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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이] 운명 下 | 인스티즈

 

 

 

 

 

 

 

 



" ...하아...하아. "

 

 

또 그 꿈이다.

자꾸만 사극에 나올 것 같은 일이 꿈에 나온다. 오늘만 몇 번째인줄 모르겠다. 숨을 고르고 축축하게 젖은 이마를 쓸었다. 아직도 그 입술의 감촉이 생생하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해.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고르고 물을 마셨다. 아직 새벽 5시네. 과제한다고 얼마 자지도 못했는데 이 꿈 때문에 자꾸 일찍 눈이 떠진다.

 

 

" ... "

 

 

물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질 않는다. 꿈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가. 늘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이 꿈이 너무도 끔찍하다. 오늘은 아니지만 어쩔 때는 가끔 눈물을 흘리며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다 잠에 깨서도 감정이 북받쳐 울곤 했었고. 휴대폰을 켜자 쏟아져 나오는 빛에 눈이 찌푸려졌다. 홀드 버튼을 해제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자기 직전까지 같은 조 남학생과의 카톡.

 

 

[ 오늘 낮 12시까지 보내요. ]

[ 제가 한 번 더 정리할거니까 ] 1 : 07

 

 

새벽까지 나를 시달리게 한다. 이 인간. 그냥 지금 보내고 치워야지.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어차피 지금 잠 들면 12시 넘어서 일어날게 뻔한데 새벽에 보내야겠다.

 

 

 

 

 

 

" 일찍 보내셨더라고요. "

 

 

발표 날. 자리에 앉아 있자 같은 조 남학생이 딱딱한 목소리로 내 옆에 앉는다. 아, 예. 뭐, 과제하다가 밤을 새서요. 내가 대충 답하자 남학생이 나를 흘긋 보고는 캔커피를 건넨다.

 

 

" ... "

" 아, 별다른 뜻은 아니고 교양시간에 가끔 졸길래. "

 

 

남자가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래, 지금 나 많이 잔다고 디스하는건가. 그래도 주는 거니까 고맙게 먹어야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커피를 마시려하자 남자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아니, 뭐요. 사람 커피 마시는 거 처음 봐요?

 

 

" 왜요? "

 

 

내가 남자를 쳐다보며 묻자 남자가 아니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런데 뭔가, 이 느낌 낯설지가 않다. 기분 탓인가. 과제 때문에 이 남자를 본 건 손에 꼽힐 정도였던 것 같은데. 한 두 세번 정도 되던가? 이런 얼굴이 흔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남자를 쳐다보며 곰곰히 생각하자 이제는 반대로 남자쪽에서 왜요? 하고 묻는다. 아, 이런.

 

 

"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

 

 

내가 커피를 입에 대며 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나를 다시 흘금 보고는 파일을 꺼낸다. 이상하다. 왜 이러지?

 

 

 

 

 

 

" 발표 정말 잘하시네요. "

 

 

같은 조의 발표한 남학생에게 수고 많았다고 덕분에 A+ 을 받았다고 말하자 남학생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생긴 것도 범생이 같이 생겼는데 말도 잘하네...

 

 

" 아니에요. 자료도 정말 잘 찾으셨던걸요. "

 

 

남자가 하하, 하고 웃으며 나를 칭찬한다. 내가 좀 잘하긴 했지. 하며 만족스럽게 웃어보이니 그 남자가 다시 나를 보며 웃는다.

 

 

" 깔끔하게 정확한 정보만 찾아서. "

 

 

남자가 자꾸 나를 칭찬하는데 허허, 기분이 좋네. 잘생긴 남정네가 나를 이렇게 칭찬하니.

 

 

" 저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

 

 

우리끼리 하하호호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카톡남을 잊을 뻔 했다. 내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니 남자가 여전히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쳐다본다.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저리 뜸을 들이시는지.

 

 

" 에이쁠도 받았는데 밥이나 먹으러 갈래요? "

 

 

아, 조끼리 밥 먹자고? 괜찮은 생각이네. 누가 그랬었다. 조별 과제 하나랑 시험 열 개가 있으면 시험 열 개를 택할만큼 조별 과제는 끔찍하다고. 그런데 뭐, 딱히 이 조에서 지내다보니 난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4인 1조가 되어 발표하는 조 모임에, 오늘 아파서 안 온 여학생마저도 자료를 훌륭하게 모았었으니. 나도 밤을 꼬박 새서 할 만큼 열심히 했고, 나머지 두 남자도 말 할 필요가 없었다.

 

 

" 오, 좋네요. "

 

 

나보다 내 옆에 있는 칭찬남이 먼저 좋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칭찬남이 간다면야 나도 가야지. 나도 그렇다고 말하려 하는데 카톡남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 저도 갈ㄹ... "

" 아니, 저는 그 쪽한테 물은게 아니라 이 여자분께만 물은건데요. "

 

 

응? 내 귀가 잘못 됐나 싶어 의아하게 카톡남을 보니 카톡남이 다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당황한 칭찬남을 쳐다본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래? 다같이 먹으러 가야지. 무슨. 우리 둘만 조별 과제 했어?

