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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운, 차학연 편







"좆된거 맞지, 정형사?"


"네. 좆됐네요. 그것도 아주 큰걸로."







택운과 나형사는 학연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병원을 찾아갔다.

학연은 원한살만한 사람도 없었고 워낙 밝은 사람이라 모두 어리둥절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땐 학연이 막 마취에서 깨어나 낑낑거리며 일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차검사님!"


택운과 나검사가 동시에 외치자 학연이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가 나는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고야 차검사님, 서에서 난리 났어요, 검사님 어떻게 된 일이냐고.."


나형사가 학연의 머리를 칭칭 감싸고 있는 붕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학연은 이해가 안된다는듯 눈을 몇번 깜빡이더니 헙- 하고 숨을 들이마쉬며


"아니에요!! 그런거 아니에요! 제가 머리를 박은거에요! 내가 혼자 다친거예요!"


라며 소리쳤다.




"차검사님..?"

나형사가 당황한듯 엉거주춤 서있는 자세를 바꿨다.


"아니에요! 진짜예요! 놀다가... 놀다가 다쳤어요!"


학연이 믿어 달라는듯이 동그란 눈에 물기를 머금고 나형사를 올려다보았다.



택운과 나형사는 서로를 한참동안 쳐다봤고 이번엔 택운이 입을 열었다.


"놀다가요...? 어제 한잔 하셨어요..?"



"네? 아니요,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요!"









"두번정도 내리치고 세번째 내리치려던참에 발각이되어 도망갔다고 들었습니다.

세번 내리쳤으면 죽었거나 아예 깨어나지도 못했을겁니다."

담당 의사가 안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럼 지금 상태는..."

나 형사는 아내가 장염 걸렸을때처럼 손을 가만히 냅두지 못하며 물었다.


"지난 십여년간의 기억이 싹 지워졌습니다."


"예?"

택운과 나형사가 동시에 외치자 의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학연씨는 아마 아직 90년도를 살고 있을겁니다."







"....정형사 이건 뭔 씨발같은 소리냐."


"글쎄요 아마 아까 말하신 커다란 좆이 아닐까요."


"....너무 커서 콘돔도 안들어가는..?"


"네, 너무 커서 한손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멍한 상태에서도 둘은 몇년을 부대끼며 살아온 사이임을 증명하듯

무의식적으로 성드립을 내뱉었다.


다시 정적이 찾아오자 나형사가 끄아악- 하는 괴성을 지르며 들고있던 캔커피를 원샷했다.



"야 이러면 차검사님 범인 의상착의같은거 하나도 모를거 아니야, 아무것도 기억 못할거 아니야..."



택운은 표정을 찡그리며 조용히 캔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저 진짜 괜찮은데... 놀다 다친건데..."


딱 일주일뒤 택운이 학연을 데려가기 위해 다시 병문안을 방문하자

주문이라도 걸어놓은듯 학연을 쉬지않고 자신의 탓이라며 중얼댔다.


"차검사님, 왜 계속 혼자 다친거라고 해요? 뭐가 좀 기억이 나요?"


"근데 아저씬 왜 계속 저한테 존댓말 쓰세요?"


이런일이 익숙하기라도 한듯 학연은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택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학연아... 기억이 나니? 누가 말하지 말라고 협박이라도 했어?"


택운이 어색한듯 학연에게 말을 놓았다.

택운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학연이 굳은듯 움직이지 않았고 택운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거.. 아니예요...."



택운은 말없이 그런 학연을 바라보다

가방을 어깨에 들쳐메고 학연에게 가자- 라며 병실을 나섰다.







서로 온 학연은 불안한지 연신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무릎을 세게 껴안았다.

그런 학연을 본 사람들은 그저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볼 뿐이었다.



"어우 개새끼..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사람을 저지경으로 만든답니까?"


"그냥 아주 저승으로 보내려고 했겠지."


순경의 질문에 택운이 고개를 저으며 학연에게로 다가갔다.


"학연아, 당분간 여기서 지낼곳으로 한번 가볼까?"


택운의 질문에 학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곤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학연은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너무 익숙한 곳이라는듯.






"차검사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그럼 니 눈엔 저게 정상으로 보이냐?"


나형사가 택운을 한심하단듯이 바라보며 담배를 한모금 빨았다.


"아니.. 아니 형사란 사람이 그것도 눈치를 못채요?"


택운은 바보취급받은게 억울한지 나형사에게 툴툴거리며 받아쳤다.



"차검사님 지금 경찰을 되게 잘 알고있다고요.

차검사님 연령이면 아직 검사 꿈도 안꾸고 있을떄라고요."


택운의 말에 나형사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담배꽁초를 벽에 지졌다.


"무슨소리야?"


