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내 입술에 뭐가 왔다간건지 그저 멍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종인이가 나갈 때까지 나는 멍했다. 종인이 나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만지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박찬열이구나. 곧 수업이 끝날 때가 다가옴을 알고 박찬열에게 가려고 교실을 나왔는데 복도에서 김종인과 마주쳤다. 아직도 중간에 수업을 안 들어갔냐고 잔소리를 하자 곧 들어가겠다며 얼버무린다. 그런 종인이를 뒤로 하고 운동장에 있을 찬열이에게로 달렸다. 학교 밖으로 나오자 마침 종이 치고 찬열이가 막 운동장을 나오고 있었다. 그대로 찬열이한테 뛰어가자 넘어진다며 나를 잡아준다. 그런 찬열이의 손을 끌어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
"찬열아."
"왜?"
"네가 나한테 고백했던 거 있잖아."
"...응."
"아직도 유효해?"
"어?"
나와 마주본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찬열의 손길이 또박또박 말하는 내 목소리에 멈추었다. 나만 바라보며 되묻는 찬열에게 그저 웃어보이자 찬열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나는 여전히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확인 좀 할게 찬열아.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하는 너에게 까치발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짧지만 내 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던 시간에 내가 찬열이를 보며 웃어보이자 찬열이도 어리둥절해하던 표정을 풀고 나를 보며 웃었다. 땀 때문에 나를 안아주지 못하겠다며 대신 손을 잡아온 찬열이가 좋아하는 건 그의 표정을 보면 굳이 느끼지 않으려 해도 느껴졌다. 좋아하는 찬열이를 보자 나도 좋았는데, 한 켠으로는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종인이에게 말해줘야 하는데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다.
찬열이와 헤어지고 반으로 올라와 털썩 앉자 막 체육을 끝내고 온 타오와 종대가 제 자리에 앉는다. 말할까말까 망설이다 여태까지의 일을 털어놓자 종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얼른 말해줘야하지 않을까."
"근데 미안해서 말 못하겠어."
"네가 뭐가 미안해."
"그래도... 너무 미안하잖아."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걸 뭐라고 하는 줄 아냐?"
"뭔데?"
"희망고문."
"어?"
"괜히 기대감 주지말고 못돼질 때는 좀 못돼져. 그런다고 걔네는 너 안 싫어하거든."
"... ..."
"네가 박찬열이 좋다는데 걔네가 뭐 어쩔 거야. 네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지."
"...고마워."
"고마우면 매점."
"나도!"
진지한 충고 후에 고맙다며 반을 나서는 내 뒤로 장난스럽게 말하는 종대와 타오를 보니 말해보길 잘한 것 같다. 곧바로 종인이를 찾아 조용히 내 마음과 찬열이와의 관계를 전했다. 알았다는 종인이는 담담했지만 그렇지 않아보이기도 했다.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종인이기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이번만큼은 나도 못돼지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타오 말대로 그건 희망고문일테니까. 다시 반으로 가는 길에 만난 민석이에게도 고민하다 말해버렸다. 민석이의 특유의 말투가 좋아서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제일 먼저 말해서 위로받고 싶은 건 항상 민석이었다. 이번에도 민석이는 내게 그래줬지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민석이를 모른 척 했다. 정말로 못돼지려고 했으니까.
어느 새 다가온 하교시간엔 찬열이와 나 둘이었다. 종인이의 자리에 허전해도 찬열이가 붙잡아준 손덕에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은 친구였을 때완 확연히 달랐다. 이제 곧 가을인데도 우리 주위로 벚꽃이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열아."
"응?"
"좋지."
"응."
"나도 좋지."
"으... 어?"
"안 좋아?"
"좋지, 당연히."
"근데 왜 대답을 하다말았어."
"갑자기 딴 얘기를 하니ㄲ... 삐쳤냐?"
"아니."
"삐쳤네."
"아니거든?"
"삐친 거 맞으면서, 뭘."
"야 너 죽을래?"
"아니, 나 오래오래 너랑 살고싶은데."
"누가 너랑 오래오래 살아준대?"
"어. 내가 안 놔줄 거거든, 평생."
그 해 곧 다가올 가을을 앞두고 우리는, 오년씩이나 친구였던 사이에서 연인이 되었다. 사실 친구였던 사이라 매일 잘 지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를 좋아해주는 박찬열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
"사랑해,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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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이 났네요. 그냥 올려본 글에 많은 분들이 웃기다고 해주시고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여러가지로 많이 부족했던 글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