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꽃들이 시들어가고 따사로운 봄의 향기가 싱그러이 피어날 즈음.
아직 채 시들지 못한 차가운 눈꽃들 사이에서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고, 몸짓으로 어찌하여 표현할 수 도 없을 만큼
따사로웠던 너를
나는 만났다.
네 옆에서 계속 있어주지 못한다면
차가운 눈꽃들을 이겨내지 못해 한줌의 눈으로 변할까 두려워
나는 오늘도 너의 햇살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너의 곁에 머무르고 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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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남들이 흔히 말하는 꽃다운 나이.
차가운 도시에 살던 내 꽃은 아름답게 제 봉우리를 피우지 못한채 시들어갈 즈음
내 마음속의 꽃에 봉우리를 피워내게 도와주어야 할 나의 가족은
피라는 인연의 끈에 엉키고 설킨 우리의 끈들을 자르고 나와의 인연을 버린다.
저들은 내가 꽃을 저들처럼 쉽게 피워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안쓰럽다는 눈길을 한번이라도 내게 보여 보았을까. 오히려 한심하다며 혀를 찼을까.
잘려나간 우리의 인연의 끈들의 잔해를 보며 내 꽃에게 마지막 물이라도 주고 싶었는지
내 마음의 꽃을 저 멀리, 자신들이 다시는 볼 수 없게 저 멀리 보내버린다.
" 7만 5천원 입니다."
지갑을 꺼내 반쯤 곱게 접힌 8만원을 꺼네 택시 기사에게 건넨다.
" 거스름돈은 안 주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나를 여기까지 안내해준 저 자그마한 택시를 내리자, 택시는 '빈차'라는 환한 빛을 비추며 제 갈 길을 간다.
" 후 - 하...."
공기 좋고, 물도 좋아 보이는 이 곳에 나는 캐리어를 끌고 자그마한 비탈길을 따라 내 꽃이 살 화분을 찾는다.
한참을 좁은 비탈길을 걷고 또 걷고 1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털털털 거리는 자그마한 경운기가 밭을 일구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마을 아주머니들 모두 모여 새참을 나누어 드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걷다보니 집들의 지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내 마음의 꽃이 살 수 있는 화분 앞에 발을 디뎠다.
"여긴가......? 어디 보자...."
혹시라도 내 화분이 아닌 남의 화분을 찾아온게 아닌지, 긴장 어린 조그마한 손에 꾸깃해진 종이를 펼쳐보인다.
"101번지..... 이 집이 맞네. 다행이다, 잘 찾아 와서.."
내 화분이 맞았다. 캐리어를 한손에 번쩍 들고 대문을 열어 들어가보니 조그마한 살림살이와 조그마한 새끼 강아지가 보인다.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집은 작아 보이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
갈 곳 없는 나에게 이만한 크기의 화분은 더할 나위없이 훌륭했다.
방으로 들어가 캐리어의 지퍼를 열어 내가 가져온 짐들을 풀어놓는다.
옷에 베여 있던 차가운 도시의 냄새가 코 끝을 쎄하게 훑고 지나간다.
짐의 위치를 각자에게 찾아주고 마을 구경이라도 한번 할 겸 방문 손잡이를 열고 마당을 보았다.
"....어? 누구세요..?"
문을 열자마자 마당에 보이는 흙 묻은 신발의 주인을 따라 올라가 보면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것 같으면서도 도시의 인상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그 남자의 손에는 갓 쪄낸거 같은 감자와 고구마가 담겨 있는 바구니가 들려있고,
남자는 나에게 얼른 가져가라는 듯한 손짓을 보인다.
"저.. 주시는 거에요?"
갑작스러운 감자와 고구마의 방문에 당황하기도 잠시 내게 주는 것이냐며 남자에게 묻자,
남자는 짐짓 당황한 듯한 얼굴을 내게 보이며 뭐라 손짓한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감자와 고구마를 한번 가리키고 나를 가리킨다.
"아... 저 주시는 거구나..?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혹여나 뜨거울까 바구니를 얼른 내 손에 가져가자 자신은 간다며 제 손바닥을 보이며 나에게 흔들더니 뒤돌아 가기 시작한다.
"저기..."
남자는 내 부름에 짐짓 당황한듯 앞으로 가려던 발을 잠시 멈추고 나를 향해 돌아본다.
"이렇게 감자랑 고구마도 주시는데 이름이...어떻게 되세요..? 제가 나중에 뭐라도.. 가져다 드릴게요."
이름을 묻는 내 물음에 남자는 잠시 고민에 잠긴듯 눈을 감고선 한참을 생각하더니 내게 한발짝씩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 손을 가져가 손바닥을 펼쳐 보이곤 자신의 손가락을 갖다 대고는 한 글자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간다.
"오...세....훈?"
제 이름을 알려주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는지 입술로 곡선을 한껏 지어보이더니 내 손바닥을 스케치북 삼아 한글자씩 또 써내려 간다.
"이름이.. 뭐에요?"
내게 이름을 묻는 남자, 아니 오세훈씨에게 나도 기분 좋은 미소를 입에 걸치며 오세훈씨 손바닥에 내 이름을 적어내려간다.
제 손바닥에 내 손가락의 감촉이 사라진 걸 알고는 내 이름을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동그란 표시를 하더니 내게 미소를 짓는다.
말로 표현할 수 는 없어도, 손가락으로 표현하며 너와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이 나는 편안한 기분이 들어
나도 덩달아 오세훈씨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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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소설인지라 많이 떨리고 필체가 예쁘지 못합니당... ㅠ.ㅠ
세훈이가 말을 못해도 사랑이 묻어나오는 사람이라는걸 알아주세요 ! 감사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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