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지금 매우 심각한 일이 있음. 바로 병원에 있는 어떤 의사 선생님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는거임. 그리고 그 선생님은 탄소의 주치의고, 이름은 바로 김석진임.
일단 탄소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계기는 가벼운 교통사고였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깜빡이는 초록불 보고 괜히 초조해져서 냅다 뛰어가다가 결국 사고를 당해서 응급실에 실려오게 된거임. 그 사고 때문에 탄소는 오른쪽 팔에 무리가 가서 약 한달 여간을 오른쪽 팔에 붕대를 감은 채 정말 불편한 생활을 했고, 그러던 와중에 석진을 만나게 된거임. 그것도 환자와 주치의로! 사실 탄소가 병원에 입원했던 처음부터 석진이 탄소의 주치의였던건 아님. 탄소의 주치의 선생님은 원래는 굉장히 푸근하게 생기신 의사쌤이셨는데, 얼핏 듣기로는 집안에 중요한 일이 생기셔서 잠깐 일을 쉬고 계시다고 들었음. 어쨌든 그래서 그렇게 중간에 바뀐 주치의 선생님이 바로 석진이었음. 첫 만남은 탄소가 지루한 병원생활에 지쳐서 엄마한테 이제 그만 퇴원하고 싶다고 찡찡대던 시점이었음. 실제로 병원도 그냥 입원 하면서 쉬는건 좋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퇴원을 시켜도 된다는 입장이었어서 더 그랬음.
"아 엄마 쫌 나 좀 퇴원시켜줘!!!!!!!!!!!!!!!!!!! 나 이제 진짜 안 아프다니까? 병원 냄새도 싫고 여기 너무 지루하다고!!!!!!!!!!!!!!"
근데 원래 전국의 어머니들이란 그렇듯이, 막 대하던 자식들이 정말 아플 때야말로 놀라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나봄. 탄소네 엄마는 그런 너의 찡찡거림을 들은 체도 안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음. 지금 탄소 니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셔서 잠깐 병원일을 쉬신다더라. 오늘부터 선생님 바뀔거니까 놀라지 말고,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절대 퇴원 시켜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엄마에 탄소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음. 주치의 선생님이 바뀌면 뭐해, 어차피 다 아저씨일텐데! 탄소가 징징대며 투덜거렸음. 탄소는 한동안 그렇게 퉁퉁이처럼 입을 쭉 내밀고 침대에 앉아 있다가, 탄소는 이 넓은 병원을 한번 구석구석 탐방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사실 탄소가 다친 곳은 다리가 아니라 팔이었으니까. 그래서 탄소 너는 그 전에 엄마가 했던 주치의가 바뀌어서 너한테 알려주러 혹시 찾아오실지 모르니까 병원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으라는 말을 잊은 채 병실을 나와 신나게 쏘다니기 시작했음.
"구러고 보니 여기 병원 옥상에 정원 같은거 있다고 하지 않았나?ㅎ"
하지만 곧 한 팔엔 붕대를 둘둘 두르고 고정시킨 채 마치 병원을 제 집인 양 신나게 돌아다니던 탄소는 다른 왼손으로 코를 후비적 거리며 곧 소독약 냄새나는 병원 내부에 질려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어졌음. 그래서 처음에 엄마가 흘리듯 말했던 옥상의 정보를 기억 해냈음. 탄소는 얼씨구나, 하곤 곧장 옥상으로 향했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옥상에 가보니 따로 마련해 둔 정원이 있었는데 탄소같은 환자들이 꽤나 많이 있었음. 탄소는 신나서 난간 쪽으로 달려갔고, 그 뒤 한참을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대롱대롱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음. 그 상태로 저~ 밑의 아래도 보다가, 고개를 들어서 하늘도 보다가, 왼쪽에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그러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후 탄소 네 고개는 더 이상 돌처럼 굳은 채 움직이질 않았음.
"......."
"..........헐..........'
