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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오삼 전체글ll조회 1582l 1

 

 

 

 

 

 

 

 

 

 

 

 

 

 

 

[EXO/카이] 운명 上 | 인스티즈

 

 

 

 

 

 

 

" 요즘 그렇게 도적이 많다고 하더니 결국 상소문에도 올라갔나 보군요. "

 

 

사내가 상선 옷을 갈아 입는 것을 도와주던 여인이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요즘 통 나라가 뒤숭숭하다더니 결국에는... 여인이 한숨을 쉬며 벗어든 옷가지를 받아들자 사내가 남은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사내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도적이라. 요 근래 본국에 있었던 가뭄 덕에 백성들의 삶이 더 곤궁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길거리에 나가면 농작물을 파는 상인보다 장신구를 파는 상인들이 더 많을뿐더러, 거리에 나앉는 평민들도 부쩍 눈에 띈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사내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여인도 사내를 따라 반대편에 앉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많이 힘드십니까, 대감. "

" ...아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고민한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니니 괜찮아요. "

 

 

사내가 한숨을 푹 쉬었다. 거리에 나앉은 평민들이 순식간에 도적으로 변해 마을을 침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요. 살아야하기에. 사내가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번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여인이 안타깝게 사내를 보더니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품 속에 손을 넣었다.

 

 

" 대감, 이걸 좀 보세요. "

 

 

그러고는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무언가를 사내의 상 위에 올렸다. 사내의 시선이 옮겨간 곳에는 흑룡과 안개, 그리고 하얀 꽃으로 잔뜩 뒤덮인 꽃밭이 생생하게 놓여있는 수가 있었다. 사내 역시 수를 발견하고 한층 밝아졌다.

 

 

" 훌륭합니다. "

"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느는게 눈에 뵈니 이제 시집을 가도 영락이 없을 듯 합니다. "

 

 

여인이 살풋 웃으며 말하자 사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여식, 하나 뿐인 내 딸의 덕. 사내가 조금 전 근심은 온데간데 없는 얼굴로 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나라가 어려우니 상황이 어찌 될 지도 모르는 일.

 

 

" 부인. "

" 예, 대감. "

" 올해 열일곱이지요, 우리 딸아이가. "

" 그러합니다. "

" ... "

 

 

사내가 곰곰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수를 보았다. 여인은 그런 사내를 따라 수를 보며 여전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래, 올해 열일곱인 나의 고운 딸.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이 세상의 판도의 어려움을 네가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너에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고운 것만 해주고 싶구나.

 

사내가 좀 전과는 다른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난 듯.

 

 

 

 

 

 

 

" 날로 수 놓는 솜씨가 늘어가구나. "

 

 

인자한 미소를 짓고있는 사내가 웃으며 수를 찬찬히 살폈다. 황금실로 짰다고 해도 믿을만큼 늠름한 자태의 용의 모습과 그 주위를 둘러싼 짙은 안개의 모습, 그리고 그 배경이 되고 있는 하얀 꽃밭. 사내가 감탄하며 수를 위아래로 훑었다. 반대편의 곱게 앉은 소녀는 그런 칭찬에 두 볼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듯 보이지만 네 수에는 훌륭하게 잘 녹아내려있구나. "

" ...쑥쓰럽습니다. "

" 이렇게 수를 곱게 잘 놓는데다가 좋은 가문에 시집까지 가니 이 아비는 더 이상 바랄게 없다. "

 

 

사내가 껄껄 웃으며 보고 있던 수를 다시 내려 놓았다.  댕기머리의 소녀가 단아한 자태로 고개를 숙이며 내려 놓은 수로 따라가다 움찔했다. 시선을 옮겨 사내를 보고 있는 소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사내가 그런 소녀를 보며 인자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김 참판댁에서 혼담이 오갔다. "

" ... "

" 그 집 자제도 네 수를 보고 곱다며 칭찬하더구나. "

" ... "

 

 

언제. 언제...

소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두 볼의 홍조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사내는 소녀의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내가 누누히 말하던 집의 자제다. 인품이나 무예, 글공부 어느 하나 뺄 것 없이 훌륭하더구나. 우리 가문에도 뒤지지 않는다. "

" ... "

 

 

소녀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이런 얘기가 전혀 나올 줄 몰랐다는 듯 소녀의 시선이 불안정하게 땅으로 꽂혔다.

 

 

" 언제 한 번 수 놓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모레쯔음에 찾아뵙기로 하였는데 너는 어떠하냐. "

 

 

답이 필요없는 질문이었다. 소녀가 그 말의 뜻을 이해한듯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가 껄껄 웃으며 내려 놓은 수를 다시 들어 찬찬히 살폈다.

 

 

" 용에 안개, 게다가 꽃이라... 우리 딸 솜씨에 이미 그 집 자제는 반한 눈치던데... "

 

 

기분이 좋은듯 저 혼자 중얼거리는 사내의 말은 이미 소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소녀의 손가락도 살짝 떨리고 있었다. 곱게 땋은 댕기머리가 유독 풋풋하고 순수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 가기 싫어... 가기 싫단 말이야... "

 

 

소녀가 제 방 뒤 쪽의 큰 느티나무 그늘 아래 왠 소년의 옆에서 훌쩍이고 있었다. 소녀의 표정은 이제 불안하다 못해 창백해보였다. 핏기 없는 얼굴에 파르르 떨리는 손과 발. 소년이 그런 소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주위를 천천히 살피고는 자신의 손을 들어 소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소년의 투박한 손이 소녀의 얼굴에 닿자 소녀의 얼굴이 더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소년이 찬찬히 소녀의 얼굴을 보며 엄지 손가락으로 눈물 자국을 꾹 눌렀다.

 

 

" ...싫어... 나는 혼사를 위해 수를 둔 것이 아니다... 이 수는... 이 수는 말이다... "

" ... "

 

 

소녀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흐느끼며 말하자 소년이 접었던 손가락을 모두 펴 소녀의 얼굴을 쓸었다.

 

 

" 고운 얼굴이 다 망가집니다. 그만 우세요. "

" ...으..으허어... 으허업... "

 

 

소년의 천천히 나온 말에 소녀가 더 울음이 터진듯 소리까지 내었다. 소년이 그런 소녀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짓고는 소녀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었다. 소년이 차고 있던 검집이 소년의 다리를 스쳤다.

