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연애중 03 " 뭐 마실래? " " 아니, 괜찮아. " 바로 이어지는 내 대답에 민윤기가 부엌으로 향하다가 멈춰 서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 눈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민윤기의 집 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뭘 하고 지냈는지 집 안 기운은 싸늘했고 부엌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었고 잡다한 것들이 바닥에 흩어져있었다. 그 집안꼴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 좀 치우고 살아라. 춥지도 않아? 보일러도 좀 켜고. " 내 말에도 대답 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윤기가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떼었다. " 그냥 귀찮아서. 나 원래 이러고 살잖아. " " 그래서 내가 안 치워주면 끝도 없지. " " 할 말이 뭔데? " 뭐가 그렇게 급한지, 며칠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던 내가 찾아온 것이 적잖이 의아한 눈치였다. 하긴 나같아도 그러겠지.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될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돌직구를 택했다. 돌려말할 일도 아니었고. " 너 미팅 했어? " 그리고 명중. 바로 민윤기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예전부터 민윤기는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었다. 무표정일때는 차가워보이는 얼굴로 포커페이스인척 감쪽같이 연기하고는 했다. 민윤기는 아마 내가 속아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아니다. 다른 사람은 어떠할지 몰라도 내가 아는 민윤기는 얼굴에 그대로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알았지라는 물음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섞여있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 난감해하는 표정었다. " 친구한테 우연히 들었어. 과 애들이랑 나갔다며. 나도 너가 나간다고 나서는 사람 아닌거 알아. " " ... " " 근데 나 좀 서운하다. 그래도 나 너, " " ... " " 여자친구인데. " 마지막 말을 할 때엔 나도 모르게 민윤기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괜시리 기분이 매우 미묘했다. " ...미안해. " 우리 사이에 흐르던 정적을 깬 것은 낮게 깔린 민윤기의 말이었다. " 친구들이 수가 안 맞는다고 같이 나가달라고 해서... 너 알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어쩔수없이 끌려나갔어. " " ... " " 그냥 앉아만 있다가 나왔어. 진짜야. " " 응. 너 그런 사람 아니라는거, 내가 더 잘 알아. " " 그래도... 진짜 미안. " 고개를 푹 숙이고 내뱉는 가라앉은 목소리에 괜시리 울컥했다. 미안해 그 세글자에, 잔뜩 가라앉아서는 또 다정한 그 목소리에 내가 졌다. 말싸움 할 때 이기고 있다가도 마지막에는 늘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주던 것처럼 민윤기는 이번에도 그랬다. 윤기는 예전 그대로, 변한게 없었다. " 응. " " ... " " 나도 미안해. 요 며칠, 너 피하고 다녀서. 그냥... 그 때 그렇게 진상부린게 창피해서 그랬어. " " ... " " 나 이제 가야겠다. 잘 자. " 돌아서 집을 나서려는 나를 멈춰서게 만든 건 내 귀에 다시금 박혀오는 민윤기의 목소리였다. " 미안해. " 그 목소리를 들으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새어나오려는 울음을 삼키려 입술을 꽉 깨물고 민윤기의 집을 빠져나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울었다. 민윤기가 미팅을 해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민윤기의 미안하다는 말에 풀린지 이미 오래였다. 민윤기는 그렇게 죄인처럼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미안하다는 진심을 전하였다. 예전처럼 그렇게 먼저 미안하다고 해주었다. 민윤기는 변하지 않았고 예전과 다를 거 없이 같았다. 변해버린건 나 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이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민윤기의 다정함, 오랜만에 듣는 진심이 실린 민윤기의 표현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겪는 남자친구의 다정함때문에 울고 있는 내가 서러워져서 그날 밤은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망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저것 뿐이었다. 늦은 밤 흘린 내 눈물에 피해를 본 건 내 두 눈이었다. 울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눈이 아주 퉁퉁 부어있었다. 울다가 잠든 나는 하루만에 수척해진 내 모습에 경악했다. 이런 상태로는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오늘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은 정말 얌전히 수업만 듣고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찾아 친구에게 오늘은 날 찾지말라는 문자 한통을 남기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였다. 