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05
도경수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질투가 많았나?
월요일 전봇대 브라더스가 보낸 톡 이후에 수요일 오후,카페에 출근하는 지금까지, 도경수 씨에게서 톡이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뭐야 이씨, 나는 아무 톡만 오면 괜히 기대되고 막 막... 그랬는데...
잠시만 내가 혹시 도경수 씨를 기다리고 있는 거? 보고싶다는 그 톡이 좀 설레긴 했다만,
내가...내가.. 설마..
차 태워줬다고 관심은 무슨,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인가, 흥
나조차도 도통 알 수 없는 내 마음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카페 문을 열었다.
" 저왔어염 "
뿌우 'ㅅ'
기껏 귀엽게 인사하며 입장했는데 이모는 카운터에서 턱을 괴고 병 든 닭처럼 안쓰럽게 꾸벅꾸벅 졸고 계신다.
시집도 못 간 우리 이모..나라도 챙겨드려야지...
" 이모, 이모 저 왔어요 "
" ㅇ..으ㅏ? "
" 왜 이렇게 졸고 계세요. 그러다 도둑 들어와요 "
사실 이모를 흔들어깨우는 나도 카운터에서 많이 잤다.
" 저 왔으니까 스탭실 들어가서 주무세요, "
관리하는 사람이 두 명밖에 없는 카페에 스탭실이라니 이모의 해피해피 작업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
" 그럼 잘 부탁해 "
이모께서 하품을 하며 건네주시는 앞치마를 받아들었다.
으악 완전 더러워, 커피가루 위에서 구르셨나, 조만간 앞치마들 다 빨아야겠네
찝찝한 기분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가루가 이리저리 날린 머신을 한 번 쓸었다. 으악 완전 더러워!!!!!!!!!!!!!
진짜 이모!!!! 좀 청소 좀 하지!! 자기 카페면서!!! 머신이 한두 푼도 아니고,
이모한테 잔소리하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며 꿋꿋이 매장을 청소했다. 매장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더러웠다.
월요일, 화요일 그 이틀 안나왔다고... 카페에 손님이 없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이틀 동안 도경수 씨는 카페에 왔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음...
나는 아무래도 도경수 씨한테 관심이 있는 것같다. 나는 쉬운 여자인가 보다.
대체 언제부터일까?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문뜩문뜩 머리에 들어차는 도경수 씨,
퇴근 때는 볼 수 있을까?
저번 주 수요일에도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손님이 오질 않는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꿀인데, 이래서 임대료나 제대로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하도 사람이 없어서 그냥 읽씹만하고 말았던 또라이조 톡에 오랜만에 들어가서 노가리를 까기로 했다.
그렇게 세상에는 알 수 없는 병신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체감하며 노닥거리는데 이것들이 과제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더니 또 갑자기 카페에 오겠다고 징징거린다.
과제나 끝내고 와
교수니ㅣ이이ㅣ이임!!!!!!!!!!!! 왜 휴강을 하셨나요.........!!!!!!!!!
박찬열은 이 와중에 병신포텐을 터뜨려준다.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병신미를 터뜨리기가 쉽지않은데
설마설마 진짜 지금 강남까지 오지 않겠지,
울고 싶다.
퇴근시간에 도경수 씨가 카페에 들린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오세훈도 박찬열처럼 도경수씨를 경수형이라고 부른다. 도경수씨는 너네들이 제대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그냥 키가 존내 커보이니까 전봇대 브라더스라고 해주는 것 같던데
마음 같아서는 카페 문 걸어 잠그고 오늘 영업 끝났다고 하고싶지만 오기가 생겨서 도경수씨는 보고 집에 가야 할 것같아 전봇대들에게 아무런 답장을 해주지 못했다.
돈도 없으면서 무슨 강남까지 커피 마시러 온 대
" 훈이 왔어, 경수형은? "
" 경수형은 안 옴? "
손님 몇 분이 들린 사이 녀석들은 연락할 때 이미 출발 해 있던 건지 금방 그 희여멀건 한 얼굴들을 들이밀었다.
커피 마시러 온 거야, 나보러 온 거야, 도경수씨 보러 온 거야? 비록 내가 오라고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은근 섭섭한데 슈발...
" 안 왔으면 갈래? "
" 아니 기다릴래, 훈이는 오늘도 카라멜 마끼아또 마실 거야, "
" 나는 카페모카 "
카운터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 전봇대 브라더스와 아련하게 겹치는 지난날의 데자뷰, 혹시
" 너네 오늘도 아메리카노 값만 내고 먹게? "
"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월요일날에 왕돈까스도 사줬잖아 "
...반박 할 수가 없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표정으로 박찬열이 내민 돈을 받아들고 아메리카노 가격 두 잔을 계산했다. 내가 양심이 있어서 해주는 거지 절대 너한테 설득 당한건 아니야
괜히 당했다는 생각에 가자미눈을 뜨고 녀석들을 노려보다가 원두를 탬핑하기 시작했다.
" 야 ○○○, 2학년에 귀여운 여자애 한 명있거든, 걔가 나한테 관심 있는 거 같다 "
묵묵히 전봇대들이 일용할 양식을 창조하는데 헛소리가 들린다.