 

 

" 어... 저... 죄송한데 우리 조원끼리 먹어야 의미가 있는거 아닌가요? "

 

 

내가 정적을 깨고 말하자 카톡남이 다시 나를 쳐다본다. 아, 눈빛 겁나 무서워. 내가 약간 움찔하자 칭찬남이 나를 보고 다시 웃는다. 그 쪽은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으세요...나는 조끼리 안 먹고, 칭찬남 당신도 안 먹으면 같이 가기 싫다구요! 눈빛으로 사람 죽일것 같단 말이야!

 

 

" 어, ○○씨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저도 에이플러스 받았으니까. "

 

 

칭찬남이 꿋꿋하게 의사표현을 하는데 카톡남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에이플러스는 우리 둘만 받았어? 응?

 

 

" ...그럼 뭐, 다음에 둘이 먹든지 하죠. "

 

 

나는 먹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저 카톡남이 마음대로 저 난리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가죠. 고기 먹을까요? 라며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보자 칭찬남이 방긋 웃으며 가요, 빨리. 하고 나를 일으킨다. 흥 참나. 누가 둘이서 먹겠데?

 

 

 

 

 

 

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저 남자의 집착은 엄청 났다는 것을 나는 순간 잊고 있었다. 카톡남의 집착이 어느 정도였냐면, 과제 자료를 1분이라도 늦게 내면 칼같이 전화가 와서 닦달을 해대곤 했었다. 전화를 안 받으면 그 날 단톡이고 개인톡이고 남아나질 않았고. 우리 조는 얌체족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런 얌체가 우리 조였다면 아마 어떻게든 제가 맡은 파트는 울면서 했을거다.

그래. 저 남자가 저 정도였다.

그리고 난 그걸 잊고 있었고.

 

결국 우리 둘은 분위기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있게 되었다. 나는 나올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저 남자가 갑자기 먼저 전화가 와서는

 

 

[ 밥 먹죠. ]

 

 

라고 하는게 아닌가. 당연히 처음에는 노, 했었는데... 그 후로 꼬박꼬박 전화가 오거나 문자가 왔었다. 나도 생각해보면 딱히 안 먹을 이유는 없어서 둘이 이렇게 나오긴 했는데, 눈빛에 압사 당할 것 같다. 내 평생 저런 남자는 처음 본다.

 

 

" ..어.. 근데 왜 저랑 둘이서 밥 먹으려고 하신거에요? "

 

 

아까부터 말이 없길래 내가 먼저 말을 꺼내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눈빛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답을 한다.

 

 

" 왜요, 둘이서 먹으면 안 돼요? "

 

 

..아, 뭐. 그런 건 아닌데. 내가 고개를 숙이며 남자의 눈빛을 피하자 남자가 그새 말을 잇는다.

 

 

" ...그냥, 먹어야 될 것 같아서요. "

 

 

응? 저건 뭔 말이래? 내가 놀라 다시 고개를 들자 남자의 표정이 묘하게 바껴있다. 시선도 창 밖을 향해있고. 저 말 지금 관심있다는 걸 돌려서 말한건가? 모태솔로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저 말은. 그냥 관심 있다고 치부해버리기엔 내가 너무 도끼병에 걸린 여자 같아서 쉽게 그러지도 못하겠고. 근데 뭐 저 사람 성격을 봐서는... 그냥 아무 의미없이 저런 말을 던졌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아, 예... 그러세요. "

 

 

그냥 그럴려니 하고 넘기자 남자가 다시 시선을 돌려 나를 본다. 움찔해서 남자를 보자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한 번 쓸더니 테이블로 몸을 당긴다.

 

 

" ...내가 뭔 말하는지 알겠어요? "

 

 

아뇨. 하나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꾹 눌렀다. 지금 사람 놀리는거야, 뭐야. 저번에 커피줄 때도 은근히 비꼬는 것 같았는데 지금도 그런건가? 내가 작게 아니요. 라고 답하자 남자가 갑자기 픽 웃는다. 뭐지, 뭐야. 지금 나 놀리는거야?

 

 

" 나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

 

 

...

 

그렇구나. 그래, 내가 뭘 더 바라겠어. 그냥 체념하며 앉아서 막 나온 스파게티를 먹었다. 남자도 내가 먹는 걸 보고서야 뒤늦게 나온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저 남자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랑 밥을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묘해지긴 했다. 내가 저 남자가 말한 얘기를 잘 이해를 못해서 그런건가.

 

 

 

 

 

 

 

" 밥까지 사주셨는데 데려다 주시기까지 하고... 안 그러셔도 되는데. "

 

 

어쩌다보니 내 눈 앞의 남자가 내 자취방 앞까지 따라왔다. 저녁도 사준데다가 집까지 데려다주다니. 무슨 내 남자친구도 아니고. 처음에는 더치페이를 하겠다고 했다가 남자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찍소리도 못했고, 안 데려다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꿋꿋이 따라오길래 어쩔 수 없이.

 

 

" 밤길 위험하니까요. "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놓고 담담하게 말한다. 아, 그러세요? 아직까지 이 남자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냥 이라는데... 그게 뭘까. 나한테 관심있는데 자기도 자기 감정을 잘 모르겠다는건가. 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제 다왔다고 원룸 앞에서 멈추자 남자가 내 집을 흘금 본다.