그 순간의 충격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았음. 탄소의 입은 별별 욕짓거리를 다 뱉어내며 감탄만 했고, 연예인을 실제로 한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탄소는 분명 만약 연예인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라고 생각했음. 그러니까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탄소가 살아온 인생 중 봤던 남자들 중에서 정말 가장 잘 생겼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음. 탄소는 저 멀리서 흰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석진이를 넋을 잃은 채 바라만 봤음. 석진이는 방금 전의 탄소처럼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무슨 탄소는 석진이가 병원 옥상에서 화보 찍는 줄 알았음. 헐; 뒤에서 후광이 비친다; 탄소는 마치 성스러운 조각상을 보는 양 입에서 흐르는 무언가를 병원복 소매로 슥슥 닦아냈고, 그 쯤되니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음. 내 남은 입원 기간을 저 선생님이랑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탄소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음. 물론 거기다가 사적으로 친해질 수 있다면 더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도 빼놓지 않았음. 탄소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 얼마 남지 않은 퇴원 기간을 쓸데 없는 망상으로만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실행에 나서기 시작했음. 그렇게 탄소는 슬금슬금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석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음. 그리곤 어느정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거리에 자리를 잡고는, 조심스레 석진에게 말을 걸었음.
"저기.....안녕하세요, 선생님!"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던 탄소의 유일한 장점인 이 친화력은 성별 나이를 가리고 할 것 없이 뻗어나갔음. 그리고 지금도 탄소는 특유의 자신의 뻔뻔함으로 이런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 했음. 이러다 완전 친해지면 어쩌지? 그럼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당ㅋ 탄소는 별 말 같지도 않은 망상을 하며 제법 사람좋게 씨익 웃더니 석진에게 말을 걸었고, 석진은 그런 탄소에게로 고개를 돌렸음. 석진이는 전혀 모르는 환자의 뜬금없는 인사에 순간 머리 위에 물음표를 단 것처럼 잠깐 의아한 표정으로 탄소를 바라보다, 곧 얼마 안가 이상하게도 뭔가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 처럼 탄소를 향해 활짝 웃는거임. 탄소는 예상치도 못한 석진이의 친근한 반응에 엥? 하며 잠깐 고개를 갸웃했고, 석진은 그런 탄소에게 뭘 보여주려는건지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종이 하나를 탄소의 눈 앞에 쑥 내밀었음.
"어! 반가워요, 혹시 이름이 김탄소 맞죠? 저 이번에 바뀐 주치의 인데, 보호자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저 이제 거기 병실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 댑악; 웃는거 잘생겼다........근데 뭐라고 하는거지?? 탄소가 석진이의 말에 상황 파악을 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음. 탄소는 그냥 맹하니 석진이를 넋을 잃고 바라 보다가, 곧 석진이 대뜸 탄소의 눈 앞에 내민 한장의 종이에 의아해하며 얼굴을 드밀었음. 그리고 그 종이에 써진 것들을 차례차례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종이에는 아마도 입원을 위해 적었던 내 신상 정보가 써져 있었음. 이름, 나이, 병명 등등. 근데 왜 내 정보가 적혀진 종이를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거지? 탄소는 읽으면 읽을 수록 느껴지는 이상함에 점점 인상을 찌푸려 갈 때쯤, 그 중 탄소의 눈을 강렬하게 사로 잡았던건 바로 바뀐 주치의 선생님의 이름이었음. 김석진. 분명 그 이름은 지금까지 탄소가 알고 있었던 푸근한 주치의 선생님의 이름이 아니었음. 탄소는 헐, 헐거리며 눈 앞의 종이와 그런 탄소의 얼굴을 보며 느긋하게 웃고 있는 석진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봤음.
"대박, 진짜 선생님이 제 주치의시라고요?"
탄소는 점점 실룩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로 놀란듯 석진에게 물었고, 석진은 그런 탄소의 헤벌레한 표정이 웃긴지 푸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곤 석진이는 좋아 죽는 탄소의 반응이 그리 싫지 않은 듯 입을 가리고 웃다가, 갑자기 불쑥 한 손을 내밀곤 말했음.
"박 선생님이 돌아 오실 때까지의 임시라지만, 제 첫 담당 환자시네요. 잘 부탁드려요. 박 선생님께서 그 때까지 오실지 안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탄소양은 어차피 퇴원 하고서도 주기적으로 붕대 갈고, 상태도 확인하러 와야하니까, 이 정도면 저희 제법 길게 볼 사이죠? 자, 우리 악수해요."
