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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세상아 폭발해 버려라. 앞에 놓인 감자튀김을 포크로 뒤적거리며, 아까부터 계속 저 생각만 하고 있다. 아니 그냥 쳐먹으면 될 것이지, 왜 제 앞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며 웃어제끼고 있냐고! 그냥 무시하고 먹을까 했지만, 그 시선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눈을 둘 곳이 없다. 승현 형은 그런 우리가 미묘한지 이상한 눈빛을 한 채 계속 의심중이고, 민호와 종현은 이제 재미없는 듯 앞에 놓인 음식들을 흡입하기에 바빴다. 오냐 개새끼들, 이제 제가 바쁘다 이거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국어국문학과 동지들, 후에 이 형님이 눈물나는 자네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자 빵 하나씩을 선사해주마, 죽빵이라고, 먹으면 별도 보이고 참 좋다 이거? 자꾸 정신줄을 놓치려는 것을 겨우 막는데, 제 앞에 접시 하나가 들이밀어진다. 그 위에 올려진 샐러드는, 아까 먹어볼까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그냥 시선을 돌렸던 것.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올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환한 얼굴로 말을 건넨다.

"먹어. 이거 맛있어."

"아..."

"그건 나중에 리필되니까, 그거 말고 메인디쉬를 먹어. 이것도 맛있는데."

또 제앞에 놓인 음식 접시를 내게 밀어준다. 승현 형 앞에 있는 것도 이쪽으로 은근슬쩍 밀자, 승현 형은 먹던 걸 뺏긴 억울함에 이 쥐새끼! 굵은 목소리로 저항해본다. 그렇지만 날이 선 듯한 닥쳐, 한 마디에 금세 꼬랑지를 내리곤 다른 접시의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오, 이승현. 너 대접 좀 제대로 받는다?"

능글맞게 웃으며 제 귀에 속삭이는 종현의 얼굴을 밀어내고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앞에 앉은 지용을 쳐다보았다. 혀,형은 안 먹어요? 입에 붙지도 않을 형 소리 하려니까 되게 어색하네. 내 말을 들은 권지용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다시 부드럽게 누그러진다.

"괜찮아. 이승현군."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런 챙김을 받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게 느껴져서 피식 웃고 말았다.

 

-------------------------------------------

계산은 결국 승현 형이 했다. 많이 버는 사람이 그만큼 내야지-하는 의미를 담고 가만히 쳐다보자, 계속 시선을 돌리다가 한숨을 쉬고는 지갑을 열었다. 형, 커피도 사 주면 안되요? 하는 종현의 말에는 냅킨 덩어리가 던져지긴 했지만, 그런 사소한 일들을 빼면 평화롭게 점심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나 빼고.

"아, 왜 이렇게 들러붙어요! 꺼져!"

"이승현군, 승현군. 벌써 입이 험악해졌네?"

"-아니...그러니까...왜 달라붙으시냐고요..."

"커피 마시러 갈래? 사줄까?"

"저 다음 강의 있어요!"

"저기, 종현이한테 대출해달라 그래."

너무 당당하게 종현을 가리키며 대출을 언급하는 권지용의 말에, 나와 종현의 얼굴이 동시에 썩었다. 뭐라고 항의하고픈지 입을 열었지만, 페이스오프라도 하듯 내게 대할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종현을 위 아래로 훑으며 씨익 웃는 권지용의 냉철한 얼굴에 다시 조용히 입을 닫고 궁시렁대는 공룡새끼. 그런 놈이 웃기긴 하지만 옆에서 완전 분위기를 바꾼 권지용이 어색해서 가만히 있으려니,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고는 생긋 웃어보인다. 나보다 조금 작은 키지만 어깨라던지 골격이라던지가 굉장히 좋아서 덩치는 비등하다. 그래도 키 차이는 난단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권지용이 내 어깨에 두르고 있는 이 손이 조금은 불편하다는 것.

"손 내리라니까요?"

"-아, 그걸 원했어? 그러지 뭐."

아 시팔, 허리에 두르라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허리를 껴안는 팔을 보며 이걸 죽여 살려 고민하고 있는데, 종현과 승현형, 민호에게는 마냥 웃긴지 푸하하 웃고 있다. 특히 김종현, 넌 사망이야 이자식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웃어대는 종현을 보며 빡쳐하는데, 갑자기 종현이 뒤를 돌며 민호와 승현 형을 잡아 끌었다.

"수업 늦겠다. 최민호, 너도 나랑 같은 시간대 수업이지?"

"아, 그렇겠네요.승현선배, 저희 가볼게요."

"뭐? 어?응? 야!"

"저긔이...나눈 왜..."

"둘이 데이트 한다니까 비켜줘야지. 생긴것처럼 눈치가 좀 있어봐."

