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rningGlory |
모닝 글로리 MorningGlory This is mirage story 12 붉은 조명 빛 내려앉은 복도에 주저앉아있길 몇분. 제 머리로 얹어지는 손에 올려다보면 카이가 있었다. 핫핑크 정장을 걸친 그는 여전히 제정신 같진 않았다. 그리고 그 뒤에 그림자 같이 서 있던 남자. 긴 앞머리와 훤칠하니 큰 키 덕인지 찬열과 닮다 생각했다. 엄버의 사장이란다. 엄버가 뭔진 모르겠지만 사장이라니 괜히 딸꾹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킨 백현이다. 카이는 그런 제게 어깨를 걸쳤다. 눈 앞으로 당도한 그의 손은 여전히 휘황찬란했다. 네번째 손가락엔 괴기스러운 해골 반지가 두개나 껴져있었다. 이왕 만난 김에 한잔 해볼까? 그렇게 끌려갔다. 어디가냐 물을 타이밍도 없었다. 아직까지 얼얼한 뒤 덕에 걸음이 몇번이고 휘청거렸다. 우리 똥강아지 잘 걷지도 못하네. 그 불안한 웃음은 제가 건들수없는 금기 같기도 한거라, 백현은 입을 꾹하니 다물수밖에 없었다. 뒤에선 그림자 같은 그 남자가 따라 걸어오고있었다. 부드러운 카펫 위로 소리 없는 걸음과 함께 카이는 '6'번 룸 문 앞에 섰다. '6'은 '3','8'과 같은 평범한 접대용 룸으로 보였다. 테이블을 중심으로 둥글게 놓여진 소파와 벽에 걸린 블랙 티비. 그 위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철제 샹들리에를 제외하면 말이다. 카이는 제게 둘렀던 팔을 풀어내고 소파 위로 앉아보였다. 오 사장은 여기 앉아. 그 말에 그림자 같던 남자는 카이의 옆으로 털썩하니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 버튼을 누르는가 싶던 카이가 노래 부르듯 종알거렸다. 조니워커 블루랑…아 손님이 좀 까다로워. 발렌타인도 가져다줘. 로스티드 피넛 많이 갖다주고. 어, 어 알겠어. 그리고 잠시후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온건 그가 말한 것들이었다.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모르겠다. 제 앞으로 퐁당하니 담겨 카이의 손에 들린 잔은 금새 비워졌다. 아 쓰다 써. 나 술 약해. 킬킬거리며 카이가 시가를 입에 물었다. 퐁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불빛. 핑크 골드의 듀퐁 라이터가 춤을 추듯 그의 손에서 놀려졌다. 시야는 순식간에 뿌옇게 차들었다. 백현은 시간이 딱딱하게 굳어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넓직넓직한 룸이라지만 체감으론 독방에 갇힌 것만 같은 기분이라, 불편한 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쭈뻣하니 문가에 서있는 것이 전부였다. 넓은 룸 가운데 시끄러운건 카이뿐이었다. 오 세훈이란 남잔 몇번 잔 기울임이 전부였다. 결국 먼저 질려버린건 카이였다. 한참을 돌고래가 어쩌니 고래가 어쩌니 떠벌거리던 카이가 입에 물렸던 시가를 떼어내었다. 그러곤 문가에 멍청하니 서있던 백현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이리와봐 바비. 백현은 엉거주춤 그에게로 향했다. 그의 앞에 서기도 잠시, 순식간에 잡혀버린 손목에 풀썩하니 앉혀졌다. 그 갑작스러움에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올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낸 백현이다. “오 사장. 얘 정말 대단한 애야.” “…….” “관심 없는 척 하지말라구. 