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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님길

w.바아몬데

 

 

 

 

 

 

“택시 좀 있으면 올 거야. 여기서 기다려.”

“이 새끼가... 또, 또! 또 말 짧게 하지! ”

“오구오구, 화나셨어여? 볼이 진짜 빨갛네.”

“뭐... ... .”

“많이 취했어, 형. ”

 

 세훈은 자꾸 주저앉으려는 백현의 허리를 붙잡고 바로 세웠다.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니 언제 울었는지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코 끝은 딸기를 붙여놓은 것 마냥 새침하게 물들여져 있었다. 술도 달콤쌉싸름하게 들이키고 날은 추워서 찬바람만 얼굴에 끼얹어졌더니. 백현의 양 볼엔 연한 진달래꽃 색으로 볼터치를 해둔 것 같았다. 취기가 잔뜩 올라와서 눈도 반쯤만 뜨고 입술을 뻐끔뻐끔거리는 자신의 선배를 내려다보며 세훈은 피실 웃었다. 백현의 두꺼운 코트 속에 파묻혀서 백현을 지탱해주던 손을 빼내었다.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손을 백현의 뺨을 감싸 잡았다. 따뜻한 세훈의 커다란 손에 백현은 푹, 기대었다. 백현의 뺨이 찐빵처럼 눌러졌고 세훈은 키득키득 웃었다. 백현의 입이 열렸고, 백현이 내뱉는 말보다 입김이 먼저 피어올랐다.

 

“찬열아.”

 

 세훈은 당혹스러워서 그만 웃음을 거두었다. 형이 말하는 ‘찬열’이 박찬열? 내가 아는 그 박찬열? 키만 멀대같이 커서는 하는 짓은 빙구인 놈?

 

“걔가 왜요? 형한테 무슨 짓 했어?”

“찬열아. 박찬열.”

“왜 이래, 진짜. 나 오세훈이야.”

 

 제대로 몸도 못 겨누는 백현의 어깨를 잡아 뒤흔들었다. 백현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세훈을 수심 가득하게 바라봤다. 세훈은 ‘내가 어딜 봐서 박찬열이라는 거야?’내심 기분 나빠하였다.

 

“계속 생각나는 걸 어떡하라고, 새끼야…”

 

 백현은 냅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세훈에게 안겼다. 세훈은 얼떨결에 팔을 넓게 벌려주었고 백현에게 제 넓다란 품을 내어주었다. 세훈은 살다 보니 백현의 이런 모습도 보게 된다며 마냥 신기해 하였다. 세훈이 백현의 등을 토닥여주는 사이에 콜택시가 다가왔다.

 

“참...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은 꿈에도 몰랐네. 난 아무한테나 말 하고 다니는 쓰레기 새끼는 아니에요. 그니깐 안심하고 집에서 푹 쉬고. ”

“음, 뭔 소리야... 찬열아... ... .”

“어휴, 내일 당장 박찬열 만나든가. 얼른 집에 기어들어 가세요, 형! ”

 

 세훈은 한 팔로 택시 문을 활짝 열었고 택시 안으로 백현을 밀어넣었다. 백현은 세훈의 어깨를 붙잡고 떨어질 생각을 안하여서 세훈은 그런 백현을 떼어내기 위해 애썼다. 백현의 발에서 신발이 벗겨졌고 세훈은 손수 그 신발을 다시 신겨주고는 백현의 다리도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동 ###아파트로 가주세요. 여기 미리 택시비 드리는 거고, 잔돈은 괜찮습니다. ”

 

 그렇게 세훈은 택시 기사님께 미리 지폐를 쥐어드리고, 택시에 백현만 남겨두고 문을 닫았다. 택시는 백현을 태우고 훌훌 떠났다. 세훈은 멀어져가는 택시와 길게 늘어진 백현의 조그만한 뒷통수를 보며 쓰게 웃었다.

 

“근데 왜 미리 얘기 안했었던거야? 섭섭하게시리.”

 

 세훈은 다음날 아침에 순댓국집에 백현을 이끌고 와서 그 둘 사이를 제대로 추궁할 생각이었다. 벌써 사귀고 있을 려나. 게다가 원래 여자친구가 있었던 찬열은 더더욱 의외라고 생각했다. 정말 의아하고,알다가도 모를 둘이었다.

 

“시발. 근데 왜 나빼고 다 커플인건데?”

