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못 된 것 같지 않아? |
남여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친구라면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좋아하는거라고 그랬었지.
그 말이 확실히 맞아. 왜냐면 내가 그렇거든.
초등학교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11년째 같이 하는 이 등굣길이 나는 너무 좋아.
"오세훈!!"
"어 왔어?"
"오늘 아침밥이다~"
고등학교를 올라와서 아침밥을 거르는 걸 알게된 뒤로 거의 2년가까이 너에게서 받아먹는 내 아침밥. 너 처럼 하얗고 하얀 흰 우유.
"오늘따라 우유가 더 맛있는거 같다?"
"내가 들고왔으니까 그렇지~ 아, 너 어제 라디오스타봤어? 대박이었는데"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는 이 길에서 어제 본 티비프로그램을 얘기하면서 등교하는게 참 좋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선 순간 너를 기다리고 있는-겉으로는 친한 친구같지만 속으로는 흑심을 품고있는- 루한을 보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00이 왔네?"
"루한 안녕~"
"오세훈 너 그거 들었냐? 오늘 체육시간에…"
겉으로는 친한친구 같지만, 아니 몇달 전 까지만해도 그랬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져 하복을 입게되었을 때, 어렸을 때 부터 무용을 배운 너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스캔하면서부터 널 보는 눈빛이 달라진 후 부터 정이 떨어졌다. 내가봐도, 아니 객관적으로 봐도 이쁜 몸이었다. 거기다 작고 귀여운 얼굴까지. 누구하나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너였다. 나는 그런 애들과는 많이 다르다. 너의 외모도 좋아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거다. 네 성격, 습관, 생각까지 다 좋다는 거지 절대로 외모에만 빠져서 널 좋아하는게 아니다. 굳이 말하면 루한과 나는 완벽히 다르다는 것이다.
"야, 근데 진짜 00이 몸매 쩐다..."
"알아"
"너 좋겠다. 저렇게 이쁜애 성장과정 다 봐서."
"알아"
"너네 뭐 없었냐? 내 친구의 친구는 너네처럼 십년지기여서 대딸도 해준다던데"
"미쳤냐? 좀 닥쳐"
루한의 말을 더 이상 듣기 싫어 그냥 나와버렸다. 못하는 말이 없다. 그 말은, 00이가 대딸을 해줘야한다는 거야 뭐야. 얼마나 소중한데 너는.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학교를 마치고 셋이서 바로 빙수를 먹으러 왔다. 가게안은 다행히도 밖과 다르게 시원했다. 00이가 좋아하는 녹차빙수를 시켜서 맛있게 먹고있었다.
"녹차 빙수 역시 최고야"
"여기 녹차아이스크림 진짜 맛있다"
"너네 그거 들었냐? 음악 쌤 임신했데"
"진짜 대박이다. 남편 잘생겼던데?"
이런저런 학교이야기를 하다가 잘못해서 네가 빙수를 흘렸다. 그것도 가슴쪽에. 루한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냅킨을 가져다가 빙수를 흘린 곳으로. 그러니까 네 가슴으로 손이 갔다. 루한도 놀라긴 했었는지 금새 손을 떼고 넌 친구니까. 라는 생각이 박혀 있는지 당황한 나와 루한보다 아무렇지 않아했다.
"아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뭐."
루한을 보며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는 너와달리 나와 루한은 말 없이 금새 빙수를 다 먹고 빨리 가게를 나왔다. 오랜만에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던 너는 먼저 가고 둘이서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둘다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루한이 먼저 말을 했다.
"야 고의로 그런거 아냐. 그냥 닦아주려고...닦아주려고 그런거야"
"...."
"아 왜 이걸 너한테 변명하고 있냐."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루한은 어이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근데.... 00이 가슴...진짜 말랑말…"
"미친새끼"
루한의 말을 끊고는 앞으로 가 루한의 정강이를 발 끝으로 세게 찼다. 더 이상 루한과 친구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미친놈.
우리반에도 루한같은 애들이 루한말고도 많을 것이다. 루한같은 애들이 생기는 걸 대비해서 안되겠다. 오늘 말해야겠다. 그 뒤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에게 그 말을 하면 네가 어떤 반응일지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 이상 친구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결국은 우린 사귀게 될거야. 그래야지 루한같은 애들한테서 너를 지킬 수 있어.
"여보세요?00아" '어~세훈아' "집에 언제들어가?" '지금 내렸어' "아 그러면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알았어~'
발걸음이 빨라졌다. 금새 정류장 쪽에 도착했고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는 네가 보였다.
"000~"
"세훈아!"
"오늘 잘 놀다왔어?"
"당연하지~근데 왜? 나 데려다주려고?"
"그것도 그렇고 할말도 있고 해서."
"할말이 뭔데?"
"일단 가자"
오늘 네가 친구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슬쩍슬쩍 일부러 손을 스치게했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손시려울 때나 장난칠 때 손을 많이 잡아봐서 그런지 별로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좀 잘 못 된 것 같지 않아?"
"뭐가?"
"내가 손을 잡아도 넌 아무렇지 않아?"
"친구니까 뭐."
너를 당황시키려고 네 앞에서서 얼굴을 확! 뽀뽀하기 직전만큼 가깝게 들이댔다. 이번엔 좀 놀랐는지 큰 눈을 깜빡거렸다. 눈동자에 내 눈이 비추었다.
"이래도? 이래도 아직도 초등학교1학년 1반 000 짝꿍으로 보여?"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나는 너였다. 은근히 네 얼굴에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새하얗던 얼굴이 발갛게 변하니 꼭 복숭아같았다. 귀여워보였다.
"야아...."
"너 좋아해."
"나랑 사귀어야해.꼭
알았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네 정수리에 뽀뽀를 하고는 있는 힘껏 꽉 껴안았다. 축 늘어져있던 네 팔이 내 허리를 안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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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하_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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