너희 쪽으로 정 여사 간거 다 얘 덕이니까.” 뭐? 백현의 표정이 보기좋게 일그러졌다. 정 여사. 어떻게 보면 모든 일의 원인인 제 희대의 실수. 하룻밤과 맞바꿔버린 8억. 카이의 말에 동요한 것은 백현 뿐만이 아니었다. 다리를 꼬아앉은체 입만 꾹하니 다물고있던 오 세훈의 고개가 까딱했다. 표정변화 하나없이 백현의 눈을 마주하는 세훈이다. 그 시선에 담긴 것은 깔봄이 반이요, 의구심이 반이였기에 백현은 급하게 눈을 내리깔수밖에 없었다. 그의 기가찬 헛웃음이 들려왔다. “쟤가?” “거짓말하는 덴 별로 취미 없어.” “크림슨도 다 죽었군. 저딴 젖비린내…….” “우리 강아지한테 말이 심하네. 젖비린내라니, 바비야 바비. ” “그게 문제야. 계집 같은 이름 달고.” “이왕이면 멋있다해줘. 내가 지은거야.” “좆같게도 멋있군 그래.” 시니컬한 웃음이다. 그가 말아 쥔 주먹이 제 얼굴만했다.그 주먹진 팔로 얼굴을 괴어보이던 세훈이 담배까치를 입에 물었다. “대세를 따라야해 오 사장. 요즘 여자들은 이런 애들한테 껌뻑 죽어.” “좆이나 제대로 달려있나 몰라.” 그의 시선이 백현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 숨김없는 추행에 백현은 붉어진 얼굴과 함께 급하게 몸을 웅크려내었다. 덤으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줏대없는 자존심 덕이었다. 때하나 없는 얼굴이다. 뭐라 말도 못꺼낼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외모. 그 밀랍인형 같은 얼굴로 하는 말은 어떻게 보면 찬열 같았다. 저돌적인 말과 표정. 아마, 찬열과 비슷하다 생각한 것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백현을 훑어내었다. 머리 끝부터. 얼굴을 내려와 제가 걸친 자켓. 그리고 가슴…발 끝까지. “보고있자니 힘이 다 빠져.” “…….” “크림슨 여자들 상대하며 아직 살아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야.” “…….” “흥미롭긴해.” “…….” “정 여사 일은 고맙게됐어.” 뒤로 카이가 투덜거렸다. 대놓고 약올리는 구만. 세훈은 상관없다는 듯 자켓 안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그러고선 백현을 돌아보며 입을 여는 것이다. 바비라 했나? “본명은?” 흘깃하니 카이의 눈치를 본 백현이다. ……말해도 되나? 불안한 백현과는 다르게도 카이는 전혀 관심 없는 듯했다. 그의 손에 들린 로스티드 피넛이 빠르게 입 속으로 사라져갔다. “…백현입니다.” “백현?” “변…백현이요.” 변 백현? 그가 다시 한번 웃었다. 이번엔 조금 긴 웃음이었다. 그건 정말이지 이름을 비웃는 거라, 백현은 상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배죽하니 나온 입을 제가 알아챌리 없었다. 그의 쿡쿡거림은 계속 이어졌다. 무릎에 걸치고있던 손을 들어내나 싶었다. 단번에 백현의 눈앞까지 다가온 손은 백현의 배죽하니 나온 입을 잡아내었다. 요. 요 입. “안타깝게 됐어.” “…….” “네가 맘에 들지않는다만, 네가 만약 엄버였다면.” “…….” “바비? 저 변태 취향에 맞는 예명 대신 더 좋은 네임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 “헌드레드 현은 어때?” 퍽이나. 카이와 같은 족속임이 분명하다. 분명 같은 변태일 것임이 확신한 백현이 어색하게도 웃어보였다. *** 시선이 닿는 곳이 있다. 검은 장 우산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 두지말자. 신경 쓰지말자. 언제 저런거에 하나하나 시선 두고 관심 놓는 인간이었다고 그러냐. 