도끼병은 내가 아니라 박찬열이었나.. 김칫국을 냄비째로 들이키고 있네 한심,
" 너넨 그거 아냐 "
" 뭐? "
폰만 만지고 있던 오세훈이 내가 도경수씨의 대해 특급 비밀이라도 알려준다고 생각했는지 급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저거저거 지 연애는 안하고 남의 연애에 관심만 많아, 우유를 스팀 하려는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 내게 시선이 집중된 전봇대들에게 말했다.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 여자애들은 너네가 게이인 줄 알아 "
전봇대들은 내가 또라이조말고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사실 학교에서 나름 좋은 선배라고 불릴만한 사교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나다니다 보면 후배들하고 반갑게 인사하고 가끔 밥도 사주고 노가리도 까다보면 애들 사이에 도는 소문 정도는 우습게 알 수 있을 정도?
얼마 전에 후배들중에서 정보통으로 인기많은 여자애하고 밥을 먹었거든, 말해주더라고 여자애들은 너네가 맨날 붙어다녀서 게이인 줄 알아, 아마 그것때문에 관심을 가진게 아닐까?
" 이.. 이게 무슨..!! "
아 놀래라, 박찬열은 그 말에 침을 튀기면서까지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니 내가 게이를 욕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게이가 아닌데...나는 이성애자인데!!!!!!!!!!!!! 어떻게 걔네한테 그런 소문이 돌 수가 있냐, 정말 배신감 쩐다 "
무슨 거기에 또 배신감이야, 그냥 니네들이 딱풀 붙여놓은 것 마냥 안 붙어 다니면 되는 건데, 피식피식 실없이 웃으며 다시 커피 만들던 손을 움직였다.
" 뭐야,야! 오세훈 어디가! "
" 오지마, "
아무 말 안 하고 있던 오세훈은 어느샌가 조용히 걸어서 카운터에서 제일 먼 맨 끝 구석자리로 옮겨갔다.
" 허, 참 그래! 나도 됐다! "
그러면서 박찬열은 오세훈이 앉은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저게 무슨 신개념 지랄이지? 너네가 그렇게 테이블을 차지하면 손님이 못 앉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평일 퇴근시간 전 카페는 손님이 없다.
그냥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만들기로 했다.
" 경수형 언제 와, 경수형 보고 싶다 "
" 나도 경수형 보고 싶다.
둘이 앞으로 좀 떨어져 있겠다고 한게 언제더라...^^ 그새를 못 참고 둘은 몸에 자석을 붙였는지 같은 구석 테이블에 낄낄 거리며 앉아있다.
문뜩 시계를 올려보니 퇴근 시간이 다 됐다. 창밖을 봐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바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고, 손님도 한 명 두 명 많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 시간대에 오더니 오늘 도경수씨 야근이라도 하나
이러다 늦게 오면 자리에도 못 앉을 텐데
주문을 받고 멀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전봇대들 중에서 언뜻 눈이 마주친 박찬열을 손짓으로 불렀다.
" 왜, 경수형 옴? "
" 니가 좋아하는 경수형 자리 좀 맡으라고 "
카운터랑 가장 가까운 자리,
" 내가 왜? "
커피도 비싼거 만들어줬는데 배은망덕한 새끼가...
" 왜라니 경수형경수형 타령한 건 너잖아? "
" 근데 내가 왜 자리를 맡아? "
" 안녕하ㅅ...요"
박찬열이랑 얼굴을 맞대고 으르렁거리는데 딱 마침 웃으면서 들어오는 도경수씨의 표정이 굳어갔다.
아마 도경수씨는 저번에 전봇대 브라더스가 헛소리를 해서 내가 제 마음을 무시했었던 것 때문에 전봇대들에게 좋은 감정은 없을 것이다. 이건 마치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랑 꽁냥대던걸 걸린기분. 이상한 기분이다.
" ㅎ..하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네요 "
내게 걸어오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다정했지만 힐끔힐끔 박찬열을 의식하는 눈길은 녀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같다.
박찬열에게 넌 이제 끄져. 를 눈빛으로 보내주자 입을 삐죽이며 오세훈한테 간다.
" 아메리카노 한 잔 맞죠? "
익숙하게 그의 카드를 받아들고 긁으려는데 뒤에서 낯선 까만 얼굴이 하나 톡 튀어든다.
" 아뇨 두 잔이요 "
...누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까만 남자는 하하 웃으며 도경수씨한테 어깨동무를 한다. 도경수씨는 똥 씹은 표정이었다.
" 우리 같은 회사 동기에요. 우리 친하니까 내 커피까지 사주는 거지? 맞지 도경수씨? "
" 하하 그럼요, "
혹시 도경수씨는 저 남자의 빵셔틀이 아닐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흑, 요즘 회사에도 일진과 빵셔틀이 있다니... 리터소프트 그렇게 안봤는데...
" 오 마침, 여기 자리도 있네, 앉자 도경수씨 "
까만 남자는 박찬열 보고 맡아두라고 한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앉으라고 자리 남겨 둔 거 아니거든, 가만히 도경수씨가 앉는 것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커피를 내릴 수 있었다.
뽑은 에스프레소를 컵에 붓고 물타고 뚜껑까지 닫는데 마침 생각난 일요일날의 약속,
'그래도 수요일은 퇴근하실 때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때 서비스 완전 많이 드릴게요! '
아, 서비스, 뭐 드리지,
와플? 허니브레드? 전에 허니브레드 두 번이나 드셨으니까 와플? 아니야 전에 허니브레드도 제대로 못 만들어드렸는데, 끄응...
