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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온다…”




우산 들고 갔어?’





갑자기 내린 소나기였다. 퇴근인데, 퇴근에 들뜬 마음도 모르고 주륵 주륵 내리는 소나기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집에 있는 제노도 천둥 번개 소리에 비를 알아챘는지 전화가 왔다. 전화기 다정한 목소리에 기분이 한결 나아져서 괜히 솔직하게 투정 부리게 됐다.




아니, 아침에는 맑았잖아작은 우산 하나라도 들고 올걸.”




괜한 마음에 백팩을 뒤적거려봐도, 나오는 것이라곤 며칠 사먹은 음료 영수증 뿐이였다.




데리러 갈까?’




아니, 맞는거 안좋아하잖아. 집에 있어.”




그래도, 맞고 와야하잖아.’




소나기라 버스 타고 도착할 쯤이면 그쳐있을거야, 걱정 . 집에서 맛있는거 만들어놓고 기다려, 알았지?”





걱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되려 괜찮은 , 아무렇지 않은 대꾸했다. 평소라면 먼저 데리러 있겠냐고 물었겠지만, 두달만에 받은 휴가인데 밖에 나오기 싫어하는 제노를 나오게 하긴 싫었다. 이번 휴가가 끝나면 다음 휴가는 연말도 지난 내년일텐데. 나름의 배려였다. 버스를 타고 40 정도는 가야하기 때문에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그때쯤이면 그쳐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오늘 하늘은 편이 아니였다. 평소에는 40, 늦으면 한시간 정도 걸리던 길이 20분만에 도착했고, 20 새에 비는 굵어져 천둥번개가 치며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 , 망했다. 밖을 보니 절로 말이 나왔다. 뛰어서 집에 간다고 해도 젖어 있을거고, 지금 백팩 안에는 젖으면 안될 전자 기기와 서류들이 잔뜩이였다. 할수 없지, 버스정류장에서 전력질주로 뛰어갈 생각을 하며 백팩을 앞으로 맸다. 버스가 정차하고, 문이 열리자 마자 뛰어내린 앞에 보이는 인영만 아니였다면.



제노야!”




왔어? 시간 맞아서 다행이다.”




우산 하나를 쓰고, 하나를 들고 앞에서 생글 생글 웃으며 팔을 뻗는 사람. 오늘 아침 출근할 때만 해도 눈이 안떠진다며 칭얼거리던 애가 말끔한 얼굴로 앞에 서있는걸 보니,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어떻게 나왔어? 아니, 나왔어, 집에 있지.”



어떻게 나오긴, 내가 밖도 못나오는 사람인가. 고마우면 고맙다, 반가우면 반갑다, 아니면 사랑한다고 말하면 돼요, 미안해서 그러지?”




제가 백팩을 가져가며 하는 말에 속을 어떻게 읽었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휴일이라 집에만 있고 싶을텐데 나와준게 고마워서 부러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반갑고 고마워, 사랑해 자기야?”



나온 보람 있네, 예쁜 짓도 보고.”




때문에 고생해준 사람한테 이정도는 해야지. 얼른 집에 가자, 집이 너무 보고싶었어.”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으며 말하자, 옆에서 제노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누나가 보고싶었는데. 혼자 있으니까 하나도 재미없어, 같이 있어야 재밌어.”




말투는 무심한데 담겨져 있는 말은 어린 투정이라, 피곤에 절어 있던 표정이 풀리며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랬어? 받아주니 꿍얼 꿍얼, 자고 일어나니 나는 없어서 심심하고, 먹으라고 챙겨놓은 보면서 못일어났지, 후회했다고. 잠을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가 그런 말을 하니 내가 그만큼 소중한가,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데리러 오지 말라고 사람이 하기에는 모순인데, 데리러 와주니까 너무 좋다.”



, 던져진 진심이였다. 말에 제노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연애할 , 누나가 데리러 오는 것에 대한 사랑을 엄청 말했었잖아요. 기억나요?”



“… 그랬어? 기억 안나는데?”




