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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보검 Snow Is Melting A 

 

 

 

 

 

"야, 이거 뭐냐? 웬 노트북?" 

 

 

현우가 테이블에 놓인 슬림한 라인의 하얀 노트북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물었다. 동그란 눈을 굴려대며 한참이나 노트북을 뜯어보던 현우는 이내 간단하게 결론을 도출해 버리곤 노트북을 손가락 끝으로 툭툭 쳤다. 혹시 내 선물? 명쾌한 소리와 함께 사이다 캔 뚜껑을 따 한 모금 들이킨 태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쯧 혀를 찼다. 

 

 

"네가 저번에 빌려 달라며?" 

"내가?" 

"그저께 네가 너희 집 데스크탑 고장났다고 부탁했잖아." 

"어? 우리 집 컴퓨터 완전 멀쩡한데?" 

 

 

현우가 중얼거리며 태형의 손에서 사이다 캔을 빼앗아 들었다. 아, 먹고 싶으면 냉장고에서 꺼내 오던가. 왜 더럽게 남의 걸 처마시고 지랄이냐, 지랄은. 불만스레 투덜거리는 태형을 가볍게 무시한 현우가 사이다를 한 모금 들이키곤, 다시 태형의 손에 캔을 넉살좋게 쥐어 주었다. 원래 남의 게 더 맛있는 법이지. 시원스레 웃는 현우를 뒤로하고 노트북을 빌려 달라고 했던 놈이 누구인지 떠올려내던 태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어 한숨을 내쉬곤 노트북을 케이스에 조심히 집어넣었다. 

 

 

"근데 빌려 달라고 한 게 진짜 네가 아니라고? 장난 안 치고?" 

"만약에 내가 빌려 달라고 한 거였으면 내가 네 사이다를 왜 뺏어 마시겠냐?" 

"아, 그것도 그렇네. 대체 누구지." 

"나 말고 빌려 달라고 할 만한 사람이 누구 있는데? 잘 생각해 봐." 

 

 

현우의 말에 한참이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태형은 이내 떠오르는 얼굴에 무릎을 탁 쳤다. 아, 이제 생각났다. 태형의 말에 제가 더 호들갑 떨며 누군데? 누군데? 하며 설쳐대던 현우는 태형에게 이마를 얻어맞고 금세 부루퉁해졌다. 아니, 그래서 누구냐니까? 끝까지 집요하게 물어대는 현우에 태형은 심드렁하게 대꾸하곤 사이다 캔을 비웠다. 몰라도 된다. 어쩐지 바보 취급을 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한 현우가 노트북을 들고 일어서는 태형의 등에 쿠션을 세게 던졌다. 

 

 

"나도 네 친구 안 궁금하거든?" 

"하는 걸로 봐선 궁금해 보여서 말이다." 

"꺼져 병신아." 

 

 

태형은 입술을 비죽 내밀고 불만스레 투덜거리다 이내 현우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야, 우리 저번에 같이 있을 때 본 형 있잖아." 

"어? 누구?" 

"그, 얼굴 하얗고 머리 빨갰던 그 형." 

"누구지?" 

 

 

태형에게 빌린 노트북에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처박고 부동 자세를 유지하던 보검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태형은 손을 뻗어 키는 좀 작고 성질이 더럽게 생겼음을 묘사해 봐도 보검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태형을 가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번 주에 카페 갔을 때 본 그 형 기억 안 나? 보검의 녹차 스무디를 한 모금 훔쳐 마시고서 묻는 태형의 말에 보검은 짜증스레 안경을 치켜올렸다. 

 

 

"전혀 기억에 없는데? 근데 너랑 나랑 저번 주에 카페도 갔었어?" 

"너 치매냐?" 

"넌 정신병?"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보검의 말을 뚝 끊고 일어선 태형이 노트북이 놓인 테이블 위에 올라섰다. 너 뭐하냐? 태형은 어깨를 벌리고 심호흡을 하다 보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보검을 내려다 봤다. 진짜 궁금한 건데 대체 녹차 스무디 같은 건 무슨 맛에 사 먹냐? 태형의 말에 보검은 옆에 놓여 있던 리모컨으로 태형의 허벅지를 세게 내리쳤다. 

