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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Letters to Juliet 下 

 

 

 

 

종인이 경수의 집에 찾아오는 이유는 다양했다. 

 

"혹시 물 소리 같은 거 안 나세요? 저희 집이 지금 누수가 있는 것 같아서..." 

 

"제주도에 친척이 있는데 귤을 많이 보내줘서요. 귤 싫어하시는 건 아니죠?" 

 

"음식을 좀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져서요." 

 

 

언제나 환한 웃음을 얼굴에 가득 띠우고 벨을 누르는 그가 어느 순간부터는 경수도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계획한대로 받은 편지들을 이주만에 끝낸 경수는 한 주간의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평소 좋아하던 샵에 가서 마카롱, 케이크, 타르트까지 팔에 한아름 안길 정도로 사온 경수는 냉장고에 진열해놓곤 먹지 않아도 달콤한 기분을 느끼다가 냉장고 구석에 박혀있는 종인이 준 푸딩을 발견했다.  

분명 회사 근처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갔다가 푸딩이 너무 맛있어보여서 주문했는데 직원이 실수를 해서 카페에서 사과의 의미로 하나 더 포장해준거라고 했었다. 

 

경수가 종인이 자신에게 주는 모든 것은 어디서 받아온 것들, 선물 받은 것들이 아니라 종인이 직접 사거나 만든 것이라는 것인지를 알게 된지는 꽤 됐다. 그 때의 답장 이후로 꼬박꼬박 오는 편지덕분이기도 하지만 가끔 건네주는 봉지나 상자 속에 선명하게 그 날 날짜로 찍힌 영수증의 서명란에 써있는 김종인, 석자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 

 

 

"종인씨 좀 가져다줄까..." 

 

 

종인이 줄리엣으로 보낸 편지만큼 경수가 종인에게 가진 호감이 더 깊은 감정으로 발전한 지도 꽤 됐다. 편지에 담겨오는 종인의 진심은 경수의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았고, 경수가 답장에 적는 행동들을 그대로 해오는 종인의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며 경수가 웃는 일도 잦아졌다. 

 

 

"으흐흠- 흐흠-" 

 

 

콧노래를 부르며 마카롱과 타르트를 몇 개 포장한 경수는 책상서랍 안에 쌓여있는 봉투들을 뒤져 자신이 꽤 아끼는 종이봉투 하나를 꺼냈다.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마카롱과 디저트들을 넣은 경수는 현관을 나서 옆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경수의 집과 똑같은 소리의 벨이 울리고 곧이어 문이 열린다. 

 

 

"누구세... 경수씨?" 

 

"그, 그게 디저트를 좀 샀는데 너무 많이 사서" 

 

"들어오세요." 

 

 

역시나 더듬더듬 나오는 경수의 말에 얼굴 가득, 정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문을 활짝 여는 종인이다. 매번 종인이 경수의 집을 오기만했지 경수가 종인의 집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실례합니다, 라는 작은 혼잣말과 함께 들어가는 경수다. 

 

 

"디저트류라서 일부러 담백한 티로 준비했는데, 홍차 괜찮으세요?" 

 

"아, 네." 

 

 

은은한 꽃향이 감도는 홍차가 담긴 머그잔을 건네는 종인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한 경수는 따뜻한 차 한모금을 넘긴다. 입 안에 감도는 꽃향에 저도 모르게 하고있던 긴장이 풀린 경수가 옅은 미소를 띠웠다. 

 

 

"경수씨도 좀 드실거죠?" 

 

"아, 아니에요. 전 집에 있어서..." 

 

"저 혼자 먹으면 별로 맛없어요. 같이 드세요." 

 

 

경수가 가져온 타르트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아 포크와 함께 건네는 종인에 얼떨결에 받아들은 경수다. 어느새 마카롱 하나를 한 입 베어물고는 맛있다며 웃어보이는 종인에 경수도 따라 타르트 조각을 베어문다. 

 

차와 디저트를 먹으며 훑어본 종인의 집은 딱 종인에게 어울리는 인테리어였다. 전체적으로 화이트가 중심을 잡고 블랙과 그레이가 섞인 인테리어였는데 자칫 잘못하면 차갑고 딱딱해 보일 색들이 잘 섞여서 어딘가 모르게 따뜻한 느낌까지 주었다. 그게 꼭 겉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고 웃음많은 종인의 모습과 비슷해서 집은 주인을 닮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경수다. 

 

 

"이만 가볼게요." 

 

"아, 네..." 

 

 

아쉬운지 약간 울상을 지은 종인이 귀여워서 경수는 하마터면 웃음을 흘릴 뻔했다. 인사와 함께 황급히 종인의 집을 나선 경수는 자신의 집에 들어서 현관을 닫고 그 현관에 등을 기대고 나서야 쿡쿡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웃던 경수의 표정이 점차 진지해지더니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한마디. 

 

 

"나 아무래도 종인씨를 좋아하나봐요." 

 

 

혼자서 내뱉은 고백에 자신이 화들짝 놀라 입을 가리는 경수다. 

 

 

"고백...해야겠지...?" 

 

 

날 좋아하는 옆집남자는 내 마음을 눈꼽만큼도 모를테니까. 

