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 꿈을 꾸었다. 아득하면서 행복하고, 현실감이라곤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꿈에서 깬 나는 한참을 이 꿈에대해 생각하며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행복하고 좋은 꿈을 꾸었으니깐 누군가에게 말을 해 줘야겠다 싶어, 익숙한 번호를 당장 눌렀다. 이른 아침인게 무색하게, 몇번 수화음이 들리지 않아 익숙하지만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형 뭐해?” [이승현 생각.] “그건 당연한거고.” [근데 왠일이야,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엄청나게 좋은꿈을 꿨거든.” [무슨 꿈? 내가 나와서 벗었나봐?] “미쳤나봐, 정말.”
평소와 다르지 않게 능글거리는 상대방의 얼굴을 상상하며 나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오늘 만나는데 무슨 전화야, 그냥 만나서 말 해줘.] “까먹는데….” [배부른 소리 말고. 그럼 10시까지 딱 맞춰서 나와. 안 나오기만 해, 멱살 잡고 뽀뽀할꺼야.] “변태같은 소리 하네.” [어? 그 변태같다는 소리는 밤에만 하는 줄 알았더니. 형이랑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아,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끊을래.” [그럼 만나서 더 해줘야지. 빨리 씻어. 1시간 남았잖아.] “진짜 변탠가봐.” [자꾸 그러다가 늦으면 진짜 만나서 이상한 짓 할꺼니깐, 늦장부리지 말고 어서 씻어.] “응…. 행복하다.”
의외인 내 반응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호탕하게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형의 웃는 목소리를 들으니 그 웃음이 떠올랐고 얼굴이 떠올랐다. 개구지게 웃으며 내 머리를 아프지 않게 때리는 모습이 그려져, 새나오는 미소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형이 곧 나도, 너무 행복하다. 라고 말한뒤 부끄러운지 급하게 끊어버린다. 또 답지않게 부끄럼을 타던 그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새나온다. 진짜로 행복하다.
그런데 내가 무슨 꿈을 꿨더라? 이렇게 행복해서 그런지, 실감났던 그 꿈이 떠올르지 않으려 한다. 아니야, 그래도 형 얼굴을 보면 다 생각이 나겠지. 아무 걱정없이 준비를 하다 난 문득 깨닳았다.
형은 3년전에 죽은 사람이란걸. 그가 죽은 사실이 차라리 꿈이였고, 방금까지 생생하게 꿧던 그 꿈이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잠에서 깨고 한층 더 수척해진 내 얼굴을 쓸어내렸다. 까슬해진 수염이 손에 느껴져 시간이 꽤나 흘렀음을 깨닳았다. 몇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감정을 컨트롤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워 한숨을 푹 쉬다, 문득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던 형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형을 어떻게 잊겠어. 아직도 탁자에 놓여있는 액자에 먼지를 닦아내며, 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실감나는 꿈 때문인지, 어쩐지 형이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아 눈물을 감출수가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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