거기다 두 명...
일단 커피 식기 전에 드리고 생각해보자
트레이 위에 아메리카노 두 잔을 얹으니 기다렸다는 듯 도경수씨가 쫄래쫄래 카운터로 다가온다.
" 잘 마실게요 "
그러면서 조금 아쉬운 눈빛을 하는데 역시 일요일날 서비스 준다는 말을 잊지 않은 걸까
" 조금만 기다리시면 서비스 가져다 드릴게요 "
기억력나는 좋네, 어떻게 일요일에 지나가면서 한 말을 기억하지, 하지만 그가 원한 대답은 이게 아닌 것 같았다.
자꾸 뒤를 힐끔힐끔 보면서 의식하는데... 대체 뭐때문에
...
" 세훈아 너 존나 잘나왔다. 오미남이네 오미남, 이 카페 조명 쩌는 듯 맨날 올까 "
" 진심 나 개잘생긴듯,○○○는 이렇게 잘생긴 남자친구들 둬서 행복한 줄 알아야 돼 "
좀 꺼져라
"○○씨 친구들 또 왔네요 "
말투에서부터 저 불청객들은 또 왔네요. 라는 느낌이 팍팍 묻어난다. 그냥 오늘 카페 안연다고 할 걸
" 그러게요.. 또 왔네요.."
" 많이 친한가 봐요 "
아뇨!!!!!!!!!!! 저새기들과 저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멋쩍게 헤헤 웃어주었다.
" 부럽다 "
" 네? "
내 되물음에도 도경수씨는 도리질을 하고는 자기 자리로 가버린다. 뭐가 부럽다는 거지, 키가 큰거?
도경수씨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도경수씨와 알 수 없는 까만남자가 카페에 온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카페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가고 전봇대 브라더스와 도경수 씨, 까만 남자만 남아있다.
아까 허니브레드하고 와플에 머핀을 내어갔을 때에도 도경수씨는 아무말이 없었다.
톡으로 보고 싶다고까지 했으면서...!! 마음이 변한거야..!! 이래서 내가 연애를 안하겠다구...남자가 어? 이렇게 쉽게 변한다고, 어???????????
지금 당장 앞치마를 벗고 카페를 뛰쳐나가고 싶었다.
후- 깊게 숨을 뱉고 오늘 평일이라 사람도 없으니 좀 일찍 마감하자고 이모한테 졸라볼까 생각을 하는데 구석에 있던 전봇대들이 수군거리다가 눈치를 보며 일어난다.
오 가려나보다. 근데 왜저렇게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나오는지... 느낌이 영..
" 저기...ㅎ .. "
그대로 인사하고 카페로 나갈 줄 알았던 박찬열이 수줍은 소녀팬처럼 웃으며 도경수씨의 어깨를 톡 건드린다. 쟤네들 미친거아니야? 언제 알았다고
카운터에서 하품을 하던 나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봇대 브라더스가 어떤 병크를 터뜨릴까 가슴을 졸였다.
" ? "
전봇대들을 쳐다보는 도경수씨의 눈은 조금 앙칼졌다. 야 이샛기들으....대체 무슨말을 하려고...
" 저희가 ○○가 친군데 "
" 그래서요? "
어라,
오늘 도경수씨 기분이 안 좋으신가, 그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본거 같다. 내가 그의 마음을 오해했을 때에도, 대놓고 그를 슬금슬금 피해도 그는 항상 웃어줬는데,
찬열이와 세훈이에게는 애들이 기분 나빠할 만큼 날카롭다.
흥미로워진 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조용히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팝콘이라도 사올까
그런 도경수씨 기에 눌린 애들은 순간 웃음기를 잃었지만 곧 다시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냥 잘 부탁드린다구요!!"
븍츤열... 니가 뭔데 뭘 잘 부탁드려? 어이가 공중분해
전봇대들과 말이 없는 도경수씨 사이에 끼어있던 까만남자가 눈치를 보다가 곧 하하 웃었다.
" ○○씨 친구들? "
? 나 아세요? 저는 님 모르는데, 카운터에서 뛰쳐나가 날 언제 알았냐고 소릴 쳐야 하나
" 아,네! ○○가 저희 군대 면회도 왔을 만큼 친하거든요 "
조용히 있으라고 박찬열!!!!!!!!!!!
" 오 많이 친한가 보네,그래 동생들, 저녁은 먹었어? 하루종일 카페에 있었던거 같던데 "
저 사람 왕년에 전봇대 브라더스처럼 친한 척 좀 한 것 같다.
" 아뇨 아직, "
" 딱이네, 나 혼자 먹기도 뭐했는데, 가자, 우리 할 이야기도 있는 것 같고 "
" 할 이야기라ㄴ "
" 밥 살게 "
그의 한 마디에 전봇대들은 넋이 나가 형님 짱짱 을 외치며 카페를 나서는 까만남자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나한테 인사 한 마디도 없이, 다신 오지마 이 새끼들아
이제 홀에는 도경수씨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둘이 남아있던 적은 많았지만 오늘만큼 이렇게 어색한 적은 처음이다.