저를 타박해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아도, 결국 노력하는 것은 마음뿐이다. “뭘 그렇게 봐 자꾸?” “…아무것도.” “…뭐야? 강아지? 텐 강아지 좋아해?” 급하게 고개를 숙여내었다. 제 주먹만하니 큼지막도 한 선글라스를 낀 루한이 갸웃거렸다. 저거 똥개다 똥개. 그래 똥개. 저는 똥개를 안고있었다. 흥분에 달뜬 신음을 뱉어내며 쾌락에 취해 젖어들어가던 그 몸을 안고있었다. 결국 제 풀에 지쳐쓰러지는 걸 끌어안았었다. 그리고 그 잔뜩 까진 입술을 입에 물었었지. 제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젖히던 똥개. 똥개. …똥개. 제 자켓 안에서 이를 갈며 울던 똥개가 떠오른다. 그 푹 젖은 머리칼 위로 제 손을 얹으려는 찰나 루한의 전화가 울렸었다. 어디야? 나 힘들어. 당장 와줘. 귀찮다, 핑계를 대볼까했지만도 루한의 목소리는 지난 날들보다 훨씬 지쳐있었기에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혼자 있지를 못하는 놈이다. 차 대신 택시를 타고 간 약속장소엔 비가 추적하니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들고 서있는 루한이 있었다. 일찍 왔네. 가식인지 진심인지 구별 못할 웃음과 함께. 루한의 고민은 생각보다 훨씬 쓸데 없는 것들이었다. CF 계약 건인데…그거 찍을람 저랑 한번 자자는데 어쩌지? 못할 건 뭐야. 바닥까지 굴러본 놈이. 텐 너 말이 너무 심하다아……. “해볼만한 거래라면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그게 고민이야. 네 말대로 밑장 끝장 다 보긴했어 나.” “…….” “해볼만해서 더 고민이라는 거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대단해. 그거 하나 찍으면 아마 너, 나 만나는 거 디게 황송할걸?” “지랄…….” “농담아냐.” “…머리 아파.” “…그러니까 담배 좀 그만 피라구. 만병유발약이야 담배가.” “네 개만도 못한 소리 때문인 것 같은데.” “농담아니래두…기다려. 커피 사올께.” 배시시 웃어보이던 루한이 빗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야 우산! 참 빨리도 말하나 싶었다. 이미 저 만치 뛰어가고있는 걸 보자니 사슴 한마리가 사냥꾼 피해 겅중겅중 도망가는거 같기도하고. 하여간 병신이다. 찬열은 그 뒷모습에 낮게 욕을 중얼거리곤 담배곽을 꺼내들었다. 한 개피 남은 것을 입에 물고 남은 곽을 어찌처리할까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찬열의 눈에 밟힌 것은 제 시선이 닿았던 곳이다. 비에 다 젖어들어간 털을 부르르하니 털며 저를 빼꼼히 올려다보고있는 하얀 똥개. 그게 꼭 누구 같은지라, 찬열은 미간을 좁혀내었다. 제 무관심을 기원하며 곽을 던져내었다. 그러나 모두 허사다. 대가리에 정확하게 맞고는 깨갱거리는 개는 다시 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여간 그 똥개고 이 똥개고 저 똥개고 짜증이다. 루한이 사라진 골목을 잠시 살피던 찬열이 저를 잔뜩도 노려보고있는 것 같은 개의 앞에 섰다. 사실 개라 할 것도 못될만큼 작았다. 강아지. 강아지다. 그럼 똥강아진가. 무릎을 굽혀 앉은 찬열이 하얀 털뭉텅이를 내려다보았다. 제 대가리를 날린 작자를 조금 원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것은 곳 꼬리를 흔들어낸다. 그 어이없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얀 털은 빗물에 젖어 까맣게 물들어가고있었다. “야.” 그 말에, 저를 부르는 줄 알았는지 난리도 아니다. 조금 흔들리던 꼬리는 곧 메트로놈 마냥 세차게 좌우왕복을 반복한다. 