 

 

"미친 소리 할 거면 옆에 앉아서 정리나 좀 해 줘." 

"내가 너한테 도움 주려고 온 줄 아냐?" 

"그런 말하기엔 노트북을 빌려 준 것부터가 틀려 먹었는데." 

"에헤이, 어쨌든 이 오빠는 뒤에서 너를 수호하고만 있을게." 

"오빠 좋다. 네 여자 후배들은 전부 너한테 밥 얻어 먹고 네가 과제까지 도와 주던데 왜 난 안 도와 주냐?" 

 

 

넌 남자잖아, 같은 성차별적인 대답을 하려던 태형은 동그란 안경을 꾹 눌러 올리곤 순순히 테이블에서 내려와 보검의 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오, 이제 좀 정신 차렸나보지? 녹차 스무디를 입에 단 채로 보검은 태형을 향해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태형은 그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에 마주 미소를 지어 주며 보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오빠를 오빠라고 불러야 도와 주지. 안 그래? 요즘 세상에 기브앤테이크는 기본 아닌가?" 

"그냥 네 집으로 꺼져, 이 미친 놈아." 

 

 

보검의 단호한 어투와 함께 보검의 방에서 쫓겨난 태형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닫힌 방문을 바라봤다. 친구끼리 장난 치는 것 가지고 유난스레 구는 보검이 딱히 불만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맞장구나 좀 쳐 주지 싶은 생각에 태형은 조금 무안해졌다. 

 

 

 

 

 

 

"야, 너 요새 여자 없지?" 

"어, 왜? 없으면 소개라도 시켜 주냐?" 

"그때 카페에서 본 형 있잖아, 피부 하얗고 머리카락은 빨간 그 형. 그 형이 여자 소개 시켜 준다고 그러시더라고." 

"웬일로 네가 여자를 다 양보해? 약 안 먹었냐?" 

"난 그 누나보단 형이 취향이거든." 

 

 

미친 새끼. 현우는 질색하며 분홍색 빨대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근데 넌 대체 왜 사이다를 빨대로 먹냐? 짜증 섞인 태형의 질문에 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먹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태형은 현우를 아니꼬운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토요일에 시간 되냐?" 

"어어." 

"형이 그러는데 그 여자 분 나이는 우리보다 한 살 많고 키는 좀 크시다더라. 키가 미스네." 

"닥쳐라 찌질이." 

 

 

자기소개 하냐? 아, 됐고 일단 토요일에 약속 잡지 마라. 태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현우가 사이다를 한 모금 빨아 넘겼다. 근데 그 누나 예쁘냐? 현우의 물음에 태형은 어깨를 으쓱했다. 태형의 관심이라면 이미 그 얼굴은 하얗고 머리카락은 빨간 형에게 쏟아부은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 형도 눈이 낮은 편이 아니니까 뭐. 태형이 대충 얼버무리는 말에 현우는 얼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쨌든 너도 그 형이랑 잘 되길 기원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장난치냐? 내가 올해 여름 되기 전까지 그 형이랑 사귄다에 오만원을 건다." 

"그럼 난 네가 올해 안에 그 형 못 따 먹는다에 십만원을 걸지." 

 

 

현우의 마지막 말에 태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지금 제 처지론 딱 현우가 말한 꼴이 될 것 같아 답답해진 태형이 현우의 사이다에서 빨대를 빼 한 입에 털어넣었다. 야, 아! 미친 새끼! 현우의 비명을 무시한 태형이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으며 주저앉았다. 아아, 이름도 예쁜 우리 윤기 선배……. 현우는 암울한 얼굴을 한 태형을 모른 척 지나쳐 와 버렸다. 

 

 

 

 

 

 

"야, 너 그 누나랑은 어떻게 됐냐? 며칠이 지나도 왜 소식이 없어?" 

