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SEX PISTOLS
카이X디오
종인X경수
찬열X백현
01.
종인이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했다. 옆의 찬열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신 쫑알대며 종인을 쪼아대고 있었다. 종인이 쫑알대는 찬열의 얼굴을 밀어내고 현관문을 나섰다. 처리를 잘 해 줄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생각외로 이것저것 처리를 잘 해 줘서 별 탈 없이 간단하게 학교를 나갈 수 있게 된 거였다. 옆에서 쫑알쫑알 말만 좀 적었으면 이것보다 더 고마울 뻔 했는데. 어제보다 날씨가 더 더워졌다. 아예 찬열은 길거리에 주저 앉아 나 죽네 하고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 잘생긴 얼굴과 달리 생각 외로 곰에게서 물려받은 피가 더 많아 그런지 더울때는 덥다고 난리, 추울때는 겨울잠을 자야한다며 난리였다. 한참 걷다 안 되겠는지 찬열이 길바닥에 쪼그려앉았다. 곱실곱실거리는 파마머리가 무던히도 더워보이게 했다.
" 너만 아니었으면 난 학교 안 나가도 되는데! "
찬열의 원망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종인이 특유의 나른한 표정으로 찬열을 쳐다보다 아무래도 좋다는듯 앞서 학교로 걸었다. 어차피 몇 분 안 걸리는 거리고, 주위에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 한 두명이 아니니 사람들만 잘 따라가면 될 거였다. 종인이 먼저 움직이자 찬열이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연신 어? 어어? 거리며 후닥닥 뒤따라왔다. 매정한놈. 매정한새끼! 그러면서도 연신 입을 놀리는 걸 보니 아직은 살 만한 모양이었다. 종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날은 계속 더워지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그늘진 쪽으로 달려간 찬열이 아예 그늘 밑으로 드러누웠다. 이제서야 살겠다는 표정이었다. 종인이 한심하다는듯 찬열을 쳐다보다 학교 내로 시선을 돌렸다.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게 미국학교랑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지나가던 한 여학생 무리가 종인과 찬열을 보며 수근거렸다.
" 곰이면 여름엔 좀 활동적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
" 곰이어도 한창 더울 땐 물가에서 쉬거든? 너야말로 호랑이답게 노시지. "
세상에 유치해도 저렇게 유치 할 수가 없지. 종인이 찬열을 흘겨보며 걸음을 옮겼다. 찬열은 곧장 2학년 교실로 향해야 했고, 종인은 교무실로 가서 반 배정을 받아야 했다. 2층 정도 올라간 찬열이 힘 다 빠진 뒷 모습으로 교실로 향했다. 우으아아아아악! 배켜나 미안!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지르는 소리에 종인이 뒤돌았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옆으로 달려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에 종인이 멍한 표정으로 뒷모습을 쳐다봤다. 훅 끼쳐오는 개냄새.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자신과 비슷한 고양이과 냄새가 끼쳤다. 앞의 개냄새를 뒤따라 가던 남자아이가 잠깐 멈춰서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더니 종인과 시선을 마주쳤다. 눈동자가 흔들리는게 무언가를 감지한 모양이었다. 종인이 명찰로 시선을 돌렸다. 변백현. 종인이 미소를 지었다. 백현은 그 미소를 쳐다보다 시선을 휙 돌려 개 냄새를 쫓았다.