그러다 찬열의 우산 속으로 들어와 그 빗물어린 발을 턱하니 찬열의 정장 바지에 올려버린다.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버린 바지다. 흙과 빗물, 그리고 때. 점점 일그러지는 찬열의 표정은 상관없다는듯 고 털뭉치는 계속해서 야단법석이었다. 곧 두 발을 찬열의 무릎에 지탱하더만 찬열의 얼굴을 핥아내 버린다. 그것도 징하게. 이 잔망스러운 걸 어떻게 죽여버릴까. 찬열은 몸을 일으켰다. 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체 엉덩이를 바닥에 붙여내었다. 제 콩하니 맞은 대가리는 잊은 멍청한 똥개다. 찬열은 기가 찬 웃음을 뱉어내었다. “야.” “…….” “개새끼 대답.” “……” “바지 물어낼래? 씨발, 이게 얼만줄알아?” “…….” “너 같은 개새끼가 백천마리 알래스카 개 썰매 노동 뛰어도 못사.” “…….” “개새끼는 원래 다 그러냐?” 다시 무릎을 굽혀 앉았다. 다시 달려드는 털뭉치다. 고 어린 것의 배를 살살하니 쓰다듬어 보는 찬열이다. 이미 비에 다 젖어들어간 털은 축축했다. 그 와중에도 살결은 보드라운 것이라 묘한 중독성이다. 그러다 뒤에서 톡톡 우산을 두들기는 것에, 빗물인가 싶어 돌아본 찬열은 냉큼 일어섰다. 스트로우를 입에 문 루한이 보였다.그새 비는 그쳤는지 루한은 뽀송뽀송했다. 찬열은 헛기침을 뱉어내며 장 우산을 접어내었다. “아까 걔 아냐? 텐 너 강아지 좋아하는구나.” 보기랑은 진짜 다르게. 루한이 키득거렸다. 보기 좋은 얄미움이다. “아냐.” “아까 멀리서보니까 잘만 놀고 있던데…….” “남자랑 노닥거리는 누구보단 나은 것 같은데.” “거기서 내가 왜 나와!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너도 마찬거지거든?!” “몰라.” “놀리는 거라면 관둬. 조루한테 놀림 받는 거 치고 기분 좋을 남자 하나 없거든.” “뭐? 너…….” “와 강아지다!” 찬열의 손에 급하게 컵을 물린 루한이 폭 젖은 털뭉치를 들어올렸다. 우와, 멀리서 볼땐 똥개였는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똥개네. 좀 이쁜 똥개. …말을 말자. 고개를 젖혀, 아직 우중충한 하늘에 숨을 뱉어내는 찬열이다. 저 망할 톱스타를 어떻게하면 좋을까. “주인 없는건가?” “…….” “일단 데려가야겠다. 나중에 포스터를 붙여놓던지…….” “병 옮아.” “괜찮아.” “…….” 요즘 적적했거든. 제 티셔츠가 젖어들어가 망가짐은 뒷전이다.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감싸올린 루한이 배시시 웃었다. 그 품에 안긴 개는 낑낑하니 오도방정을 떨며 꼬리를 떨어대고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찬열의 표정이 아니꼽다는듯 가라앉는다. …개새끼. 언제 저에게 꼬리 흔들땐 언제고. 그 틀어진 마음은 유치한 질투심을 낳는다. 그러다 결국 그 자리에 백현을 대입해 버리는 찬열이다. 개새끼가 하는 짓이 다 저 모양이겠지. “나 갈땐 개 치워놔.” “왜? 아깐 잘놀더니.” “개 있는 방에서 섹스할 마음 없어.” “삐졌어?” “닥쳐.” “…어차피.” 뭐라 말하려는 루한을 앞질러 걸었다. 옆 레코드 가게에선 한참 신곡이 흘러나오고있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게끔 내놓은 티비에선 뮤직비디오가 새어나왔다. 우연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루한이었다. 한참 연인과 헤어진 컨셉인지, 세월아 네월아 밥을 떠먹는 장면이다. 그걸 힐끔 보기도 잠시 찬열은 계속해 걸었다. “나 간다.” “뭐?” “네 그 CF를 찍을까말까 개 같은 고민 다 들어줬고, 밥도 같이 먹어줬어. 2차 따로 말 안했으니까. ” 오늘건 알아서 입금해. 