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2호의 그 남자 - Special Episode
_ 메리크리스마스
“아저씨 눈. 눈. 눈 왔다구요!”
그의 집 문을 쾅쾅 두드리자, 그는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된 듯, 내가 선물한 수면 잠옷 차림으로 나와 문을 열었다.
다 뻗친 머리에,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나온 그에게, 나는 눈이 온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는 춥다는 듯 문틈으로 배꼼 얼굴을 내밀고, 자신의 팔을 감싸며 햇빛에 부신 눈을 깜빡였다.
“밤 새 눈 엄청 왔나 봐요, 지금 이렇게 쌓였어요.”
눈을 뻐끔 뜨고 잠이 덜 깬 건지, 얼굴을 구긴 채 나를 보는 그를 개의치 않고,
나는 눈이 어마어마하게 왔다며 양손으로 눈이 쌓인 높이를 만들어보였다.
그는 그제야 나를 보며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듯 툭툭 치고는, 목에 두른 머플러를 고쳐 매주었다.
“얼어 죽어어, 치마 너무 짤바....”
“아 진짜 아저씨스럽다. 요즘 이 정도는 다 입거든요.”
“안 돼애, 감기 걸려어”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아저씨 지금 저 알바 늦었어요.”
걱정스럽게 나를 보는 그를 뒤로하고, 급하게 휴대폰 액정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던 그는 문고리를 잡은 채 대강 슬리퍼를 신더니 복도로 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조금 이따가 같이 눈사람 만들어요.”
“눈싸람?”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재빨리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는 잠시 고심하는 듯 하더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조금씩 닫히는 문이 다시 열리고, 그는 내게 몇 시에 끝나냐고 물었다.
“점심 때 돌아와요. 왜요?”
“밤에 같이 갈 때 이써”
의아한 내 표정에 그는 씩 웃었다.
그가 버튼에서 손을 뗐고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더니,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내게 손을 흔들었다.
#
새벽 같이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트리재료를 잔뜩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케이크와 무알콜 샴페인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그를 불렀다.
“이게 다 모야?”
그는 거실에 잔뜩 놓인 봉지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트리재료요. 이거 진짜 해보고 싶었어요. 아저씨랑”
그는 어느새 내 옆에 주저앉아 박스에서 트리를 꺼내 나뭇가지를 곧게 펴고 있었다.
나는 재료가 가득 든 봉지에서 얼른 루돌프 머리띠를 꺼내 그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 위에 씌웠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이게 뭐냐고 머리띠를 잡아 끌어낸 그는 내게 핀잔을 주었다.
“이거 완전 애기들 하는 거”
나는 그에게 한번 만 써달라고 애원 아닌 애원을 했다.
“......알게써”
체념한 듯, 내 앞에서 목을 빼고 씌워주기를 기다리는 그가 너무도 귀엽게 느껴졌다.
루돌프 머리띠는 정말이지 그와 잘 어울렸다.
“아저씨, 진짜, 장난 아니고 너무 잘 어울려요.”
루돌프 머리띠를 쓰고 있는 그를 보고 큭큭 거리며 엄지를 들자,
그는 툴툴거리면서도, 머리띠는 절대 건들지 않고 계속 쓰고 있었다.
“아저씨, 우리 인증샷 딱 하나만 찍어요.”
“싫어어.”
휴대폰을 들고 그를 찍으려는 내 쪽은 보지도 않고, 그는 트리에 장식을 다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아기자기한 건 질색일줄 알았는데, 그는 별 장식을 들고, 어느 곳에 달지 꽤나 고심하고 있었다.
“아아아 아저씨, 한번 만요.”
그의 팔을 잡고 흔들자, 그는 얼굴을 구기며 카메라를 봤고, 나는 손으로 꽃받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비웃듯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그는 이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꽃받침을 했다.
한번만 웃어달라는 말에, 씩 웃고는 내가 사진을 찍자마자, 오그라든 다는 듯 쭉 편 열 손가락을 접어버렸다.
“아저씨, 행복해요?”
“응?”
한창 트리 장식을 달다가 의아한 듯 나를 보는 그.
턱을 들고 나를 쳐다보는 그의 예쁜 쌍커풀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넋을 놓고 그의 얼굴을 조목조목 보다가, 그냥 웃으며 고개를 흔들어버렸다.
“아니에요.”
“.....너느... 행복해애?”
“음.... 엄청”
트리는 제법 예쁘게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전구를 다 두르고, 그가 연결된 선을 콘센트에 꽂으려고 할 때, 나는 그를 제지시켰다.
“스탑 스탑!!”
“왜애”
“이건 나중에. 아저씨 우리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눈사람 만들러 가요.”
그는 내 말에 시계를 흘끗 보더니, 한 시간이면 충분하냐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그는 제법 두꺼운 목도리를 목에 칭칭 감고, 코트 깃을 여미며 나왔다.
바깥은 제법 추웠는데, 다행히도 간밤에 내린 눈은 얼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린 꽁꽁 무장한 채 오피스텔 앞으로 향했다.