도경수다. 종인의 속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개 냄새가 풍겨왔지만 그리 심하지 않은 악취. 분명히 고양이 냄새에 살짝 묻히긴 했지만 그 냄새를 못 맡을 정도는 아니었다. 종인이 미소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마주쳤을 때 입고 있던 교복, 비슷했는데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직까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얼굴. 다시 못 만났으면 섭섭할 뻔 했을지도 모르는. 종인이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보니 수업이 시작 할 때가 다 되었다. 조금 더 늦으면 교무실은 텅 비어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학생들은 전부 수업을 받는 중인지 복도에 가득 차 있는 여러 동물들의 냄새가 조금은 트인 편이었다. 종인이 복도를 걷다 무심코 창 밖을 쳐다봤다. 분명히 더운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물끄러미 창 밖을 쳐다보던 종인이 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또 깊이 풍겨오는 익숙한 냄새. 반 창문 건너로 특유의 동그란 눈동자로 선생님을 응시하는 도경수. 자신과 같은 나이인 모양이었다. 2학년. 선생님이 하는 말에 활짝 웃어보이다 하트모양 입술로 무어라고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 하는게 영락없는 어린애 모습이다. 누구야? 원숭이 냄새가 훅 끼쳤다. 뚱뚱한 얼굴로 땀이 나는지 연신 얼굴을 훔치는 선생님의 모습에 종인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 수업은 시작 했을텐데. "
얼굴에 의구심이 가득이었다. 이래서 원숭이들은 안 된다. 자기가 똑똑 한 것 마냥 다른 사람 의심부터 하고 보니까. 종인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선생을 쳐다보다 낮게 중얼거렸다. 전학 왔는데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영리한 줄 알지만 알고보면 영리할 것도 없다. 그저 '영리한 척'하는 멍청한 동물일 뿐이니까.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무실로 안내했다. 아마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종인이 조용히 선생의 뒤를 따랐다. 어쨌든 교무실로 가야했고, 경수는 나중에 만나도 늦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만나게 될 거다. 같은 학교에 있는 한 만나지 못하진 않을 거였다. 교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찬바람이 훅 끼쳤다. 교실로 들어가고 남은 몇 선생님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선생과 함께 들어온 종인의 존재가 궁금했는지 선생들이 종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 누구래요? "
" 전학을 왔다고 하는데…. 이름이 김종인? "
에어컨도 시원한데 땀은 자꾸 나오는 모양이지. 땀을 한 번 훔친 선생이 종인의 가슴에 있는 명찰을 힐끔 쳐다봤다. 종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류속에 파묻혀 있던 선생님이 아이고!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 이제 왔구나! 너 때문에 반에 못 들어갔어. 여튼 내가 네 담임이거든? 이름은 김준면. 따라 와. "
착하게도 생겼다. 연신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종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손엔 출석부, 한 손은 악수를 하기 위해 내민 손. 종인이 준면의 손을 빤히 쳐다봤다. 보통, 학생들에게 악수를 청하는게 맞는 일인가? 준면이 종인의 시선을 받아내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집어넣었다. 네가 너무 카리스마 있게 생겨서. 하여튼 가자. 2학년 3반. 찬열이랑 친구라구? 준면의 말에 종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뭐가 좋은지 생긴 것과 달리 소탈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마침 우리 반에 한 명이 비었었거든. 찬열이도 좋아하겠다. 종인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설마 박찬열이랑 같은 반이에요? 쏘는 물음에 무언가를 잘못했나 싶어 준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반이 되기 싫다는 무언의 압박이 몸에서 훅훅 끼쳐나오는데, 가히 위협적일만했다.
종인과 준면이 반 앞에 섰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패기좋게 혼자 앉아 자고 있는 찬열의 모습을 확인한 종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럴 줄 알았어. 조금만 추우면 춥다고 잠이나 자고. 더우면 덥다고 늘어지고. 하루도 그렇지 않은 날이 없었다. 2년 정도 지났으면 혼자 잘 제어할 때도 되었는데 제어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동남아건 대륙이건 자신이 아니라 찬열이 갔어야 하는게 맞았다. 어떻게 종인이 없는 동안 찬열은 더 게을러져 있었다. 준면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냉기에 몸을 부르르 떤 준면이 교탁 앞으로 가 섰다. 왁자지껄 하던 학생들이 준면을 보고 조용해졌다.
" 얘들아, 전학생 왔다. "
전학생 얘기에 엎어져 있던 찬열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설마, 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종인아, 들어와. 하는 소리에 찬열의 표정이 굳었다. 이보다 더 처참 할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종인이 교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자 주위에서 작게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여자부터, 남자까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듯이. 제 반 아이가 시선을 집중받아 좋은건지, 조용해져서 뿌듯한건지 모를 표정으로 준면이 말을 이었다.
" 이름은 김종인이고, 해외에서 전학왔다. 고등학교는 여기가 처음이니까 잘 대해 줘야 해. 알았지? "
준면의 말에 아이들이 단체로 떼창하듯 네에! 하고 대답했다. 찬열은 못마땅한지 턱을 받친채고 고개를 홱 돌렸다. 하필 와도 이 반에 오냐. 궁시렁대는 소리가 종인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종인은 아무 말 없이 찬열의 옆자리를 죽어라 노려봤다. 앞에 있던 여자아이가 팩 돌더니 찬열의 머리를 한 대 후려쳤다. 야, 너 한 물 간거 알지? 김종인이 너보다 백배는 낫다! 꺄르르 웃으며 던진 여자아이의 말에 찬열이 발끈한 표정으로 소리질렀다.
