했고, 그 시선의 끝에는 너가 있었다.
사실 그냥 지나갈까 고민도 했다. 내가 그토록 너를 만나고 싶어 여러 차례 찾아갔을 당시에 나를 한 번도 만나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약간의 미움도 담겨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근데 너의 얼굴을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주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보니까 반가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한 마디 말이라도 걸고 싶었다.
결국 나도 그 곳에 멈춰 너가 찾고 있을 법한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봤다. 그리고, 10초도 지나지 않았을 때, 그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리의 수많은 이야기가 엮어져있는 '립스틱'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물건이라면 나는 너에게 더더욱 말을 걸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바닥 곳곳을 쳐다보았다. 사실 그 넓은 지하철역에서 작은 립스틱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마치 누가 안 것처럼, 2대의 열차가 더 지나갔을 때, 내리는 승객 중 한 명의 발에 치여 립스틱을 굴러가는 걸 보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겨 그걸 주웠다.
줍자마자 너에게 바로 다가갈까 하다가 다시 멈췄다. 뭔가 너를 오래 보고 있을 자신은 없는데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택한 방법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그리고 여전히 나의 가방에 자리잡고 있는 포스트잇과 펜. 묻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몇 글자만 써내려갔다.
급히 써내려간 쪽지를 늘 너에게 주던 방식으로 접었다. 직접 너에게 말로 전할 수 없는 마음들을 글씨에도, 평소보다 더 힘주어 접은 쪽지에도 눌러담았다. 쪽지는 우선 숨긴 채 립스틱만을 보여준 채로 너에게 한 발짝 다가가 아직 닫지 못한 가방 안으로 두 개를 함께 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
사실 서둘러 도망가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글쎄. 그냥. 복잡한 마음이었다. 너를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 기쁜 마음과 너가 이렇게나마 나를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
근데 있잖아,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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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던 것과는 달리, 너를 본 이후로 내가 너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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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듯 밀려오는 두통에 잠이 깼다. 이걸 보아하니 아마 어제 울다가 지쳐 잠이 든 것 같았다. 너와 헤어지고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헤어지고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도 또 너를 떠올리다가 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울음의 정도를 증명하는 것처럼 띵띵 부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보았다. 이제 그만 울어야지. 그만 떠올려야지. 답답한 마음에 터져나오는 한숨을 뱉어내고는 정신이라도 차려보려고, 그리고 밤새 마른 목이라도 축이려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향했다.
방에서 나올 때는 몰랐는데 바로 눈을 뜨고 거실의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 10시였다. 자기도 많이 잤다, 김여주. 어제 저녁만 먹고 서둘러 집에 와서 곧장 방에 들어왔는데, 아침 10시라니. 어제를 다시 떠올리는 더 아파오는 것 같은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제 나가기 전에 미리 넣어놓은 여분의 생수가 꺼내고 문을 닫으려는데,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편의점 커피라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문을 닫았겠지. 요한이가 알바 끝나고 자주 가지고 왔었으니까. 근데 그런 커피라고 하기에는 모양새가 달라보였다. 닫으려던 냉장고 문을 확실하게 젖혀서 확인해보니, 누군가 카페에서 직접 테이크아웃해서 온 것 같은,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시간이 좀 흐른 것처럼 이미 얼음은 녹아 색이 연해보였다.
그렇다고 녹은 아메리카노 자체도 문제는 아니였다. 그걸 보니까 다시 떠오른 한승우가 문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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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괜찮아요?"
"어, 나 괜찮아."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대리님께서 부탁하신 팩스를 보내고 정신도 차릴 겸 회사 1층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테이크아웃 해서 자리로 돌아왔다. 우석이도 내가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내게 괜찮냐고 물어왔다. 아, 우석이는 항상 살뜰하게 나를 챙기는 착한 동생이자 같은 팀 그리고 옆 자리 후배다. 그런 우석이에게 괜찮다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런 내 말이 의심스러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차 나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쳐다보는 모습이 웃겨 미소를 보이자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다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우석이였다.
나도 다시 일도 시작할 겸 달력을 꺼내들었다. 일정 정리를 해야 뭔가 제대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기에 항상 내 일은 달력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느덧 한 달의 말일을 향해가는 만큼, 곧 다가올 다음 달 일정 보고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번 달 일정 최종 정리와 마무리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확인하고 정리해 서둘러 워드에 나열하고 달력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이번에도 너 없이 처음으로 보내게 되는 또 다른 달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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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차라리 어느 달이 시작하고 나면 나았다. 사소한 개인 업무는 물론이고 달 단위로 끝낼 프로젝트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었다. 근데 꼭 이렇게 한 달이 끝나고 다음 달로 넘어가는 그 시기가 고비였다. 일정을 정리하는 내 습관에는 하나가 더 포함되어있었다. 일정을 정리하며 작년 이맘때쯤 무얼 하고 있었는지 떠올렸다. 이건 습관이라기보다는 버릇이었다.
너와 연애를 할 때에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너의 손을 잡고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우리 작년 5월에는 어디 갔었지?', '그럼 이번 5월에는 어디 가지?' 이런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행복했다. 근데 너와 헤어진 이후로는 아니였다. 내가 아무리 그 순간들을 다시 돌이켜보아도 현재에는 나 혼자였다. 내 옆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눠줄 너는 없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을 일정들은 적을 필요도,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이제 내 달력에는 그저 회사의 업무만 가득했고 그 일을 반복한 것도 어느덧 몇 달째였다.
💕안녕하세요, 한여름의이브입니다 1편 가지고 왔던 것보다 2편이 많이 늦었죠 ㅠㅠ 뭔가 감정을 많이 담고 싶은데 그 방법을 고민하다가 늦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시는만큼 으쌰으쌰해서 서둘러 가지고 왔어요 여러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앞선 편들과 달리 이번에는 시점 이동이 여러 번 존재합니다 최대한 여러분들께서 읽으실 때 헷갈리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깔끔하게 담아보려고 했는데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이해가 어려우신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남겨주세요! 그 외에도 내용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들이라면 질문들 답해드릴게요 아 그리고 보통 제 글은 새벽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요! 신알신 항상 울리도록 해놓을테니까 푹 주무시고 다음날 와서 읽으셔도 좋아요 아무튼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곧 또 다음 편 가지고 찾아올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D
P.S. 그리고 암호닉에 관해서 여쭤보시는 분이 계셔서 글 적어보아요 혹시 암호닉 신청하고 싶으신 분들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많은 분들이 원하신다면 다음 편부터 암호닉 신청을 받아보도록 할게요 아직 부족한 초보 작가에게 암호닉 이야기까지 먼저 꺼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여러분의 댓글도 하나하나 다 꼼꼼하게 읽고 있어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