탄소는 맹하니 자신을 향해 내민 석진이의 손을 잡았음. 그리곤 석진은 잡은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웃는데, 아마 그 때였을거임. 탄소가 석진에게 제대로 심장 어택을 맞았던게! 탄소는 멍하니 자신의 손을 잡곤 마치 또래의 소년처럼 화사하게 웃는 석진이를 바라봤음. 거 참, 그런 석진이를 쳐다보던 탄소는 이상하게 마음이 간질간질한 느낌에 괜히 석진의 손을 잡은 왼손을 더 세게 흔들었음. 석진이는 갑자기 격해진 악수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다가, 한번 호탕하게 웃더니 탄소처럼 같이 손을 붕붕 휘둘러 줬음. 탄소의 갑작스런 돌발 행동에도 매너 있게 웃으며 받아주는 석진이에, 탄소는 어쩐지 조금 얼굴이 붉어졌음.
이것이....사랑...?
그리고 얼마 안가 격렬했던 첫 인사는 끝이 났고, 탄소는 석진이 한참을 잡고 흔들던 손을 놓자 느껴지던 이상한 섭섭함을 느꼈음. 탄소는 마치 가슴을 망치로 쿵쾅쿵쾅 내려치는 듯한 착각에 괜히 허전한 왼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음. 그럼 아직 날씨가 쌀쌀하니까, 그만 내려가는게 어때요? 하지만 석진은 그런 탄소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채 탄소를 바라보다가 말했음. 그 날 이후 탄소는 뭐, 완전히 핑크빛 세상이라고 할 수 있었음. 탄소는 그 날 이후로 석진이와 가까워 지겠다는 일념 하에, 진찰을 오는 시간에는 한마디라도 말을 붙이고자 노력했고, 또 진찰이 없는 시간에는 매일 같이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석진이를 찾아다녔음. 그리곤 그러다 석진이의 위치가 파악될 때면 마치 우연인 양 다가가 친한척을 하며 석진이 그런 탄소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대하게 하고자 탄소의 노력이 이어졌음. 그리고 그렇게 한 일주일 쯤 탄소가 징하게 석진이를 따라다니며 친한척을 해대니, 석진이도 자신을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말을 붙이는 탄소가 신기한건지, 탄소가 말을 걸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곤 피식피식 웃곤 했음. 그리곤 일주일이 지나자, 이젠 석진이가 먼저 탄소를 병원에서 알아보곤 말을 거는 날도 늘어갔음. 당연히 그날 밤 탄소는 펄쩍펄쩍 뛸 정도로 기뻐서 잠을 못 이뤘음.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 수록 석진이에 대한 탄소의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것도 당연했음. 그리고 아마 그 때쯤 집안 일로 병원을 쉬던 탄소의 원래 주치의 선생님이 돌아오게 되셨음. 탄소의 주치의는 바뀌게 되었음. 처음부터 석진이는 임시로 맡게 된 주치의 자리 였으니까. 탄소는 섭섭해 했지만, 딱히 그걸 티 내지는 않았음. 원래 주치의 선생님도 좋은 분이시고, 무엇보다 탄소가 먼저 석진이를 찾아가면 됬으니까. 실제로 그 후에도 주치의만 원래대로 돌아간거지, 딱히 석진이와 탄소가 못 만난다거나 그런 일은 없어서 늘어난건 탄소가 석진을 찾아가는 횟수 뿐이었음.
"선생님, 저 오늘 퇴원해요!"
그리고 시간은 어느덧 탄소의 퇴원일까지 다가왔고, 탄소가 병원을 퇴원할 때 쯤은 이미 스스럼없이 석진에게 말을 붙일 수 있는 사이로 발전했음. 물론 석진이는 탄소에게 딱히 마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음. 석진에게 탄소는 그냥 첫 담당 환자, 귀여운 여동생같은 존재 정도인 것 같았음. 하지만 그 때쯤이 되니까 탄소는 이미 석진이를 향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음. 하지만 딱히 초조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음. 탄소는 석진이와 사귀고 말겠다! 라는 생각도 크게 하지 않았던 데다가, 석진이가 탄소를 귀여운 여동생마냥 바라보는게 그리 싫지만은 않았기 때문임. 어차피 퇴원하고 나서 석진이를 아예 못보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번 씩은 병원에 검사차 와야 했으니까 그때 더 친해져서 번호라도 알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소한 마음이었음. 어쨌든 석진이는 그런 탄소의 퇴원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 해줬음. 팔은 이제 괜찮은 거냐며 묻는 석진이는 여전히 다정하게 웃으며 탄소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석진의 손이 머리를 장난스레 헤집자 탄소의 얼굴은 빨개졌고, 석진은 곧 아쉬운 듯 말했음.