자켓 안주머니를 뒤적거려본다. 아, 아까 다 폈지. 저 개새끼. 그냥 발로 한번 차줬어야했어. 삐딱한 마음만 가득찬다. 성큼성큼 걸어선 찬열이 택시를 잡았다. 그 뒤로 부랴부랴 쫓아오던 루한만 덩그러니 남았다. 품엔 여전히 난리도 아닌 털뭉치를 품고서. “…어차피 맨날 일찍 갈거면서 무슨.” 그 중얼거림은 뒷편으로 가라앉는다. 멀어져가는 택시의 뒤를 물끄럼하니 계속 쳐다보던 루한은 이내 고개를 저어낸다. 전화를 해볼까하지만도, 이내 포기하고만다. 받지도 않겠지. 루한은 제 팔을 할짝하니 핥아오는 강아지를 내려보다 기가 찬 실웃음을 뱉어내며 팔을 풀어내었다. 털뭉치는 그대로 깨갱하며 바닥으로 떨궈졌다. 흙탕물, 먼지로 난리도 아닌 제 티셔츠가 보임에 루한은 욕부터 중얼거렸다. “씨발.” “…….” “나 개털 알레르기있어. 꺼져 개새끼.” *** 택시는 보기 좋게 크림슨 앞에 섰다. 빗물이 타이어에 아스라지는 소리가 찬열의 귀에 듣기 좋게 내려앉았다. 팔천원이라는 기사의 말에 만원을 밀어내고 내린 찬열이다. 잔돈은 됐습니다. 아까 난리도 아니었던 개로 인해 조금 더럽혀진 무릎을 털어낸다. 자국은 쉽게 사라지질 않았다. 괜한 똥개를 끌여들었어. 혀를 차가며 크림슨의 문 앞에 선다. 비가 추적하니 내리는 배경 안으로 여전한 녹슨 파란 철문. 그리고 옆에 희번덕거리는 조명. 이 바닥에 빠진지 손에 꼽을 정도의 년수가 지나고 있었지만도, 문 앞에 설때마다 드는 기분은 수천가지다. 그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려 애쓰는 것도 이젠 조금 질리기도 하는 일이라, 찬열은 빠르게 철문을 잡아 열었다. 크림슨은 여전했다. 홀에 앉아 뻐끔거리는 남녀들하며,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호스트들까지. 밖에선 비정상인 것들이 여기선 당연한 질서다. 그 아이러니는 매번 찬열 저를 애매한 기분에 빠지게하기 충분했다. 텐 마침 잘왔다, '8'번 호출이야. DOCG. 찬열 제 어깨를 툭툭치고 지나가는 호스트의 이름은 기억도 나질않았다. 그래도 호출이라하면, 고객의 부름이었기에 찬열은 제 바지부터 어떻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분의 옷이 필요하다. 카이의 마담 룸에 보통 평범한 정장 바지 한 두어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 추측에 곧 고개를 주억거린 찬열이 몸을 돌려내었다. 홀에서 왼쪽, 두번째 복도 첫번째 방. 'Madam'이라 적힌 빨간 문. 찬열은 노크 없이 문을 열어내었다. 당연하단듯 뿌연 연기가 그를 반겨내었다. 어, 늦었는데 바로 집에 안갔네? 사무책상에 걸터앉아있는 종인이 보였다. 하여간 저 정신병자 새끼. 핫핑크 정장이 눈이 다 아프다. “그딴 병신 같은 옷은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거야?” “병신 같다니. 이건 '병신'이 아닌 '어울림'이야 텐.” “됐어. 나 옷 필요해.” 찬열이 제 무릎께를 가리켜보았다. 더러워졌어. “어디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온거야?” 곧 킬킬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종인이다. 꿍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찬열을 지나쳐, 문 옆 옷장을 열어낸다. 옷장 주인이 누구 아니랄까봐, 눈 아픈 색이 한가득이다. 민트, 샛노랑, 핑크에…맙소사. “여름이라 어제 싹 바꿨지.” “…진짜 저게 다.” “이번 폴 스미스랑 맥퀸 색이 참 예뻐. 실크 셔츠 같은건 돌체가 괜찮더라고.”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자랑이라도 하듯 한 옷을 꺼내들어보인다. …저건 신문지야? 