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그렇게도 좋은가.."
편의점에서 산 젤리를 한웅큼 손에 쥔채 뇸뇸 먹고있던 석류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에 맞춰 고개를 까딱인다.
운전을 하다가 힐끔 석류를 본 재욱이 그 모습이 귀여운지 살풋 웃으며 석류의 손을 잡았고
석류도 재욱의 손을 꽉 잡으며 말한다.
"에버랜드 가는 건 처음이라서 설레는데 또 더블데이트라니까 더 설레잖아요. 아저씨는 안 설레요?"
"재미있을 것 같아."
재밌을 것 같다고 대답하며 석류의 얼굴을 확인 한 재욱은 신호 걸림과 동시에 손을 뻗어
석류의 입가에 묻은 젤리에 묻은 신 가루를 떼어준다.
"그쵸 푸헿."
아아- 하며 젤리를 재욱의 입에 넣어주자, 재욱이 신지 얼굴을 찌푸렸고 석류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인상 쓴 재욱의 모습을 급히 핸드폰을 켜 찍기 바쁘다.
"엄청 시죠? ㅋㅋㅋ"
"어, 엄청."
"ㅋㅋㅋ아 귀여워.."
재욱의 볼을 잡아 댕겨 또 사진을 찍는 석류에 재욱이 무슨 엄마처럼 꺄꺄 거리며 사진찍는 게 웃긴지 소리내어 웃는다.
뭐만 하면 좋다고 사진 찍어 쟨..
"근데 아저씨 어제 새벽에 나갔다 왔어요?"
"응, 남길이형이 맥주 한캔 마시자고 해서."
"나가서 담배도 또 엄청 피고 왔겠구만?"
"딱 두개 폈다."
"뻥."
"진짠데."
"믿어주지 뭐."
"어유 감사합니다."
"얼마나 더 가야 돼요? 얼마나 더??"
"20분?"
"아, 빨리 가고싶다아. 일단 가자마자 점심 바로 먹고오~ 길거리 음식 먹고! 아아 뭐 먹지?"
운전대를 잡지 않은 남은 재욱의 손을 잡아 그대로 손등에 쪽쪽- 입을 맞춘 석류가 계속 흥얼거리고
재욱은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띄운다.
"아니? 싫은데. 내가 왜 집에 가."
"그냥 셋이서 놀테니까 그냥 집 가라구."
"신나서는 에버랜드 먼저 도착해서 구경하고고 있자 할 땐 언제고 덥다고 짜증을 자꾸 내냐.
난 검정 옷이라 너보다 더 더워."
"누가 검은 옷 입으래요?"
"나, 참.."
"아니 덥다 그러면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면 되지."
"아니 그래서 내가 음료수 사준다고 했잖아."
"아이스크림이 아니잖아요."
"아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냐?"
"ㅇㅇ."
"진짜 별.."
"뭐라고요?"
"아주 별나다고. 나 살다살다 이런 여자는 또 처음 만나보네."
"여태 만났던 여자들은 다 순둥이들이었나보네?"
"다 샹년이었는데요?"
"나도 나중에 그 샹년에 포함이 되는 건 아니겠죠?"
"조심하라고 그러니까."
"에라이."
"어 저기 석류 온다."
"어디."
"뻥인데."
"미쳤구나."
"진짜 석류다."
"어디."
"뻥인데."
"아요 진짜."
남길이 후.. 하며 마른세수를 하자, 예주가 낄낄 웃으며 남길에게 헤드락을 걸었고
남길은 더워 죽겠는지 쪄 죽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을 보았다가 저 멀리 손 잡고 들어오는 재욱과 석류를 본다.
"진짜 오는데 저기?"
"그러네?"
매정하게 바로 헤드락 풀어주고서 석류에게 뛰어가는 예주에 남길이 허.. 참나.. 하며 콧방귀를 뀐다.
어제도 봤다면서 보는 게 그렇게 반가운지 서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요란스럽게 인사하고
재욱은 자연스레 그 둘을 지나쳐 남길에게 다가와 말한다.
"더운데 식당 안에 들어가있지 왜."
"몰라. 들어가 있자니까 괜찮다고 할 땐 언제고 덥다고 얼마나 난리를 치던지.. 또 조폭 마누라도 아니고 얼마나 때리는지 몰라."
"때려? 형 맞고 살아?"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다니까."
"ㅋㅋㅋ 웃겨."
"그나저나 이 나이에 놀이동산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행이네 마흔엔 안 와서."
"그러게 남들 다 애기들이랑 같이 올 때 우리는 애인이랑 오네."
"그리고 뭐.. 요즘엔 더블데이트? 그게 그렇게 유행이냐?"