 

세훈은 분한 마음에 제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

 

 백현은 자신의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오세훈을 보며 박찬열이라고 착각하는 걸 보니 내가 늙긴 늙었구나-라며 한탄을 하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묵묵히 운전만 하고 계셨다. 백현은 고개를 돌려서, 택시를 빠르게 지나치고 있는 수많은 가로등들을 응시하였다. 어두운 거리에 불빛이 가득 번져 있었다.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흰 도화지 위에 액션페인팅으로 자신의 눈물을 번지르르하게 뿌려놓은 듯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자신의 울적하고 비참한 마음을 빠짐없이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사실 나한테 영장 왔었어.’

‘뭐? 너 무슨 죄 지었어?’

‘아니. 군대 영장.’

‘…시발새끼.’

‘백현아,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

 

 백현은 이제야 모든 일들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왜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클럽을 마구 들쑤시고 다녔었는지. 그리고 실컷 다 놀고 나서 왜 난데없이 저를 만나고 한건지.

 

‘뻔뻔하게 지금... 나보고 기다려달라고? 허, 참.’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

 

 백현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이를 꽉 물었다. 백현이 쥐고있는 물 컵이 백현의 손아귀에서 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명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여태 이렇게 매정하게 화를 내는 백현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울음을 터뜨리며 저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명수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김명수, 우리 헤어져. 이젠 너랑 나. 다시는 볼 일 없어.’

‘뭐? 지금 그 얘기가 왜 네 입에서... ’

‘내가 아니면 누가 해? 헤어지자고. ’

 

 백현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껏 밀려나간 의자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명수도 아주 기가 차다는 듯이 백현을 올려다봤다. 백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울음을 참는 것도 아닌 온전히 화를 억누르고 있는 표정이었다. 명수는 마구 흔들리는 동공으로 카페를 벗어나려는 백현을 좇았다. 명수도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너 지금까지 나 좋아했잖아! 그것도 엄청 오랫동안! 그런데 갑자기 돌아선 이유가 뭐냐고, 변백현-!! ’

 

 명수의 처절한 외침이 백현의 발목을 붙잡았다.백현은 카페 문을 밀고 나가려던 손을 툭 떨어뜨렸다.그리고 이를 바득 갈면서 주먹을 꽈악 말아쥐었다. 나가려던 발걸음을 돌려세우고 성큼성큼, 그리고 점점 빠르게 명수에게 다가갔다. 잔뜩 음영이 드리워져있는 백현의 얼굴을 보며 명수는 지레 겁을 먹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백현은 명수가 그러거나 말거나, 명수의 팔목을 거세게 잡아당겼다. 더불어 백현은 명수의 멱살을 쥐어잡았고, 자신의 팔꿈치를 명수의 겨드랑이 밑으로 대었고, 백현의 등과 명수의 가슴팍이 맞닿았다. 그리고 백현은 단숨에 명수의 몸을 업어서 들어올렸다. 명수는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반항도 하질 못하였다. 눈 깜빡 할 사이에 명수의 몸은 바닥으로 내쳐졌다. 명수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지르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백현에게 순식간에 업어치기를 당한 명수는 허리와 목을 붙잡고 끙끙 앓았다.

 

‘너는 끝까지 이런 식이지. 네 사랑놀음에 놀아난 건 나잖아, 시발 새끼야... ... .’

 

 명수도 이게 무슨 짓이냐고 백현에게 되려 화를 내려했지만 더이상 신음도 내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꿋꿋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참고 있었을 뿐, 역시 백현은 백현이었다. 명수는 이미 울고 있는 백현을 붙잡지 않기로 하였다. 백현은 카페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첫사랑은 첫사랑으로만 간직하라고 그랬었는데. 명수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댔다. 다 자신의 탓이었다. 백현을 진작 놓아주지 않고 제 곁에만 두려고 했던 것, 자신은 백현에게 마음이 닳아 없어졌지만 끝끝내 자신에게만 가둬놓았다는 것을.

 백현은 명수와 단판을 지었고, 명수와의 관계도 아예 끊었다. 명수를 우연히라도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완벽히 무시하고 지나칠 자신도 있었다. 분명 집에 가서는 벽을 치며 울게 뻔하지만 말이었다. 사람을 좋아했던 마음, 하지만 저를 바라봐주지 않는 상대 때문에 상처를 끌어 안었던 몸. 백현의 심신은 이미 지쳤고 기운이 남아나질 않았다.

 

“많이 취했어, 학생? 집 다왔는데 내리지도 않고 말이야. ”
“아아, 죄송해요.”

 

 정신이 번쩍 든 백현은 얼른 택시에서 내렸다. 머리가 어지럽고 땅이 뒤흔들려서 발을 제대로 디딜 수가 없었다. 백현은 차갑고 딱딱한 아스팔트 위로 주저 앉았다. 코트 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꺼져있는 액정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그거 버려요. 제 연락도 받지 않는데 무슨 쓸모가 있겠어요.”

