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 과거, 두번째 이야기-안녕, 오랜만이야>
그 소년을 다시 볼 수 없었지만, 그는 어렴풋한 빛으로 아우러진 추억으로 내게 남을 수 있었다.
"어이, 김종인."
"왜."
세훈이 어깨동무를 하며 가볍게 무게를 실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웃는 하얀 낯짝에 대단히 즐거운 일이 있는것을 눈치챘다.
"나...한다."
"뭐를...설마?"
"어헣엏어허!!!!!!!!!!!한다고!!!!!!!!!!!!각인!!!!!!!!!!"
"헐....헐..누군데?"
"진짜 대박인데, 준면이 형."
"뭐???????????"
김준면은, 우리보다 한 살 많은 가디언으로 입학 때부터 수재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체력적으로 월등한 편은 아니었지만 타고난 두뇌가 한 몫을 했다.
그리고 그는, 오세훈이 중1 때부터, 어울리지도 않는 도서관에 숨어살면서 눈독들이던 가디언이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오세훈이 김준면과 각인을 하다니.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김준면이라는 사람은 평생 고생할 것이 눈에 훤했다.
"미친..준면이 형이래...나 진짜 좋아서 죽을 뻔했어. 복상사가 이런 느낌인가 싶을 정도로."
"복상사가 여기서 왜 나와..아무튼 좋겠다 새끼."
"너도 그 하얗고 동그랗고 천사같은 애 얼른 찾아서 각인해야 할텐데."
"그 얘기 꺼내지 말랬지.."
내가 어렸을 때, 찬열이 형에게 그 병동의 소년을 찾으면서 묘사했던 말들이 오세훈에게 전해지면서, 그는 틈틈히 잊을만하면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 그리고 찬열이 형은 지금 SAG에 없다. 그는 반군에 합류했고, 이 말은 그가 수배중이라는 뜻이다.
SAG에서 '박찬열'이라는 이름만 언급해도 취조실로 끌려간다. 그 또한 촉망받는 센티넬이었기에, SAG의 타격이 컸다.
"정확히 언젠데?"
"아니 사실, 정식으로 통보받은 건 아니고...흫흐."
"그럼?"
"내가 사무실에 심부름갔다가, 책상 위에 우리 학년 입주표가 있는거야. 근데 그 위 딱!!내 이름이랑!!준면이 형 이름이!!!"
"오...진짠가보네. 축하한다."
센티넬과 가디언이 각인되면, SAG 근처 아파트에 방을 얻게 된다. 센티넬과 가디언은 각인이 확인된 이후 바로 합숙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모두들 잘 알고 있으리라. 하루빨리 정식 '각인'을 이루어야 센티넬의 힘이 최대치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크크크 어떡해 자랑하고 싶어 미치겠다."
"입 좀 다물고 다녀. 나는 훈련장 간다."
"왜? 너 오늘 사격이랑 전면전 둘다 하지 않았어? 지치지도 않냐."
"아..내일 대련있어."
"미친..힘내라...난 먼저 올라간다."
가볍게 등을 돌리는 세훈의 발걸음이 음표처럼 사뿐하다. 부러울 뿐이다.
사격 훈련장은 쎄하다. SAG 본 건물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산 중턱에 위치해 을싸한 기운이 더하다.
총을 장전하고, 표준거리보다 더 먼 거리로 설정한 후 총구를 겨눈다.
하나
둘
ㅅ..
순식간에 과녁이 사라지고, 검은 형체가 들어선다. 놀라서 총을 놓쳤다. 형체는 뭉친 바람처럼 이쪽으로 달려와 총이 떨어지기 전에 낚아챈다.
"오랜만."
익숙한 목소리가 인사를 건낸다. 낮지만 유쾌한 목소리.
"찬열이 형!.."
반가움과, 그를 가로막는 어색함이 난장된 어투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는 내 인사를 받고 낮게 킥킥 웃었다.
"많이 컸다, 새끼."
"형..."
"시간 없으니까 본론만 말할게."
"형?"
"너, 반군으로 합류할 생각 없냐."
"...무슨 소리야."
그의 눈빛은 농담으로 한 번 던진 말이 아니라는 것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진지하고 무거운 눈빛에, 나는 살짝 몸을 뒤로 빼며 대답했다.