"이제 병원에서 매일 탄소양 얼굴은 못보겠네요. 에이, 아쉽다. 일주일에 한번씩 검사받으러 와야하죠? 그때 꼭 저 찾아오기."
그렇게 말하는 석진이는 방긋 웃으며 탄소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음. 네! 탄소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석진이 먼저 아쉽다는 표현을 해주고, 또 다시 보자는 약속까지 해주는데에 매우 기뻤음. 비록 그냥 착한 동생으로만 여기는 태도였어도 그냥 기뻤음. 탄소는 그렇게 무사히 퇴원을 했고, 매일 병원에서만 보내던 일상도 점점 평범하게 돌아왔음. 학교로 돌아가자마자 탄소는 친구들에게 남신 의사 선생님이랑 만나서 친해졌다고 자랑도 하고, 그러다 애들한테 맞기도 하면서 병원에서 있었을 때와는 또 다르게 신나게 지냈음.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탄소는 얼마 안가서 계속 부루퉁한 얼굴로만 보내게 됬는데, 도대체가 자신을 꼭 찾아오라던 석진의 얼굴을 너무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임. 물론 일주일에 한번 탄소는 석진이의 말대로 팔 검사를 맡으러 병원에 가곤 했지만, 석진은 뭐가 그리 바쁜건지 탄소리 병원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석진의 머리카락 한올도 보지 못했다는게 그 이유였음. 대부분은 탄소의 입원 생활 때 길들여진 석진이 전용 레이더 망을 풀 가동해서 찾긴 했는데 곧 급한 환자가 있는지 다급하게 멀리 뛰어가는 모습만 본다던지, 심지어는 일주일에 한번 가는 병원인데, 석진이의 얼굴 조차 보지 못하고 나올 때도 있었음.
"하......언니......혹시 석진쌤 어디가셨는지 아세여?"
그래서 탄소는 그 날도 석진이를 찾다 지켜 터덜터덜 병원 내부를 거닐다가, 전에 입원할 때 탄소와 나름 얘기도 많이 하고 친했던 간호사 언니를 찾아가 석진이의 행방을 묻기에까지 이르렀음. 당연히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탄소는 시무룩한 채로 고개를 끄덕인 채 결국 병원을 나갈 생각으로 걸어갔음. 오늘도 못 만나나ㅠㅠ.....오늘이 검사 마지막 날인데....이제 병원 올 일 없는데......그렇게 어깨가 축 쳐진 탄소의 뒷모습은 애잔하기 까지 했음. 탄소는 퇴원 이후로 대화는 커녕 석진의 목소리를 한 마디도 듣지 못한 것에 대해 굉장히 절망하고 있었음. 그리고 사실 이미 탄소의 팔은 다 나았기 때문에 더 이상 석진을 보러 병원에 올 이유도 없어졌기 때문에 탄소가 유독 오늘은 오랫동안 석진을 찾았던 거였는데, 결국 오늘은 가끔가다 바쁘게 스쳐지나가는 석진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거였음. 하.....ㅠ.....그래서 탄소는 어쩐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병원이 떠나갈 듯 한숨을 쉬곤 병원을 그만 나가려고 출입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갑자기 탄소의 뒤에서 탄소의 어깨 위에 누군가의 두 손이 턱, 하니 얹혔음.
어허억!!!!!!! 탄소의 남성미 넘치는 비명소리가 병원 로비에 울려 퍼졌음. ㄹㅇ 제대로 놀란 탄소는 식겁하며 몸을 부르르 떨면서 뒤를 돌았고, 놀랍게도 그런 탄소의 눈 앞에 보이던 사람은 탄소가 그렇게도 찾아다녔던 석진이 탄소를 향해 활짝 웃으며 서 있었음.
"ㅋㅋㅋㅋ미안해요, 많이 놀랬어요? 진료 마치고 가다가 어떤 간호사가 탄소 양이 날 찾는다고 해서, 막 뛰어왔어요."