의미 없이 헛기침을 하고 설거지를 하려 뒤를 도는데
" ○○씨 "
날 부르는 도경수씨의 기분 좋은 저음이 귀에 박힌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는 시선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 이야기 좀 "
"... "
" 할 수 있을까요 "
갑자기 이야기라니, 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 이렇게 조용하게 말을 거는걸까,
아무런 대답없이 그냥 그의 곁에 다가갔다.
" 앉아요 "
아까보다 경직되어있었던 도경수씨의 얼굴은 조금 많이 풀려있었다.
최대한 의자 끄는 소리가 안들리게 의자를 살짝 들어꺼내고 앉을 때도 평소와 다르게 한껏 조신한 척 하며 앉았다.
이거 순 혼나는 상황같잖아.
꼬물거리며 허벅지에 올려둔 손가락을 보고있는데 그의 깊은 한숨이 귀에 닿았다.
뭐야... 불렀으면 말을 하지, 힐끔 눈동자를 굴려 그를 쳐다보자 딱 하고 눈이 맞았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 혹시 찬열군하고,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까? "
라며 심각하다는 듯이 한껏 미간에 주름을 잡고 말했다. 저러다가 젊은나이에 미간 주름 생길라
일요일 날, 차 안에서 전봇대 브라더스 중 눈 동그란 애가 박찬열, 잘 빗어놓은 빗살무늬 토기같이 생긴애가 오세훈이라고 알려줬더니 앞으로는 찬열군,세훈군이라고 부르려나보다. 할아버지같아
아니 이게 아니라,
" 네? "
제가 방금 개소리를 들은거 같은데
" 그러니까.. 찬열군에게 "
" ... "
"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냐구요 "
그게 무슨..!!
아까 박찬열이 자기가 게이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 심정이 이해간다. 대체 어디서 그런 미친 소리를..
" 아뇨!!!!!!!!!!? "
" 그럼 과거에 사귀었,"
이 사람이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내 반응은 박찬열과 또이또이,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자동적으로 스프링마냥 자리에서 튀어올랐다.
여기서 조금만 더 어이가 없었으면 천장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런거라면 지금 저는 사과나무를 심으러 가겠습니다!!!!!!!!!!!! "
" ... "
" 왜냐하면 내일 지구가 종말 할 거거든요!!!!!!!!!!! "
" 아, ㅎ , "
그는 연신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는건지 흫,헿,핳과 같은 호구같은 소리를 낸다.
" 흫, 그러면 군대 면회는, "
" 그건 그냥 쟤가 와달라고 콜렉트콜로 허구한 날 전화걸어서 다른 친구랑 같이 몇 번 가준건데....!!! "
" ㅎ, 친하다고 해도 너무 붙어있지는 마세요. "
붙어있으면 얼마나 붙어있었다고,차라리 여기서 울어버리면 저번에 내가 도경수씨를 달래줬던 것 처럼 도경수씨가 나를 달래줄까했지만
내 눈물샘은 하라는 일은 안하고 놀고 먹는 중이라 말을 듣지 않았다.
" 진짜 자존심 상하네요. 어떻게 제가 그딴 놈이랑 썸을 탄다고, 탈 사람이랑 타야지 "
" ○○씨가 아깝죠 "
" 맞아요, 제가 아깝, "
잠시만, 혹시 아까 자기 혼자 성질 뿜뿜 내고 박찬열한테 그래서요?이러면서 까칠하게 굴었던게,
" 도경수씨 "
나를 보며 베시시 웃던 그가 내 부름에 네, 하고 바로 대답한다. 무서울 지경..
" 혹시 박찬열한테 질투한거에요? "
" 네 "
뭐야...존나 당황;; 어떻게 저렇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가 있지, 나는 아 아니에요! 지..질투라뇻! 이러면서 당황 할 줄 알았는데.. (아쉬움)
입가에 있는 웃음을 지우지도 않은 채 의자를 싹싹 끌어다앉는 도경수씨는 모공까지 관찰하려는 듯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본다. ㅇ..여드름 났는데!!
" 도경수씨 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
" 좋아요 "
벤츠남이 이렇게 쉬운 남자였나... 나도 살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남자는 정말 처음인지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
" 내가 만약 도경수씨 싫다고하면 어쩌려구요? "
" ... 저 싫어요? "
도경수씨의 표정이 어째 아까 박찬열이 말을 걸었을 때 표정처럼 싸하게 변해갔다.
" 아니, 아니 그런건 아니에요 "
이 사람이 나 여러번 당황하게 만드네... 그하고 마주않아 이야기하면 2분꼴로 한 번씩 진땀을 빼게되는 것 같다.
근데 나도 싫진 않은 건 함정..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아랫입술만 자근자근 깨무는데 나를 다 관찰 한 도경수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오늘 마감 언제예요? "
" 음.. 글쎄요? "
왜 마감을 물어보고 그러지?, 데려다 주려궁~?( ͡° ͜ʖ ͡°)
김칫국 들이키기 장인마냥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는데
" ○○야, 마감하자 "
딱 스탭실에서 자고 나온 이모가 도경수씨와 내가 마주보고 앉아 부끄부끄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도경수씨는 동그래진 눈으로 이모를 쳐다보았고 나도 못볼 걸 보여준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 그냥 앞치마만 벗고가 "
이모 그런게 아니에요.
