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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차학연] 빈 자리 | 인스티즈


W. 바라기





나는 죽었다. 언제? 모른다. 어디서? 모르겠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있는 기력을 끌어모아 내뻗은 내 손이 힘 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던 기억 하나뿐.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모든 광경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실낱같은 기억의 끈 하나마저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기 그지없었다. 만져지지 않으나, 만져지는 것처럼 감촉이 느껴지는 듯해 손가락을 마주대고 비벼보던 나는 혹시나 이 광경마저 거짓이라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까 싶어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로 앉아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 확실히 나는 죽었다. 손끝에 아직도 남아있는듯한 따스한 온기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따스함으로 감싸여진 차가움이 시릴 정도로 아프게 뼛속 깊숙히 새겨들어 있었기에 잊혀지지도, 그렇다고 잊을 수도 없었다.





‘ 너는. ’

‘ … ’

‘ 나를 추악하게 만들어. ’

‘ 별빛아 …. ’

‘ 봐. 지금 이 순간조차도 나를 추악하게 만들어버리잖아. ’





너는 죽였다. 언제? 모른다. 어디서? 모르겠다. 시간을 들여 조금씩 기억나는 것은 네가 나를 죽였다는 것뿐. 다른 이들에게는 차갑게만 보일 너의 모든 것을 따스한 체온으로 감싼 채 내게 접근한 너는 자신을 애써 위로하려는듯이 서투른 변명 하나를 끝으로 나를 죽였다. 네 손 위에 놓여진 내 손을 침대 밑으로 미련없이 놓아버린 너는 점차 흐릿해져가는 내 시야에서 천천히 멀어져만 갔고, 나는 네 뒷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불안해하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과 함께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랬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지금 나는 이 곳에 자리해 있다. 





‘ 네가 죽으면 난 더 이상 추악해지지 않아. ’

‘ … 별빛아. ’

‘ 아니, 그럴 자신 있어. ’

‘ 대체, 왜. ’

‘ 그니까 제발, 응? ’

‘ …. ’

‘ 죽어줘, 학연아. ’





더듬어가는 기억 속에 자그마하게 들려오는 네 목소리 덕분에 내 이름도 떠올릴 수 있었다. 학연, 차학연. 예쁘지도, 멋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누가 부르면 부르는대로 따라가던 이름이었는데 네가 불러주던 학연이라는 이름은 무척이나 좋게만 들렸던 듯하다. 마지막으로 너에게서 들은 내 이름은 그리 좋은 감정을 지닌 채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에게 불리워지는 내 이름은 항상 듣기 좋았기에. 그랬기에 네가 내게 건넨 날카로웠던 말들 중에서도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불러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따스하게 들렸었다. 그게 아무리 차가움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낸 따스함이라 하더라도. 





‘ 나를 위해 죽어줘. ’





그래, 나는 너를 위해 죽었다. 





“ 별아, 별빛아. ”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너에게 내 목소리가 들릴까 싶어, 헛된 희망이 담긴 말을 꺼내봤다. 한참을 고민하다 꺼내본 말은 결국엔 네 이름이었다. 내 입 안에서 굴리듯이 흘러간 너의 이름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여전히 듣기 좋았고, 너를 향한 내 마음도 끝이 나지 않은 듯해 그것에 감사해하며 주변의 풍경을 지워버리려 두 눈을 감아버렸다. 그저 마지막으로 네 뒷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그래, 너는 나의 모든 것을 질투했었다. 나를 질투하고, 또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질투하고. 그러나 질투하는 모습마저도 나를 향한 사랑인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알고 있음에도 별다른 말 한 번 꺼내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었다. 나를 향한 질투, 그보다 더한 사랑 표현이 어디에 있을까. 그저, 그런 모습 또한 나에게는 아름답게만 보여 내 욕망을 억누르기에 급급했었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나 아름답던 자신을 추악하다고만 느꼈던 걸까. 너를 만나야만 했다. 그리고 내 눈에는 추악한 모습 하나 없이 항상 아름답기만 했었다고 말해줘야만 했다. 그러면 너는 내게만 보여주려 감춰왔던 것처럼 수줍은 모습을 보이며, 봄날의 꽃이 만개하듯이 활짝 핀 미소를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너는 그 뒷모습을 끝으로 왜 내 눈 앞에 더 이상 보이지를 않는 걸까. 나는 그 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여기 이 자리에 서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마 내일도 나는 또 다시 모든 걸 잊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마지막으로 본 이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너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래도 좋으니까 보고싶다. 




보고싶어, 별빛아.









더보기

아무리 생각해도 빈 자리라는 말이 아쉽네요. 

이 글 안에 표현하고, 또 그려내고 싶은 것들은 많았는데 정작 제 손이 따라주지를 않아 결국에는 빈 자리가 되어버렸다는게 참. ㅜㅜ

항상 감사해요.

설 연휴 알차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설 연휴 뿐만 아니라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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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알림이떠서바로보러왔어욤!!바라기님도새해복많이받으세요!!
브금이랑글이랑너무...잘맞는거같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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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기
2개월만에 답글을 달아드리는 탓에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ㅠㅠ알림 떴다고 바로 와주셨는데 저는 이런 ..부족한 글이나마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늘.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독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한 하루 되세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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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와... 진짜바라기님글은 정말 뭐라말해야할까 무게감있고 위엄감이느껴지네요ㅠㅠㅠㅠㅠ좋은뜻으로죠물롢ㅎ잘봤습니다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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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기
글이란 게 쓰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되면 안 된다고 배워왔는데 제 글은 그렇지 않은 듯해서 매번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좋다고 해주시니 오늘도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ㅠㅠ늦은 답글이지만 제가 되레 큰 힘 얻고 가요. 독자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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