뭐가 요란스럽게도 프린팅된 셔츠다. 괜찮지? 내일 입을려구. 다시 집어넣는다. 찬열은 짧아진 입을 열어내려 애썼다. 말이 도무질 나가질 않았다. “그래 텐.” “…….” “여기 네가 빌릴 옷은 없어. 뭐 괜찮다면야 이거라도.” 그러면서 내미는 것은 민트 색 바지다. 찬열은 격하게 고개를 저어내며 뒷걸음질 쳐냈다. “없어.” “……하.” “난 흔해빠진 것을 싫어하지. 무엇보다 네가 더 잘 알거 아냐 텐.” “…….” “아. 하나 있긴하다.” 종인이 샐쭉하니 웃어보였다. 뭐?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찬열을 지나쳐 그대로 사무 책상으로 가나 싶더니만, 부산스럽게도 뭔가가 잔뜩 쌓인 그 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기다려봐 텐. 정말 있으니까. 손님 기다리게하는 건 내가 못봐. 조금만 기다려봐. “'구스'.” “…….” “웨이터 '구스'알아? 그가 너랑 가장 비슷한 체격이지. 키도 얼추 너랑 비슷하고. 다리 길이도 뭐 다를거 없을거야.” “…….” “'6'번에 대단한 손님이 오셨어 텐. DOCG? 잽도 되지않아. 그 사이 갭은 DOCG 10명이 와야 채워질걸.” “…….” “대단한 손님은 대단한 주문을 하는 법이야. 아까보니 난리도 아니야. 발렌타인에, 조니워커에…안주 상도 두번이나 갈았어. 담당 웨이터들은 난리가 이런 난리도 없지. '구스'가 '6'번 담당이니, 한번 가봐. '구스'에게 바지를 잠깐 빌려달라하면 될거야.” 뭐? 지금 나더러 웨이터가 입던 그 싸구려를 입으라고? 찬열의 표정이 보기좋게 일그러졌다. 누군가 던진 파이에 그대로 뭉개진 표정과도 같았기에, 카이는 킬킬거리며 찬열의 등을 떠밀어냈다. “서둘러 텐. 널 기다리고있는 DOCG 손님을 생각해야지.” “…….” “웨이터가 싸구려 바지를 입는다해도, 적어도 손님은 실망 시키는 짓은 안해.” 그 능글맞음은 뭔가 수상했다. 알면서도 속는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결국 저를 룸 밖으로 내던져버리는 종인이다. 나 바빠 텐. 다음부턴 노크 꼭하기야. 오늘만 봐줬어. 그 눈꼬리 휨과 동시에 문은 닫혔다. 찬열은 곧 수긍하나 싶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손을 들어올렸다. 노크? 그래 지금 제대로 해주지. 수상해도 뭔가 잔뜩 수상해. 저 정신병자의 장단에 놀아난다는 기분은 시궁창에서 다이빙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그러다 다시 손이 내려감은 한순간이었다. “텐 서둘러. 잊었어? 고객이 널 기다리구있다구.” “…….” “웨이터 바지에 신념을 깎아먹는 어리석은 짓은 좋지않아. 절대.” 문 안에서 들려오는 그 귀신같은 목소리를 제 손을 내려가게함에 충분했다. 찬열은 낮게 욕을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내었다. *** 백현은 제 어깨로 와닿는 무거운 무게감에 당혹감을 내숨기지못했다. 저,저기요…저기요? 카이가 나간지 어언 두 시간이 지났다. 요란스럽게도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아 급한 결제! 라 내두르곤 나간지 두 시간이나 지났단 말이다. 곧 올 것 처럼 말함은 저와 오 사장. 그러니까 저와 세훈을 기다리게하기 충분했다. 빈 병이 되어 테이블 위를 구르는 발렌타인 30년산이 처연했다. 구르는 건 빈 병뿐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타이밍에 이렇게 보기좋게 골이 나가버린건지, 정신줄 가닥은 모두 끊어낸 듯한 세훈이 제 어깨에 고 작은 대가리를 올려놓고있는 것이다. 적당한 주정과 함께. 