되게 오랜만인 것 같다, 그쵸. 그렇게 말하며 웃는 석진에 탄소는 한동안 상황 파악을 못하고 맹하니 서 있기만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탄소의 얼굴이 울먹거리며 일그러졌음. 이제, 더 이상 못만나는데. 찾아오라고 했으면서, 얼굴도 안 보여주고, 대화도 못하고. 선생님은 뭐가 좋다고 계속 웃고있는거야ㅠㅠ 아 근데 왜 자꾸 눈물은 나는거야ㅠㅠ 탄소는 왜인지 갑자기 그렇게 북받쳐 오는 감정에 당황하며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고도 해봤지만, 결국 탄소의 눈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뚝, 뚝 떨어졌음. 석진이는 그런 탄소의 마음도 모른 채 싱글벙글 웃고만 있다가, 갑자기 끅끅대며 눈물을 흘리는 탄소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 못했음.
"왜, 왜 울어요! 그렇게 많이 놀랐어요? 미안해요, 네? 울지마요."
석진이는 탄소가 우는 이유를 전혀 짐작도 못하는 듯 당황하며 탄소의 눈물을 닦아줬고, 탄소는 끅끅거리며 말을 이었음. 선생님이, 먼저 찾아오라고, 그랬으면서!!!!!!!! 탄소는 이제 쪽팔림도 다 잊은 채 안절부절 못하며 탄소의 눈물을 닦아주려 하는 석진이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음. 석진이는 여자의 눈물에 매우 약했음. 그것도 탄소처럼 어린 (물론 성인이지만, 석진이의 입장에선 아직도 탄소는 어리기만 한 동생이었음) 여자애의 눈물에는 더. 석진이는 정말 살면서 그렇게 당황해 본적이 드물게 엉엉 우는 탄소를 조심스레 끌어 안았음. 석진이의 머릿 속에는 아무래도 우는 탄소를 일단 달래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듯 보였음. 탄소는 엉엉 울면서 석진이의 품에 안겼고, 병원의 로비에선 서럽게 우는 한 여자애와 겁나게 당황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잘생긴 의사의 이상한 투샷이 연출되고 있었음. 그렇게 서운했어요? 미안해요, 요즘 정말 너무 바빠서 그랬어요. 그렇게 말하는 석진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탄소를 달래고 있었음. 결국 석진이의 피나는 노력에 울음이 어느정도 가라앉은 탄소는 훌쩍대며 석진이의 품에서 빠져 나왔음. 그리고 바라본 석진이의 얼굴은 온갖 당황과 미안함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그런 석진이를 향해 약하게 끅끅대던 탄소가 갑자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음.
"끄허엉ㅠㅠㅠ끅ㅠㅠㅠㅠ그럼ㅠㅠ그렇게 미안하면ㅠㅠㅠ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알겠어요, 다 들어줄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요, 네?"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못한 탄소의 그 우렁찬 외침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탄소를 바라보고 있던 석진이는 알겠다며 계속해서 자신의 소매를 잡아당겨 탄소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빴음. 탄소는 그런 석진이의 다정한 대답에 잠깐 멈칫거렸다가, 그럼 저랑 전화번호 교환해요!! 라고 외쳐 버리곤 석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음. 그도 그럴게, 처음 퇴원 했을 때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석진이에게 다가가면 된다며 여유를 부리던 탄소의 계획은 사실상 이미 마지막 진료인 오늘로 다 박살 나버리고 말았음. 그래서 탄소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직구로 공을 던져버린거임. 석진이는 그런 탄소의 제안에 한참을 당황하는 듯 눈을 크게 뜨곤 꿈뻑거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음. 진짜요? 탄소는 꽤나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는 석진에게 다시 울먹거리며 물었고, 석진이는 왠지 부탁을 들어줬음에도 점점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탄소의 눈을 보곤 다시 당황하기 시작했음. 문자도, 전화도 해도 되요? 탄소는 석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울먹거린 채 물었음.
"...알았어요. 문자도, 전화도 언제든지 해요. 진료시간만 아니면 나도 다 받아줄게요. 그러니까 그만 울어요, 네?"
