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한 가운데에 주저 앉은 소년은 고개를 높이 젖혀 올렸다.좁은 철창의 쇠창살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따스한 햇빛이 내려쬐었다.소년은 햇빛에 절은 해바라기 마냥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제대로 추스리지 못한 옷은 팔뚝으로 흘러내려 새하얀 어깨와 쇄골이 훤히 드러났다.옅은 살갗이 연파란색 핏줄을 창백하게 내비쳐주었다.소년의 몸에는 인두로 지져놓은 듯 이질적인 흔적이 어지러운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었다.소년의 입술은 유난히 빨갰다.마치 장미 가시를 입에 품었던 것처럼 입꼬리에 조그마한 생채기를 달고서.화사하게 웃었다.소년의 미소는 햇빛에 잔뜩 젖었다.그저 해바라기를 흉내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다.소년이 고개를 돌리자 윤기가 흘러 넘치는 머리카락은 허공에서 아름답게 유영하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어도 소년은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너무나도 위태로워서 소년을 보고만 있어도 나를 안절부절 못 하게 하는,절대적인 존재였다.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나약한 사람.조금만 더 버텨준다면,
내가 꺼내줄게요.
플라토닉 (부제:벽과 사랑에 빠진 소년)
w.바아몬데
벽에 한 쪽 뺨을 붙이고 어깨를 기댄 채 다리를 쓰러트린 경수는 허공에 살랑살랑 손짓을 하였다.손아귀에 공기를 한줌 모은 뒤 조물주가 된 것 마냥 -점토를 문지르듯- 조밀조밀하게 눈,코,입을 만들어갔다.쳐진 눈꼬리,실을 머금은 것처럼 얇다란 쌍꺼풀,오똑하고 날렵하게 뻗었지만 끝은 약간 뭉툭한 콧잔등,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입술선.손바닥을 조심스레 가져다대었다.정말 손바닥이 그의 뺨에 맞닿은 것처럼 허공에서 손이 머물렀다.맨들맨들하고 적당히 미열을 품고 있던 뺨 위를 더듬는 경수의 손바닥 전체에 점액을 흩뿌리고,그 후로 계속 허공을 배회하던 손은 멈췄다.팔을 바닥으로 떨어트리며 경수의 눈 앞에 펼쳐진 이목구비를 깨끗하게 지워버렸다.애초에 자신의 손에선 아무런 점성도 일지 않았다는 것처럼 아주 깨끗하게.갈 길 잃은 시선은 몇 번이나 방황을 하다가 자신의 옆머리를 뉘우고 있던 벽에 박혀들었다.울상을 짓고있던 경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고 있었다.
“저는 하루에도 수십번 그 사람을 떠올려요.”
다홍빛을 띄고 있는 경수의 손 끝이 벽 표면을 에워싸고 있는 먼지를 문질렀다.오래된 다락방은 발걸음을 옮길 때면 삐그덕삐그덕거리며 아프다고 아우성쳤고,사방에 둘러져 있는 벽은 곰팡이로 번져있었다.이번엔 경수는 손바닥을 곧게 펼쳐 벽을 매만지던 면적을 조금 더 넓혔다.
“궁금한 게 참 많은데.물어도 대답해 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요.”
경수는 한낱 곰팡이가 아닌,플랑크톤이 헤엄치는 바닷물로 꽉 채워진 사람의 실루엣을 연상했다.몸 속에서는 넘실넘실 물길이 파도치는 소리가 나며,발바닥이 다녀간 자리에 꼭 물기를 남기는 습기찬 인영을 떠올려 보았다.자신이 잠들어 있던 새벽녘을 등에 지고서 당신은 그렇게 나를 다녀갔다고 생각하며,경수는 벽을 조신스럽게 쓸어만졌다.점성도 잃은 경수의 손바닥엔 회색 먼지가 묻어날 뿐이었다.그리워하던 이목구비를 그려내며 그 뺨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착착 감던 -여느 청개구리의 발바닥을 흉내내던- 경수의 손바닥은 더는 없었다.경수는 만약 제 손에 파스텔이 쥐어지게 된다면 반드시 벽 위에도 이목구비를 그려주겠노라고 마음을 되새겼다.그렇다면 어떤 색이 필요할까.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요.”