"그렇다는데.. 30대엔 잘 안 한다고 하더라."
"에휴."
"ㅎㅎ."
꺄아앙- 아직도 저 멀리서 신나서 방방 뛰고있는 둘을 본 재욱과 남길은 서로 눈이 마주치고 똑같이 한숨을 쉰다.
어째 시작부터 느낌이 좋지가 않은데?
재욱과 손을 잡고 걷고있는 석류.. 그리고 남길에게 팔짱을 낀 채 걷는 예주..
신나서 예주가 핸드폰을 위로 치켜 들고서 여기 보세요! 하자 다들 화면을 본다.
누군가와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는 것도 어색한지라 재욱과 남길이 두세 번 찍고 나서 지쳐서 한숨을 내쉰다.
"저거 탈래?"
"아 저거 막 어지러울 것 같아요. 삥삥 도는 거 싫어."
"야 놀이기구가 다 삥삥 돌고 그런 거지. 그냥 한 번 타."
"나도 삥삥 도는 건 싫더라."〈- 예주
"놀이기구 잘 탄다며."
"잘 타는데 어지러운 건 싫다구요."
"그럼 못 타는 거지 뭐."
"아니라니까아?!"
"어우 귀 아파! 왜 소릴 질러."
"아니라니까 자꾸 맞다고 그러잖아."
"그럼 저건? 저거 탈래?"
"안 타요. 저것도 어지러워."
"저건."
"저것도 어지러워."
"저것도?"
"어질."
"……."
"어! 츄러스 먹자! 김석류 츄러스 기기?"
또 좋다며 석류와 예주가 같이 츄러스 파는 곳으로 냅다 달려가자 그 자리에 덩그라니 남은 재욱과 남길..
남길이 어이없다는듯 허탈하게 웃으며 재욱에게 말한다.
"아니 이럴 거면 왜 에버랜드 오자고 하는 거야? 다 안 탄다고 하면."
"그냥 뭐 구경삼아 온 거겠지. 사진 찍으러 오는 애들도 많잖아."
"애인이랑 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난."
"나라고 뭐 아나."
아저씨 얼른 와요! 석류가 손을 흔들자 재욱이 고갤 끄덕이며 석류에게 다가갔고
남길은 혼자 아무 말도 없이 먹고있는 예주를 보며 그래도 귀여운지 피식 웃는다.
"맛있어?"
"맛있어요옵. 아저씨도 먹을래요?"
"아냐, 너 다 먹어."
"와 근데 사람 진짜 많다 그쵸.. 다 방학이라서 그런가봐.
사람 없을 때 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눈치게임 실패네에.."
"우리 둘만?"
"둘만은 좀 무리고오.. 그냥 이렇게 바글바글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않았으면 좋겠어요?"
"뉑."
너무 달달한 옆 커플 대화를 들은 예주가 힐끔 남길을 보자, 남길이 예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예주는 예상치도 못한 남길의 행동에 얼굴이 붉어져서는 저 앞에 유치한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거 타자 김석류!"
"저거쯤은 뭐."
"다 큰 아저씨들이 타면 좀 웃길 것 같은데에~?"
"ㅋㅋㅋㅋㅋㅋㅋㅋ아저씨들 먼저 태우고 사진 찍자."
"콜 ㅋ."
둘이서 작정하고 재욱과 남길의 등을 떠밀었고, 둘이 됐다며 고개를 젓자
예주가 흥- 하고 석류의 손목을 잡고 질질 끌고간다. 여봐 얼마나 재미없으면 줄도 안 길어요.
얼마 안 있어 재미있지도 않은 놀이기구를 타면서 소리지르는 둘을 보고 있었을까..
남길이 급한 전화를 받으러 가고, 재욱이 혼자 남아 웃고있는 석류를 팔짱을 낀 채 지켜본다.
금세 끝난 놀이기구.. 석류가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기구에서 내려와 재욱에게 다가갔을까.
그러다 재욱의 옆으로 다가온 여대생 무리중 하나가 재욱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저기요..!"
"……."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
"네."
"아.. 죄송합.."
"자기!"〈- 석류
자기이이! 하며 재욱에게 우다다다 뛰어 온 석류가 재욱에게 달라붙어 놓아주지 않자
번호를 따려고 했던 여자가 뻘쭘한 듯 얼굴이 붉어져서 도망간다.
처음으로 자기라는 애칭을 쓴 석류에 재욱이 신기한지 석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자기?"
"아니이! 아저씨 혼자 못 두겠다니까 진짜.. 한눈 팔고 있는 사이에 여자가 들러붙으니!!"