 

 

" 혼자 살아요? "

" ...네? 아, 네. 저 자취해요. "

" ... "

" ...어...음, 오늘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

 

 

내가 대충 말을 마무리 지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아, 어색해라. 아직 친구들 중에도 내 자취방 아는 애는 몇몇 없는데. 빨리 들어가려 뒤를 도니 갑자기 남자가 나를 부른다.

 

 

" 저기요. "

 

 

우뚝. 걷던 길을 멈춰서고 뒤를 돌자 남자가 언제 주머니에서 꺼냈는지 손을 빼서는 휴대폰을 흔들어보인다.

 

 

" 번호 있죠? 연락해요. "

 

 

그러고는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놓고 먼저 뒤를 돌아 가버린다. 뭐지..? 뭐야...? 연락하라고...? 응? 모솔에 연애고자인 내가 저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얼떨떨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폰을 먼저 켰다. 그러고보니 아직 번호가 있었네. 저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 사학과 김종인 ]

 

 

사학과 김종인.

김종인? 김종인이라...? 뭔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여튼 그러고보니 나는 이 남자 이름도 깜빡 잊고 있었다. 맨날 카톡남이라고 속으로 혼자 불러서. 음, 김종인. 김종인이구나... 잠시만. 근데 나 조별 과제도 끝났는데 왜 이 남자 이름을 알려고하지? 아, 저 남자. 진짜 뭐야.

 

 

 

 

 

 

 

" 연락하라니까 연락도 안하고. "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카톡남, 아니 김종인이다. 그 날 이후로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는데, 여기 있는 건 또 어찌 알고 이렇게 와서 저런 말을 하시나. 아니, 그냥 밥 먹으러 온건가.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김종인이 내 옆에 털썩 앉는다. 맞은 편의 친구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김종인을 번갈아 보는데... 그런 거 아니니까 얼굴 붉히지 좀 마.

 

 

" ○○씨 친구분 미안해요. 자리가 여기 밖에 없어서. "

 

 

김종인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지 내 이름을 붙여가며 내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잠시만. 근데 자리가 여기 밖에 없다고? 웃기고 있네. 널린게 자리다, 이 사람아! 그런데 내가 말을 하기도 무섭게 그냥 밥만 먹는다. 아무 말도 안하고. 친구가 당황해서는 누구야. 하고 작게 입모양으로 말하는데... 그런거 아니라고!

 

 

" 조별 과제 같이 했던 분. "

" 아... "

 

 

왠지 김종인의 옆에서 밥을 먹다간 체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김종인이 귀신같이 눈치를 챘는지 나를 흘금 본다. 괜히 찔리는데, 이거.

 

 

" 다 안 먹었잖아요. "

" ... 입맛이 없어서. "

" 나 오기 전까지는 잘만 먹더니. "

 

 

그러고는 자기가 먼저 일어선다. 언제 다 먹은건지 식판이 깨끗하다. 놀라서 김종인을 올려다보니 김종인이 담담하게 말한다.

 

 

" 연락해요. 좀. "

 

 

...이상하다.

별 말 안 한것 같은데 심장이 두근거린다. 연애고자에 모태솔로, 저런 막무가내 카톡남한테 빠진건가.

 

 

 

 

 

 

 

" 흠... "

 

 

뭐라고 보내지. 김종인이 연락을 하라고 하긴 해서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연락을 하라는데, 뭐라고 보내야 하나. 솔직히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우스울 지경이다. 대체 언제 어느 타이밍에서 김종인한테 매력을 느낀건지는 모르겠는데, 인정해야할 것은 나는 김종인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 저기 연락하래서... >

 

 

찐따같지만... 이게 내 한계다. 얼굴에 철판 깔고 뭐해요? 라던가 종인씨. 라던가 이런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낯간지러워서. 그냥 저렇게 보내고 폰을 던지자 갑자기 웅, 하고 진동이 울린다. 벌써 답이 온건가?

 

 

[ 진짜 했네요? ]

[ 안 할 줄 알았는데. ]

 

 

니가 연락 좀 하라며요... 답하기도 애매한 이 카톡에 나는 뭐라고 답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으니 곧바로 카톡이 온다.

 

 

[ 뭐해요? ]

 

 

두근.

 

미치겠다. 두근거린다. 이것 봐. 나 김종인 좋아한다니까. 미치겠다, 진짜. 나 이런 스타일 좋아했던가? 아닌데, 나는 엑소에 첸인가? 그런 다정한 남자스타일이 좋은데. 이렇게 무뚝뚝하고 툭툭 말 던지는 막무가내 스타일은 내 이상형이 아니었는데.

 

 

< 그냥... 집에 있어요 >

[ 밥 먹었어요? ]

< 아직요 >

[ 그럼 나와요 ]

< 네???? >

[ 그 때 내가 샀으니까 ]

[ 이젠 ○○씨 차례 아닌가 ]

 

 

아, 그런가. 음... 그렇구나.

 

헐.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나 완전히 말리고 있는 기분인데? 거울을 슬쩍 보니 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아, 미치겠다. 왜 이런 말에 자꾸 설레는지. 또 나도 모르게 카톡을 이끌리듯 보낸다.

 

 

< 네 그럼 어디서 볼까요? >

 

 

미쳤다, ○○○. 제정신이 아니다. 진짜로.