"보통 기억을 잃었으면 내가 왜 병원에 있어요? 무슨일이에요? 이러는게 정상이잖아요,

근데 차검사님은 우릴 보자마자 자기잘못이다, 자기가 혼자 다친것이다 라며

마치 이런일이 있었단듯이, 찝찝하지만 마치 누굴 감싸듯이 얘기했어요.

그리고 서에 와서도 경찰서가 익숙한듯 자기가 길을 찾아다녔고요."



택운의 설명에 나형사는 잠시 고민에 빠진듯 침묵을 유지했다.


"야 사건 우리가 맡는다고 하고 차검사님 아버님 모셔와.

그래도 사람이 이지경인데 부모가 알아야되지 않겠냐."


"근데 아버님이 부산에 계신다고 했나 어쨌든 좀 멀리사셔서 여기까지 못오신다고.."


"야 너는 니자식이 저지경이 됐는데 어디 사는지가 뭐 중요하냐 얼빠진 새끼야?"


나형사가 택운의 말을 잘라먹으며 한심하단듯이 혀를 찼다.


"넌 결혼해도 항상 니새끼랑 마누라한테 무뚝뚝 그자체일거다 걍 혼자 늙어죽어라.

빨리 전화나해."


"네.."


택운이 눈을 흘기며 자기는 마누라한테 잘하나 라며 중얼중얼대며 옥상을 빠져나갔다.






"예 아버님, 괜찮으니까 천천히오세요. 저희가 잘 보살피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예,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택운이 전화를 끊고 의자에 기대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냐..."





그때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서 안쪽에서 문이 열리고

나형사와 학연이 나와다.



"차검... 아니 학연아, 이제 아버지가 오실거니까 걱정말고.."


나형사가 나긋나긋하게 학연에게 말하자 학연이 말을 끊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나형사 쪽으로 돌렸다.

학연의 눈동자는 쉴세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에 당황한건 나형사였다.


"아버지가 온다고요?"


학연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 내 잘못이라고 했잖아요! 왜 아버지까지 불러오는거예요?"



학연이 숨을 가쁘게 쉬며 언성을 높이자 서의 문이 열리고

듬성듬성 흰머리가 난 남자가 들어왔다.




학연은 남자를 보자 잠시 멈칫 하더니 더욱 숨을 가쁘게 쉬며 바들바들 떨었다.


"우리 학연이 데리러 왔습니다."



남자는 학연의 아버지였다.






나형사는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라며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택운만이 학연을 바라보며 표정을 피지 않았다.



"아버님."


택운이 인사를 생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학연의 아버지를 불렀다.


"예?"


"부산에 사신다고 들었는데 되게 빨리 오셨네요?"



남자는 움찔 대더니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학연이가 무슨일이 생기면 저 부를줄 알고 일부러 먼곳에 산다고 했나보군요..

저는 여기 서울에 삽니다.."



"그게 무슨상관이야 정형사,"


나형사가 택운의 팔을 툭치며 조용히 얘기했다.




"그럼 학연이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 나형사는 알았다며 학연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학연은 떨림은 잦아지고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꽉 쥐고 있었을 뿐이었다.



"가자 학연아."


남자가 학연의 팔을 잡자 학연이 흠칫 떨더니 그대로 서 밖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나가자마자 뒤를 돌아보며 택운에게 떨리는 눈동자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야.. 학연이 아버지 맞긴 맞냐?"


나형사가 찝찝한듯 택운에게 고개를 돌리자

택운도 같이 찝찝해하는듯한 표정을 보였다.


"저렇게 보내도 되는겁니까?

차검사님 지금 아이예요, 그런데 저런 증상을 보이는건..."


택운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나형사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에이 설마..."


나형사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자 택운이 칠판을 끌고와 이것저것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봐요, 학연이 증세는 이상한건 말 안해도 아시죠?

사람이 기억을 잃었는데 너무 당연하단듯이 병원에 있는건 이미 여러차례 들락거렸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여기 서울 경찰서도 이미 몇번 와봤다는듯이 행동한거면

뭐 여러번 싸움을 했다던가 누구한테 일방적으로 맞았다거나."


택운이 랩을 하듯 빠르게 말하자 나형사가 의자를 끌고와 칠판 앞에 앉았다.


"근데 차검사님은 지금 초등학생이예요.

누구와의 싸움으로 병원까지 올 힘이 아니라고요.

그럼 답은 하나예요, 그냥 누구한테 존나 맞았다는거.

그리고 부모가 어린 아이의 손을 잡지 팔을 잡고 끌고가지 않아요,

그건 우리가 범인 잡을때, 선생이 학생 교무실로 끌고갈떄나 하는 행동이라고요."



"그래서 지금 그게 차검사 아버지짓이라는거야?"



"아니 형사 맞아요?"