“후우”
그새 코끝이 빨개진 그가 춥다는 듯 손을 감싸며 입김을 냈다.
앞서 걷는 그 뒤로, 나는 한쪽 손에 눈 뭉치를 숨기고, 살며시 다가가 그의 팔짱을 꼈다.
“아저씨 너무 좋다.”
평소에도 그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응? 하고 되묻는 표정을 자주 짓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그의 표정이 좋아 쌩긋 웃으며,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는 씩 웃더니, 금세 허리를 숙이고는 바닥에 있는 눈을 쓸어 내 얼굴에 흩뿌렸다.
“아!!! 아저씨!!!!!”
“너어 손에, 다 보였어어”
언제 내 손에 있는 눈 뭉치를 봤는지, 그는 나를 향해 눈을 뿌리고는 재빠르게 도망가 버렸다.
달려가는 그의 코트 위로 눈을 명중시키고는 나는 재빨리 눈 뭉치를 다시 만들어, 그를 향해 뛰었다.
그는 멀리서 이미 양 손에 눈 뭉치를 들고 제법 여유롭게 웃으며,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으아!!!!!!!!”
그를 쫓아 뛰다가, 얼어붙은 눈에 미끄러져, 나는 대자로 꼬꾸라져버렸다.
안 속는다고 끅끅거리며 웃던 그는, 내가 일어나지 않자 놀라서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그는 손에 든 눈을 버리고 내쪽으로 다가와 괜찮냐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 눈에 누운 채로 웃어버렸다.
“괜찮아? 안 다쳤어?”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땅을 짚으려는데 왠지 심상치 않다.
오른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땅에 닿자 욱신거리는 손 감각에,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나 오른손이 이상해요.”
그는 놀란 듯 내 오른손을 살폈고,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는 손을 보더니, 놀라서 병원에 가야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 문 안 열었을텐데....”
“이거어. 빨리이 병원 가야 해. 부러졌나봐아”
양손으로 내 오른쪽 손을 조심스레 잡고, 너무도 심각하게 변해버린 그의 표정에, 나는 도리어 미안해졌다.
“아저씨 괜찮을 것 같아요, 그냥 살짝 삐끗 했나 봐요. 금방 가라앉을 것 같아요.”
“아니, 병원 가야돼애. 왜냐면 손 더 커지고 있어.”
괜찮다며 손을 빼 코트 뒤로 손을 숨기자, 그는 내 팔을 끌어당겨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내 오른손을 확인했다.
내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급하게 오피스텔에 올라가더니, 그는 지갑을 들고 내려왔다.
그리고는 나를 끌고 단지를 돌아 나와 택시를 잡았다.
#
“어휴, 접지른 정도가 아니라 중수골이 골절인데요”
응급실은 북적였다. 진료를 받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엑스레이 사진을 걸어 놓으며,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손바닥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엑스레이 사진과 내 손을 몇 번이고 번갈아 쳐다봤다.
팔꿈치 밑까지 깁스를 하고 나오자, 허탈한 듯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 미안해요. 내가 괜히...”
응급실 앞에서 그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흔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괜찮다고 했다.
자못 진지한 상황인데도,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는 나를 보고 피식 웃다가, 놀란 듯 시계를 확인했다.
“.....늦었다.”
“뭐가요?”
“예약했는데에. 우리 처음 크리스마스니까.”
근사한 저녁을 사주고 싶었다며, 아쉬워하는 표정의 그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 졌다.
“아저씨. 미안해요. 진짜. 내가 눈사람 얘기만 안했어도....”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흔들고는, 내 머리를 재차 쓰다듬었다.
택시에서 내려 단지를 걸어오는 길, 또 다시 내리는 함박눈에 그와 내 코트 깃에 제법 눈이 쌓였다.
현관 앞에서 그는, 내 옷과 머리에 쌓인 눈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아.. 진짜 크리스마스이브를 내가 망쳐버렸어요. 아저씨 미안해요. 우리 아무것도 못했어요. 식사도. 눈사람도.”
“괜찮아. 왜냐면 다음에 두울 다 할 쑤 있어.”
그는 고개를 흔들고는 깁스한 팔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집에 도착해, 그는 내게 잠깐만 기다리라 했다.
나를 식탁에 앉혀놓고, 그는 냄비를 꺼내 급하게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계란까지 풀어넣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저씨, 우리 비오는 날, 처음 같이 라면 먹었던 거 생각난다.”
내 말에 그도 피식 웃었다.
“너어 완전 겁이 없어. 여자가 막 자기 집 들어오라고오 하고.”
“그날 아저씨가 나 되게 이상한 여자애로 봤던 거 기억난다.”
그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나, 라면 한동안 못 먹었어요.
냄비채로 끓인 라면을 보면, 마음이 자꾸 아픈 거예요.
친구들은 나보고 미쳤다고 했는데, 나는 진짜 못 먹겠더라고요.”
이제야 늘어놓는 푸념. 그를 다시 만났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
예전에는 마음에 담아두고 영영 잊어버리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식탁에 앉아 그에게 늘어놓을 수 있음에 나는 더 없이 감사했다.