 

 

 

 

 

 

 

" 또 데려다 주시고... "

" 그 때도 말했잖아요. 밤길 위험하다고. 보니까 여기 길도 좁고 어두컴컴한데 어떻게 혼자 다녔어요? "

 

 

다시 만난 김종인은 조금 더 말이 많아졌다. 표정도 이제는 좀 유하게 변한 것 같고. 그냥, 내가 이 남자한테 호감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게 느껴진다.

 

 

" 밤에는 잘 안 돌아다니니까... "

" 밤에는 잘 안나가요? "

" 네? 네. "

" 술 같은 것도 안 마시고? "

" ...아, 잘 안 마셔요. "

 

 

의외라는 듯 보는데 좀 기분이 나쁜걸? 내가 뭐? 잘 놀게 생겼냐? 엉? 그래도 김종인의 눈빛이 무서워서 오늘도 참는다. 아직까진 조금 불편하긴 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표정이 잘 안 변해서 그렇다고 해야하나...

 

 

" 다행이네요. "

" 예? "

" 나는 술 많이 마시러 다니는 여자들 딱 질색이거든요. "

 

 

순간 심쿵. 저 말을 왜 하는거지? 저 말을 왜 한걸까?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 ...그..그래요? 안 그런 여자분 만나세요... "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해버렸다. 안 그런 여자를 만나라니. 솔직한 마음 같아선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던 건데. 나도 모르게 떠보기식 질문을 해버렸다. 그러자 김종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조금 굳은 표정으로.

 

 

" 내가 안 그런 여자 만났음 좋겠어요? "

" ...아... 그... 그런 여자분들 싫어하신다니까... "

 

 

나도 모르게 쫄아서 저런 말을 하니 김종인이 갑자기 한걸음 앞으로 내게 온다. 당황해서 주춤하니 김종인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런데 기분이 묘하다. 저 눈빛, 너무 많이 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자꾸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저 무서운 눈빛마저도 좋아하게 된거야? 미쳤네, ○○○. 너 제대로 돌았구나.

 

 

" 그러면 내가 그 쪽 만나면 되겠네요. "

" ... "

 

 

지금, 무슨 말을 한거지?

 

너무 놀라 김종인을 벙찐 표정으로 보니 김종인이 한 발짝 더 내게 다가온다. 이제는 뒤로 주춤할 생각도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진지 오래다. 저 말은... 저 말은...

 

 

" 그 쪽은 술 안 마신다니까. "

" ...어, 저기.. 아.. 종인씨.. 그러니까... "

 

 

나도 모르게 김종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도 종인씨라고. 사실 만나고 나서 한번도 이름을 불러본 기억이 없는데.

 

 

" ...종인씨라. "

" ...어...아...음... "

" 듣기 좋은데. "

 

 

김종인의 말에 다시 한 번 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가로등 밑에 선 김종인의 모습이 눈부시게 멋있다.

 

 

" 근데 내가 그 쪽보다 나이가 많아서, 종인씨보다는 종인 오빠가 더 듣기 좋을 것 같아요. "

" ... "

" ... "

 

 

그러고 김종인은 말이 없다. 어쩌라는거지...? 내가 당황해서 김종인을 봤지만 김종인은 요지부동이다. 갈 생각도 없어보이고, 그렇다고 말 할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 결국 내가 먼저 입 밖에 말을 낸다.

 

 

" ...조...종인 오빠 그니까... 어... 방금 하신 말이요. "

" ...것 봐. "

" ...예...? "

" 얼마나 듣기 좋아. ○○아. "

 

 

이제 자연스럽게 반말을 한다. 김종인이. 심장이 두근거려서 미칠 것 같다. 미치겠다. 진짜로.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사람이 김종인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서있었으면 얼굴이 빨개진게 다 보였을테니.

 

 

" ○○아. "

 

 

나를 담담하게 부르는데 녹을 것 같았다. 내가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고, 김종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어간다.

 

 

" 나랑 사귀자. "

 

 

대체 나의 어디에 반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그 순간 완벽하게 김종인에게 반해버렸다.

 

 

 

 

 

 

 

 

" ...아... "

 

 

눈을 떴다. 또 그 꿈이다. 꿈에서만 죽은 횟수도 손가락 갯수를 넘어갈 지경이다. 오빠를 만나고나서는 더 자주 꾸고, 더 생생하게 꾼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 전에는 꿈에서 깨면 기억나지 않았던 꿈 속의 내 애인이, 이제는 기억이 난다는 것이었다. 더 가관이건... 그 상대가 종인 오빠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

 

 

" ...하아... "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셨다. 새벽 4시 56분. 5시 전이다. 깨버린 잠은 쉽게 들 수가 없다.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다가 머리맡에 둔 폰을 찾아 카톡앱을 눌렀다. 새벽에 자고 있겠지? 그래도 보내볼까? 그 꿈을 꾸고나면 늘 오빠가 보고 싶어졌다. 낮에 봤어도, 밤에 봤어도... 그냥 오빠가 그리워졌다.

 

 

< 오빠 >

< 나 꿈 때문에 지금 깼어요 >

< 잠이 안와서 카톡해요ㅠㅠ >

< 잘자요 > 4 : 59

 

 

폰을 다시 끄고 눈을 억지로 감는데 웅, 하는 진동소리가 들렸다. 설마, 오빠인가?