" 집에 빨리 들어가야한다. ○○야 "
그런게 아니라고요..!!
에이 무슨... 하며 살살 웃는데 도경수씨는 눈치없이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 데려다 줄게요 ○○씨"
이모에게 먼저 가보겠다고 인사를 하고 먼저 차를 빼놓겠다며 나가버린 도경수씨의 신이 난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이모를 보니 이모는 내게 덴티큐 인사와 함께 검지 손가락을 자신 입을 한 중간에 가져다 대며 비밀이라고 속삭이셨다.
이모는 단단히 오해를 하고 계시지만 여기서 괜히 더 난리치면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그냥 조용히 가는게 상책인것같다.
" ... 갈게요.. "
*
수요일 아침, 핸들을 잡은 경수는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오늘 카페에 그녀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도착해 입사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웃으며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내니 팀원들은 흠칫, 수근대기 바빴다.
하지만 경수는 상관없었다. 알게뭐야, 내가 간부되면 아무거나 트집잡아서 더 깔거면서,
" 도경수씨, 오늘 좋은 일 있어? 얼굴이 폈네 폈어 "
종인은 옆자리에 흥겹게 서류가방을 올려다놓는 경수에게 물었다.
지난 번 그녀에게 답장을 받은 뒤, 경수가 내색은 안하지만 종인에 대한 신뢰도가 부쩍 높아졌다.
" 네, 그런데 반말 하지 마세요. 김종인씨 "
하지만 기분이 좋아 웃으며 대답하는 경수의 단호박은 여전했다.
연애상담까지 해줘서 누구덕분에 애정어린 답장까지 받았는데 꽁알꽁알꽁알, 종인은 경수를 흘겨보며 연신 꽁알거렸다.
뭐, 그건 사실이었다. 종인덕분에 ○○씨한테 사랑스러운 답장까지 받아보고, 원래 자신의 성격같았다면 오늘까지 끙끙 앓으며 지냈어야 됬을지도 모른다.
곰곰히 생각해보던 경수는 감사의 의미로 종인에게 오늘 왜 기분 좋은지 말해주기로했다.
" 사실, 오늘 ○○씨 카페에 오는 날입니다. "
항상 종인이 파티션 옆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속닥거렸는데 오늘은 경수가 먼저 종인의 자리로 고개를 들이대 속닥거렸다.
종인은 키득키득 웃으며 수업시간에 몰래 떠드는 애들 마냥 고개를 숙여 말을 이었다.
" 정말? 점심에 가면 도경수씨의 여자 볼 수 있는거야,요?
" 오늘은 오후 타임이라서, 퇴근 때 가보려고 합니다. "
" 좋아, 나도 같이 가, 요 "
그렇게 경수는 싱글벙글, 웃음으로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사실 다른 남자같았더라면 제가 왜 같이 갑니까? 라며 톡 쏘아붙였을테지만 종인은 도경수씨의 여자라며 인정해줬기에 같이 갈 수 있던 것이다.
퇴근 후, 경수의 차에 탄 종인은 차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와 역시 회장아들이긴 한가봐,요 도경수씨 "
경수는 아직 존댓말이 입에 익지 않은 종인을 그러려니 하고 회사 바로 코 앞에있는 카페 주변 주차장까지 차를 몰았다.
사실 몰았다는 표현도 안어울리게 5분도 안되서 도착한 카페에 종인은 어리둥절해 했다.
" 저 카페야? 되게 가깝네, 빨리 들어가자, 궁금하다"
종인은 자기가 여자를 만나는 것 마냥 존댓말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는 경수를 재촉했다. 이때부터 경수 기분은 괜히 꽁기꽁기해졌다.
준수한 미모에 자신의 연애에 대해 상담도 해줄만큼 연애에 능통한 종인이 그녀를 꼬시면 어떡하지?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내리기 위해 문 잠금 장치를 해제하기 전, 경수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잔뜩 목소리를 깔고 눈을 쭉 째며 종인을 위협했다.
" 진짜, 보고만,가는 겁니다. "
스읍,하, 경수는 심호흡을 하고 카페 문을 열었다. 커피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너무 오랜만에 그녀를 봐서 심장이 멎는 걸 방지하는 차원이었다.
좋아 이대로, 부드럽고 멋지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야지
" 안녕하ㅅ... "
" ... 타령한건 너잖아? "
" 근데 내가 왜 자리를 맡아? "
" 요 "
박찬열, 아니 찬열군이었다. 그녀의 집에 데려다 준 날, 그녀는 전봇대 브라더스 중 눈이 동그란애가 박찬열이라고 했으니 저 남자는 박찬열군이 맞을 것이다.
근데 하필 왜 ... 저렇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말을 하고 있었을까,
그녀랑,
울컥,짜증이 치솟는다.
" ㅎ..하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네요 "
마음 같아서는 보고싶었어요, 라고 외치며 인사를 하고 싶지만..
" 아메리카노 한 잔 맞죠? "
짜증은 나는데 또 그녀가 웃으면서 말을 건내주니 좋고, 어떡하지, 일행 한 명 더 있는데, 이대로 입을 열면 말 실수를 하게 될 것만 같았다.