라면이 익을 때 까지, 나는 신나게 그간의 일상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땐 정말이지 심각했다고, 아저씨도 빗속을 좀 걸어봐야 한다고.
계속 된 푸념에 그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다시 이렇게 같이 앉아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웃어 보일 즈음,
그는 냄비를 들고 간이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가 무심결에 가져다 준 젓가락을 들고 왼손으로 몇 번을 낑낑거리며 면발을 집어보려 했지만, 젓가락은 자꾸 손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는 안 되겠다며 주방에서 포크를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떠먹으라고 포크로 시늉을 하는 그를 보고 나는 정말이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팔에 깁스를 한 채로 끅끅거리는 나를 보고 그는 당황한 채, 나를 보고 재차 물었다.
“왜애”
“니 쩌꺼 뻔딴. 아저씨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요? 예전에 중국어 공부할 때. 아저씨야 말로. 눈치 없어.”
의아한 듯 나를 보는 그에게, 나는 아, 하고 입을 벌렸다.
그는 민망한 듯 웃더니, 내 젓가락을 가져가 라면면발을 감아, 내 손에 다시 젓가락을 넘겨주었다.
나는 눈으로 그를 흘기며 아슬아슬하게 왼손으로 젓가락을 잡고는 라면을 먹었다.
그는 작은 그릇을 가져와 국물과 면발을 뜨고, 포크를 챙겨주었다.
우리는 이전에도 그랬듯, 국물 하나 남김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그가 달그락 거리며 설거지를 마친 후, 우리는 함께 거실 창가에 놓인 트리로 향했다.
“아저씨, 잠깐만요.”
나는 매직을 가져와 그에게 깁스한 팔을 들이밀었다.
한국에서는 빨리 나으라고 깁스에 낙서를 한다고 하자,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매직으로 중국어 몇 글자를 남겼다.
나는 그에게 깁스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 줄 아냐며, 빨리 뜻을 해석하라고 보챘고,
그는 내 깁스한 팔을 잡으며 짓궂게 비밀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큰 거실 창밖으로, 함박눈은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거실 불을 끄더니, 트리에 다가갔다.
나와 눈을 마주치며 어설픈 발음으로 하나, 두울, 세엣 외친 그는 전구 콘센트에 연결했다.
노란 불빛이 창가에 일렁였고, 그의 얼굴에도 노란 빛이 드리웠다.
반짝이는 트리 불빛에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함께 박수를 쳤다.
나는 한쪽 구석에 세워진 기타를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그와 붙어 앉아 그에게 오른 손으로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의 오른손에 피크를 쥐어주고,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리는 법을 알려주자,
그는 박자에 맞춰 머리를 끄덕이며 오른손으로 꽤 열심히 기타 줄을 쓸었다.
나는 왼손으로 코드를 잡았다.
그의 오른손과 내 왼손으로, 우리는 어설프지만 꽤 연주다운 연주를 했다.
익숙한 선율에 그는 놀라며 나를 쳐다 봤다.
“계속 해요.”
그는 계속 피크로 기타 줄을 쓸어내렸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메이요우 이디엔디엔 팡뻬이....”
그도 어느 새 함께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고, 우린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거 진짜 많이 연습했는데, 결국 포스트잇에 노래 제목 적는 걸로 끝났었잖아요. 워더거셩리.
지금 진짜 꿈같다.
꿈에서도, 아저씨랑 이렇게 같이 노래 부른 적은 없었는데“
그는 피식 웃더니, 한 참이 지나 말했다.
“아까 낮에, 행복하냐고 했지이. 이거, 내 답.”
깁스위에 적힌 중국어를 가리키며 뿌듯한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이거 무슨 말인지, 행복하다고. 나도오. 너 때문에.”
창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렸다.
나는 그의 어깨에 기댔다, 따뜻한 온기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마룻바닥에서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있었다.
그는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려다가 오른손 깁스 위에 적힌 중국어를 보고, 나는 간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는, 날아갈 듯 기뻤다.
크리스마스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창문 밖, 세상은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겨울 바람이 거실을 채웠다.
일어나서 한손으로 어설프게 이불을 개고, 고양이 세수에 양치를 했다.
금이 간 오른 손을 핑계로, 오늘 아침도 그와 함께 먹을 생각에 나는 공중 위를 나는 듯 마음이 들떠버렸다.
콧노래를 부르며 대강 머리를 정리했다.
문고리를 잡고 몇 번이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되뇄다.
대강 문 앞에서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열다가 문 앞에 놓인 묵직한 형체에 깜짝 놀랐다.
“어머.”
현관 문 앞에 서 있는 새하얀 눈사람.
루돌프 머리띠를 쓴, 그와 닮은 귀여운 눈사람.
나는 현관문에 기대 한참이나 웃어버렸다.
마침 그가 옆집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이거 만드느라 죽는 줄 알아써어. 손 다 얼어써어“
빨개진 그의 열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빤히 그를 바라보다, 눈사람을 지나쳐 그에게 달려갔다.
시린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외투 위로, 그를 와락 안았다.
“아저씨,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