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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님 ♡ |
"짜잔"
"이게 뭐야?"
"뭐긴, 커피지."
"이게 어떻게 커피야. 내가 마셨던 거는 찰랑찰랑 물이였는데."
"잘 봐."
커피포트를 가져와 천천히 커피를 내리니 민석이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지?"
"신기하지. 먹어봐. 맛은 비슷할거야."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냄새를 맡고는 한입 마셔보는 민석이.
"어?"
"어때? 맛있지. 그치? 내가 내린거라 더 맛있을거야."
"와 진짜 맛없어."
"뭐? 왜 맛이없어! 줘봐."
색은 딱 아메리카노인데.
"으.. 이게 뭐야."
맛은 쓰레기네.
이상하다. 설명서에 적힌대로 했는데.
"어떻게 그런 걸 먹으라고 줄수가 있어? 일부러 그런거지 운디네?"
"그런거 아니야 민석아. 뭐가 잘못된거지. 보자.. 커피가루를 넣고 물을 천천히.. 어?"
큰 실수를 한것이다.
"헐 거름종이를 빼먹었어."
찌꺼기를 걸러 줄 거름종이를 안 씌운 것이다.
"나 골탕먹이려고 한거 아니야? 할줄 알면서?"
"진짜 아니야 민석아. 이건 실수였어."
"그래. 실수였다고 치자. 난 마음이 넓은 요정이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하렴.
"다시 내려줄까? 이번엔 제대로 해줄게."
"아니. 그거 안먹을래. 나가서 사와."
칼이구만. 그치만 내가 벌인 일이니 그냥 순순히 사와야겠다.
"뭐 해. 나갈 준비 안해?"
"너도 나갈거야? 나 혼자 가도 되는데."
"잊은거야? 나는 널 수호하러 왔잖아. 너 혼자 보낼 수 없어."
아메리카노만 시키려 했지만, 나 때문에 입맛 버렸을 민석이를 위해 달달한 프레즐도 같이 시켰다.
기필코 내가 좋아해서 시킨건 아니다. 순전히 민석이를 위해..
나온 김에 여러가지 놀거리를 민석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사람이 더 많네."
도로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 맞다. 아르바이트 구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아니야. 안하는게 좋아."
"왜? 나 용돈 벌어야 한단 말이야."
"내가 떠날 때까지는 그냥 지내. 돈이 필요하면 내가 도와줄게."
"그래도.."
"날 믿어 운디네."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의 미래가 보이기라도 하는 걸까?
여기 온 이유가 나를 수호해주기위해 온 거면 앞으로 내게 위험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거네.
"저, 민석아."
"응?"
"아니야. 티비 계속 봐."
"에이 뭐야. 싱겁긴."
민석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장난꾸러기 애같은데.
내게 '날 믿어 운디네.' 를 말할 때는 정말이지 뭐든 믿을 수 있는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다.
민석아, 너와 같이 있을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마치 내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을 만난 것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