"까였어." 

"뭐?" 

"까였다고, 병신아." 

 

 

어? 왜? 의아한 눈치로 묻는 말에 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태형과 태형의 형님의 주선으로 여자를 소개 받은 것까진 참 좋았다. 성격도 쾌활하고, 게다가 웃는 게 예뻐 꽤 현우의 마음에 들었던 그 하영이란 누나는 그 이후로 현우와 연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현우가 일전에 연애를 해 봤어야 뭘 알지, 연애라곤 고등학교 때 두어 번 해 보고 만 현우로선 연애를 꽤 해 본 듯한 하영과의 만남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뭐 어찌어찌 연락을 주고받다가, 현우와 하영은 두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결론적으로 현우는 그날 까였다. 애초에 하영과 어떻게 잘 해서 사귀게 될 거란 확신은 갖지 않았지만, 현우는 왠지 하루종일 꽁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하영의 넌 귀여운 후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현우는 죽을 지경이었다. 매력이 없다거나 현우와의 연애가 재미 없을 거라 느꼈다거나 하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 한 문장이 큰 데미지를 남긴 것이었다. 

 

현우는 변명할 거리를 생각해 보려다가, 왠지 쓸데없는 시간 낭비인 것 같아 있는 그대로를 태형에게 읊어 줬다. 

 

 

"내가 너무 쑥맥 같았나 보지. 난 그냥 귀여운 후배로밖에 안 보인대." 

"세상에." 

"아무래도 이번 달 안에 여자 생기기는 글러 먹었나보다." 

"네가 그렇지 뭐." 

 

 

태형은 이내 평온한 얼굴으로 돌아가 하품을 해댔다. 그 말에 확 태형을 때려버리려던 현우가 동작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한 건 지금 제가 꽤 외로우며 연애 상대로 큰 매력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현우는 요 근래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었다. 여자한테 까인 게 큰 대수라곤 할 수 없었지만, 우울함의 이유가 간접적으론 하영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아니라곤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하영에게 까인 것을 빌미로 현우가 태형을 불러 맥주를 마시려던 참이었다. 맥주라도 마시다 보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연락한 태형은 어쩐 일인지 한 시간이나 답이 없었다. 설마 그 형과 잘 되기라도 한 건가 싶어 제 십만원의 부재의 위험을 느낀 현우가 태형에게 두 번이나 더 전화를 걸었을 때에서야 태형은 비로소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왜 전화 안 받냐?" 

"아, 나 지금 밖이다." 

"웬일로?" 

"누가 술 취해서 전화해서 데리러 왔거든. 근데 왜 전화했냐?" 

 

 

그냥 술이나 한 잔 하려고 전화했다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하던 현우는 정말 심각한 양자택일의 순간에 놓임을 깨닫고 손톱 끝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태형과 함께 있는 누군가의 술 버릇을 보자고 제 집에 초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태형이 그를 데려다 주기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였다. 현우는 한참을 고민하다 대답을 부추기는 태형의 말에 결정을 내렸다. 

 

 

"맥주 마시자고." 

"나 지금 택시 탈 건데 그럼 너희 집으로 간다? 친구 데리고?" 

"어." 

 

 

현우의 간결한 대답에 태형은 전화를 끊고 보검의 길쭉한 몸뚱아리를 고쳐 업었다. 술도 잘 못 마시는 주제에 쓸데없이 키만 큰 보검이 굳이 태형을 불러 술을 마시는 이유를 태형 본인도 너무 잘 알아서 거절하기도 그런 입장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애초에 보검의 술버릇이 심했더라면 태형이 보검을 챙기러 손수 나오지도 않았을 게 분명했다. 태형은 큰 도로로 나오자마자 제 등에 얌전히 업혀 있는 보검의 다리를 조심히 땅에 내려놓았다. 

 

 

"야, 지금 택시 탈 거니까 잠시 일어나." 

"나 안 잤거든……." 

"어, 알았어. 착하네." 