" 아뇨 두 잔이요 "
내가 우물쭈물 하고 있는 틈을 타 김종인씨가 고개를 내밀어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데려오지 말 걸,
오늘은 안 풀리는 날인가, 그녀는 다른 남자랑 얼굴 마주보며 이야기하고있었지 심지어 다른 남자까지 가세했지
이유는
○○씨가 너무 이뻐서,
너무 이뻐서 세상에 라이벌들이 너무 많다.
지금 날 쳐다보는 그녀가 너무 이쁘다. 짜증나는데 그녀한테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주변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그 남자들한테 짜증이 난다.
내 옆에 있는 김종인 씨의 눈 앞을 가리고 집으로 돌려보내고싶다.
" 우리 같은 회사 동기에요. 우리 친하니까 내 커피까지 사주는거지? 맞지 도경수씨? "
" 하하 그럼요, "
내 기분을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잔뜩 친한 척하는 김종인 씨,커피 사주고 돌려보내고싶다.
" 오 마침, 여기 자리도 있네, 앉자 도경수씨 "
경수는 등을 떠미는 종인의 손에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나한테 여자는 ○○씨 밖에 없는데 ○○씨는 왜 저렇게 남자가 많은 걸까?
" 도경수씨, 무슨 고민 있어?요? "
마치 자신은 모든 걸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종인이 얄미운 경수는 괜히 심통이 나 인상만 쓰고 테이블만 보고있는데 종인이 다시 한 번 더 물어왔다.
" 왜요, 내가 ○○씨 꼬실까봐? "
" 아닙니다. "
" 아니면 ○○씨한테 남자가 많아서? "
" 맞, 아닙니다. "
경수는 자신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화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차마 굳어있는 표정을 풀기가 힘들어 계속 표정을 굳히고있는데 종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전봇대 브라더스 중 찬열군을 힐끗 쳐다보았다.
○○씨 친구...
" ○○씨 내 취향 아니니까 걱정말고 걱정해야 할 건 쟤네들인데 "
" ... "
" 저기 눈 동그란애, 들어올 때 ○○씨랑 완전 붙어있던데 "
" ○○씨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습니다. "
그녀가 그랬다.
남자친구가 없다고, 그녀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을리가 없다.
" 그래도 둘이 친구라면 혹시 그 사이에 연인이나 썸, "
....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처음 박찬열군과 조우했을 때,
찬열군은 그녀와 헤어질 때 그렇게 인사했다.
' ○○야! 너가 만들어준 커피 오늘 진짜 짱짱맨이었어! 사랑해! 나 갈게 뿅! '
' 너가 만들어준 커피 오늘 진짜 짱짱맨이었어! 사랑해! 나 갈게 뿅! '
'너가 만들어준 커피 오늘 진짜 짱짱맨이었어! 사랑해!'
'사랑해!'
.....설마
" 아니, 말이 그렇다고, "
내 어깨너머로 카운터를 힐끗보더니 커피 나왔다며 테이블을 손 끝으로 톡톡 치는 김종인씨,
"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던가 "
" 잘 마실게요 "
김종인씨는 말로만 쉽게 가서 물어보라고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니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는다.
그녀가 왜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냐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지만 저 맨 구석자리,옛날 고정석에서 키득거리는 전봇대 브라더스들은 내 신경을 건들기에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 조금만 기다리시면 서비스 가져다드릴게요 "
망설이고 있는 내게 그녀가 서비스를 가져다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아닌데... 입이 떨어지든 발이 떨어지든 해야 뭐라도 할텐데, 아메리카노가 올려진 쟁반만 잡고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입에서 나온 말은
"○○씨 친구들 또 왔네요 "
" 그러게요.. 또 왔네요.."
" 많이 친한가 봐요 "
그래, 이번 도경수, 남자답지 못했다... 너는 자격이 없어... ○○씨와 만날 자격이...
잔뜩 기분이 씁쓸해지는데 많이 친하냐는 물음에 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이쁘게 지어보이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종인 씨의 말이 말만 그런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친하다는 것에는 긍정일 것이다.
○○씨가 친하다고 긍정한 전봇대 브라더스가
" 부럽다. "
진심으로
경수가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으니 빨대를 입에 물고 종인이 눈을 반짝거리며 경수에게 물었다.
" 물어봤어?요? "
" ...그냥 친하냐고 물어보니까... "
" 아니 왜 친하냐고만 물어봐요 "
" 이쁘게 웃었습니다. "
종인은 물고있던 빨대를 놓쳤다.
" 미안, 도경수씨,그건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
경수의 기분은 태양 바로 아래에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녹아갔다.
저기저 자리에 있는 전봇대 브라더스에 대한 원망만이 깊어져간다.
카페에 온지 꽤 시간이 흐르고 ○○씨가 서비스라며 디저트를 가져다주었지만 말도 못 걸겠고 웬일인지 기분이 쉽게 풀리지가 않았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씨는 찬열군과 썸띵이란 걸 타고있는 건지, 아니면 의외로 세훈군과?
이게 다 ○○씨가 너무 예뻐서 생긴 불상사다.
공식적인 남친이 없다면 빠르게 내가 그 자리를 채우는 방법밖에 없다.