 

 

" 압니다. 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압니다. "

" ...내 수는... 내... 수는... "

 

 

용과 안개. 그리고 꽃.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의미하는 것은 소년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소년이 나머지 한 손으로 소녀의 다른 쪽 얼굴을 잡았다. 소녀가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된 듯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그쳤다. 울지 마세요. 그대가 울면, 내가 더 아픕니다.

 

 

" 내 수는... "

 

 

소녀가 여전히 꺽꺽대는 목소리로 소년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 너를 위한 것이야. "

 

 

바람이 불었다.

따뜻한 봄바람인데, 어찌 이리도 시릴까. 소년이 소녀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감히 내가 우러러 볼 수도 없는 소중한 나의 당신.

 

 

" ...압니다. "

 

 

그대도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천한 제가 더 잘 알기에.

 

 

 

 

 

 

 

소년, 김종인. 소녀의 호위무사.

이제 소녀, 소년이라 하기에는 둘의 모습은 아름답고 늠름했다. 그러나 그들을 그렇게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 이제 좀 진정이 되십니까. "

" ...응. 미안해. 추한 모습 보여서... "

 

 

손을 꼼지락대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영락 없이 소녀인데다

 

 

" 괜찮습니다. 언제나 곱습니다. "

 

 

그런 소녀를 보며 살풋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풋풋한 소년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벌써 혼담이 오갈만큼 자란 두 남녀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한 사람을 향해있는 순수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으니.

 

 

" 그런데 아기씨. "

" ...응? "

 

 

봄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부딪혀 사르륵 소리를 냈다. 종인이 제 주인의 모습을 말 없이 쳐다보다 바람 소리에 눈을 감고 딱딱하게 제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오는 것은 부드럽게 되묻는 말투. 그대는 어찌 이리 내게 되묻는 것마저도 따뜻한지.

 

 

" 혼담이라 하면- "

 

 

종인이 눈을 천천히 뜨고 무표정하게 말을 잇는다. 그러나 제 주인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종인을 올려다 볼 뿐, 아무런 말도 없다. 종인이 소녀를 보지 않고 또박또박하게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 곧 시집을 가신다는 말씀이니. "

" ... "

" ... "

 

 

종인이 침묵했다. 소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종인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이 서있는 그늘 위 느티나무 잎을 본다. 그대, 나의 그대여. 나의 주인, 나의 여인. 그대가 나때문에 우는 걸 더이상은 볼 수가 없습니다. 종인이 천천히 속으로 곱씹어 본다. 나만의 아기씨. 나의 여인. 그리고 이제는... 종인이 질끈 눈을 감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기분이 들었다. 열일곱이면 혼인을 하기에 이른 나이도 아닌데 그걸 잘 알면서도 이른 기분이 들었다. 그대는 언제나 나의 어린 아기씨였기에. 내게는 한없이 아름다운 소녀이기에.

 

 

" 저와 거리를 두는 것이 사람들 눈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

 

 

결국 내뱉는다. 마음과 다른 소리를 뱉고만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열일곱에 밖도 잘 나가지 않는 처녀가 호위무사가 필요할 일은 만무했다. 영향력 있는 가문의 여식이라 어릴 적에는 사내아이인 종인이 보호를 명분으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소녀는 열일곱까지 호위무사인 종인과 늘 함께였다. 이를 집에서는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열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게다가 이제는 시집을 갈 나이인데. 집에서는 한참 전부터 눈치를 주고 있었으나 종인은 꿋꿋이 소녀가 하는대로 따랐다. 소녀 역시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런 눈총에도 불구하고 종인을 대동했다. 그 누구도 저들에게 떨어져 있으라는 말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잘 알고 있었다. 둘은 붙어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함께하려 했던 것은 여덟 살 무렵, 이 집에 종인이 처음 왔을 때부터 늘 함께였으니까.

 

종인도 마찬가지였다. 제 주인이 가자고 하는 곳은 모두 같이 가고, 하자는 것은 군말없이 따랐다. 열넷쯤부터 해서 이 집의 터줏대감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종인을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종인은 깨달았다. 그래도 소녀를 따라야했다. 그녀가 나를 구원해주었으니. 그녀가 이미 죽은 나의 삶을 살려냈으니.

 

 

녀가 나의 진정한

주인이니.

 

 

끝까지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지만, 이제 혼담이 오간다고 하니 이 말을 하면서 거리를 둬야할 것 같았다. 종인은 일개 호위무사이고, 소녀는 아름다운 태를 뽐내는 열일곱의 양반집의 고운 여식이기에. 게다가 이제 혼담까지 주고받는 가문이 있다면 더더욱 조심해야할 일이었다. 괜히 저때문에 안 좋은 소문이 돌면, 그 집에서 눈칫밥을 얻어 먹을 것이 뻔한데...

 

 

" ... "

" ... "

 

 

소녀도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이 오리란걸. 언젠가는 올 순간이었단 것을. 그래서 싫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속으로는 수천번 수만번 외치고 있지만, 그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양반집 여식이고, 너는 호위무사이기 때문에? 그런게 뭐가 중요할까. 당장이라도 종인의 손을 잡고 대문을 빠져나가 도망가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제 아비와 어미를 보면 그럴 수도 없었다. 죽어가는 종인을 살려내 자신의 호위무사로 만들어 준 것도 제 부모였고, 종인을 이렇게 늠름하게 만든 것도 제 부모였다. 둘이 붙어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때까지 한 마디 언급도 없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란걸 모두 아니까.

 

 

" 아기씨! 아기씨! "

 

 

바람이 불고, 소녀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소녀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종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없이 돌아섰다. 종인은 그런 제 주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늘 이렇게 뒷모습을 봐왔지만,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 제 주인의 모습에 종인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받아들이질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 ... "

 

 

봄바람이 시리다.

나의 주인과 함께 맞던 겨울은 그렇게나 따뜻했었는데.

 

 

 

 

 

 

"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

 

 

종인이 우연히 마주쳤는데도 놀라는 기색 없이 담담하게 물었다. 반면 소녀는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종인이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보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굳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대는 늘 내게 미안해합니까.

 

 

" 응... "

" 오늘도 고우십니다. "

 

 

종인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제 주인의 표정이 어찌 되어있을지는 안 봐도 뻔하였다. 분명 두 볼에 발그레하게 홍조를 띄며 미소를 짓고 있겠지. 종인이 다시 고개를 내려 앞을 보자,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예상대로 그녀의 두 볼에는 홍조가 띄어있었다. 전 같았으면 종인이 이 말을 한 후 미소를 지으며 귓가에 ' 늘 고우시지만 말입니다. ' 하고 속삭였을테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소녀가 종인의 깊은 눈을 맞춘다. 종인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말문을 연다.

