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너에게로 다가간,
나의 최초의 손길
<종인시점으로 지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도경수를 만났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러니까 일주일쯤 전,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서는 그의 뒤통수를 눈에 담으며 속으로, 안녕, 인사를 하고, 현관에 걸려있던 검정색 캐시미어 코트를 역시 검은 정장 자켓 위에 걸쳤다. 오늘따라 바람이 차고, 발걸음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정갈하게 매여있는 구두끈을 바라보았다. 어제 들어올 때는 한 쪽 끈은 끊어지고, 다른쪽은 머리카락처럼 풀려있던 것들이었다.
그날따라, 도경수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싶었다.
무슨 일인지 오늘은 교전지역 전투가 아닌 접경지역 수호를 맡게 되었다. 한번도 실전 전투에서 빠진 적이 없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며칠 연속 현장에서 밤을 세운 오세훈은 다크써클을 죽 내린 눈으로 부러움의 눈초리를 보냈다.
"복받은 줄 알아, 임마. 거기서 열시간 쉬고 오면 되는거지..배치도 너밖에 안됬더라. 엄청 조용한 곳이래. 반군 기지랑도 제일 멀고."
"..그래?"
"아, 난 언제 집에 가냐. 준면이 형 보고싶어..."
"...."
아, 도경수가 보고 싶을 것 같았다.
한가로운 접경지역. 나는 코트 주머니에 무전기를 꽂고 가벼운 순찰을 시작했다. 군사시설도 없고, 앞에는 산이었다. 시간도 남아도는데 올라가볼까, 란 생각이 들었다.
치치직-
'카이, 이상 유무 보고하라.'
"이상 없습니다."
'그래, 오늘은 쉬다 들어가라.'
알고보니 팀장님의 배려였다.뭔가 기분이 좋아져서 앞의 산으로 슥슥 걸어갔다. 오늘은 다칠 일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도경수를 애써 밀어내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그는 한참 울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이고, 밤에 훌쩍이는 그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러면 난 바들바들 떨리는 뒷모습을 안으려다가, 나를 옥죄는 이성을 이기지 못하고 아슬하게 닿았던 팔을 다시 거둬드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아, 도경수 보고싶다.
오랜만에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떠도는 바람만큼 부드럽게,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산은 그렇게 험하지 않았다. 가벼운 등산용으로 적당했다. 소나무가 울창해서 걸음을 내딜 때마다 솔잎이 밟히고, 알싸하고 상쾌한 솔향이 몸 속 깊이 내려앉았다.
그런 생각이 났었다. 도경수, 소나무 같다고. 소나무가, 도경수 같다고.
하지만 도무지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 나도 알 수 없어서, 그냥 도경수가 보고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소나무가 더 우거진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짙은 솔향 사이에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
아.
눈밑부터 눈동자까지,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시야가 붉은빛으로 깜빡였다. 갑자기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진다. 센티넬로 각성을 하면 평소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한데, 아직 도경수와 정식 각인은 커녕 상처 치료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체력은 이미 일반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각성은 시작됬고, 내 시야에는 적의 형체가 아른거린다. 손등의 핏줄이 터져나올듯 꿈틀거린다. 손끝에 몰린 악력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이제 사늘거리는 바람소리도 고막을 찢는 총소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칼날같은 바람소리 뒤로 자박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발견한다. 그곳으로 곧장 뛰었다.
"누구야."
작게 읊조렸다. 상대의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쪽도 센티넬.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어지러워졌다. 바람은 거세지고, 이곳저곳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들려왔다. 시야가 흔들렸다. 집중, 집중해야..
"안녕."
나지막한 목소리. 익숙했나, 처음이었나. 의식의 마지막 끝자락, 내 뒤에서 둔기가 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공기를 역주행하는 둔기의 둔한 흐름에, 비식, 웃었다.
어쩐지, 더 보고싶더라.
도경수.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고, 다행히 내가 틀어박힌 그곳에 도경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곳에 갇혀서 세상에 할 수 있는 모든 고문은 다 당해본 것 같았다. 아팠다. 죽을만큼, 아팠다.
그럼에도 내가 죽지 않은 것은,
그곳에 도경수가 없기 때문에.
나의 마지막 순간은 네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작은 욕심 때문에.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물고문을 당하고 해가 지면 무엇보다도 피부를 덮는 시린 공기가 가장 고통스럽다. 내 앞의 간수 둘-종대와 타오라고 한다.-은 벽에 기대고 꾸벅이며 졸고 있었다. 탈출하기 좋은 기회였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이렇게 무능력했던 적이, 처음이었다.
그 순간,
종대의 손에 들린 무전기에서 노란 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먼지에 묻힌,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정적을 깨트리며 튀어나왔다.
"....."
잡음에 가까운 목소리였지만, 종인은 번뜩, 눈을 떴다. 귓가에 열기가 올랐다. 그 목소리를 들으려면, 어쩔 수 없이 각인을 해야했다. 각인 이후의 제 몸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경수라면.
그정도의 가치라면.
"아, 네. 찬열님."
반대편에서 자그러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대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충 네,네, 대답했다.
그 순간,
"뭐?"