 

 

졸음이 잔뜩 묻은 얼굴을 태형의 어깨에 부비작거리던 보검이 저를 잡아끄는 팔에 의해 택시에 앉혀졌다. 어느샌가 택시 옆자리에 올라탄 태형이 현우의 자취방 위치를 부르곤 보검의 목 사이에 팔을 끼워넣었다. 불편할까봐 보검의 어깨 너머로 두른 태형의 팔에 보검이 편안하게 기대 잠 들었다. 

 

 

 

 

 

 

태형의 천성이 다정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현우는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태형은 저 문장과 너무나도 모순되는 모습이라 현우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실은 태형이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친구를 데려옴과 함께 현우는 혼란의 늪에 빠진 것만 같았다. 저와 판박이인 태형의 친구의 외모라던가, 키가 족히 백팔십 센티미터는 넘어 보이는 친구를 들쳐업은 태형이라던가 하여간 이상한 것들 뿐이라 현우는 눈을 비비며 제 자취방 문을 열었다. 

 

 

"아, 힘들어 뒈져버리겠네. 나 물 한 잔만 갖다 주라." 

"어, 어." 

 

 

현우는 평소와 달리 군말없이 태형에게 물을 떠다 바쳤다. 물을 떠 온 후 다시 본 제 자취방은 꽤 볼 만한 광경이 돼 있었다. 연두색 쿠션을 끌어안고 구석에서 곤히 잠이 든 저를 닮은 보검부터 보검을 업고 오느라 진이 빠진 것처럼 보이는 태형의 모습이 참 가관이어서 현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 얘 이름은 박보검이다. 현우는 그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가 안주거리를 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한참을 부엌 이곳저곳을 뒤지던 현우는 결국 치킨집 전화번호를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참고로 말해 두는 건데 난 간장 치킨 먹을 거다." 

"알아 병신아." 

"누가 누구더러 병신이래냐." 

"내가 너 보고." 

 

 

현우의 말에 확 현우를 걷어차 버리려던 태형은 제 시야에 들어온, 꽤 추워 보이는 보검의 몸에 담요를 덮어 줬다. 어쭈, 네가 웬일로 다른 사람을 다 챙기냐? 설마 나한테만 개새끼 같이 굴었던 건 아니겠지. 현우의 추측성 다분한 물음에 태형은 인상을 굳히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너는 술 취한 사람한테까지 그렇게 구냐. 현우는 네가 언제 그런 것까지 신경 썼냐고 대꾸하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근데 네 친구는 어디 산대?" 

"얘? 이 근처 살 걸. 자기 자취방 월세 올랐다고 다른 데로 옮기려는데 룸메이트 구한다더라." 

"그래?" 

"어. 너도 학교랑 가까운 데로 이사 가고 싶다며. 쟤 깨면 얘기해 보던가." 

 

 

현우는 관심 없는 척 맥주 캔을 따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돈도 아끼고, 학교로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간다는 건 꽤 좋은 제안이어서 현우의 귀가 금세 솔깃해졌다. 잠이 든 보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태형은 치킨 배달부가 도착하자 잽싸게 내려가 먼저 계산을 마치고 치킨 봉지를 들고 올라왔다. 그동안 현우는 잠깐이지만 보검과 단 둘이 집에 남게 됐는데, 보검은 그 새에 잠에서 깼는지 눈을 뜨고 무어라 웅얼거리고 있었다. 현우는 당혹감에 머리를 긁적이며 보검의 옆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하얀 얼굴을 베개에 비벼대며 목이 탄다고 중얼거리는 보검에게 물을 떠다 준 현우는 꼭 오늘의 물 당번이 된 것 같아 머쓱해졌다. 물을 마시고 잠깐 동안 말이 없던 보검은 이내 정신을 차린 건지 현우를 콕 찔러 물었다. 

 

 

"김태형은 어디 갔어요?" 

"지금 치킨 시켜서 계산하러 내려갔어요." 

"아……." 

"아, 저는 김태형 친구 이현우고." 