아,경수는 나지막하게 탄성을 흘리며 손뼉을 쳤다.
“당신은 이목구비가 필요없겠어요.”
투명한 살갗을 통해 제 안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훤히 보여주는 당신이니깐.얼굴 위에 이목구비가 그려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경수는 푼수처럼 해맑고 순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실없고 너털거리는 미소 한편을 마주한 것 같았다.경수의 실루엣은 점점 흐릿해져갔다.자신의 허리를 끌어당겨 벽에 좀 더 기대었다.고개를 젖히고 목젖과,쇄골,갈비뼈를 차례대로 밀착시켰다.팔을 양쪽으로 길게 뻗어 벽을 제 품에 안았다.너무나도 벅차서 자신의 팔에 다 가둘 순 없어도 경수는 제 손 끝을 이용하여 벽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려고 애썼다.이대로 동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경수의 볼 위엔 웃음이 흘러내렸다.턱 끝에 처량하게 맺힌 웃음은 경수의 여윈 발등 위를 적시며 떨어졌다.
* * *
바닥 정중앙에 널브러진 경수는 벽을 바라보지 않았다.높은 곳에 박혀있는 철창을 응시하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벽의 시선을 일부러 회피하였다.경수는 비릿한 침을 삼키며 눈두덩이 위에 손등을 겹쳤다.코 속으로 들어오는 무례한 먼지들을 막아내기 위해 경수는 숨죽여 울었다.
* * *
구부리고 있던 척추를 펴자 경수의 뒷머리가 부드럽게 벽에 닿아왔다.자신의 머리카락에 사묻혀 푹신푹신하게 머리를 뉘었다.고개를 조금만 들어올려도 경수의 목에 새겨진 길다란 멍울이 그대로 드러났다.여린 살갗에 이빨 자국도 선하게 새겨져 있었다.아무것도 담지 않은 경수의 눈은 핀트가 나가 있었다.
더 이상 경수는 청개구리를 흉내내지 않았다.점액이 흘러내리는 손바닥으로 허공을 더듬는 짓은 그만두었다.그 사람의 이목구비를 찾지 않았다.가시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의욕조차 상실해버렸다.대신 경수의 사지에는 공기뿌리가 솟아났다.경수의 팔이 훨씬 더 길었다면 경수는 쇠창살의 틈을 비집고 팔을 뻗어서 자신의 기근을 통하여 빗물을 받아 마시기도 했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의 무릎을 끌어모아 안는 거 외엔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경수가 그렇게 갈망하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공허한 가슴을 어르고 달랠 기력도 남아나질 않았다.모든 것이 경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경수의 눈가에 그려진 음영은 경수의 초췌한 몰골을 더욱 부각시켰다.
“제가 어떻게 보여요?”
담장에 뿌리를 내린 꽃.
“거짓말 하지 말아요.”
‘꽃’으로 온점을 내려찍은 말 한마디에 경수는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야.보이는 그대로,네가 믿는 그대로.
“이 곳에는 담장이 없어요.사방이 꽉 막힌 벽 뿐이라고요.”
온 몸에서 기근을 내리뻗어 벽을 타고 오르고,또 기어올라도 결국 정수리가 천장에 박히고 말 것이다.경수는 자신의 절망적인 얼굴을 쓸어만졌다.그리고 바닥으로 고꾸라질 지도 몰랐다.나의 줄기들은 흉측하게 뒤틀린 채로,바스락대던 나의 모든 꽃들도 그렇게 순식간에 낙영이 되어버리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안 돼?”