 

 

" 김 참판 댁 도련님이 반하실만 합니다. "

 

 

종인이 그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제 갈 길을 갔다. 쇼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늘 봐왔던 종인이 어색하기 그지 없다. 옆에 있던 계집종 화월이 소녀의 얼굴을 흘긋 보고는 놀라 요란을 피웠다. 아유, 아기씨. 왜 이러세요. 예? 갑자기 안색이 안 좋습니다. 아기씨. 괜찮으세요? 그러나 화월의 목소리도 저에게는 그저 소음에 불과했다. 김 참판 댁 도련님. 너는 어찌 그 도련님의 가문을 알고 있는 것이야? 왜...? 소녀가 고개를 찬찬히 들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둘러본다. 아아. 이 곳은...

 

소녀의 아비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니 종인이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었다. 소녀도 그래야함을 알고 있었지만, 제 아비가 처음으로 종인을 대동하지 말라고 하였기에 속으로 조금은 놀랐다.

 

그 집안에서 호위무사랍시고 종인이를 데려갔다간 괜히 흠집 잡힐 수도 있으니 화월이만 데려가거라.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집안에서도 조심조심 종인의 얼굴을 간간히 보았었는데, 이제는 외부로의 출입도 함께하지 못하다니.

 

 

" 왔구나. "

 

 

바로 옆 창호지 문이 열리고 제 아비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달리 궁으로 가는지 정갈하게 입은 옷소매를 펄럭이며 말하는 소리에 소녀가 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눈가가 떨린 채로.

 

 

" 둘만 만나니 어떻더냐. "

" ...좋은 사람 같습니다. "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긴채 애써 답했다. 좋은 사람. 그래, 준면은 좋은 사람이 맞다. 그러나 그는 나의 사랑이 될수는 없다. 나의 사랑은, 나의 마음은-

 

 

" 그래? 잘 됐구나. 들어가서 얼른 쉬거라. "

" ...예. "

 

 

제 아비의 방에서 한 소리를 듣고 나왔을 종인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아버지는 저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하신 분이었다. 그러나 종인에게는 달랐다. 신분의 차이도 있었거니와 열넷이 넘어가면서부터 자신과 함께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분이셨기 때문에. 호위무사라는 명분으로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을 저의 아비도 잘 알고 있기에 불안해했을 것은 사실이니 그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종인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너무 깊게 저의 삶에 들어와 있었으니 쉽게 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 종인은 쉽게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종인도 자신과 다르지 않은 마음이란 것을 깨달은지 불과 두 해도 채 되지 않았다.

 

소녀가 여자가 되고, 소년이 남자가 되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자연스레 마음을 나누게 되었고, 그 마음이 통했다. 그러나 신분이라는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을 알았기에 종인이 제게 마음을 표현한 것을 자제했던 것일까. 허나 저번처럼 소리내어 울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옆에서 위로하며 함께 슬퍼하고, 함께 웃어주던 종인이었다. 그럴 때마다 늘 사랑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 그럼 쉬세요. 아기씨. 필요한 것 있으시면 부르시구요. "

" 응. 화월이 너도 좀 쉬거라. 많이 피곤했을것인데. "

" 에이, 뭘요. 저는 뒤에서 선남선녀 구경하느라 눈이 호강했습니다~ "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준다. 선남선녀라. 그런 수식어는 필요가 없는데.

 

 

" ...고마워. "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고 억지로 웃으며 방에 들어섰다. 소녀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눈 앞에 놓인 완성된 수 하나가 보였다. 원래는 준면에게 가져다 줄 수였으나, 그녀는 그러질 못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만든 이 수는... 우리 아버지께서 칭찬일색이던 이 수는-

 

 

" ... "

 

 

문 앞으로 사내 그림자가 지나갔다. 종인이다. 소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자리했다. 그러나 이내 거두었다. 전같았으면 당장 뛰쳐나가 ' 종인아! 들어와! 나 심심하단 말이야. 수 놓을 때 나 좀 도와줄래? ' 하고 지나가려던 종인을 붙잡았을텐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종인이 제 아비 방에 들어가서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왔을까. 종인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에게 상처 받는 것을 두고볼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참을 수 밖에.

 

 

소녀가 수를 든다.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수는, 나의 그대. 종인을 위한 것.

용같은 기상을 뽐내며 날 지켜온 김종인, 그대를 위한 것.

이 하얀 꽃밭은 내 마음을 담은 것.

 

 

소녀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혹여 밖에서 종인이 들을까 입을 틀어막고서는 꺽꺽 울어댔다. 예상대로 밖에는 종인이 말 없이 서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내 주인의 호위무사이니, 이제는 그대의 곁에 없는 듯 그렇게 살며 지켜야하니까요. 종인이 슬쩍 뒤를 돌았다. 무얼 하고 있으려나. 늘 이럴때면 밖으로 나와 자신을 끌고 억지로 앉혀 수를 같이 놓자고 하던 사람이었는데. 수를 놓자면서 매일 자신의 얘기만 늘어놓던 귀여운 사람이었는데.

 

 

문 하나를 두고 서로를 그리워했다.

조금씩, 멀어지기 위하여. 완전히 마음에서 비우지는 못하여도 조금이나마 잊기 위해서.

 

 

 

 

 

 

" 식은 저희 본가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도록 하지요. 보는 눈들이 많으니. "

 

 

김 참판이 껄껄 웃으며 잔을 들었다. 일사천리로 해결된 혼사였다. 제 아들도 상선의 여식을 마음에 들어할 뿐 아니라 제 마음에도 꼭 들었으니. 양반집 규수답게 나긋나긋한 말투와 고운 자태까지. 준면이 제 며느리가 될 사람과 단 둘의 시간을 지낸 후 만족스럽게 웃으며 돌아왔던 모습이 생각났다.

 

 

' 아주 참하고 곱습니다. '

' 그래? '

' 수가 제 주인을 닮은게지요.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게 수를 줄 수 있냐 물었더니, 저를 위해 새로 하나 만든다고 하더이다. '

 

 

준면이 웃으며 제 아비에게 술을 권했었다. 나라가 뒤숭숭한 요즘, 자식의 혼사문제로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어 지금처럼 이렇게나마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 나라가 어려우니 성대하게 여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는 듯 합니다. "

" 소문도 굳이 내지 않아도 될 듯하고요. "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껄껄 웃었다. 어찌 이리 잘 통할까. 상선과 참판이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 그러하면 지방 외딴 곳에 만들어놓은 별채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식을 올리도록 하지요. "

" 그러하면 저희 쪽에서는 감사하지요, 참판. "

" 좋습니다. 그렇다면 신부를 먼저 가마에 태워 보내시지요. 두 분께선 이 곳에서 정리를 다 하신 다음에 내려 오시구요. "

" 그러도록 하지요. 신경 써주어 고맙습니다. "

 

 

자녀들의 혼사 문제로나마 이 어려운 세상 속에서 웃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 아닙니까? 참판이 좋은 사돈을 만났다며 술을 권했다. 취해가는 달밤 아래, 제 아비와 달리 눈물 짓고 있는 여식의 마음은 뒷전인채로.