 

 

그럼 말 놓을게요. 보검의 말에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물 컵을 받아들었다. 때마침 치킨 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선 태형이 잠에서 깬 보검을 바라보다 치킨 봉지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깼냐? 봉지에서 치킨 무를 꺼내 들고 싱크대로 향하는 태형에게 보검은 응, 하고 느릿하게 대답했다. 부엌에서 돌아온 현우가 치킨을 뜯어 펼쳐놓는 사이에 보검은 민망한 얼굴로 테이블 앞에 자리잡고 앉았다. 

 

 

"둘이 얘기는 좀 했고?" 

"응, 뭐." 

"넌 아까 그렇게 자더니 지금은 술 좀 깼냐?" 

"응. 다 깼어." 

 

 

보검이 졸린 눈을 느릿하게 비비며 대답했다. 너는 어째 술만 마시면 멀쩡한 애가 완전 애기가 되냐. 아직 술이 덜 깬 듯한 보검의 어깨를 두어 번 주무른 태형이 쯧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앞에서 하는 것과는 영 딴판인 태형의 말투에 현우는 신기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꽤 희귀한 장면인지라 놓치지 않고 관람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야. 자냐?" 

"…아니." 

"졸린가 보네." 

"……." 

"보검이 너도 졸려?" 

"아냐, 안 졸려." 

 

 

이미 눈이 반쯤 풀린 보검이나 소파에 목을 기대고 졸고 있는 태형이나 멀쩡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가라고 쫓아내기에도 늦은 시간이어서 어쩔 수 없이 제 집에서 재우기로 결심한 현우는 보검의 옆으로 다가가 보검을 일으키려 손을 뻗었다. 

 

 

"침대에 누워서 자. 아침에 일어나서 등 배겼다고 짜증내지 말고." 

"응. 근데 쟤는?" 

"쟨 상관없어." 

"응." 

 

 

현우는 보검도 손님은 손님이니 제 침대를 양보하려 보검을 일으켜 침실을 향했다. 보검을 침대에 눕히고 바닥에 제가 누울 자리를 깐 현우는 보검을 쳐다보다 퍼뜩 잠옷을 꺼내 갖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저 옷차림 그대로 잠 들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입는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가져다 준 현우가 보검의 손에 옷을 단단히 쥐어 주었다. 혹여 옷을 갈아입다 잠들진 않을까 신신당부한 현우는 방 밖으로 나와 열을 세기 시작했다. 

 

 

"현우, 나 다 입었어." 

 

 

현우가 열까지 세는 것을 마치자마자 방 안에서 보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옷을 갈아입은 보검이 대충 한쪽에 널려 있는 옷가지 위로 엎어져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제 자, 잘 자라. 보검은 그 말에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곤 눈을 내리감았다, 가 다시 떴다. 넌? 이미 바닥에 잠자리를 깔고 있는 현우에게 보검이 의아한듯 물었다. 

 

 

"난 바닥에서 자면 되는데?" 

"같이 자면 되지." 

"됐어, 남자끼리 뭘." 

"남자는 허리가 생명인데." 

 

 

이리 와서 누워, 하며 제 옆자리를 팡팡 치는 보검 까닭에 현우는 가뜩이나 좁은 침대에 발을 들였다. 그나마 싱글 사이즈가 아닌 것에 감사하며 침대에 눕자마자 현우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려던 과거의 자신을 힐난했다. 어떻게 이 좋은 침대를 두고 바닥에서 잘 생각을 했지? 보검과 마주 보고 누운 탓에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확실히 다를 게 분명한 다음날 아침을 생각하며 현우는 눈을 내리감았다. 

 

 

 

 

 

예로부터 사약은 함께 나누고 전파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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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저레기 왜 이제서야 이 글을...☆★ 좋네요ㅠㅠㅠㅠㅠ너무ㅠㅠㅠㅠㅠㅠ바람직해ㅠㅠㅠㅠㅠ늦었지만 더 써주실 생각 없으셔요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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