탄소가 눈치채지 못하게 작게 한숨을 쉰 석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탄소와 다정하게 눈을 마주쳤고, 그제서야 탄소는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음. 선생님, 우리 옥상 정원 가요. 그리고 탄소는 퉁퉁 부은 눈으로 일부러 더 뚱하니 석진이의 옷깃을 잡아 끌며 말했고, 계속해서 한숨을 폭 내쉬던 석진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음. 선생님, 손 잡으면 안돼요?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던 탄소의 갖가지 부탁에, 석진이는 어이가 없다는 양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한숨을 쉬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자신을 향해 내밀고 있는 탄소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음. 탄소는 그제서야 빵끗 웃으며 석진이를 바라봤음. 뭐,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생각한 탄소는 잡고 있던 석진의 손을 사뿐사뿐 흔들고 있었음.
+) 사랑, 어쩌면 그 바로 직전.
선생님. 석진의 손을 꼭 잡은 채 웃고있던 탄소가 석진이를 불렀음. 네? 골치 아픈 듯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짚고 있던 석진이 다시 탄소를 바라보며 대답했음. 오빠라고 불러도 되요? 뻔뻔하게 웃으며 묻는 탄소의 말에, 순간 석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음. 다른건 다 되도, 그건 안돼요, 절대! 탄소양 어머님을 제가 죄송스러워서 어떻게 봐요? 혹시나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젓는 석진에, 탄소는 벌써부터 저희 엄마 만날 생각 하는거에요? 진도가 너무 빠른데요? 그러려먼 저한테 고백부터 하셔야죠. 라며 싱글벙글 웃었음. 그러자 석진은 또 당했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곤 두 눈을 꾹, 감았음.
| 웬만해선 꼭 읽어 주세요 |
진짜 조회수랑 댓글 차이 진짜 의욕 뚝 떨어지게 하네요............대다나다. 참 처음엔 그냥 저 좋자고 시작했던 글인데 이렇게 끝이 우울해 질 줄이야ㅋ이번 글 초반엔 진짜 억지로 쓰느라 제일 고생했네요. (괜히 처음 안좋은 기분으로 글 써서 석진이 한테 미안하고 그러네ㅠㅡㅠ석진아 사랑해 5랑해) 차라리 글 자체의 분위기가 우울하면 몰라도, 이런 설렘용 빙의글들은 쓰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 보는 사람도 좋으니까요....... 뭐 마음 같아선 확 마 다 그만두고 싶은데ㅠㅠㅠㅠㅠ꾸준히 봐주시면서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하려구요. 회원 전용 안 달아서 비회원도 보는거라 그렇다지만, 그럼에도 이 공지 보고 찔리는 몇몇 분들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저야 성격 업다운이 심해서 이렇게 피드백을 한다지만, 차라리 이왕 이렇게 된거 제 글에만 그러시더라도 다른 작가님들한텐 그러지 마셨으면 해요 그냥 올라온 글 휙휙 보시면서 아무 말없이 다음편 기다리는 분들은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글쓰는 사람들한테 진짜 상처에여...ㅠㅠㅠㅠㅠ 이상한 푸념이 길어졌으니까, 본편 얘기는 짧게 할게여. 의사 가운 입은 석진이 ㄹㅇ이쟈냐여.....거기다 존댓말 크리!!!!!!!!!!!!!!!!!!!!!!!!!!!존댓말 하는 연상남!!!!!!!!!!!!!!ㅎㅎㅎㅎㅎㅎ 이건 석진이편 기다리셨다는 우리 한 독자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ㅎㅡㅎ 마음에 드셨나요? 마지막에 짧은 글은 저렇게 여주가 로비에서 일내고 난 뒤에, 좀 많이 뒤의 짧은 이야기 입니다ㅎ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구요, 그냥 여전히 여주의 석진이를 향한 직진 통행이긴한데........모르죠ㅎㅎㅎ 아 본편 하나하나 쓸 때마다 각 편의 주인공들한테 애정이 너무 가서, 참......번외편 고민이네요ㅠㅠㅠㅠ엉엉 다써야하나 뮤튼 첨에 이렇게 우울한 얘기 해서 죄송합니다 여기 이쁜 방탄이들 보고 웃으세염! 다음 편은 진짜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우리 빠른 시간 내에 또 뵈요. 빠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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