 

 

 

 

 

 

시간은 흘러 어느새 혼인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예상된 이별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힘들었다. 꽃가마를 타기 전날 밤, 종인이 제 주인의 방 앞에 몰래 자리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제 주인의 방도 불이 꺼져있었다. 혹시라도 울다 지쳐 잠이 들었을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지만서도 쉽게 들어설 수가 없었다. 그대는 이제 이 밤이 지나면 다른 남자의 아내. 처음부터 감히 우러러 볼 수 없던 사람을 한 순간이라도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 ...꽃 같은 그대. "

 

 

종인이 민들레를 들고 방의 문 앞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대가 좋아하던 하얀 민들레. 봄이라 잔뜩 피었더군요.

 

전에는 꽃밭에 같이 가고는 하였는데 오늘은 한밤 중 종인 혼자 다녀왔다. 종인이 손에 한아름 든 민들레를 마루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문득 그 수가 생각이 났다. 곱게 놓아진 수. 용과 안개, 그리고 꽃밭. 그 하이얀 꽃밭의 꽃은 이 민들레였다.  소녀가 저를 보고 곱게 미소를 지으며 놓던 수. 종인이 돌아가려다 길을 멈추고 다시 제 주인의 방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그대를 보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종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의 사랑스러운 그대. 부디 나의 여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행복하길.

 

 

종인이 돌아가려다 마루 위 민들레 다발 옆에 앉았다. 

아기씨가 잘때나마 가까이 있게 허락해주세요, 달님. 

남은 민들레가 바람에 흩날렸다. 한아름 뭉쳐져 있던 민들레들이 어지럽게 마루에 흩어졌다가 하나씩 붕 떠올랐다. 달빛을 받은 민들레가 더 하얗게 빛났다.

 

 

" 으음... "

 

 

소녀가 뒤척거리며 눈을 떴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이면 완전히 이 곳에서 떠난다. 그렇다는 말은 즉슨, 종인과의 이별이다. 소녀가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꿈이길. 이 모든 것이 꿈이길. 종인을 빼고 모든 것이... 소녀가 이를 악 물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눈 앞이 아른아른 거리는데 문 밖의 무언가가 둥실둥실 떠다닌다. 소녀가 눈물을 닦고 일어서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섰다. 저건 무엇이지? 소녀가 다시 눈을 꾹 누르고는 문을 살짝 열었다. 익숙한 뒷태가 문 앞 마루에 자리하고 있다. 소녀의 눈이 놀라 커졌다.

 

 

" ... "

 

 

달빛을 받은 종인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소녀가 아랫 입술을 꾹 깨물었다. 너는 코 앞에 있는데, 왜 이리도 먼 것이야. 종인아. 잔상을 확인한다. 아, 민들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하이얀 민들레. 종인이 언제 꺾어온 것인지. 늘 꽃밭에 가자고 하면 군말없이 따라가던 종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끔 덮개 치마에 시야가 가려 넘어지려하면 종인이 먼저 넘어지려하는 저를 잡아 일으켰다.

 

우리가 그런 시절도 있었어. 종인아.

 

눈 앞에 있는데도 부를 수가 없다. 부르면 너는 전처럼 다가오지 않겠지. 세월이 무엇이길래. 신분이 무엇이길래. 소녀가 문을 조금 더 열고 벽에 기대 종인의 모습을 봤다. 저 늠름한 뒷모습, 가끔 업혀 가곤 하였지. 내 다리의 작은 생채기에도 말 없이 나를 안고 가던 너의 숨결을 느끼며 행복했었는데. 종인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건지 뒤도 돌아보질 않았다. 알고 있을까? 아는데도 너는 내가 너의 뒷모습이라도 보라고 기다리는 것일까? 그런 생각에 소녀가 작게 소리를 냈다.

 

 

" 종인아... "

 

 

돌같이 굳어있던 뒷모습이 조금씩 움직이고 종인이 뒤를 돌았다. 뒷모습을 보니 앞모습도 보고 싶어지는게, 참 간사하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종인과 눈이 마주치자 소녀가 살짝 웃었다.

 

 

" 뭐 해, 안 자고. "

 

 

이별.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두 글자. 종인이 그런 아기씨의 모습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너는 표정이 없어, 늘 한결같아.

어릴 때부터 제 주인이 투덜거리며 한 말이었다. 기분이 좋으면 웃고, 슬프면 울어. 왜 맨날 이 표정이야? 어린 제 주인의 투정이 그렇게 귀여웠는데.

 

 

" ...왜 안 주무십니까. "

 

 

부르면 금방 도망갈 줄 알았더니, 종인도 자신을 좀 더 눈에 담고 싶었나보다.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종인에게 웃어보였다.

 

 

" 잠이 올 리가 있겠어. "

" ...주무셔야 내일...잘 마무리 하시죠. "

 

 

종인이 띄엄띄엄 힘겹게 말을 이었다. 소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우리 둘만의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

 

 

새삼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 속에 너와 나의 마음과 관계는 그대로일까. 제 자신이 너무나도 한스러웠다.

어찌 나는 양반집 여식인가. 어찌 권력자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마음껏 사랑하지도 못하는가.

 

 

" 저는 아기씨가 우리라고 묶을만큼의 신분이 못 됩니다. "

 

 

평소 같았으면 무뚝뚝하지만서도 저렇게 못된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 다시 한 번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종인의 말에 소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 나를 지켜준 여러 해 동안말이야. "

" ... "

" 정말 고마웠어. "

" ... "

" 행복했고. "

" ... "

" ...많이 좋아했어. "

" ... "

 

 

담담하게 말하는 제 주인을 다시 한 번 쳐다보자 그저 눈을 맞춰주며 예쁘게 웃는다. 종인이 결국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떠나갈까 이제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는 주인에게 종인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처럼 벽에 기대고 앉아 손을 뻗었다. 제 주인이 자신의 투박한 손을 잡았다. 꼭, 더...꼭. 꽉 잡아쥔 두 손이 달빛에 비쳤다. 종인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그 손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 마지막이니 "

" ... "

" 실례를 범하였습니다. 아기씨. "

" ...괜찮아... "

" 저도 많이 사모했습니다. "

 

 

사모합니다.