하하 웃으며 형을 공격하는 민호가 은근 무섭다. 종현이 손을 흔들며 대출해줄게, 임마! 소리친다. 당황스러워 그 쪽으로 다가가려는데, 어느새 내 팔목을 잡은 손이 날 붙들고 있었다. 이미 세명은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좀 놔봐요! 짜증을 내며 팔을 흔들었지만, 무슨 악력이 이렇게 센지 더욱 꽉 잡아버린다. 은근한 고통마저 느껴져 윽-신음성을 내며 버둥대던 몸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딴에는 날카롭게 군다고 있는 힘껏 권지용의 얼굴을 노려봤지만, 어딘가 귀여운 웃음을 짓고서는 아무 무리 없이 내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니, 얼굴이랑 손이랑 매치가 안되잖아, 매치가! 결국 세명은 코너를 돌아 사라져 버렸고, 그제서야 손을 놓은 권지용에게 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 입을 열었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말만 아니었다면, 난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날씨 좋지?"

"-넵?"

"오늘 날 안 좋아? 채린이한테 데이트 할까 찔러봤는데, 거절당했어. 오늘은 바쁘대."

"...아, 그래요."

"내일 하자는데, 내일은 싫거든. 그러니까 이승현군, 데이트 할래?"

...도대체 이 남자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 환하게 웃는 권지용의 금발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저정도 탈색과 염색이면 머릿결이 많이 상할만도 한데, 부드럽게 흩날리는 것을 보아 예상외로 부드러운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벙쪄서는 가만히 있으려니, 아까와는 다르게, 아기가 조르는 마냥 소매깃을 흔든다. 가자, 라는 무언의 몸짓에 난 나도 모르게 발길을 옮기고 말았다. 그의 미소가 짙어졌다.

"...젠장, 재밌게 해봐요."

 

 

--------------------------------------------------

첫 데이트 돌입이네요!

 

 

 

 

(+) 뇽토리가 데이트 할 때 세사람은....이라기보다는 그저 잡담인...

 

코너를 돌자마자 최승현에게 걸려온 전화는 매니저의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헤어진 다음, 민호와 종현은 터벅터벅 수업이 있는 강의실까지 별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어색해서가 아니라, 종현이 승현과 지용의 사이를 계속 생각해보느라 말이 없어진 것이다. 민호는 심심하다는 눈치를 종현에게 계속 보냈지만, 매정한 선배인 종현은 민호가 수업을 들을 강의실에 다 와서야 '어어, 수업 잘 들어라-'하는 무심한 한마디를 던지고 발걸음을 달리했다. 에라...싶은 민호가 강의실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는데, 학과별로 꼭 몇 명씩 있다는 복학생인 유리가 다가와 민호의 옆에 걸터 앉았다.

"종현이랑 승현이랑 같이 밥 먹었어?"

"아, 네. 형이 사줬어요."

"...걔네가?!"

"설마요. 저희 형이요."

잠시 말이 없어진 유리가 큰 눈을 더욱 크게 하고 민호에게 놀란듯이 말을 걸었다. 세상에, 승현 오빠 학교 왔었니? 나 싸인 못받았는데-! 새삼 자신의 형의 인기를 실감하며, 민호는 웃는 얼굴로 유리를 밀어냈다. 그러고보니...잠시 뭔가가 생각난 민호가 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참, 누나-권지용이라고 알아요?"

"권지용?"

"네.자기는 GD라고 사람들한테 그러는 모양이던데."

"아아-그 사람? 미영이가 패디과라서, 좀 얘기 들었어."

"어떤 사람이에요?"

"...완벽한 싸이코라던데?"

...멋진 평가다. 민호는 속으로 수긍하는 자신을 어쩔 수 없어했다. 더 아는 건 없어요? 물어보자 유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처럼 작년에 편입한 거 밖에 몰라, 짧게 한 마디를 내던졌다. 작년에 패디과로 편입을 한 거면 도대체 채린씨하고는 언제 사귄거지? 채린과 승현의 교제 기간을 따져보던 민호가 고개를 갸웃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외국에서는 언제 온거야? 뭐야? 영민한 민호의 머리지만, 극소수의 정보로는 아무것도 추리해 낼 수가 없었다. 옆에서 고개를 갸웃이던 유리가 다시 한 번 뭐냐고 물어왔지만, 민호는 짧게 어깨를 으쓱이며 '교수님 들어오셨어요.' 말을 끊었다.

 

 

-----------------------------------------

밑의 유리와 민호의 대화는 별 거 엄써용...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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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뱅픽......... 뱅픽이다................ 사랑해요........... ㅠㅠ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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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흐하 ㅜㅠㅠㅜ 오셨다 ㅜㅠㅜㅠㅠㅜㅜㅠㅜㅠ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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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 꾸준히 써주시길 바라요...ㅠㅠ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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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내일 쓸게여...ㅋ...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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