 

 

[ 왜 깼어 ]

[ 푹 자야지 ]

 

 

오빠는 내가 그 꿈을 꾸는지를 모른다. 아니, 아무도 모른다.

 

 

[ 무슨 꿈을 꿨길래 ]

[ 나도 방금 자다 깼는데 ]

< 나 때문에 깬거 아니에요?ㅠㅠ 빨리 자요 >

[ 아니야. 괜찮아. 근데 악몽이라도 꾼거야? ]

 

 

오빠가 집요하게 물어온다. 뭔가 말하기가 좀 그렇다. 이런 꿈을 계속 꿔왔다고 하면, 오빠가 대체 얼마나 사극 드라마를 봤냐고 놀려댈 것 같아서.

 

 

< ㅋㅋ별거 아니에요 >

< 그냥 좀 슬픈 꿈. >

< 빨리 자요 ㅠㅠ 괜히 미안하게 ㅠㅠㅠ >

[ 괜찮다니까. ]

[ 나는 내일 공강인데 뭘. ]

[ 어떤 슬픈 꿈을 꿨길래 잠을 못 자? ]

 

 

자꾸 돌려서 물어보는 것 같아 괜히 찜찜해진다. 아니라며 이제 졸립다며 잔다고 카톡을 보내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이번엔, 그 꿈을 꾸지 않고 푹 자길.

 

 

 

 

 

 

 

 

" 아! "

 

 

나도 모르게 카페에서 잠깐 졸았는데 소리를 내면서 깨버렸다. 오빠가 많이 피곤하냐며 자기 앞의 쿠션을 내게 건넨다. 아, 뭐야. 쪽팔리게.

 

 

" 요즘 잠 잘 못 자? "

" 아니...그냥... "

" 그러고보니까 요즘 새벽에 계속 깨는 것 같던데. "

 

 

종인 오빠가 안쓰럽게 나를 본다. 오빠를 만나고 나서 오빠가 가장 크게 변한 점이 있다면 그건 표정이 생겼다는거...? 웃으니까 되게 예쁘고, 멋진데 왜 진작 안 그랬는지.

 

 

" 대체 무슨 꿈을 꾸는데? "

 

 

오빠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하긴 만날 때마다 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교양을 같이 들을 때도 꾸벅꾸벅 조니 말이다. 오빠는 처음에 왜 이렇게 조냐고 장난스럽게 물어왔지만 다른 곳에서도 자꾸 잠에 빠지니 걱정스러웠는 모양이다.

 

 

" ...별 거 아닌데. "

" 별 거 아니긴. 그것 때문에 너 자꾸 조는거 아니야? "

" ... "

" 뭔데, 얘기해봐. "

 

 

오빠가 단호하게 말을 하니 안 말 할 수가 없다. 머뭇머뭇하며 짧게 옛날 배경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는 꿈을 꾼다고 하니 오빠가 묵묵히 듣고 아무 말도 하질 않는다.

 

 

" 별 거 아니죠? 근데 계속 꿈에 나오다 보니까 진짜 내 일 같아서... "

 

 

반복되는 그 꿈은 자꾸만 나를 감정의 소용돌이에 몰아 넣는다. 나는 분명 그 시대를 살아본 적도 없는데 그 시대를 다 아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상대가 종인 오빠라는 건 말 못하겠다. 오빠가 괜히 걱정할까 싶어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는데, 오빠의 표정은 여전히 단호하다.

 

 

" ... "

" ...오빠? "

" ... "

" 오빠...? "

 

 

무슨 생각에 잠긴건지 내 이야기가 들리지도 않나 보다.

 

 

" ...종인아. "

 

 

장난기가 올라 종인아. 라고 부르자 갑자기 오빠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어...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오빠가 기분이 나빴나 싶어 미안. 하고 작게 말하자 오빠가 고개를 돌린다.

 

 

" ...삐졌어요? "

 

 

보기보다 속이 좁구만? 내가 삐졌냐고 묻는데도 오빠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도 돌아보질 않고 화장실로 가버린다. 뭐지, 왜 저러는거야? 많이 기분 나빴나...? 앞으로는 오빠 이름 함부로 부르면 안 되겠네.

 

 

 

 

 

 

 

 

" 아직도 삐졌어요? "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도 오빠는 아무 말이 없다. 진짜 삐진거야...? 오빠는 계속 무표정으로 내 옆에 서서 걷기만 한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하는건지. 그렇게 기분이 나빴던거야? 그럴 줄 알았으면 장난치지 말걸.

 

 

" 벌써 다왔네... "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벌써 집 앞이다. 내가 걸음을 멈추었는데도 오빠는 여전히 걷고 있다. 내가 놀라서 오빠를 붙잡자 오빠가 그제서야 나를 흘금 보고는 집을 올려다본다.

 

 

" 벌써 온거야?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

 

 

나한테 화난건 아닌 것 같고. 아까부터 이상하다. 삐졌다기엔 이젠 너무 다정하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내 손을 잡는걸 보니.