 

하마터면 그 말이 입에서 나올뻔했다. 종인이 꾹꾹 말을 눌러 담으며 다시 한번더 손에 입을 맞추었다. 제 주인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있다. 그런데도 활짝 웃고 있다. 사모합니다. 사모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의 모든 순간을 이 가슴에 새기고 싶을만큼 그대를 사모합니다... 사모했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지금도 나는 그대를-

 

 

" 평생 사모한다는 말을 못 들을 줄 알았어. "

 

 

그렇게 울음을 참느라 쉰 목소리로 말을 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종인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나의 무사여, 왜 울어요. 소녀가 남은 한 손을 들어 종인의 얼굴을 쓸었다. 종인의 얼굴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소녀의 손길이 닿자마자 투둑, 투둑 세찬 빗줄기처럼 눈물이 터져나왔다. 소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종인은 그저 제 주인을 슬프게 바라볼 뿐이었다. 전처럼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제는 그대를 비워야 하기에... 지워야 하기에...

 

 

" 종인아... "

" ... "

"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

 

 

제 주인의 눈물은 강줄기를 만들듯 자국을 남겼다. 그러나 그 자국이 남기도 전에 소녀는 억지로 웃어보였다.

너에게는 나의 고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소녀가 작게 속삭인다. 종인이 잡은 손을 더 꽉 쥐었다.

 

 

"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

" ... "

" ...나 또한 그대를 보내기 싫어요. "

 

 

종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물 덕에 소녀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그 무슨 말로도 이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사모한다, 좋아한다... 이 말들이 무슨 소용일까. 우리의 마음이 통하였는데.

 

 

" ...이거 너한테 주려고 했었는데, 이제야 주네. "

 

 

소녀가 품 속에서 수를 꺼내 종인에게 건넸다. 종인이 여전히 붉은 눈시울로 수를 보았다. 그 수다. 우리가 웃으면서 즐겁게 짰던 그 수. 종인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녀의 손을 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를 받아들었다. 용과 안개, 꽃밭. 종인이 더 굵은 눈물 방울을 떨궜다. 소리 없는 호위무사의 눈물. 소리 소문 없이 그녀를 지켰던 것이 나의 사명. 이제는 떠나기에 나의 사명을 다하였다.

 

용, 그대가 나를 보고 늠름하다며 용의 기상을 닮았다고 하였지요.

그대의 마음을 담은 이 민들레 꽃밭에서 나의 기상을 뽐내라고 하였지요.

이런 것이 이제 무슨 소용입니까.

이런 것이, 이제...

무슨 소용이에요.

 

종인이 잡은 수를 다시 소녀의 품으로 돌려 보낸다. 소녀가 놀라 종인을 보자 종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

 

 

" 이것은 아기씨가 저를 위해 만든 것이니 아기씨가 가지고 계십시오. "

" ... "

" 그 용이 아기씨를 지켜줄 것입니다. "

 " ... "

 

 

달빛은 더 은은해졌다.

소녀가 종인이 꺾어왔던 민들레 다발, 이제는 바람에 날려가 얼마 남지 않은 민들레 다발을 들고 다시 웃었다.

 

 

" 행복해야해. 종인아. "

 

 

내가 너의 주인으로서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야.

 

 

" ...네. "

 

 

그러나 그것은 다 부질 없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저의 행복은 늘 그대의 옆에서 그대를 지키는 것이었으니. 소녀가 행복하다면 저도 행복했으니. 그러나 종인은 답한다. 거짓으로라도, 억지로라도 답을 한다. 행복. 그것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에게 허락된 마지막 시간.

그대와 나, 이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야속하기만 합니다.

 

 

 

 

 

 

 

 

" 이야, 정말 고우시다. "

" 어쩜 저리 고우실까? "

" 값비싼 장신구를 안하셔도 아름다우시던데, 장신구까지 하니 더 눈에 띈다. "

" 그나저나... 종인이는 어디갔니? 9년 동안 자기가 지킨 주인이 시집 가시는데... 벌써 도망가서 자유롭게 살고 있나? "

" 에이~ 아기씨가 종인이를 얼마나 아꼈냐? "

" 그래도 요 근래에는 안 붙어다니던데. "

" 혼사 준비로 바쁘셨잖아. 종인이도 요즘 통 안보이던데. "

" 뭐, 때가 되면 알아서 오겠지. "

 

 

종인과 부쩍 거리를 둔 탓에 집에 있던 종들도 벌써 종인이 신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는 소문을 믿어버렸다. 그 소문을 듣고 있던 고운 소녀가 꽃신을 신고 천천히 꽃가마에 올라탔다. 주위에서 환호의 소리가 들리고 소녀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을 보았다. 나의 집, 추억.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종인이. 종인이는 어딜 갔는지 아침부터 보이질 않았다. 새벽에 그렇게 손을 맞잡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자신의 침상이었다. 종인이가 날 눕혀놓고 갔구나.

 

 

" 종인아... "

 

 

남들이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종인이를 불렀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시선을 떨군 채로 가마에 탔다. 그래, 차라리 도망 가버려라. 내가 없는 집에서, 내가 없는 방 앞에서 서성이지말고. 가마에 타자 덜컹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안녕... 모두, 안녕.

 

 

" 우리는 잠시 뒤에 출발할터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가거라. "

 

 

제 어미가 가마의 작은 창을 열어 웃어보였다. 예, 어머니. 천천히 오세요. 소녀가 어렴풋 웃어보이고 어미의 손을 꼭 잡았다. 어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했다. 아직 시집을 간 것도 아니고, 식을 올린 것도 아닌데 벌써 이리 마음이 약해져서야. 어미가 눈물을 훔치고 창을 닫았다.

 

소녀도 흔들리는 꽃가마 속에서 울음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참 이상하지, 밖에는 저리도 나의 혼사를 축하하는 이들이 많은데 나는 왜 이리 하나도 기쁘지 않을까. 꽃가마를 타고 가는 내내 머릿 속에서 어젯밤 종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까지도 너는 내 마음 속을 이리도 헤집네, 종인아. 도망간 줄 알았더니 ...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구나.

 

 

너는 정말 어디로 사라진걸까.

