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겹, 두 겹 케이크의 달콤한 크림이 얹어지듯 도경수의 달콤한 거짓말도 화려함 하나 없이 초라했던 과거를 덮기 위해 쌓여갔다. 그리고, 화려한 케이크가 완성 됐다. 거짓말은 어릴 때, 중학생 때 즈음이였을 거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각자 삶을 위해 서로 경수 양육권을 넘기느라 급급할 때 경수는 이미 애정을 갈구하는 그 이상이였다. 왜소한 체격, 소심한 성격으로 왕따 그 이상의 치욕까지 당하고 도경수는 치졸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죽이고 싶었다. 인터넷 채팅창, 익명이라는 특성을 가진 그 곳에서 경수는 화려했다. 처음엔 사소한 지역으로 거짓말을 하더니 날을 거듭 할 수록, 해를 거듭 할 수록 그 달콤한 거짓말은 더욱 화려하게, 더욱 정교하게 도경수를 장식했다. 성인이 된 도경수는 서울 고급주택에 사는 명문대 경영학과 휴학생, 아버지 외교관 어머니 복지사업 누나 버클리 음대생, 그야말로 아주 화려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도경수의 거짓말은 너무나도 아릅답고 정교해서 진짜보다 더욱 진짜 같아 보였다. 꾸며진 도경수의 외관 또한 아주 아름다웠다. 그 덕에 도경수는 변백현이라는 애인 또한 자기 곁에 두게 되었다. 평범한 패션 디자인과 학생에 만족한 이유는 애정을 갈구하던 경수에게 딱 들어 맞는 조건이었다. 아껴주고, 웃어주고, 본연의 자신을 좋아하는 딱 그런 스타일이 백현이었다. 다른 사람과 달리 화려하게 꾸며진 자신의 집안을 확인하려 들지 않아 귀찮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만족감도 잠시, 그 애정마저 지루함을 느꼈다. 권태로워진 경수는 다른 스타일의 애정을 갈구했고 또다른 거짓말로 자신을 쌓아 백현과 멀리 하고 화려한 삶을 사는 탑 배우 김종인과 만남을 시작했다. 응, 백현아. 나 어머니 복지 사업 돕는다고 바쁠 거 같아. 한 세달? 너무 무리해서 하지말고. 피곤하면 연락 쉬엄쉬엄 해. 기다리고 있을게. 경수야 사랑해. 응, 나도. 백현이를 놓치긴 싫었는지 짐짝에 백현이를 버려 두진 않았다.너무 달아 한 번에 다 먹기 힘든 초코 과자처럼 경수에게 백현이는 그런 존재였다. 종인이와 만남이 잦아 지고 백현이는 과제 하면서 동기 친구들과 어울렸다. 경수가 종인이 집에서 불 태울 때 쯤이면 백현이는 과제를 하거나 친구인 찬열이와 술을 마시며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게 둘의 일상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백현은 찬열이랑 술잔을 기울이며 경수 없는 밤을보내고 있었다. 야, 나 게이다. 찬열이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뭐 그렇겠지. 그런가보다 하는 표정으로 닭똥집을 씹었다. 애인은 예쁘냐? 뭐야, 존나 놀랄 줄 알았는데. 어, 겁나 예뻐. 옆에 Y대 경영 휴학하고 부모님 사업 도와. 아버지는 외교관, 부모님은 버클리. 사진 보여줄까? 백현이는 조잘조잘 경수 자랑을 늘어 놓았다. 찬열이는 감탄사를 쏟아 부으며 갤러리를 뒤지는 백현의 손에 시선이 머물렀다. 찾았다. 존나 예쁘지? 도경수야. 내가 누가 채갈까봐 잘 안 보여주는데 넌 누나 킬러니까 안심하고 보여준다. 박찬열은 술잔을 내려놓고 손등으로 입을 쓸고 손을 뻗어 백현의 폰을 채간다. 경수의 사진을 본 찬열이의 표정은 백현이 커밍아웃 했을 때 보다 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야 왜 존나 예뻐서 말이 안 나오냐? 내꺼야 새끼야. 누나 킬러 그거 하나만 해. 아니, 씨발. 걔 나랑 중고딩 동창인데... 저 말을 시작으로 경수의 과거가 찬열이의 입에서 낱낱이 나왔다. 애써경수가 쌓아 놓은 케이크의 크림이 산산히 녹아 내리는 순간이었다. 쟤 존나 찌질했어 부터 아버지 도박꾼에 누나 홍등가 창녀에, 어머니는 도망가고 쟤는 왕따에 대학도 안 갔어 까지 겁탈 내용 빼곤 모든 걸 늘어 놓은 찬열이었다. 백현이는 그런 찬열의 말을 잘랐다. 그만해라. 대학 생활 3년, 처음 보는 백현의 정색이었다. 찬열이는 말을 멈췄다. 네 걱정해서 말하는 거야 새끼야. 경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고 다니면 친구고 뭐고 니도 감방에 처 넣을 줄 알아. 술 맛 다 버렸다. 니가 내라. 백현이는 져지만 챙겨 집으로 갔다.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에 집으로 가는 길에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러번 단조로운 컬러링 소리가 들리더니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종인이랑 거사를 치르는 중에 받은 경수의 목소리는 일 하느라 지친 목소리랑 비슷했다. 나 바빠. 2일만에 첫 대사였다. 경수야, 할 얘기가 있는데 내일 잠시 볼 수 있을까? 경수는 조금 불안함을 느끼곤 계속 제 몸을 간지럽히는 종인의 짖궂은 손을 제지하고 휴대폰을 고쳐 들었다. 무슨 얘기? 화난 거 있어? 미안, 백현아. 내가 좀 바빠서. 많이 화났어? 아냐, 그런 거. 그냥 보고 싶고 할 얘기도 있고. 잠시도 안돼? 음, 내일 점심 때 쯤 자주 가던 카페에서 보자. 내일 연락할게.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사랑해. 응. 잘 자. 쪽. 백현이는 그래, 아니겠지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꿈에서 하는 경수와의 데이트도 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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