사장이란 것이 이렇게 쉬워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저,저기요 오 사장…….” “피곤해.” “저기…대리 불러 드릴까…….” “피곤해.” 그가 하는 말은 '피곤하다'가 전부였다. 이건 또 무슨 더러운 주사인지. 사장이고 나발이고 확 그냥 어퍼컷으로 날려버릴까 생각하면서도 백현은 가식이 적당히 섞인 웃음을 잃지않았다. 그나저나 카이는 왜 이렇게 안오는건지. 호출할까 하다가 곧 그만두고만다. …용기가 나질않는다. 그 사이 세훈은 백현에게 더 밀착하고있었다. 그의 다갈색 머리통에서 술냄새가 나면서도, 그의 체취가 나는 것 같기도했다. 향수 향인가? 쁘띠마망 같기도하고. …다 사장이 쁘띠마망이라니. 기가찬 웃음이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훈은 백현의 어깨에 그대로 제 두 눈을 덮어내었다. 입을 덮어내지 못함이 오류였지만. “바비라했나.” “……예.” “다시 생각해봐도 참 좆같은 이름이야. 바비…….” 그건 제가 더 잘 압니다. 백현은 꿍한 표정을 하곤 낮은 한숨을 뱉어내었다. 그래도 헌드레드 현보단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런 백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헌드레드니 뭐니 작게 꿍얼거리던 세훈이 곧 고개를 들어내었다. 순식간에 가벼워진 어깨에 환호성을 내지를뻔했다. 베게가 된 것 같은 기분은 말로 표현할수없는 것이 있었다. 이상 모호한 그 무언가. 속으로 쾌재를 내부르기도 잠시, 비틀하니 몸을 일으키는 세훈이다. 그 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는가 싶던 세훈이 백현에게 내민 것은 핸드폰이었다. 기스 하나 나지 않음이 그와 닮았다. “잠금 풀고…전화번호부.” “…예, 누구 불러드릴까요?” “거기…단축 1번. 퍽…….” 퍽? 조금 익숙한 단어다. 욕같기도하고. 어깨를 으쓱해보인 백현이 수신버튼을 눌러내었다. 몇번의 신호음이 가나 싶던 전화긴 곧 중저음의 목소리로 바뀐다. 예 사장님. 그 깍듯한 말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뭐 깍두기 보스라도 되는가? 전혀 안그래 보이는데? 세훈은 백현에게로 손을 뻗어내었다. 백현은 얼떨떨한 기분을 뒤로하고 세훈에게 핸드폰을 넘겨내었다. “어…나야.” 술에 젖은 성대는 정확한 발음을 뱉어내지 못한다. “크림…슨. 조금 어지러워. 그래 지금…몇잔 했어.” 부하 직원이겠지. 백현은 쓰러질듯 휘청거리는 그를 바로 부축하고 서냈다. 그와 동시에 전화는 끊겼다. 가벼운 그의 웃음소리가 제 위에서 맴돌았다. 교육은 제대로 받았어 그래. “뭐 보니까…….” “…….” “여자만 받는 것 같진 않고 말이야…….”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성공시켜달라 찬열을 조르던 복도. 배 나온 남자 손님을 지탱하던 호스트. 발정난 개마냥 호스트 위로 올라탄 남자. 한순간 뒤엉켜 룸으로 사라져버린 둘과 함께 복도를 울리던 교성. 백현은 고개를 저어내었다. 그렇지않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더럽지도 않고.” “…….” “솔직히 조금 탐나긴 해.” “…….” “너 같은 건 엄버에 딱인데 말이야.” 그가 큭큭하니 웃었다. 제 팔을 둘러 부축하는 백현에게 그대로 제 몸의 지탱을 맡겨버린다. 바로 밀려오는 무게감에 휘청하지만도 백현은 입을 꾹하니 다문체 세훈을 부축해내었다. 자 그럼 나가지. 문 밖까지만……. 백현은 끄덕였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세훈은 계속해서 헛걸음질을했다. 정말 무슨 사장이…'엄버'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볼 것도 안되보였는데. 