 

 

떠났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지만, 막상 떠났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혹여 집으로 돌아갔을 때, 종인이가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일까. 이것마저도 나의 이기적인 욕심일까. 소녀의 작은 손이 바르르 떨렸다. 김 참판 댁 별채로 가는 길이 멀었지만 소녀는 그런 것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차라리 길을 잘못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창을 열어 살짝 보니 이제 산길로 들어섰다. 이제 종인이를 아예 만날 수 없겠지. 소녀가 창을 닫았다. 잊자, 잊어야 한다. 잊자. 소녀가 품에서 수를 꺼냈다. 네가 그랬지.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나를, 언제나 지켜줄 거라고...

 

 

 

 

 

 

덜컹.

산길을 얼마나 갔을까. 소녀의 머리가 여전히 종인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무렵 갑자기 심하게 요동치며 멈춘 꽃가마 탓에 소녀의 몸이 가마의 벽에 쿵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멍한 표정으로 있던 소녀가 아! 하고 짧은 탄식을 내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했다. 가마가 완전히 뒤집어 진 듯 했다. 소녀가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뭐지. 어떻게 된 일이지. 소녀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꽃가마의 창을 살짝 열었다.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고,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가마꾼들의 짚신들.

 

 

" 아기씨, 아기씨를 지켜라! "

" 아, 아기씨! "

 

 

비명을 지르는 화월의 목소리가 들리고 소녀가 당황한 듯 꽃가마의 문을 밀었다. 왜, 왜 열리지 않는 것이지. 밖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소녀가 다시 한 번 문을 밀려고 하다 알아차렸다. 아, 이 문은 땅을 향해 있다. 열 수가... 없어. 소녀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며 가마 옆에서 화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기씨, 여기서 나오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지금 도적떼가 습격을... 아악! "

 

 

화월이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냈다. 점점 소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찌... 어찌 된 것이야. 소녀의 온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밖에서 사내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종인아... 종인아. 소녀가 입으로 되뇌었다. 종인아, 보고싶어. 나 무서워. 종인아. 종인아... 소녀가 귀를 틀어막고 구석으로 뒷걸음질 쳤다. 화월아, 괜찮은게야? 응? 묻고 싶었지만 입에선 종인을 부르고만 있었다. 순간 가마가 덜컹 거리고 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 가마를 열어. "

" 귀한 자제집 가문 따님이신것 같으니 데려가자고. "

" ...아, 아..기...씨... 아...ㄴ..ㄷ.. "

" 이깟 계집년이! "

" ...윽... "

 

 

화월의 목소리가 들리고 검이 검집과 마찰을 일으켜 스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월아, 화월아! 소녀가 속으로 외쳤다. 얼굴에는 핏기가 가신지 오래였다. 가마가 다시 덜컹거리고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울렸다. 소녀가 귀를 틀어막았다. 아, 여기서... 여기서 끝이구나. 소녀가 눈을 감았지만 여전히 눈가가 떨렸다. 보고싶어, 보고싶다. 종인아. 너무 무서워.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금은보화는 다 들고가고 가마를 빨리 열어서 이 안에 여자도 데려가자고. "

" 저..근데 이 가마가 뒤집어져서 문이 열리질 않습니다. "

" 가마를 부수든 뭐든 해서라도 열어! "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리고 가마가 다시 덜컹거렸다. 제 종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을 보아 모두 죽거나 도망간듯 했다. 아아, 나는... 나는... 소녀가 입을 틀어막았다. 가마가 계속해서 덜컹거렸고 소녀가 움찔거렸다.

 

 

" ...종인아... "

 

 

보고싶어. 종인아. 나의 무사, 나를 지키던 나의 오랜 그대여. 소녀의 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가마의 천장이 흔들렸다. 가마를 열려는 손길에 소녀가 더 몸을 웅크렸다. 살고싶어, 살아서 너를 보고싶어. 종인아... 종인아- 소녀가 속으로 간절히 되뇌고 되뇌었다.

 

 

" 으악! "

 

 

그 때, 가마의 흔들림이 멈추고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소녀는 듣지 못한듯 여전히 종인의 이름을 되뇌고 있을 뿐이었다.

 

 

" 뭐야! "

 

 

밖에서 사내들의 황급한 발소리가 들리고 검소리가 들렸다. 가마위로 누군가가 풀썩 쓰러진듯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렸고 소녀가 무릎에 얼굴을 더 묻었다.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러 온 것인가. 소녀가 품 속에 있던 수를 꺼냈다. 종인아, 너니? 너야? 응? 밖에서 챙챙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가쁜 숨소리가 들리고 다시 가마가 흔들렸다. 소녀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수를 더 꼬옥 쥐었다. 누가, 누가 가마를 열려고 하는 것일까. 소녀가 찬찬히 고개를 들어 열린 가마 천장을 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 ...종...종인아. "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허리춤을 잡고 있는 종인이 있었다.

 

소녀가 꺽꺽대며 숨도 못 쉴만큼 가쁘게 울었다. 종인이 소녀에게 손을 뻗었다. 소녀가 조심스레 종인의 손을 잡으며 흐느꼈다. 종인아, 종인아. 소녀가 계속 되뇌었던 그 이름의 주인공을 쳐다보며 밖으로 천천히 빠져 나가려 하자 종인이 그녀를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온 몸이 땀범벅이 되어 저에게 떠는 손을 내미는 종인의 미소에 소녀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네가, 네가 진짜로 나를 지키러 와주었구나. 소녀가 한 발 한 발 엉거주춤하며 내딛는 그 때 종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 ...조...종인아.. "

 

 

평소처럼 까만 옷을 입은 종인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소녀가 잡고 있던 종인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갔다. 소녀가 흐느낌을 멈추고 놀란듯 종인을 보자 종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종인의 눈이 점점 빨개져 가고 눈물이 흘렀다. 종인의 손에서 힘이 완전히 빠지고 가마에서 나오고 있던 소녀의 품에 스르륵 쓰러지며

피를 토했다.

 

제 품에 쓰러진 종인의 등에 칼이 꽂혀있었다.

아.

아.