" 야! 내가 더 키 크거든? "
찬열의 말에 반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생각해도 웃기는 발언이었는지 찬열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준면이 같이 웃다 멍청하게 서 있는 종인을 발견했는지 아차! 하며 자리를 지정했다. 찬열의 옆자리. 찬열이 결사반대라며 연신 소리를 질렀지만 준면은 신경 쓰지 않고 찬열의 옆자리를 종인의 자리로 지정했다. 무슨 원수보듯 행동하는 찬열의 행동에 반 아이들이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종인이 자리에 앉자 찬열이 퉁퉁댔다.
" 언제까지 이 형 따라다닐래. 엉? "
찬열의 말은 무시하기로 했다. 무시당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찬열이 흥분한 표정으로 종인을 가리키며 눠, 눠말이야, 눠! 하고 소리질렀다. 앞에 있던 아이들이 아, 박찬열 시끄러워. 하고 나서야 찬열이 자리에 엎어졌다. 이럴 줄 알았다. 분명히 종인이 전학오면 전교생의 시선은 종인에게로 쏠릴 것이었다. 찬열은 훤칠하고 하얬지만 종인은 그와 상반된 매력이 있었다. 키가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까맣게 탄 살은 유난히 종인을 섹시하게 했다. 호랑이로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이래서 종인을 자신의 학교에 데려오고 싶지 않았던 건데. 그래도 데려왔으니까 잘 지내봐야 한다고, 찬열이 종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이, 짝지 됐으니까 친하게 지내자. 찬열의 말에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 누구? "
*
그 일이 있은 후로 삐졌는지 하루 내 찬열은 종인에게 말걸지 않았다. 문 밖은 전학 온 종인을 보겠다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1학년 쪼그만 여자아이부터, 3학년 시커먼 남자선배까지. 모두 다 종인을 보고 던진 말은 하나같이 '잘생겼다.'라는 소리였다. 종인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옆에 있는 찬열이 괜히 낯뜨거워질 정도였다. 종인이 모여든 인파들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 경수가 오지 않았나 하는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종인이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문 밖만 유심히 쳐다보는게 의아했는지 찬열이 종인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종인이 찬열을 제법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 누구 찾냐? 왜 자꾸 밖을 힐끔거려. "
찬열의 물음에 종인이 듣는둥 마는둥 고개를 홱 돌렸다. 4교시가 끝날 때까지 많이 몰려든 인파 앞에 경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약간 실망스러운 기분에 머리를 쓸어넘기는데 찬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종인에게 이야기했다. 야, 밥 먹으러 가자. 그럼 그렇지. 4교시 내내 퍼질러자던 찬열이 왜 일어나나 했다. 종인이 한심스러운 눈으로 찬열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이 종인에게 잠시, 하고 이야기 하더니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곰 치고는 꽤 빠른 편이었다. 종인이 찬열이 나간 쪽으로 뒤따랐다. 저 멀리서 찬열과 붙은 두 개의 인영이 보였다. 찬열이 잔뜩 기대스러운 눈빛으로 양 쪽에 남자 둘을 끼며 룰루랄라 걸어오고 있었다. 종인이 뭐냐는 시선으로 찬열과 양 옆의 둘을 쳐다봤다.
한 명은 도경수, 한 명은 변백현이다. 종인을 본 경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첫 날 처럼. 반면에 백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찬열이 연신 웃으며 둘에게 말했다. 오늘 해외에서 전학 온 내 친구. 빨리 인사해. 김종인. 찬열이 눈빛으로 종인을 재촉하자 종인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안녕. 경수의 얼굴이 붉어지고 백현은 특유의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팩 돌렸다. 종인이 백현에게서 경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경수가 소리질렀다.
" 그 고,고고고고,고양이! "
그제야 종인과 경수가 안면이 있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찬열이 의아한 표정으로 종인과 경수를 번갈아봤다. 백현도 마찬가지였다. 백현의 눈이 제법 매서워졌다. 털세운 고양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모습이 웃겨서 종인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경수는 멍한 표정으로 종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 김종인. "
종인이 경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찬열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변했다. 경수가 동그란 눈으로 종인의 손을 쳐다봤다.
" 악수하자고. "
이제부터 자주 보게 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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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삐 님들, 그리고 그 밖에 모두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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