"그런 말 꺼내지도 마. 형 그리고 여기 있다가 들키면..."
"종인아."
"...."
"다시, 생각해봐라. 반군에 합류하자. 같이 싸우면...우리가 센티넬이기 이전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 수 있어."
"난 그런 세상 꿈꾼 적도 없어. 난 지금 괜찮아."
"종인아."
"형, 백현이 형도 이런걸 원했을까?"
"백현이 언급하지마. 적어도 SAG 안에서는."
"...."
"그들은..백현이의 모든 걸 뺴앗갔어."
"...."
"나를 빼앗아갔지."
"....."
"나로 백현이를 쥐고 흔들었어. 그 애가 이리저리 찢기고 피를 낭자하게 흘릴 때까지."
"..."
"나를..알아보지도 못할 때까지."
"...형."
말을 잇는 그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눈동자에는 차마 피부로 떠오르지 못한 감정이 응어리들이 맺혔다. 그의 눈은 뜨겁게 끓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다고 내가 반군에 합류하지 않아. 나는..."
"....."
"아직 각인도 안한 센티넬일 뿐이고."
"네가 올해 18살이던가."
"...."
"그럼 멀지 않았네. 나랑 백현이는 열여섯에 만나서, 열일곱에 각인했지."
"...나를 위해서도, 내 가디언을 위해서도 난 반군에 합류하지 않아."
"...그래?"
"응. 미안해, 형."
"그럼..나중에, 네가 각인을 하게 되면.."
"..."
"네 가디언한테 안부 전해 주겠어?"
내 가디언의 안부를 묻는 그의 얼굴은 뒤틀린 미소로 가득했다. 훈련장의 을씨년스러운 안개 때문은 아닌 것 같은, 낮은 소름이 일었다.
"..무슨 뜻이야."
"글쎄, 네가 좀 더 똑똑하게 굴면 네 가디언의 안부는 무사할 거라는 뜻이지."
"무슨 뜻이냐고!!"
"김종인, 너 스스로 너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여덟 살에 SAG에 들어와서는, 고작 이삼년 사이에 초등 훈련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1학년 때 성인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완수한 놈이야. 비범하다고들 하지. 세기의 센티넬이라나, 그런 애칭도 있지 않나?"
"그게 어쨌다는 거야, 지금.."
"우리가 너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해. 넌 강하다. SAG에 속해 있으면 우리의 적이 되고, 너는 상대하게 어려운, 어쩌면 상대할 수 없는 적이 될 가능성이 높지. 그런 너를 적으로 두느니, 우리쪽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우리에겐 편하니까."
"그 뜻대로 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래, 몇 마디 말로 네가 넘어올거라는 생각은 안했어. 우리도 나름 머리를 쓰거든."
그는 이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마치 총구를 겨누는 것 같았다.
"그러면, 너를 직접 잡아서 끌고 오는 편이 빠를까, 아니면.."
"...."
"너와 비슷한 나이일, 신체 훈련과정은 센티넬의 반도 안 되는, 네 가디언을 잡아 족치는 게 빠를까."
"!!!형, 지금 무슨..."
"종인아. 나는 네 가디언이 건강하길 빈다. 안부 꼭 전해줘."
그는 점차 사라질 준비를 했다. 머리카락 부분부터 점차 투명해졌다.
"형!!잠깐!!!"
"니가 안부 전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안부를 물어볼 수도 있겠다."
잔상처럼 남은 그의 미소는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여러분....^^
죄송해요 정마류ㅠㅠㅠㅠㅠㅠㅠㅠ늦게왔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용도 별로없고ㅠㅠㅠㅠㅠㅠㅠ정말 빨리쓰느라 똥글임ㅠㅠㅠㅠㅠㅠㅠ이해해주세요 이렇게 멋없게 쓸 ㄱ종인이 과거가 아니었는데ㅠㅠㅠㅠㅠ
종인아 미아네..............
찬열이 과거는 번외로 남기는게 좋을것같아섷ㅎㅎㅎ여러분애타시라고 쪼끔씩 풀고 있습니다..^^
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헤요!!!!헤우!!!!!저내일제주도가욬ㅋㅋㅋㅋㅋㅋ식도락여행일듯^^
많이먹고원기보충해서 우리카디가 진짜 각인을 할때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날이 멀지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