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를 다닌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나는 과외를 공부하러 다니는 게 아니었고, 과외선생님의 연애사를 들으러 다녔다. 이건 우리 부모님도 몰랐다. 족집게 과외선생님인 만큼 시험 보름 전부터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한다면 성적은 오르기 쉬웠다. 그것보단, 과외선생님은 엄청난 귀염상의 얼굴이었고, 또 공부도 잘 했다. 손도 얇고 예뻤고, 마음씨도 예뻤다. 사실 죽도록 공부도 하기 싫었지만, 일단 과외선생님이 온다는 소리에 나는 가슴이 크고 예쁜 선생님이 오시겠지 했다. 그런데 내방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실망했다.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하얗고 순수한 이미지가 내 생각을 고쳐 놨다.
그리고, 내 성격상 남의 연애사에 관심도 없었지만, 과외선생님은 조금 특별한 케이스였다. 게이었으니까. 나는 별다른 거부감 또한 없었다. 먼저 말한 것도 나였다. 선생님은 애인 있어요? 사실 없어. 라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고개는 이미 끄덕인 후였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가르쳤다. 반지 예쁘네요. 선생님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 후로 부터는 나는 매일 졸랐다.
선생님 애인 이야기 해주세요.
“ 오늘 애인이랑 뭐 했더라 ”
민망한지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음, 오늘 종인이가 학교를 안와서… 아프데.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선생님이 귀여웠다. 그래서 과외마치고 종인이집 가 볼 생각이야. 선생님 애인 이름이 종인이구나. 나는 선생님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게이처럼 안 생겼단 말이지. 나는 꼼꼼히 선생님의 얼굴을 살폈다.
경수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뇨. 나는 책상 위로 펴진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겼다. 살짝살짝 보이는 선생님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하고 문제 볼까? 빨간 펜을 들고 있는 하얀 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네 번째 손가락에 끼어져있는 반지도 눈에 들어왔다. 반지, 안 불편해요? 응. 자, 경수야 우리 집중하자.
“ 학교에서 문학은 어디까지 배웠어? ”
선생님의 질문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 공부하기 싫다. 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침대 위로 올라가 벌러덩 누웠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당황이라도 한 건지 안절부절 못했다. 선생님도 따라 침대 아래 쪼그려 앉아 날 바라보았다. 경수 공부하기 싫은가 보네.
“ 오늘은 특별 휴가 ”
“ 응? ”
“ 선생님도 나도. 애인 아프다며. 빨리 가요. ”
스윽 웃는 선생님이 보였다. 됐어. 이거 끝나고 가면 돼.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침대 아래로 끌어 당겼다. 나는 힘없이 끌렸고 어느 샌가 다시 방바닥 아래 책상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의 가느다란 손이 내 볼에 가져다 대고, 무어라 중얼 거렸다. 경수 집중. 집중. 또 집중. 이러면 선생님 속상해. 멍 때리면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강아지 키우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 진짜 백현이 같다. ”
“ 당연하지. 내가 백현인데. ”
“ 진짜 백현스러워. ”
백현이가 뭐야. 선생님이라고 불러. 으름장을 놓아도 귀여웠다. 그리고는 또 울상을 지었다. 경수야 우리 공부하자. 응? 두 손을 모으고 부탁한다는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샤프를 쥔 체 문제집의 발문을 샤프로 슥슥 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검은 건 글이고 흰 건 종이인데, 집중이 안 된다. 문제집 한번 보았다가 선생님을 한 번 보았다가. 내 두 눈은 바빴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샤프로 책상위에 탁 내려놓고 백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진짜 공부가 안 되서 그래요. 내가 데려다 줄게. 나는 선생님의 가방을 아무렇게나 챙겨 들었다. 가요. 오른손에는 선생님의 팔목이, 왼손에는 선생님의 가방이. 나름 괜찮았다.
주택가를 벗어나 걸었다. 선생님 애인 집이 어디. 됐어 버스 타고 가면 금방이야. 쓰읍, 말해요. 옥신각신 말도 안 되는 싸움에 달이 뜬 동네는 두 사람으로 가득 찬 기분이었다.
“ 백현아 ”
“ 으으? ”
“ 내 말 들어. 애인 집이 어디라고? ”
선생님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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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가 끝나면 나는 이걸로 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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