불능한 능소화가 아닌,크로키처럼 벽화로 대충 휘갈겨지는 것에도 주저없이 자처할 수 있었다.벽화가 되어도 좋으니깐.경수는 제 가슴팍 위에서 너털거리고 있는 넝마를 움켜잡았다.
네가 진정 담장에 꽃을 피운다면... ... .
나를 사랑하지 않을 지도 몰라.
얇은 땅거미가 길게 몸을 늘어트려 경수의 이마까지 뒤덮었다.고개를 떨어트린 사람의 그림자를 흉내내듯 했다.
플라토닉 러브,혹은 아가페.
벽과 소년의 플라토닉 러브.
혹은 소년의 일방적인 아가페였을지도.
(이렇게 열린 결말로 엔딩을 상상에 맡기셔도 좋고,아니면 뒤에 이어질 종인이가 나오는 외전을 보시고 조금 더 확실한 엔딩을 만끽하셔도 좋습니다.아,그리고...제목이 나오기 이전에 있던 부분은 사실 종인이의 시점이었답니다.)
종인은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느슨하게 풀어놓았던 넥타이를 다시금 단단히 죄었다.더위를 잘타는 편이라서 금방 후덥지근해지자 종인은 결국 넥타이를 벗어 던졌다.종이컵 하나를 뽑아 대충 인스턴트 커피를 타고 한적한 복도를 지났다.블라인드가 쳐져있어서 시야가 차단된 창 옆에 나있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삭막한 먼지만 나뒹굴고 있는 테이블이 공간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고,이미 앉아있던 여인의 마주편에 종인도 철제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았다.테이블 위에 종이컵을 내려놓고 여인의 앞으로 내밀어 건넸다.
“마시면서 편히 얘기하세요.”
“...감사합니다.”
흰머리가 간간히 뒤섞인 푸석한 머릿결,깔끔하게 뒤로 넘긴 앞머리.여인의 입가에 양옆으로 깊게 패여있는 주름이 그녀의 농후함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다소곳하게 양 손을 모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종인은 이미 그녀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었다.그녀가 가정부로서 반평생을 일한 저택은 다름 아니라,수도권 법원장인 아버지에다가 그 아래에 있는 첫째 아들은 출세한지 얼마 되지 않은 변호사인 집안이었다.그리고 종인도 예의주시하던 곳이기도 하였다.그녀가 종인을 찾아온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하늘의 계시일 지도 몰랐다.종인이 깨우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 과정에 있어서 그녀가 큰 디딤돌이 되어줄게 분명하였다.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그 저택에서 일한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가정부 일을 그만둔지도 한 달 채 되지 않았고요.형사님은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도 변호사님은 외동아들이 아니에요.도 변호사님 아래에도 막내 아들이 한 명 더 있었어요.”
그녀의 눈에는 짙게 꽃노을이 드리워졌다.지극히 회상에 젖은 눈망울이었다.그녀는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보았다.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손자에게 민화를 들려주듯 아주 나긋하게 말을 흘려내보냈다.
“막내 도련님께 쥐어준 인형이든 책이든 막내도련님께서는 사물을 무척이나 아끼셨어요.자신의 손바닥만한 금붕어도,자신의 몸집만한 강아지도,혹은 허공을 떠다니는 잠자리 하나도 막내 도련님은 정성과 사랑을 쏟아부으며 작은 생물들조차 사람처럼 대했었죠.성품도 친어머니를 닮으셔서 매우 정이 많고 따스했었죠.”
“... ... .”
“막내 도련님도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사법 공부에 최선을 다 했었어요.그 가정은 매일 식탁을 둘러싸고 대화꽃을 피워내기도 하며 여느 가정처럼 도란도란 잘 지냈었죠.한 때는 그렇게 평화로운 집안이었어요.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일’이 뭡니까.”