하는, 그렇게, 바래왔던,
지독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도경수, 도경수....!"
왜, 여기 있어. 여기 있어....?
보고싶었어.
그런데, 보면 안되는데...
온 몸에 열기가 차올랐다. 시야는 뒤집어지고, 온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
"야, 저 새끼 다시 각성해!!뭐해, 안 붙잡고?"
"김종인, 김종인....!"
아, 지독하게 보고싶었던 목소리.
지독한, 나의 감정.
그리고 이성은 없었다. 기억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의 뼈가 부러진 것처럼 축 늘어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식 각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체는 죽고, 감각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렇게 반 죽여놓고, 정식 각인이라니.
지금 당장 도경수와 한 방에 밀어넣는다고 해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도경수와 가디언과 센티넬의 관계로 만나게 되고, 그에게 온갖 무심함을 쏟아부으면서, 맹세한 단 한가지.
'정식 각인'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도경수와 김종인을 위해, 아껴두겠다고.
웃는 모습으로 그를 안고, 그동안 미안했다고, 정말, 사랑해왔다고. 말해주면서.
나와 평생, 함께 있어달라고.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꿈, 정호승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들은 낡은 독방에 나와 도경수를 밀어넣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 얼굴.
아.
언제나처럼, 보고싶었던 그 얼굴.
울 것 같은 얼굴.
나를 보지 않는 얼굴.
더 야윈 얼굴.
도경수가 말했다.
"너, 죽어.."
그리고 말했다.
"너 죽으면, 나는..."
그리고 말이 없었다.
그는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내 목에 입술을 묻었다.
축축했다.
눈물인 것 같았다.
그는 내 것을 세우고, 스스로 내려앉아서, 허리를 흔들었다.
이 짧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오랜 사간동안, 눈물겨운 행위가 이루어졌다.
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통 눈물로 절여진 그의 목소리에, 내 위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참으며 허리를 흔드는 그를 보면서,
나는 이제까지, 나의 도경수를, 누가 파괴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나였다.
병동 창가에서, 해살하게 미소짓던, 내 유년의 천사를 끌어내려 진흙탕에 파묻히게 한 것은,
팔에 상처를 달고 나타났던, 그에게 경계서린 눈초리를 보내던, 이악물고 그를 밀어냈던,
나였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련하게 떨리는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제까지 나의 삶의 길에 쌓여있던 모든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또, 그에 울지 않으려는 못난 자존심을 세우면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들거리는 그의 등 위로 달빛이 내려앉았다. 그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의 턱에서, 나의 허벅지로.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나의 삶이
당신에겐 아픔이었습니까.
아, 나는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너무 예뻐서 그랬습니다.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그랬습니다.
헐..여러분...저ㄱ이편 쓰는데 갑자기 운영자님한테 쪽지가와서 뭐징?_-?구독료가들어왓나 이래슨네
이게왠일이ㅇ래요 ㅁ ㅣ ㅊ ㅣ ㄴ 것 같ㅇ...초록글이라니요 너무 부끄러워서 죽을지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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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리고 오늘 낮에 들어와보니까 반응이 너무 좋아서..와 이건뭐지 정말 ㅅ사랑해요ㅠㅠ이러면서 급하게 종인이 뒷ㅇㅒ기 쓰구 잇엇거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게이무슨일이래.......
아아무튼ㅋㅋㅋㅋㅋㅋㅋ아 이번편은 맨 뒤에 붙어야 할 내용이 맨 앞에 잇지요?ㅋㅋㅋㅋㅋ헿 다들이해하셧을거라믿어요 여러분은 똑똑한독자님들이니까..
느헤헤헤 기분이 ㅓ너무 둏타.......데헿
앞으로 ㅇ더열심히 쓰겠ㅅ브니다!!!!ㅡ근데 결말까지 얼마 안남았네옇ㅎㅎㅎㅇ흫ㅎ헿 곧 카디 행쇼합니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감사합니닼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참그리고 수위는 회원전용으로 자동으로 돌려지던군요 몰랏어용...그거 회원전용 해제하면 안되는건가요? 혹시몰라서 여기 짤막하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짧게 서술해두긴 했더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은 회원전용 푼 상태구요 혹시안돼는거면 알려주세요ㅠㅠㅠㅠㅠㅠ
이번편 마지막 부분잇잖아요?ㅋㅋㅋ아 사실 예전에 수첩에 써둔건데 이거 처음 쓰면서부터 정말 종인이 대사로 써먹고 싶엇거든요..ㅎㅎㅎ어떤가요 사실 이제까지 썼던 대사중에 제일 맘에 들어요!!^^
+아그리고 구독료가너무비싸다는지적이잇어서ㅠㅠ죄송해요 죽 다시 보니까 분량엄청 짧더라고요...ㅠㅠㅠㅠㅠㅠ진자 죄송해요 근데 오늘은 좀..나름 길지 않아요...?저 소심하게 삼십오 매길건데 이것도 비싸면 얘기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참 암호닉!!!!!!!!!!!11독방가서 알아왔다능!!!!!!!!!!!!!!확실하지 않다능!!!!!!!!!!!!!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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