 

 

" 아니, 별 생각 안했어. "

" 나는 내가 오빠 이름 함부로 불러서 오빠가 화난줄 알았죠. "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하자 오빠가 나를 보고 웃는다. 진짜.. 볼 때마다 쿵하는 기분이 든다. 이상하게도. 하도 안 웃고 다녀서 그러나.

 

 

" 화나긴. "

" ... "

" 오늘도 새벽에 깨면 카톡해. "

" ...오빠 자꾸 내 카톡 받아준다고 잠 못 자는거 아니에요? "

" 괜찮아. "

 

 

단호하게 말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하리오. 그냥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잡은 손을 놓고 나를 와락 안는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말 없이 그렇게 가로등 밑에 서있었다. 갑자기 안아 당황스러웠지만, 기분 좋은 것도 사실이니.

 

 

 

 

 

 

 

" 사모했습니다. "

 

 

종인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지 종인이가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눌러준다. 예전처럼. 어릴 때, 수를 놓다 손가락에 바늘이 찔려 피가 나서 울고 있으면 종인이가 늘 내 얼굴을 꾸욱 눌러주곤 했었다. 이래야 눈물 자욱이 남지 않는다며.

 

 

" 평생 사모한다는 말을 못 들을 줄 알았어. "

 

 

종인이가 사모했다고 말한다. 사모한다는 말을 쉽게 뱉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내일이면 시집을 가는 나의 마음을 흔들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그러면 뭐해, 종인아. 이미 내 마음은 너를 향해 있는데. 종인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손을 잡는다. 바보야, 왜 울어. 그런데 너는 우는 모습도 참 곱다. 종인아, 그거 알아? 너는 항상 내게 곱다고 말하지? 나에게는 네가 제일 고우면서도 멋있어. 

 

달빛이 은은하게 우리를 비추었다. 시간이 멈추어버렸으면. 우리 맞잡은 이 손을 놓지 않았으면 그렇게 빌었다.

 

 

나는

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우리가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죽어서까지,

너와 다음 생을 함께하길 기도하고 있었다.

 

 

" ...아! "

 

 

꿈에서 깼다. 생생하다. 너무도. 평소보다 더 생생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종인이. 김종인. 이제 무엇이 현실인지도 모를만큼 머리가 복잡해졌다. 저게 꿈이 맞는거야? 그렇다기엔 너무 생생하잖아. 얼굴을 한 번 쓸고 폰을 찾았다. 오빠가, 김종인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 오빠 > 3 : 47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분명히 잠자리에 든건 10시였는데.

 

 

[ 꿈꿨어? ]

< 오빠 >

 

 

전화. 전화를 해야했다. 오빠의 모습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몇 시간 전에 보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미치도록 그리울까.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 오빠... 오빠... "

[ 왜 그래? 응? 무슨 일 있어? ]

 

 

오빠가 다급한 듯 묻는다. 종인 오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왈칵 울음이 터져나왔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내 몸을 덮는 기분이 들었다.

 

 

" 종인아... "

 

 

나도 모르게 꺽꺽대며 오빠의 이름을 불렀다. 오빠는 내 울음소리를 들으며 달래다가 내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말을 멈췄다. 오빠가 싫어해도, 화를 내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라도 부르지 않는다면-

 

 

" 종인아... "

 

 

사랑해. 죽을만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얼굴을 보고 쓰다듬으며 안고 싶었다.

 

 

" ...종인아... "

[ 지금, 너희 집으로 갈게. 기다려. ]

 

 

전화가 끊겼지만 귀에 여전히 휴대폰을 댔다. 끊겨버린 전화에 대고 종인아, 종인아.. 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지금 보러 온다는 그 말이 가슴에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아파왔다. 30분정도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천천히 일으켜 문을 열었다.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 땀에 잔뜩 젖어 숨을 헐떡대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순간 나도 모르게 오빠를 와락 안아버렸다.

 

 

" 종인아... 종인아... "

 

 

왜 이제야 온거야. 종인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얼굴을 보고 있는데도, 이렇게 안고 있는데도 네가 그리워. 종인아.

 

 

" 진정해...응? "

 

 

오빠가 날 안은채로 현관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런 오빠의 품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영원히, 영원히... 이 시간이 함께하길.

 

 

" ○○아... "

 

 

오빠가 나를 안은 채로 내 머리를 쓸었다. 그리고 작게, 나지막하게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 ...고운 얼굴 다 망가진다. 그만 울어. "

 

 

아.

아.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서야- 이제서야 나는...

 

 

 

' 고운 얼굴이 다 망가집니다. 그만 우세요. '

 

 

" 종인아... "

 

 

그대만의 여인이었음을 깨달았다.

 

 

 

 

 

 

 

오빠도 꿈을 꿨다고 했다.

 

나를 만나기 전부터 꿈을 꾸었다고. 몇 개월 전 쯤부터 시작된 꿈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교양 수업에서 나를 발견했는데 그 날 이후로 꿈의 여인이 내 모습이 되어 나타났다고 했다. 나와 똑같이. 오빠를 만나고 난 순간부터 오빠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처럼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 ...말 못해서 미안해. 그냥... 그냥 나는 나만 이런 이상한 꿈을 꾸는 줄 알았어. "

 

 

오빠가 울다 지친 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이제 이 모든 순간이 벅차게만 느껴진다. 거짓말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내 눈 앞에서 일어난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 그래서 말을 안했어. 그러다가 네가 새벽에 일어나서 카톡을 하는데, 그제서야 느꼈어. "

" ... "

" 나만 이런게 아니었구나. 너도 그 꿈을 꾸고 있었구나. "

 

 

오빠가 내 머리칼을 넘기며 이마에 입을 맞춘다. 모든 기억이 마치 예전부터 있었던 양 하나씩 지나갔다.