 

 

" ㅇ...으...으..아... "

 

 

갑자기 쓰러진 종인의 모습에 소녀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꺽꺽대는 소리를 냈다. 놀란 표정으로 종인의 어깨를 잡고서 종인의 머리칼을 쓸었다. 종인아, 종인아? 소녀의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종인이 쿨럭거리며 움찔거리자 소녀의 표정이 그제서야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쏟아냈다. 소녀가 종인의 얼굴을 쓰다듬자 종인이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냈다. 빨간 혼례복이 더 붉게 물이 들었지만 소녀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 어...아..으...으으... "

 

 

소녀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자 종인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소녀를 올려다 보았다. 소녀가 종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더 펑펑 울음을 터트렸다. 나의 그대, 왜 울어요... 종인이 힘겹게 손을 뻗어 소녀의 얼굴을 만졌다. 종인의 손에 묻은 피가 소녀의 얼굴을 쓸고 있는 종인의 손길에 따라 자국을 남겼다.

 

 

" ...아기씨... "

 

 

종인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 붉은 입술이 종인이 뱉은 피 때문에 더욱 새빨개졌다. 소녀의 눈물이 종인의 입술위에 투두둑 떨어졌다.

 

 

" ...울...지마세..요... "

 

 

종인이 한글자 한글자, 늘 그렇듯 천천히 뱉었다. 소녀가 종인을 품에 더 끌어안았다. 피가 묻든, 그보다 더한 것이 묻든 소녀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제 등에 칼을 꽂고도 소녀에게 흐릿하게나마 웃어보이는 저의 무사때문에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종인을 보고싶었던 마음이 한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왜 너를 보고싶다고 해서, 네가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네가 이런 험한 꼴을 당하게 된 것일까. 차라리 내가 험한 꼴을 당하는게 나을 뻔 했다. 네가 떠나버렸다고 끝까지 생각할 걸 그랬어.

 

소녀가 계속해서 소리 없이 꺽꺽대며 울자 종인이 손을 들어 소녀의 눈물 자국을 꼭꼭 눌러주었다. 마치 예전처럼, 늘 구석진 곳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그랬듯이.

 

 

" ...사..모... "

 

 

종인이 천천히 운을 뗐다.

사모.

 

 

" ...합...니다... "

 

 

그대는 나의 여인.

그대는 나의 아기씨.

그대는 나의 주인.

그대만이 나의 행복. 그대를 지키는 것이 나의 기쁨. 종인이 어렴풋하게 웃었다. 소녀가 오열한다. 종인이 소녀의 입술을 피 묻은 손으로 쓸었다. 소녀의 입술이 종인처럼 빨갛게 물들어 갔다.

 

 

" ...평생...그대를... "

 " ... "

" ...사모.. "

" ... "

" 해왔습니다.. "

 

 

처음 만난 여덟살 그 시절, 그 때 부터 그대는 내 마음 속의 작은 꽃.

나는 그대의 늠름한 용.

 

 

소녀가 종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종인이 쿨럭거리며 피를 토했다. 소녀의 혼례복이 점점 더 물들어가고 종인의 숨이 가빠져갔다. 소녀가 품에서 종인의 얼굴을 떼어내고 종인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종인의 숨결이 소녀의 얼굴에 느껴졌다. 따뜻한 바람, 마치 봄바람 같은 그대의 숨결. 가쁜 호흡으로 숨을 쉬는 종인의 입술에 소녀의 입술이 닿았다. 울음을 토해내던 입술이 조용해지고 종인이 그녀의 뒷목을 남은 힘으로 끌어안았다.

 

 

그냥 다른 사람들 말처럼 떠나지 그랬어.

완전히 신바람이 나서 가버리지 그랬어.

왜 나를 따라온거야. 무슨 좋은 꼴을 보려고. 다른 사내의 부인이 되어 사는 나를 뭐가 좋다고.

아버지께 단 한번도 반항하지 못하고 도련님 앞에서 억지로 웃던 내가 뭐가 좋아서.

 

 

소녀가 속으로 울분을 토해냈다. 처음 느껴보는 종인의 따뜻한 입술에 소녀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뒷목을 끌어안은 종인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소녀가 입술을 떼자 종인의 손이 자연스레 내려갔다. 소녀가 제 옆에 떨어져 있던 수를 종인에게 보여주었다.

 

 

" ... "

 

 

말을 뱉을 수가 없어 소녀가 속으로 말한다. 종인이 알아 들은 듯 다시 웃어보였다.

 

그 용이, 아기씨의 남은 여생을 평생 지킬 것입니다. 이 천한 것이 떠나더라도... 언제까지 옆에서... 그대를... 지킬 것입니다. 표정이 없던 나에게 감정을 불어 넣어 주었던 그대여. 그대를 위해서는 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그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생에서 그대를 볼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너무나도 한스럽습니다.

 

종인이 수를 보고 웃었다. 종인의 떨리는 손이 수를 잡았다. 소녀의 고개가 떨궈졌다. 종인이 소녀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나의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대에게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무례함을 용서하세요.

 

 

종인이 눈을 감는다.

소녀가 소리를 토해낸다.

 

 

" 아...아! 종인아! 종인아! "

 

 

그제서야 말문이 트인 듯 종인을 부른다.

늦어버렸다.

 

 

" 종인아... 종인아... "

 

 

귓가에 대고 속삭여 보지만 종인은 미동조차 없다.

 

아, 나의 무사여. 나의 늠름한 그대여. 소녀가 눈을 감는다. 눈물이 종인의 얼굴에 투둑 떨어진다. 소녀가 가마 옆, 떨어진 칼을 떨리는 손으로 집어든다.

 

 

" ...종인아... "

 

 

나 역시, 너를 사모해왔어.

 

소녀가 칼을 들어 제 품의 종인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잠에 든 듯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너를 따라 나도 그 꿈의 세상으로 떠날련다, 종인아. 소녀가 제 수를 꼭 쥐고 있는 종인의 손을 맞잡는다. 눈물이 흘리고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푸욱-

 

 

혼례복이 가슴께부터 점점 빨갛게 물이 들어온다.

 

너를 보며 두근거리던 내 가슴이 점점 아려온다. 너도 나를 볼 때 이런 마음이였을려나. 소녀가 마지막으로 종인의 볼에 입을 맞춘다. 심장을 째는 고통에 소녀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손을 내렸다. 소녀가 깊게 숨을 들이쉰다.

 

 

" ...어흐...흐...으.. "

 

 

소녀의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소녀도 종인처럼 피를 토해낸다. 일그러진 표정을 차마 종인에게 보여주기 싫은지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피를 토해 소녀가 입을 틀어막는다. 종인아, 종인아. 나의 종인아. 네가 없는 삶을 내가 어떻게 살까. 네가 떠나버렸으니, 이제 나도 그 길 함께 하련다.

 

 

 

봄바람이 불었다.

소녀의 가슴이 불에 탄 듯 뜨거워졌다.