가물 가물하다, 사실. 원체 애정결핍이라 데리러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받는 사랑에 목말라있었던 저였기에 저런 말을 했었나, 싶기도 하고. 제노가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언제 그랬었어요. 데리러오고, 기다리는게 없는 사랑의 표현 같아서 너무 좋다고. 자기는 그래서 데리러와주는거 좋아하고, 기다려주는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같아서.”



그랬어? 내가 그런말을 했구나. 기억하고 있는 네가 신기하다.”




여상스러운 말투로 답하자 제노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일어나서, 누나가 챙겨놓은 먹고 그냥 뒹굴 거리면서 유튜브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봤었던 영화 리뷰가 있어서 보는데, 리뷰 보면서 갑자기 생각났어요. 데리러감의 애정, 이런거?”



부러 장난기 있게 말하는 제노에 마주 웃으며 눈을 맞췄다. 평소라면 피곤에 찌들어서 아무것도 안보이고 걸었을 길이, 오늘은 영화속에 나오는 풍경 같았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옆에서 재빠른 몸놀림이 지나갔다



“… , 우산 없는 사람인가봐.”




그러게요, 맞고 있네.”




열심히 뛰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저기요, 하고 불러세웠다. 뒤돌아보는 얼굴에 웃어주고 제노의 손에 들려있던 우산을 건넸다.




저희 이상한 사람 아니고, 우산 없으신 같아서요. 가까워도 쓰고 가세요, 여름이라도 감기 걸려요.”




얼떨떨 하는 반응에, 우산을 손수 펼쳐서 쥐어줬다. 가까이에서 보니 커봐야 18, 고등학생 같은 얼굴에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어필하려 , 다시한번 웃었다. 그제서야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옆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모를 제노에게 말했다



학교 다닐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야하는데 우산이 없는거야. 다른 애들은 교문 앞에 부모님이 데리러 왔는데, 우리 아빠는 회사갔고 엄마는 아파서 못데리러 오는 상황이였거든. 엄마한테 전화할까, 싶다가도 아픈 사람 불러서 아프면 어떻게 . 그냥 책가방 머리위에 쓰고 가려고 했거든. 그런데 친구 데리러 오신 친구 부모님이, 우산을 주시는거야. 자기는 친구랑 우산 쓰고 가면 된다고, 나보고 쓰고 가래. 그래서 맞고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나네.”




괜시리 생각나는 학생때 추억 조각이었다. 내가 받았던 따뜻함을 보답해준 같아 뿌듯한 마음으로 제노를 바라보자, 눈을 맞추며 따뜻하게 웃어주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잡은 따뜻한 손을 다시금 잡으며 말했다.




그때 외로웠었는데. 이제는 덕분에 외롭다.”




문득 떠올랐지만 제가 있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고 노력했는데 진심을 말하다보니 조금 떨린. 저와 눈을 맞추며 예쁘게 웃는 제노의 얼굴을 보니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집에 가자, 하며 시선을 앞으로 돌리는데, 볼에 짧은 입맞춤이 닿아왔다. 놀라 다시 돌아보니, 아무렇지 않다는 그래요, 하는 빨간 귀끝이 눈에 들어왔다.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표시와 함께 진심이 닿았다는 표시. 어리게 보여지는게 싫어 애써 아무렇지 않아 마음까지 눈에 빤히 보여서 모르는 , 잡고 있던 손만 , 다시 잡았다. 얼른 가자, 우리 집으로. 비가 주륵 주륵 내려도, 마음은 환하게 개여있었다





-


제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우산 없이 뛰어가던 고등학생은 지성이 입니다, 뭔가 학교 마치고 비 오는데 그냥 뛰어가는 지성이가 그려졌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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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짧은 글이지만 매력있네요! 제노한테 사랑받는 사람이라니ㅜ 너무 행복하네요..... 이번편도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2
제노 넘 사랑둥이구 비 맞고 가는 지성이 그냥 상상되옄ㅋㅋ큐ㅠㅠㅠ 넘넘 잘읽었어뵤!!!
4년 전
독자3
ㅜㅠㅠㅠㅠ이거 진짜 비오는 우중충한 날 읽으면 몰입 업청 돼요 ㅜㅠㅠㅠ 좋은 글 써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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