 

 

" 이게 꿈인지, 전생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

" ... "

" 확실한건 너랑 나는... "

 

 

오빠가 나를 내려다본다. 내가 오빠를 올려다 보며 입을 맞춘다. 마지막, 그 때처럼 비참한 입맞춤이 아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사랑을 확인하는 입맞춤. 짧은 입맞춤을 마치고 오빠를 보니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 운명인가보다. "

" ...오빠. "

" 아, 미치겠다. 나 이제 오빠라는 소리 듣는 거 보다 종인아, 라고 불러주는게 더 좋아. "

 

 

오빠가 자신의 눈을 가리며 말한다. 그런데 어쩌나, 나도 이제 오빠라는 호칭보다는 종인아라는 말이 입에 더 달라붙는데.

 

 

" 나도 그런데? 너도 그래, 종인아? "

" ...못 말린다. 진짜. 이젠 반말까지 하네? "

" 꿈에서는 오빠가 나한테 존대했는데, 나는 반말했잖아요. "

 

 

오빠가, 아니 김종인이 웃으며 나를 보고는 입을 맞춘다. 그러고는 입을 떼며,

 

 

" 반말해, 실컷 해도 돼. 대신 너 나말고 딴 사람한테 시집가면 죽는다? "

" 에이. 갈 사람이 어디 있어요. "

" 너 그 때 내가 둘이서 밥 먹자고 안했으면 우리 조에 김준면인가 하는 남자애랑 잘 될 기세였잖아. "

 

 

종인이 내 이마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린다. 김준면?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 기억 안 나는데? "

" ...으이구, 우리 주인님은 여튼 기억력도 안 좋고. 손재주는 여전한가? "

 

 

장난스레 물어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러게, 여전한가? 나 가정시간에 십자수 D 받았는데. 그 말을 하자 혼자 빵 터져서는 쿡쿡거리며 웃는다. 눈을 감기 전에 평생 그대만을 위한 수를 지어줄거라 다짐했는데, 그 약속은 못 지키겠다.

그런데 신기하지. 정말 우리가 운명인가봐.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나봐.

 

 

" 수 못 놓으면 어때. "

" ... "

" 앞으로 나만 평생 사랑해주면 괜찮은데. "

 

 

그러고는 다시 입을 맞춘다.

따뜻한 감촉에 눈을 감았다.

 

 

운명. 그런 것이 정말로 있으려나.

그런 것쯤은 이제 상관이 없다. 그대와 나, 결국에는 사랑을 확인했으니. 그대와 나, 이제는 그 무엇도 가로 막는 일이 없으니.

 

 

" ...사랑해, 종인아. "

" 나도. 사랑해. "

 

 

사랑한다.

' 사랑했다 ' 가 아닌, 사랑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사랑할 것이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창 밖의 벚꽃이 흩날렸다. 봄바람이 누가 시리다고 그랬던가. 이리도 따뜻한데, 그대의 품 안에서 맞는 바람이 설령 겨울바람이라고 할 지라도 이리도 따뜻한데.

 

 

 

 

 

 

 


더보기

 

 

 

 

네!!!!!!! 메리크리스마스 보내고들 계ㅅ신가요? ㅠㅠㅠㅠ 크리스마스 특집 종인이 단편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동 ㅠㅠㅠ 혼자 감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리쌤 민석이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닷 !!!!!!!!!!!!!!!!!(매력님 트윙귤님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보니 더 반가웠다능... 와타시의 마음을 언락하셨다능...♨)

 

 읽어주시는 분들 사랑합니다...♡

 

마무리는 산타 종인이로!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p.s ....ㅎㅎㅎㅎㅎㅎ 상편은 분량이 많ㅇ은편이라 포인트 30으로 했는데 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고.. 또 그리많은 분량도 아니고 하니 15로 내릴게요!

 

 