너를 처음 만났던 이 봄에, 우리는 한 운명을 같이 한다.

 

 

소녀가 종인의 위로 엎어지듯 쓰러졌다. 맞잡은 두 손의 수를 소녀가 마지막으로 쳐다본다.

 

그대를 위한 수, 다음 생에서는 원없이 지어주리.

  

봄바람이 불었다.

소녀의 심장이 식었다.

피로 물든 가마처럼 노을이 더 붉게 물들었다.

 

소녀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며 속으로 되뇌인다.

 

 다음 생에 우리, 그 누구에게도 구속 받지 않고 평생 사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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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육오삼입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고 해서 깜짝 스페셜한 단편을 들고 와봤어요!!

독자 여러분이 좋아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글을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브라는 명목으로 사심 채우기...?ㅎㅎㅎㅎㅎㅎㅎㅎ

 

물리쌤 민석이가 보고 싶으신 분들 ㅠㅠ 죄송합니다 ㅠㅠ 신알신은 육오삼 글에는 다 울리나요...?

물리쌤 민석이를 기대하신 분들...★☆ 조금만 기다리세요...★☆ 옵니다...와요 곧!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적은 글이라 25일에 下편이 업뎃 될 예정입니다!

사실 이 글을 여러 편으로 나누려다가 원 취지에 맞게 ㅋㅋㅋㅋㅋ 2편짜리 단편으로 올리게 되었어욥! 재밌게 봐주셨음 좋겠네요!!!!!!!!!

 

포인트가 ㅆㅔ다고 생각하시면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리스마슨데.. 참...죄송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하시구요~ 썰 문체랑 달라서 좀 당황하셨더라도 ㅋㅋㅋ 예쁘게 봐주세요 하투하투 ♡

 

p.s 하얀 민들레꽃 꽃말은 '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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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매력이에요
9년 전
독자2
와 작가님.. 민석쌤 보러 왔다가 이렇게 종인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갑자기 이러시면 스토리 정말 제 스타일인데 저 울리시면 어떡해요ㅋㅋㅋ 아 슬프다 하편에선 해피엔딩이겠죠? 작가님 작품은 포인트 세도 저는 꼭 읽습니다 하편도 기다릴게요 메리크리스마스!
9년 전
육오삼
헐..매력님!!! 일빠시다!!! 두두둥~ 저의 비루한 단편글을 ㅠㅠㅠㅜㅠㅠㅠㅠ이러케 좋아해주시다니ㅠㅠㅠㅠㅠㅠㅠ매력님이 올해 저의 산타시군요ㅠㅠㅠㅠㅠㅋㅋㅋㅋ적당히 하라구요...? 네...^^ ★☆ㅋㅋㅋㅋ ㅎr...★☆ 매력님ㅠㅠ참..이브날에 절 설레게 하세요ㅠㅜㅜ엑소만큼 사랑합니다!!!♥ㅋㅋㅋㅋ 매력님도 메리크리스마스~★☆
9년 전
독자3
트윙귤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침부터 작가님의 힐링글을 보다니요ㅜㅜㅜㅜㅜㅜㅜㅜ 영광이에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ㅡㅜㅜㅠㅜ작가님 짱이에요ㅜㅠㅠㅠㅠㅠ
9년 전
육오삼
트윙귤님이시다!!! ㅋㅋㅋㅎㅏ..본업인 물리쌤글에 열중해야하는데...크리스마스를 핑계로사리사욕을ㅋㅋㅋㅋㅋㅋㅋㅋㅈㅓ의 이 똥글을 아침부터 격하게 반겨주셔서 그저 감사할따름ㅠㅠㅠㅠㅠ트윙귤님도 짱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하세요~★☆
9년 전
독자4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새드엔딩ㅠㅠ퓨ㅠ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
9년 전
육오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곧 하편 나오는데 과연 새드엔딩일지 지켜봐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5
으어어어어엉어ㅠㅠㅠㅠㅠㅠ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퀄리티가아주그냥 ㅠㅜㅠㅠㅠㅜ대박이에요 정말 ㅠㅠㅠㅠ너무절절하다 정말 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육오삼
ㅠㅠㅜ아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ㅜㅠ퀄리티ㅠㅠㅜ어흑ㅠㅠㅠㅠㅜㅜ과찬이세요ㅠㅠㅜㅜ독자5님 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않았지만 남은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닷!
9년 전
독자6
와 글잡에서 뭐 보고 우는거 진짜오랜만이네요ㅜㅜㅜㅜㅜㅜ 이런거 자주써주세요ㅜㅜㅜㅜㅜ
9년 전
육오삼
으앗 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크리스마스 특별편으로 써둔거라!!! ㅎㅎㅎㅎㅎ 우시다니...제 똥글을.. 보고.. 우시다니... 제 사리사욕을 위한 글을 보고... 제가 더 눈물이...★☆ 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독자6님 하트 뿅뿅!!
9년 전
독자7
계급이 뭔지ㅠㅠㅠㅠㅠㅠ이 둘을 갈라놓은지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에이ㅠㅠㅠㅠㅠㅠ아 슬퍼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생에 진짜 둘이 만났으며뉴ㅠㅠㅠㅠㅠㅠㅠ엉휴휴ㅠㅠㅠㅠㅠ
9년 전
육오삼
ㅠㅠㅠㅠㅠㅠ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 ㅠㅠㅠㅠ 다음생에서 둘이는... (읽으셨을테니 스포...? )....만...날...까요?!ㅋㅋㅋㅋ
9년 전
독자8
와우............ㅜ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작가님 이런 글 좋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계급이 둘이 사랑을 갈라 놓네요...............ㅠㅠㅠㅠㅠㅠㅠ눈에 눈물 고여.........ㅋㅋㅋ다음편 보러 가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9년 전
독자9
허루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완전 아련한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하편 읽으러 갈게요 ㅠㅠㅠㅠㅠㅠㅠ 노래도 왜이리도 슬픈지 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10
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었어요 아진짜ㅠㅠㅠㅠㅠㅠ너무슬프다ㅠㅠㅜㅜㅠㅜㅜㅜ얼른다음편 봐야겠어요 진짜루ㅠ 너무안타까워ㅠㅠ
9년 전
독자11
헐ㅠㅠ사극ㅠㅜㅜㅠㅠ완전 아련해요ㅠㅠ
9년 전
독자12
무사 종인이 상상...민들레다발 만들 생가구하니 너무...달빛 아래 얼굴을 상상하니 너무 슬퍼요 ㅠㅠ
9년 전
독자13
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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