택운이 멍청이 한명을 쳐다보듯 나형사에게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버지를 감싸면서 저렇게 떤다는게 뭐겠어요,

맨날 아버지한테 쳐맞으니까 무서워서 말을 못하는거라고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으니 경찰서에 와도 저인간이 감옥을 못가니까."



"그럼 아버지가 부산에 산다고 했던것도...

커서도 마주치기 싫은 인물이라..."

나형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크게 소리쳤다.


"새끼들아 들었으면 빨리 안움직이냐?

차검사 죽겠다!"









"아버지 제발 살려주세요.."


학연은 무릎을 꿇고 벌써 입술이 찢어진채로 덜덜 떨고있었다.



남자는 깨진 꽃병을 들고 학연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네 목숨도 참 끈질기다.

아니 내가 늙은건가...

세게 때렸는데 살아남은거보니 상관없이 둘중에 하나겠구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늘은 끝내자 학연아."









"어느쪽이야?"


"이쪽입니다!"


나형사의 질문에 어려보이는 형사 한명이 위치추적기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빨리빨리 좀 가라 새끼들아!"







하아하아-

방 안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도 참 늙었구나, 힘이 안들어가네."


남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학연의 앞에 앉았다.


학연은 힘겹게 고개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씨익 웃었다.





쾅-


문열어!-


쾅쾅-





그때 문이 열리고 경찰 몇명이 꼼짝마- 라며 전형적인 말을 내뱉었다.

잇따라 나형사와 택운이 들어왔고 택운은 쓰러져있는 학연을 보고 얼었다.


경찰들이 학연의 아버지를 제압하고 수갑을 채워 나갔고

택운은 학연의 곁으로 가 피에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차검사님...? 차검사님.."



택운이 당황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자

의사가 다급히 달려와 학연의 가슴에 귀를 댔다.


"호흡이 미약합니다."



들것이 들어오고 학연을 데리고 나갈때까지

택운은 그저 멍하니 학연의 피가 고인곳만을 바라보고있었다.









"죽이려는 의도가 무엇이었습니까."


취조실에는 학연의 아버지와 택운밖에 없었다.


"..."


"말하지 않으면 형량만 늘어납니다."


"...."


"끌고나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짜증이난 택운이 마이크에 대고 차갑게 말했다.



문이 열리고 경찰 두명이 남자를 끌고 나가자

남자가 택운에게 비릿한 웃음을 보였다.







"야 아동학대에 이유가 뭐가있냐,

걍 애들 저렇게 만드는 새끼들이 제정신이 아닌거지

이유같은거 없어."


나형사가 병원내 정원에 돌아다니는 환자들을 보며 말했다.


"그런가요..."


"그럼 뭐 애한테 원수라도 져서 저러겠냐 다큰 인간들이.."


나형사는 나쁜새끼들- 이라며 중얼거리며 쯧 하고 혀를 찼다.




택운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벤치에서 일어섰다.


"차검사님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지긋지긋한 병실문을 열자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학연이 눈에 들어왔다.


"정형사님?"



정형사라는 말에 택운이 움찔 하며 그자리에서 굳었다.


"차.. 검사님..?"



학연이 택운을 보며 살풋이 미소를 지었다.


"별일이 다있네요, 그쵸?

신기해요. 내가 기억을 잃었을때가 다 기억나요.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니... 그냥 신기하네요."



택운이 조심스레 학연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마워요 정검사님. 아니, 택운씨."


학연이 링거가 꼽혀있는 팔을 들고 손을 내밀었고

택운도 작게 웃으며 학연의 손을 잡았다.











문밑으로 작은 창이 열리더니 식판이 들어왔다.

학연의 아버지는 묵묵히 식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학연아, 안돼!'


쨍그랑-


'학연아... 학연아...'



학연의 어머니가 아끼는 꽃병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내려친 학연이 씨익 웃고있었다.


'엄마랑 아빠랑 싸우는거 시끄러워. 이제 싸우지마, 알겠지?'





그 아이는 악마였다.

본모습을 감추고있는 악마.

죽이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을 지옥으로 데려갈 악마.




남자는 식판을 끌고와 젓가락을 들고 김치를 입에 넣었다.















와우 글잡이 그리웠어요 ㅠㅠ

또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사람얘기가 별로 없....

학연이만 정신나간애로 만들어놓은 나란 여자....... (돌을맞는다)


대신 나머지편들은 많이 넣겠습니다 ㅠㅠㅠ


여러분 제 사랑을 받아요 (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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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작가님완전오랜만이에요ㅠㅠ!!!!! 대박진짜학연이불쌍한앤줄로만알았는데.... 진짜엄청난반전..!!!!''
9년 전
독자2
헐.........뭐야뭐야...학연아.....너......하...작가님 은 진짜.....더 럽
9년 전
독자3
헐......뭐야 학연이 대박....작가님 글 잘보고 갑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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