[EXO/카이] 운명 下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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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트윙귤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운명이란 참 좋은거같아요ㅠㅠㅠㅠㅠ그래서 제운명은 어디에...(먼산)
9년 전
육오삼
ㅋㅋㅋㅋㅋ트윙귤님의 운명...! 곧 나타날겁니다!!!!! 크리스마스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죠? ...아..아닌가?ㅎ;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주시지 않...을..ㄲ...ㅏ요...?ㅋㅋㅋㅋㅋㅋ제가 빌어드리겠습니다!!!!!!!! 트윙귤님의 운명의 상대!!!!!!! 어디계십니까!!!!!!!!! 나오세여!!!!!!!!!!!!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란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감사하고 메리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우리는 이제 물리쌤글에서 다시 만나요~★
9년 전
독자2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전생에서 못 이룬 사랑이 현생으로와서ㅓ 이루어졌네요ㅠㅠㅠㅠㅠ꿈이여서다행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육오삼
ㅠㅠㅠㅠ현생에서도 못 이뤄진다면...이 크리스마스에... 눈물이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독자2님 남은 크리스마스ㅈ잘 보내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매력이에요 아.. 진짜 이 작품은 상, 하 구분 없이 저를 울리네요 브금이 아련해서 더 그런듯해요 괜찮으시다면 브금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평소 아쉬움이 남아서 단편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짧게 끝나서 더 좋은것 같아요 전생의 사랑이 현생에서 이루어지네요 새드로 끝났다면 아쉬웠을듯...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가요
9년 전
육오삼
매력님ㅠㅠㅠㅠㅠ네..새드로 끝내기에는ㅠㅠ 둘이 꽁냥거리는 것도 너무 없는 것 같아서ㅠㅠㅠㅎㅎㅎ와... 단편 그렇게 좋아하시지않는데도ㅠㅠ 그저 감사할뿐이에요ㅠㅠㅠ♡ 상편 브금은 공주의남자ost인 '끝내'이구요 하편은 브금저장소에서 다운받았는데.. 무슨 애니메이션 ost였는데ㅠㅠㅠ 제목은 '숙연의 눈물' 일거에요 아마!정확하지가 않아서ㅠㅠ죄송합니답ㅠㅠㅠ 매력님 정말 늘 하는 말이지만ㅠㅠㅜㅜㅠ진~~~~짜 감사합니다ㅠㅠ 매력님 댓글에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몰라요ㅠㅜ 쟈랑합니다 매력님♡
9년 전
독자5
브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 알려주신 덕분에 찾았어요! 제 댓글로 힘이 나신다니 좋은 글 써주시는 작가님께 제가 더 감사드리죠
9년 전
독자4
헐 ㅠㅠㅠㅠㅠㅠㅠ대박이에요 진짜 짱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다음도궁금하다...흐허허 ㅜㅜㅠㅠㅠㅠㅠ대박짱짜유ㅠㅠㅠㅠㅠㅠㅠ둘은운명이야 ㅠㅜㅠㅠ
9년 전
육오삼
핫... 아쉽지만 다음은 독자4님이 상상하셔야 할듯 해요ㅠㅠㅠ더 행쇼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지만 단편이라ㅠㅠㅠ죄송합니다ㅠㅠ 둘은 운명...★☆ 거부할 수 없는 데스티니~ 피는 뜨거워지지 예에~ 마침내 모두 지배해~ ..앗..제가너무 신났네욬ㅋㅋㅋㅋ부끄부끄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9년 전
독자6
ㅜㅜㅜㅜㅜ 밤늦게 진짜 펑펑운듯ㅜㅜㅜ내일 눈 겁나 띵띵 부을거같아요ㅜㅜㅜㅜ 작가님 제취향을 어떻게아시고사극+환생 ㅜㅜㅜㅜㅜ취향저격탕탕탕ㅜㅜㅜ
9년 전
육오삼
와...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정말로 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울지마세요 ㅠㅠㅠㅠㅠ 독자6님 제가 울렸으니 책임지겠습니다(...?응?)ㅋㅋㅋㅋㅋ 웃으시라고 막 던졌는데 ㅋㅋㅋㅋㅋ 보고 정색하셨다면... 죄송합니다... ^^...ㄸㄹㄹ..ㅋㅋㅋㅋㅋ 사랑합니다 독자6님!! 앞으로 이런 글 종종 올려야겠는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9년 전
독자7
만쥬에여! 솔크에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ㅠㅠ 만쥬우럭ㅠㅠㅠ 작가님 이런 사극류의 글도 완전 잘쓰시는거 같아요 물민끝나고 후속작 기대해도 되는건가요..ㅎㅎ 작가님 크리스마스 지낫지만 ㅠㅠ 그래도 메리크리스마스~
9년 전
육오삼
ㅇ...아뇨^^..기..기대하지마세요... 너무..힘들었어요... 제 한계는 이까집니다...^^ ㄸㄹㄹ...ㅋㅋㅋㅋ만쥬님 늘 칭찬 감사합니다 나레기가 붘흐붂흐><♡
9년 전
독자8
혼자있어서 다행이지 부모님이라도 집에 계셨으면 큰일날뻔 했어요...진짜 글 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울어보니까 후련하고 좋아요 둘이 만나서도 기분좋고 아무튼 글 짱짱!
9년 전
육오삼
ㅠㅠㅠㅠㅠㅠ헐.. 우셨다니.. 이런 똥글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까지 잘쓰신다고 해주시고ㅠㅠㅠㅠㅠㅠㅠ그저 감사할따르뮤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독자님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9
작가님............ㅜㅜㅜㅜㅜㅠㅠ글 겁나 잘쓰시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보면서 울엇서.............고엿는데 한방울 또르륵 떨어졋서요ㅜㅜㅜ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 해피앤딩이라서 다행이예요ㅜㅜㅜㅜㅠㅠㅠ
9년 전
독자10
이런글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연결되어있는 과거와 현재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다행이다 ㅠㅠㅠㅠㅠㅠㅠ 여주랑 종인이 둘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11
박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좋다ㅜ 노래도어울리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여 진짜루
9년 전
독자12
역시 서로 사랑의 데스티니였어 아휴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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