" 에이 너무 그렇게 심각해 하지마 도경수씨, "
지금 안심각하게 생겼습니까,
" 내 생각엔 그냥 친한 친구 일 것 같은데, 그런거면 지금 도경수씨 질투하고있는거야 "
차라리 질투 였으면,
온 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축 늘어뜨리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힘없는 어깨를 툭하고 치는 느낌이 났다.
혹시 그녀ㄱ,
" 저기...ㅎ .. "
찬열군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찬열군은 엄청 컸다. 위압감이 들 정도로,
여기서 일어나지 않는게 좋은 판단일 것 같다.
" 저희가 ○○가 친군데 "
" 그래서요? "
○○씨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싶이 지금 매우 감정이 조절되지않는 상태라 말이 젠틀하게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찬열군에게 좋은 감정은 없기에 더더욱,
한편 말싸움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반항심이 우선이었다.
" 그냥 잘 부탁드린다구요!! "
잘 부탁드린다니, 결투신청인가?
차마 말이 안나와 빤히 찬열군과 세훈군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으니 김종인씨가 웃으며 나를 툭툭 치며 눈치를 준다.
뭐요, 뭐
" ○○씨 친구들? "
그래 김종인씨 그리고 멱살을 잡,
" 아,네! ○○가 저희 군대 면회도 왔을 만큼 친하거든요 "
군대 면회?
대학교를 다니던 도중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간 경수의 군생활에는 여자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 여자친구가 도시락 싸들고 군대 면회 오는 것만 구경했을 뿐,
또한 보통 군 면회는 가족아니면 여자친구들이 가주는게 일반적인 것이 아니던가,
경수의 멘탈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 오 많이 친한가 보네,그래 동생들, 저녁은 먹었어? 하루종일 카페에 있었던거 같던데 "
종인의 말은 경수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너무 멘탈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종인은 정신이 소멸 된 경수의 눈빛을 보고 다급해져 다리를 살짝 떨었다.
얘네들 여기 계속 있으면 도경수씨가 반실성 상태가 될 거 같은데,
" 아뇨 아직, "
" 딱이네, 나 혼자 먹기도 뭐했는데, 가자, 우리 할 이야기도 있는 것 같고 "
" 할 이야기라ㄴ "
사회초년생인 종인은 난생처음보는 키다리 동생들에게 곧 털릴 지갑에 쓴 웃음이 나왔지만 저런 상태로 있는 경수의 상태가 더 급했다.
그래,일단 얘네들을 여기서 데리고 나간 다음 생각하자, 밥 값은 일을 다 한 후 도경수씨가 알아서 해주겠지,
" 밥 살게 "
예상대로 전봇대 브라더스는 우와! 하며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그 괴성에 경수는 조금 정신을 차리고 종인을 쳐다보자 종인은 고개를 살짝 숙여 속삭였다.
" ○○씨하고 제대로 이야기하고, "
"...."
" 갚아, 도경수씨 "
어금니를 꽉 물면서 속삭인건 안비밀
전봇대 브라더스와 종인이 나간 후, 경수는 허공에 시선을 놓고 크게 한 번 목을 울렁였다.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하지,
머릿 속으로 수만번은 더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지만 마땅히 돌려말할 멘트가 없다.
이럴 때 김종인씨가 필요한데...
일단 먼저 말부터 걸어볼까
" ○○씨 "
뒤돌아 있던 그녀가 사르르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이쁘, 아, 정신차리자
" 이야기 좀 "
"... "
" 할 수 있을까요 "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오늘 내가 좀 쌀쌀맞게 굴어서 그녀가 싫다고하면 어떡하지? 나한테 화났다면?
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걸어와줬고 그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 앉아요 "
다리 아프니까
재수없는 명령조의 말투에도 순순히 앉아주는 ○○씨, 앉아요는 너무 강압적이였다.
앉아주세요, 앉을래요?, 앉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말도 많았는데 왜 앉아요라고 했지,
그 짧은 시간에도 경수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다가 문뜩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서 이제 말 할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고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다.
그래, 사나이 도경수, 준비됐다.
" 혹시 찬열군하고,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있습니까? "
그렇게 물어본 경수는 자신의 말이 빠르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기계음성처럼 단일한 높낮이로 물어보는 것도 웃길 지경이었는데도 말이다.
" 네? "
이런 가슴 아픈 질문을 또 해야한다니, 경수에겐 고역이었다.
"그러니까.. 찬열군에게 "
" ... "
"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냐구요 "
제발, 제발...! 경수는 눈을 질끈 감기 바로 직전으로 쫄아있다.
" 아뇨!!!!!!!!!!? "
나이스!!!!
그녀의 반응은 경수가 원하는 반응을 그대로 집어다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 관문은 아니니, 과거에 박찬열군의 군 면회까지 갔다온 걸로 보아서는 평범한 사이는 아닐 것, 이라는게 경수의 생각이었다.