 

 백현은 어느새 제게 다가온 찬열의 발소리를 듣지 못했었다. 이미 백현의 아파트에서 한참동안 기다렸다거나 혹은 택시의 바퀴소리에 발소리가 묻혔었거나. 둘 중에 하나였겠지만은 그건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백현은 차마 찬열을 올려다 볼 수 없었다. 찬열은 백현이 일부러 자신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폰을 꺼두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백현을 비꼬아서 한 말이 분명하였다.

 

“전 몰랐었는데 뒤늦게 사범님께 들었어요. 과제 많다는 거, 그거 다 핑계잖아요. 저 피할려고. ”

 

 백현은 유도장 사범님께 당분간 쉬겠다고 미리 알렸지만,찬열에게는 아무런 말도 전하지 않았었다. 백현은 묵묵히 입을 다물었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백현은 찬열의 눈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온전히 저를 질타하였지만 백현은 결코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여태 사랑 한번 받지 못했었던 아이 마냥 희미하게 기쁘기도 하였다. 보고 싶었는데, 너를 찾아가고 싶었는데. 백현은 솔직하게 다 털어넣고 싶었다.

 

“저는 더 할 말이 없어요. 이미 다 말 했었으니깐.”

 

선배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부디 나한테 기대라고. 찬열은 이미 백현에게 자신의 고백을 속삭였었다. 하지만 백현은 찬열을 좋아하면서도 찬열에게는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었다. 늘 묵묵부답이었었다. 백현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애가 타는 건 찬열 뿐이었다.

 

“더 바랄 것도 없어요. 그니깐 제발, 멀어지지 말고 저 피하지도 말고. 예전처럼 그냥 선후배로 지내도 좋으니깐. 저는 정말 더 바랄 것도 없어요. 그니깐…”

 

 마침내 백현은 눈을 떴고,

 

“제발…”

 

 찬열의 애절한 눈빛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계속 저랑 있어줘요.”

 

 찬열은 계속 백현을 붙잡고, 제게서 멀어지지 말라며 애원하였다. 백현은 힘없이 찬열에게 안겼고 또 눈물을 흘렸고 백현의 눈가는 마를 날이 없었다. 보고 싶었다고, 백현은 너무나도 말하고 싶었다. 외로웠었다고, 그동안 많이 힘들었었다고. 네 어깨에 얼마든지 기대고 싶었었다고.

 

“사실 오늘 김명수랑 헤어졌어. 정말.”

“그래서 술 마신 거예요?”

“찬열아... 나는... ... .”

 

 눈물이 잔뜩 번진 얼굴을 떼어냈다.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서 찬열을 올려다봤다. 백현의 목소리는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나는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었어, 찬열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고,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고.”

“변백현…”

“박찬열.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고.”

 

 백현의 마지막 말에 찬열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명수가 자꾸 떠올라서 미치겠다고 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자신을 보고 싶었다며 고백하는 백현에게 찬열은 넋을 놓아버렸다. 사랑스러운 백현이 더욱 사랑스러워서 찬열은 안달이 나서 죽을 것만 같은 처지였다. 찬열은 백현의 허리를 힘껏 끌어당겨서 안았다. 찬열의 품에 폭삭 안긴 백현은 또 눈물을 주륵주륵 흘려댔다.

 

“나도 네가 필요해.”

“네.”

“나도 네가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어.”

 

 찬열은 백현의 턱을 들어올려서 입술을 포갰다. 차게 얼어붙은 백현의 입술을 찬열의 입술이 따듯하게 녹여주는 듯 하였다. 백현은 눈물 흘리고 있었지만 찬열이 손 끝으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무나도 따스하고 다정한 손길에 백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찬열은 또 한번 백현에게 버드키스를 하였고, 백현이 다시 찬열의 뒷머리를 감싸 잡고 찬열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둘은 아주 진하고 농도 짙은 키스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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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머리,개미 가슴,그리고 개미 배 편!완결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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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요오오오 명수가 참 영장이라니 그래도 찬백이들이 잘되서 다행..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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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대박다잘읽고가요..!!!ㅠㅠㅠ찬백엘이라니사랑 ㅠㅠㅠ 앞으로도좋은글마니부탁드려요ㅠㅠ신알신하고갑ㄴ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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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완저노헝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재밌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글취저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앞으로도 재밌고좋은굴 많이 ㅛㅓ주새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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