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
"김명수, 이제 가자고."
"……."
"너 여기 계속 있어봤자 소용없어."
우현이. …죽었잖아, …명수야.
하는 호원의 말에 명수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소나무 줄기에 딱딱하게 숫자와 영어로 구역명이 표시되어있었다. 명수는 손을 들어 나무를 가만히 쓸었다. 거친 줄기가 명수의 손바닥에 닿았다. 명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옆에서 호원이 입을 다물고 그런 명수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명수는 나무를 쓸던 손을 떼지 않고 반대 손으로 어깨에 걸쳐진 붉은 목도리를 들어 목도리와 나무를 번갈아 봤다. 우현이 항상 겨울이면 매고 있던 목도리. 목도리가 너무 길어서 가끔 우현은 그 긴 목도리로 얼굴을 다 가리고 장난을 치곤했었다. 그때 살짝 보이는 웃음기로 휘어진 눈이 참 예뻤다. 목도리를 양 손에 들고 나무를 끌어안듯이 해서 목도리의 길이를 조절하고 천천히 매듭을 지었다.
"우현아."
나무에 묶인 매듭이 너무 아름다웠다. 명수는 다시 한 번 나무를 매만졌다. 자신이 손을 가져다 대면 밝게 웃던 우현이 생각났다. 마냥 밝아서 건들 수도 없었던 우현이 떠올랐다. 그런 우현에게서 손을 떼자 붉어진 얼굴로 성을 내며 자신의 손을 덥석 잡아끌던 우현도 생각났다.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도.
아마 앞으로도.
앞으로도 영원히.
"우… 현, 으…. 윽. 흐. 으윽. 현아, 현…. 현아. 어, 억, 으윽. 끅."
"…그냥 울어라. 참지 말고."
명수의 표정이 엉망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같이 울던 명수는 붉은 목도리가 매어져 있는 나무를 끌어안다가 미끄러지듯이 내려앉았다. 우현아, 우현아. 하며 우는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호원은 그런 명수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항상 무표정이던 김명수에게서 환한 웃음을 꺼낸 것도, 김명수의 볼을 붉히게 하는 사랑을 꺼낸 것도, 김명수를 슬픔으로 망가지게 하는 것도 다 남우현. 호원이 손을 뻗어 나무를 안고 주저앉은 명수의 등을 덤덤하게 토닥였다. 명수의 어깨가 계속해서 들썩였다. 괜찮아, 괜찮아, 하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계속 그런 상태로 서있을 뿐이었다. 바람이 그들 곁을 지나가 명수를 건드려도, 나무들이 위로의 말을 내뱉어도 명수는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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