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BY 어셔깜종
중독
제 앞에 서서 길게 그림자를 뻗은 아름다운 피조물을 바라보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잔근육들과 턱부터 깊게 패여있는 그 선들마저 제게 미칠듯한 희열을 가져다주고있었다. 스튜디오 전체가 숨을 죽이고 그와 그 옆의 늘씬한 남자만을 찬양하고 있었다. 높게 쳐올린 그 시선마저 제 몸을 떨게 만들며 죽어버린 그 공기의 흐름속에서 움직이는 건 오직 그들과 제 손가락뿐이였다. 찰칵거리며 그들을 담는 소리에 귓가가 멍해져왔다. 자연스럽게 고이는 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것조차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그가 느리고 메마른 시선으로 저를 담는 순간 천국이 펼쳐진다. 정신나간 미친놈처럼 그를 바라보며 손을 멈추자 그가 뒷목을 매만지며 욕을 씹었다. 씨발 한두번도 아니고. 거친 손길로 어깨에 아슬하게 걸쳐져있던 자켓을 던지고 가는 그의 어깨죽지가 빛나고 있었다. 한순간에 스튜디오를 빠져나가 대기실 문을 부서질 듯 닫아버리는 그의 손가락마저 위험했다.
"죄송합니다. 쟤가 진짜 저런 애가 아닌데."
곤란하다는 듯 혹은 흥미롭다는 그 표정을 담는 박찬열이 모든 스태프들에게 일일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렌즈통을 내미는 백현의 눈길이 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똑바로 들어요. 떨어지면 당신 월급에서 까이니까. 제 말에 멍청한 눈길을 거두고 다급하게 렌즈를 갈아끼우는 손길이 서툴렀지만 그를 신경쓸 여유조차 없다. 여전히 대기실 문을 보며 그 안에서 화를 참고 있을 그의 표정이 상상되어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 단단하고 까만 피부를 제몸에 비벼대며 신음을 참는 그 망상 따위에 이미 제 입술이 바짝 타들어간다. 입안이 까슬하고 씁쓸하다. 넌 꽤나 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구나. 김종인. 코 앞으로 다가온 박찬열이 제 손을 덥썩 잡아 끌어당기는 순간 매니저를 노려보며 나오는 그가 보였다. 눈이 맞닿자 그에게 또 한번 중독되기 시작했다. 저를 품에 안은 박찬열이 저를 보며 낮게 웃고 있었다. 조명에. 부딪힐 뻔 했어요. 제 귓가에 속삭이는 그 저음에 감각들이 전기를 맞은 듯 찌릿하게 울려퍼졌다.
그 공허한 눈동자에 제가 담겨있다. 그 집요한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뒷목이 저려왔다. 당장이라도 그가 제 허리를 끌어당겨 티셔츠를 찢어버리고 입안 깊숙히 그 혀를 쑤셔줬음 좋겠다. 떨려오는 두 손으로 카메라를 잡자 그가 망설임없이 제게 다가와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애를 써도 눈이 위로 당겨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차가운 얼음을 씹으면 이런 느낌일까. 오독거리며 부서지는 그 얼음들이 제 혓바닥을 굴러 입안 곳곳으로 열기를 식혀주며 녹아가는 그 기분. 그의 목소리는 그 얼음알갱이보다 차가웠고 제 속에서 올라오는 그 불을 거침없이 누르며 페로몬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를 마침내 놓아준 박찬열은 각진 그의 어깨를 두어번 툭툭 쳐주더니 저쪽 구석 끄트머리 의자로 가 털썩 앉고 부채질을 연신해댔다. 제 눈치를 살피던 백현 또한 슬그머니 뒤로 빠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를 다급하게 찾았다. 제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건지 딱붙은 상의를 매만지던 그의 눈길이 제 손가락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씩 달싹이는 입술을 떼고 그에게 천천히 내뱉었다.
"종인씨."
제 말 한마디에 곧바로 제게 쏟아지는 그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자니 세상이 까마득해지고 몸이 뜨거워졌다. 일년 전에 소리소문없이 나타나 모델계를 평정한 그 대단한 김종인이 마침내 제 앞에 있었다. 사진작가따위가. 한달 전 꽤나 실력있는 포토그래퍼에게 쏟아부었던 그 유명한 어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윗사람 아랫사람 구분없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침없이 상대를 짓밟아버리는 그 야수가 제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 감정없는 그 나른한 시선이 제 얼굴과 몸에 박히고 뼛속 깊이 자리한 그 본능이 깨어나고 있었다. 역시 위험해 이 남자. 그를 카메라에 담고싶어 몇달 전부터 섭외요청을 해놓았던 게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 카메라가 아니라 널 내 안에 담고싶어. 저를 바라보면서도 입술을 훑어내는 그 혀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혹시 남자랑 섹스해봤어요?"
주변의 공기가 가볍게 들떠지고 있었다. 그 가벼움에 저를 혹시 창부취급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조심스레 그를 바라보자 처음으로 그의 눈이 빛을 내고 있었다. 저를 내려다보는 그 위압감에 입을 떼지 못하고 움찔거리자 옷매무새를 다듬던 그의 손이 제게 천천히 뻗어온다. 허공에서 잠시 머뭇대던 그의 손이 이내 제 허리를 감싸고 등에 살짝 돋아있는 제 척추뼈를 하나하나 쓸며 미소지었다. 별 다른 말 없이. 제가 그렇게 바라고 있는 그 대답을 해주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말아올린 그의 입술에 입맛을 다시다 그를 다시 올려다보자 저를 꿰뚫는 그 시선에 숨을 멈췄다. 재밌네 김종인.
"아니면... 나랑 섹스해볼래요?"
그제서야 완연히 드러낸 그의 비웃음이 얼굴에 비춰졌다. 대꾸할 틈도 없이 저를 구석으로 데려가 내동댕이 치는 그로 인해 벽에 몸이 막히고 입이 막혔다. 숨을 쉬지도 못할만큼 거칠고 강한 키스에 그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꺾자 다급하게 말려들어오는 손이 차갑다.
아. 넌 생각보다 더 중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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