“막내 도련님께서 힘겹게 허락을 받아내서 유학을 가신 적이 있었는데,알고보니 자신의 애인과 함께 떠난거였죠.자신이 진심을 다 해 사랑했던 애인과 비록 작고 초졸했지만 빈 성당에서 둘만의 결혹식을 치루었어요.그들에겐 처음이자,다시는 평생을 기약할 수도 없을 마지막 날이기도 했죠.얼마 가지 않아 막내 도련님은 동성애를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고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죠.사모님의 건강도 악화되면서 사모님이 사경을 헤매시다가 결국 운명하셨어요.”
“엎친격에 덮친격이로군요.”
고개를 잠시간 떨구었던 그녀의 눈에는 해가 저물어있었다.다시는 여명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칠야가 서슬퍼렇게 드리워졌다.
“막내 도련님은 사모님의 장례식에 다녀오고 난 뒤로부터는 저택 맨 지하층에 존재하는 빈 창고에 갇히게 되었어요.막내 도련님은 자신의 나날들을 그 갑갑하고 습한 곳에서만 갇혀 지내야만 했어요.그리고 막내 도련님과 첫째 도련님의 불화도 시작되었어요.한 달에 한 번씩은 첫째 도련님이 막내 도련님이 계시는 곳에 내려가곤 했어요.그것도 항상 모두가 잠든 새벽에 말이죠.여느 날의 새벽에 저는 깜빡 화장실에서 잠든 적이 있었어요.막내 도련님께 얼른 새 이불을 전해드리려고 지하로 내려갔는데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었죠.”
이번엔 종인은 그 충격적인 장면이 대체 무엇인지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종인은 어느새 벌려져있던 제 입술을 다물었다.알 수 없는 긴장감에 입 안이 마르고 텁텁해져서 쓴 침을 삼킬 따름이었다.
“저는... 말릴 수도 없었어요.너무 무서웠어요.알면서도,첫째 도련님께서 막내 도련님을 찾아갈 때마다 매번 폭력을 휘두른다는 것도 알면서도 말릴 수도 없었어요.첫째 도련님은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눈이 반쯤 뒤집힌 것처럼 이성을 잃은 채로 막내 도련님의 뺨을 휘갈기고 그 작고 여윈 몸을 마구 짓밟고.그리고 그 새벽에 제가 목격했던 장면은... 차마 입에도 담을 수 없어요.어떻게,도대체 어떻게…”
“... ... .”
“…자신의 친동생을 범할 수 있는 거죠?”
연무같은 습한 고백을 토해낸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 범벅이었다.종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티슈 몇 장을 건네었다.그녀는 종인에게 건네받은 티슈 조각으로 제 눈가를 문지르기는 커녕 제 손아귀로 세게 그러쥐었다.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티슈는 누군가의 처연한 처지를 현상화시킨 것 같았다.
“저도 죄를 면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그 동안 방관했으니깐요.하지만...이젠 더는 그럴 수도 없어요.막내 도련님은... ... .”
“치료는 해주었습니까?지금은 상태가…”
“사라졌어요.저는 쫓겨났고,다시 저택을 찾아간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 막내 도련님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반강제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자신의 남은 짐들을 다시 찾으러 저택에 몇 주만에 발을 들였을 땐... 그 땐 이미 경수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어디론가 사라졌지만 그녀는 차마 대놓고 그의 친형에게 경수의 존재를 물을 수 없었다.그리고 고뇌 끝에 종인을 찾아오게 되었으며,이제야 모든 일들을 털어놓을 수가 있었다.그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단 하나였다.
형사님,제발... ... .
막내 도련님을... 찾아주세요... ... .
어쩌면 막내 도련님은... 여전히 그 저택 어딘가에 갇혀있을지도 몰라요.