 

 

 

 

 

 

"으아아아-" 

 

 

편지를 쓰는데 집중하다가 갑자기 앓는 소리를 내는 경수. 고백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좋은데, 그 방법을 정하지 못해서 며칠째 이렇게 갑자기 고백생각만 나면 앓는 소리를 내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아니 남의 편지 써줄 때는 줄줄 나오던 아이디어들은 다 어디로 간건지. 생각나는 것들은 죄다 마음에 안 들고, 뭘 해도 성에 차지가 않는다.  

 

 

딩동- 

혼자 낑낑대던 경수는 울리는 현관 초인종에 도도도 가서 문을 열었다. 혹시 종인씨인가 하고 연 문으로 들어오는 건. 

 

 

"줄리엣 편지 가져왔다." 

 

"어... 찬열이구나..." 

 

"뭐야 그 허무한 반응은." 

 

 

아니야 어서 들어와, 아무리 감추려해도 감춰지지 않는 실망한 듯 축 쳐진 경수의 어깨에 얘가 무슨 일이라도 있나, 라고 생각하며 들고온 봉투를 경수에게 건네고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찬열이다. 

 

 

"지난번엔 니가 많이 메꿔줘서 이번 달 분량은 적당히 넣었으니까 쉬면서 해." 

 

"고마워." 

 

"고맙긴 친구사이에. 근데 너"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 표정이 영 별로다. 

 

경수의 얼굴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말하는 찬열에 경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찬열에게 물었다. 

 

 

"넌 백현씨한테 고백 어떻게 했어?" 

 

"나?" 

 

"응." 

 

"나야 뭐. 나랑 백현이 처음 만난 게 우리 동네에 카페잖아. 카페 사장님한테 부탁해서 초콜릿 안에 반지 넣어서 고백했지. 나랑 백현이 처음 만난날 먹은 다크초콜릿라떼랑 화이트초콜릿라떼, 카라멜초콜릿 한 조각까지 똑같이 주문하고는 처음 본 그 날부터 사랑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고백한 게 전부인 것 같은데?" 

 

 

처음 만난 거라... 

경수와 종인이 처음 만난 건 종인의 집에 떡 돌리러 갔을 때인데 그 때의 기억은 고백에 사용될만한 달콤한 무언가가 없다. 신문 아니라고 말한 게 전부였으니까. 그럼 인연이 되게 해준 무언가라도... 

 

찬열과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고 배웅까지 한 뒤 다시 편지를 쓰기위해 책상에 앉을 때까지 경수의 머리에는 인연이 되게 해준 무언가가 꽉 차있었다. 뭐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찬열이 주고간 봉투 속의 편지들을 훑어보던 경수는 종인이에게서 온 편지에 미소를 지었다가 머리를 번뜩 스치고가는 아이디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자신과 종인을 이어준 가장 큰 역할, 줄리엣의 편지. 

 

종인의 편지를 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경수. 자신은 이미 알고있는 자신과의 추억은 빠르게 훑는 걸로 지나가버리고 종인이 자신의 마음을 적은 부분에서부터 찬찬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하고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에 하루하루 감사합니다. 며칠 전 저희 집에 그가 찾아왔을 때에는 보내는 그 순간이 너무도 아쉬워 가지말라고 잡을 뻔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까운 사이만 되어도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사람이 그런건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자꾸만 더 바라게됩니다. 그도 제게 이런 마음을 가져준다면, 그도 저를 사랑해준다면 그보다 황홀하고 행복한 일은 없을텐데요.' 

 

 

오늘도 절절하고 진심을 가득 담은 편지에 경수는 당장 편지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들여서 편지지에 한자한자 적어내렸다. 몇 자 적은 것 같지도 않은데 편지지에 호호 바람을 불어 잉크를 말린 경수는 접은 편지지를 연분홍빛 봉투에 넣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딩동- 

초인종소리가 울리고 멀끔한 모습의 종인이 문을 열고 경수의 모습을 확인하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경수씨 무슨 일이에요?"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하고 비장한 표정을 지은 경수가 종인을 향해 편지를 내밀었다. 처음엔 무얼 건네나 하고 받아든 종인은 그게 곧 이제는 자신에게 익숙해진 줄리엣의 편지라는 걸 알아챘다. 

 

 

"이걸 경수씨가 어떻게..." 

 

 

아무 말 않는 경수에 종인은 편지봉투만 보다가 편지를 빼내들었다. 그리고 펼친 종이에 적혀있는 한 문장. 

 

 

'좋아해요 

 

From.도경수' 

 

 

"나... 종인씨가 좋아져버렸어요." 

 

 

수줍은 미소를 띠우며 말하는 경수의 목소리에 종인은 편지와 경수를 계속해서 번갈아보다가 편지를 들은 손을 내리고 얼굴에 정말 환한 미소를 한가득 띠우며 말했다. 

 

 

"나는 이미 좋아하고있었어요." 

 

 

꼭 편지봉투의 색깔과 같은 연한 핑크빛이 두 사람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아.. (울컥) 중편에는 댓글을 안 쓰고 그냥 바로 하편으로 왔어요 다음 편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맘이 급해서 맘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줄리엣 이거 너무 좋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 카디에 입혀놓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네요 정말로! 어떡해.. 맘이 간질간질 이 밤에 잠은 어떻게 자나요 ㅠㅠㅠㅠㅠ 사랑해요 작가님.. ♡ 신알신 하구 갈게요!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헐 대박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에필로그 처럼 둘이 달달하게 사랑하는것도 외전으로 써주실수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무튼 카디는 행쇼입니다S2 작가님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새벽에 달달한글때문에 기분좋아졌어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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