"그래서 불안해서 자기라고 불렀어?"
"그럼요! 아 진짜 확 그냥! 24시간 감시 해야겠다니까."
"ㅋㅋㅋㅋ 어우 내 스타일도 아니네요. 너보다 더 어려보이던데?"
"와 그럼 더 싫지! 어디서! 철컹철컹!"
"ㅋㅋㅋㅋ재미있었어?"
"아니요. 그냥 저것도 삥삥 돌기만 해.. 난 놀이기구는 롯데월드가 좋더라."
"하도 오래 돼서 기억도 안 나."
"하도 오래 돼? 누구랑 왔었는데요?"
"그냥 친구랑 왔었지~"
"친구 누구우~?"
"있어요 그런 게~"
"아 왜요. 말 하지이."
"친구랑 왔다니까 ㅋㅋㅋㅋ."
"아쒸."
"아쒸??ㅋㅋㅋ"
"아니 저기요.. 밖에 나와서까지.. 후.."〈- 예주
"앙~ 아니 근데 남길 아저씨는 어디가셨어요?"〈- 석류
"전화 받으러. 뭐 마실래?"
"아 무슨 저희가 돼지예요??"〈- 석류
"마실래요."〈- 예주
"나도."〈- 석류
동물들 구경하러 들어갔을까.. 박쥐들을 보고 예주가 말하길
"야 오빠 고추 물어! 물어!"
"내 고추를 왜 물어. 야 박쥐들아 정예주 가슴 물어."
"내 가슴은 왜 물어요."
"그럼 내 고추는."
"참나."
"네 가슴은 없어도 결혼 가능하겠지만 고추는 없으면 결혼 못 해."
"내가 해줄게."
"오빠 멋져."
"멋져?"
"멋져엉."
"어유 왜 저래..?"
그러니까 왜 저래.. 하며 석류가 푸흡.. 웃자, 재욱이 석류의 귀를 틀어 막아주고선 다른 곳으로 끌고가며 말한다.
"떨어져서 가자, 안 되겠다."
이렇게 놀이기구 딱 하나 타고 돌아다닌 것만 몇시간 됐을까..
아까 예주와 남길이 한 대화가 생각나는지 석류가 웃으면서 재욱에게 말한다.
"근데 나라면 진짜 남친이 고추 없으면 결혼 못할 듯."
"애 낳아야지.. 그치."
"근데 저 옛~날에 꿈이 뭐였는지 알아요?"
"뭔데."
"흑인이랑 결혼하는 거 풉킥."
"흑인? 왜?"
"고추 고추."
"고추 뭐."
"대물 대물."
"허..이고.. 꿈도 참.."
"왜요오. 나 큰 남자랑 해보는 거 소원이야."
"아, 내 걸로 성이 안 차?"
"아니이 아저씨도 짱이죠."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흑인이랑 해보고싶다아. 자궁 뚫려보고 싶ㄷ.."
"야.. 무슨 말을 어휴."
"장난이지이~"
"그래 작아서 미안하다."
"아니이 아저씨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삐진 듯 재욱이 다른 곳을 보자, 석류는 귀엽다며 재욱의 볼을 잡아당겼고
뒤에 둘을 보던 예주가 남길에게 말한다.
"팝콘 좀 사와봐요."
"판콘이 어디서 팔아."
"아니 그냥 한 소리잖아. 에버랜드에 뭔 팝콘이야."
"그냥 한 소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이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아 자아!!! 여기 앉아서 사진 한 번 찍자아! 아저씨들 둘이 앉아보세요!"
예주가 멈춰서서 분수대 앞을 가리키자, 남길이 잽싸게 달려가 분수대 앞에 앉아 브이를 했고
석류가 삐진 재욱을 보고 웃으며 '가서 앉아봐욬ㅋㅋ'하자 재욱이 터덜터덜 가서 분수대 앞에 앉는다.
"……."
"아니이 웃어요 아저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
석류가 사진 두 번 찍고서 재욱에게 우다다 달려가 와락 안겨서 볼에 뽀뽀를 하자
예주가 우욱- 하고 토하는 시늉을 했고, 남길이 흐음.. 하며 눈을 가린다.
재욱이 '하지 마시죠?' 하고 인상을 쓰자 남길이 예주에게 작게 묻는다.
"근데 쟤네 왜 저래?"
"석류가 고추 큰 남자랑 만나서 자궁 뚫리고 싶다고 했어요. 큰 남자 만나고 싶다고."
"와 나도."
"?"
"왜."
";;"
"뭐씨."
"나도 큰 남자 만나고싶다."
"응 못 만나~"
"아 왜 저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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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쓱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