백현은 이마로 차오르는 땀을 닦아내며 걸음을 이었다. 붉은 조명은 제 머리 위에서 깨진다. 그것을 흘러내려 세훈의 발이 닿는 카펫 끝자락에서도 아스라진다. 그 무거운 술떡을 매고 코너를 돌 무렵이었다. 부드러운 카펫 덕인지, 들리지않던 구두 소리가 한순간 크게 들린 것은. 그다. 백현은 제가 입고 있는 자켓을 지금 당장 벗어 던질까 생각하지만도, 세훈 덕에 참는 것이라 저를 합리화한다. 눈에 보이지않아 사실 꿈이 아닐까 생각하며 좋아하던 제가 병신이다. 그는 자켓을 걸치고있지 않았다. 열두시로 막 넘어가는 시계 뒤로 그가 제 앞에 있었다. “…….” 그리고 지나쳤다. 꼴도 보기 싫다. 괜찮아지나 싶던 뒷구멍이 다시 얼얼해지는 기분이다. 더러운 놈. 너에게 딱 정의되는 단어다. 그러다 그의 비아냥 섞인 저음에 멈춰버린 것은 세훈이 왼쪽 발이 막 꺾일 때였다. 낮은 세훈의 신음과 함께. “교육 하나 응용 제대로 하는군 그래.” “…….” “그새 뒷구멍 근질근질해서 어떻게 참아. 그렇지?” “…….” 백현은 멈춰섰다. *** |
| 머래지 비타민..s2s2s2s2 저기요 생강이세요? 왜 자꾸 생각나여?!!?!?! |
고1나리자 수니수니 타니 민들레 호롤 아월 X 미겠 갤투 마늘 파랑새 정품 이불익이니 징징이 메롱맛사탕 익인2 루시 달래 쁘띠첼 꿀닭 곰푸 피글렛 둡우전 아이스티 백토끼 됴아됴아 부기 감자나케 수림 변(백)덕(후) 고갱님 exo 설설 골드카드 왕자님 꿀 설리 철저한익인 리카 오탁구 토마토 부티찬백 라떼 이불 콕써 아이코 달콤 뎡듀뎡 민트 부로밍 선플이 카디찬백덕후 알람시계 오영번독자 아이스크림 경찌기 딘딘 탐스런 찬사 빛나리 비회원 요호 됴리퐁 돼지 정복이 망고틴틴 고구마 오미자 머신 앨리스 108배 하늘 매미 털레깅스 뀨잉뀨잉 조코 쾌남 푸치바비(여기 뙇!! 잊지 않았어요!!) 수박 메롱녀 켱슈야 0408 짬짜면 까꿍 댜승 시험이주남은고삼 프라다 애인 독자 끼룩 손수건 머글 inkai 에수호트 쿵뚱빤쮸 고삼수니 동동이 내츄럴 밍달 돌핀이 쏘울 폼폼 로니 머덕 엑소수니 순심 장난감 1004 족발 쓰리엠 모리 경사났네 손 스니 징징찡찡 기말이 greeting 번데기 머핀 하하하하하 이티 로췌 밀가루 요플레 땀땀이 엘모 비타 둥이 오세훈여친 도로시 엑소 뮬이 이모리 나리 ㅎ^^ㅎ 기말 팡팡 잉여 지새 항상 힘이 되주셔서 감사합니다! 못난 머래지 예뻐해주시니 머래지 ㅈ조아서 주금...ㅇ<-<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여신님ㄷㄹ...S2 머래지 여신=비타민 워아이니! |
+표지 업데이트는 잠시 후 ! 밤에 수정하겠습니다! 모바일 오류 뜰까 후 수정이니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수니수니님 징징이님 듐강님 ♡
01. 머래지 트위터! 파란새가 뙇! ㅂㄹㄱ에 있슴당....혼자있따능 심심하따능 늉ㄴ유
02. 17~18화 완결이라했는데 기..길어질것같은 이 기분 ^^!
03. 모닝 글로리는 주 1~2회 연재입니다! 됴르륵...성실하게 오것나이다........
04.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들쑥날쑥하네여 모두 감기조심...........여름감깈!!!!!!!나뿨!!!!!!!!!! 덤으로 모기조심......저 지금 모기 왕다시 만한거 3개 물렸는데 죽을것같아혀 핡
05. 이상은 후 수정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늘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사랑함다 워아이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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