*
바닥 한 가운데에 주저 앉은 소년은 고개를 높이 젖혀 올렸다.좁은 철창의 쇠창살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따스한 햇빛이 내려쬐었다.소년은 햇빛에 절은 해바라기 마냥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제대로 추스리지 못한 옷은 팔뚝으로 흘러내려 새하얀 어깨와 쇄골이 훤히 드러났다.옅은 살갗이 연파란색 핏줄을 창백하게 내비쳐주었다.소년의 몸에는 인두로 지져놓은 듯 이질적인 흔적이 어지러운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었다.소년의 입술은 유난히 빨갰다.마치 장미 가시를 입에 품었던 것처럼 입꼬리에 조그마한 생채기를 달고서.화사하게 웃었다.소년의 미소는 햇빛에 잔뜩 젖었다.그저 해바라기를 흉내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다.소년이 고개를 돌리자 윤기가 흘러 넘치는 머리카락은 허공에서 아름답게 유영하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어도 소년은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너무나도 위태로워서 소년을 보고만 있어도 나를 안절부절 못 하게 하는,절대적인 존재였다.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나약한 사람.조금만 더 버텨준다면,
내가 꺼내줄게요.
종인은 좁게 난 쇠창살을 통해서만 소년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곰팡이가 피어오른 벽에 둘러싸여 매일 갇혀지내는 소년은 언제 봐도 위태로워보였다.가끔 소년을 숨 죽여 훔쳐보곤 하였는데 늘 소년은 벽에 기대앉아 있거나 혹은 벽을 향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하였다.쇠창살을 올려다보았을 땐 종인은 혹여나 소년과 눈이 마주쳤을까봐 마음 졸였었는데 소년은 어느새 고개를 뒤로 돌려 아무도 없는 허공에다가 아침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소년이 응시하고 있는 곳엔 그 누구도 없었다,곰팡이 핀 벽지 말고는.
꺼내줄게요,라고 소년에게 소리없이 속삭였던 -고백같은- 약속은 종인은 지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뒤늦게 그 저택을 들이닥치게 되었고 소년의 친형을 체포하게 되었지만 저택에 있는 수십 개의 방을 뒤져도 소년을 찾을 수가 없었다.종인은 소년이 오랫동안 갇혀 지내었었던 지하방에 다시 발을 들였다.소년의 친형이 증거를 없애려고 별 짓을 하였겠지만 낡고 오래된 방에 어울리지도 않는 러그를 들춰냈을 땐 -소년의 핏자국이 승화한 듯한-검은 자욱이 바닥에 넓게 퍼져있었다.그리고 소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몇 가닥도 바닥 틈새에서 발견되었다.종인은 발 끝에서부터 밀려올라와 역행하는 혈류를 느끼며 분노와 비애를 애써 삭혔다.그리고,갑작스럽게 종인의 머릿속에 뇌리가 스쳐지나갔다.종인의 등골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종인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굳은 표정으로 서서히 뒤를 돌았다.
소년은 그저 해바라기를 흉내내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소년은 진정 벽화(壁花)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벽을 헐어내리자 그 곳엔 소년이 잠들어 있었다.깊은 수면에 빠져든 소년의 코에선 기포가 새어나오지 않았다.금방이라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뱉을 것 같은 소년은 피가 매마른 머리를 하고선 고요히 눈을 감고 있었다.소년의 온몸을 뒤덮은 보라색과 검은색 때문에 본래의 살갗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소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참혹하게 죽음을 당했는지 그 누군가가 말을 해주지 않아도 뼈 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소년의 표정은... ... .
차분히 눈을 감은 탓이었을까?
그 어느 때에도 볼 수 없었던 황홀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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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자면...) |
플라토닉 러브,혹은 아가페. 벽과 소년의 플라토닉 러브. 혹은 소년의 일방적인 아가페였을지도.
(혹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얼마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ㅠㅠ!제 묘사력이 형편없는 탓이 크죠...)
그리고 오타나,맞춤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분명이 있을 것입니다 ㅠㅠㅠ 아직 수정 못 한 글이라서 죄송합니다 |
| 그리고 '백현이는 식물인간'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외전 포함 텍파는 나중에 때가 되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ㅠㅠ지금 당장은 준비 못 해드릴 것 같아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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