" 그럼 과거에 사귀었,"
" 그런거라면 지금 저는 사과나무를 심으러 가겠습니다!!!!!!!!!!!! "
" ... "
" 왜냐하면 내일 지구가 종말 할 거거든요!!!!!!!!!!! "
아니... 이럴 수가... 나사에서 내일 지구가 종말한다는 발표는 없었다. 그럼 ○○씨는 사과나무를 안심으러가도 된다. 그러면 박찬열군과 과거에 연인사이도 아니었다는건데
" 아, ㅎ , "
괜히,
" 흫, 그러면 군대 면회는, "
" 그건 그냥 쟤가 와달라고 콜렉트콜로 허구한 날 전화걸어서 다른 친구랑 같이 몇 번 가준건데....!!! "
아하
" ㅎ, 친하다고 해도 너무 붙어있지는 마세요. "
질투나니까,
사실 그녀가 과거에 박찬열군과 사귀었다고해도 별 상관은 없었다. 다만 주위에 보이는 모든 위험요소들은 제거해야하는 버릇이 있어서,
거기다 만약 전남친이면 별 5개급 위험요소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 진짜 자존심 상하네요. 어떻게 제가 그딴 놈이랑 썸을 탄다고, 탈 사람이랑 타야지 "
그딴 놈, 박찬열군은 그녀에게 그딴 놈이다 ㅎㅎ
" ○○씨가 아깝죠 "
" 맞아요, 제가 아깝, "
당연히 ○○씨가 한참 아깝죠, 나한테도 과분한 사람인데
모든 고민도 풀렸겠다. 이렇게 얼굴도 가까이서 보겠다 기분이 날아갈거같다.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그냥 안면 근육을 놓고있는데 ○○씨가 내 이름을 불렀다.
" 도경수씨 "
"네"
" 혹시 박찬열한테 질투한거에요? "
" 네 "
그녀는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도 잘 알까, 역시 좋은 인연 답다.
우리는 아마 사주를 봐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주로 나올 것이다.
" 도경수씨 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
" 좋아요 "
너무 좋아한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는데, 내 마음은 절대 위대한 한글로도, 이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 될 수 없다,
" 내가 만약 도경수씨 싫다고하면 어쩌려구요? "
... 싫다고하다니요?
" ... 저 싫어요? "
" 아니, 아니 그런건 아니에요 "
○○씨는 장난도 짓궂다. 그런 면도 좋아.
톡에서 그녀도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답장을 한 후로 그녀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왜냐하면 우리 둘 다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니까,
단지 그녀는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겠지?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물론 오늘도
" 오늘 마감 언제예요? "
○○씨를 데려다주고 싶지만 이 카페의 마감시간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이모님께서 그냥 하고싶을 때 하는 것 같다.
" 음.. 글쎄요? "
그게 10시라도 데려다줘야지,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가 이쁘ㄷ
" ○○야, 마감하자 "
벌컥, 안쪽에서 문을 열고나오는 이모님, 전봇대 브라더스가 다시 돌아온줄 알았다.
비록 찬열군이나 세훈군이랑 전남친, 썸띵이 있는 사이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모님은 잔뜩 부은 눈으로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더니 사람 좋게 웃어보이셨다.
"... 그냥 앞치마만 벗고가 "
앗, 마감이다, 오늘은 좀 이르네
그래도 빨리 그녀를 데려다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 집에 빨리 들어가야한다. ○○야 "
아무럼요, 이모님, 저한테 맡기세요 .
" 데려다 줄게요 ○○씨"
확실하고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
집에 들어오고 꽤 시간이 지나니 또라이조 톡이 시끄럽다.
도경수 씨인줄 알았는데
번역
오늘 찬열이 경수형 무서웠어 ㅠㅠ
막막 열이보고 그래서요 라고 화내구
슬퍼
근데 졸인이형 좋아
착해
까만남자 이름이 졸인인가보다.
특이한 이름이네
무튼 졸인씨 힘내세요
전봇대들 꽐라되면 힘들 걸
그녀가 너무 이뻐서 남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도경수 X 박찬열과 엮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할 뿐 아무 생각이 없는 카페노예
착한 종인이 형이 좋은 전봇대 브라더스 ♡> 밥 값 오질나게 드는 전봇대들과 연애고자들 때문에 고생하는 김종인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여러분들, 저 정말 한대 치고 싶어하시는 거 알아요..ㅎ... 늦게 온데다가 노잼이라니
이번 편은 정말 쓰면서 하ㅠㅠㅠㅠㅠㅠㅠ 노답이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스토리 라인은 다 짜놨는데 이렇게 작은작은 사건을 혜자분량으로 쓰려고 하니 답이없네요 답이 없어 하하하ㅏ하ㅏㅏㅏ하ㅏ ㅏ그래도 오늘 편에서 주목 하실 점은 종인이와 전봇대 브라더스의 조우와 여주의 관심이 확실해졌다는고?>ㅎㅎㅎㅎㅎ
목요일이에요, 오전 1시가 거의 다되어가네요. 졸리네요...핰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멘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종인이와 전봇대브라더스의 술자리는 다음편에 작게 쓸테니까 기대해주세요!!! 이제 곧 주말이니까 독자님들도 저도 힘쇼!!!!!!!!!!!!!!!!!!!!!!!!!!!
진짜 빨리오도록하겠습니다. 유독 이번편만 쓰기 힘들었네요... 싸라해요 독자님들!!! 강남 사는 도부자 계속 사랑해주세여!!!!!!!!!!
님들 댓글 진짜 완전 흑 진짜 감덩이었어요. 그런 관심 너무 좋아요!! 관심 싸라해요!!!!!!!!!!!!!!!!!!!여러분들 싸라해요!!!!!!!!!!!!!!
(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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