지금 내 상태로는 뭘 입어도 예뻐보일수 없었기에 아무거나 입고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나름대로 서둘러서 학교에 갔지만 결국 늦어버렸다. 쭈뼛거리며 강의실안으로 들어가 맨 뒷자리 구석에 없었다. 차마 친구들 옆으로 갈 수 없었으므로 차라리 이 편이 더 나았다. 이런 꼴을 본다면 무슨 일이 있었냐며 또 끈질지게 나를 추궁할것이 뻔하였다. 그 생각에 절로 고개를 저으며 수업 들을 준비를 하였다. 수업은 개뿔. 눈에 들어오는게 하나도 없었다. 좋지 않은 시력에다가 내 앞자리에 앉은 덩치 좋은 사람 덕분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그러니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후 그래도 사이사이로 보일까 싶어서 몸을 이리저리 틀고 있던 찰나, 내 책 옆으로 슬그머니 나타나는 공책이 있었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공책의 출발지를 쳐다보니 한 남자가 이거 봐요.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약간, 아니 사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가볍게 살짝 목인사를 한 후 그 공책을 받아적었다. 수업을 따라 잡기 위해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내게 건넨 공책에 조그맣게 뭘 적고는 모른척하며 앞을 응시했다. 뭐야. 3-3? 3 빼기 3인지 3 다시 3 모를 그것에 의아함 가득하게 남자를 계속해서 쳐다보니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의아한 눈으로 공책을 가리키자 아까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기의 눈을 가리킨다. 눈?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지금의 내 상태, 그니까 내 부은 눈이 생각 났다. 그니까 아마도, 아니 아마도가 아니고 저건 퉁퉁 부운 내 눈을 표현한 것이 분명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날 놀린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확 상했고, 그 즉시 열심히 받아적던 공책을 다시 그 사람쪽으로 밀어내고는 그 남자를 노려본 후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다. 화가 난듯한 내 표정에 당황한 남자의 옆에서 날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아예 내 쪽으로 고정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하려고 노력했고 난 수업이 끝날때까지 절대 그 남자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혹시나 친구들을 만날까싶어서 서둘러 책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기요. " 아까 그 남자가 조심스럽게 내 팔을 잡으며 말을 걸었지만 그저 나가겠다는 생각만으로 그 손을 뿌리치고는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그렇게 서둘러 걸어 학교 밖으로 나와 안심하며 걸음을 늦출때쯤 누군가 크게 저기요.하고 외치는 걸 듣고는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 와,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하마터면 놓칠뻔했네. " " ... " " 아까 잡았는데 왜 그냥 갔어요. 할 말 있는데. " " 할 말이요? " " 아니 아까 장난친거 미안해요.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친건데 많이 기분 나빠 할 줄은 몰랐어요. " " ... " " 내가 장난기가 많아서 그래요. 미안해요. 진짜. " 미안하다는데 뭘 어떻게 할까. 사실 그냥 그 순간 기분이 상했던것 뿐이다. 그리고 따지자면 그 그림이 사실이기도 한데 뭐. " 알겠어요. 따라와서 사과해줘서 고마워요. "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남자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다급하게 내 팔을 잡는다. " 그냥 가는거예요? " " 네? " " 그냥 알겠어요. 이게 끝이에요? " " 그러면 뭘 더해요? " 정말 뭘 더하냐는 순수한 내 물음에 그 남자가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허공에 시선을 두고 멍하니 있었다. 그러는 그 남자를 따라 허공을 바라보다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어 아직도 나를 잡고 있는 손을 살며시 밀어내고는 뒤돌아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 집이 어디예요? 뭐 타고가요? 버스? 지하철? 아, 버스정류장 가는구나. 몇 번 버스 타요? " 분명히 뒤도는 순간 끝인 줄 알았는데 날 뒤따라 온 남자는 앞 뒤 다 자르고 말했다. ' 나랑 친구 할래요? ' 너무나도 뜬금없는 그 제안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고 해야되나. " 네? 친구해요, 우리. " " 내가 왜요? " " 와, 너무 단호한거 아니에요? " 분명히 거절하고 걸음을 떼었는데도 남자는 기어코 내 뒤를 쫓아오며 여러가지 질문들을 퍼부었다. 애써 무시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속도를 내어 내 앞을 딱 가로막았다. 뭐 하는 짓인가 싶어 그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니 또 웃는다. 헤픈 것 같지만 엄청 천진난만하게 참 잘도 웃는 사람이다. 인상을 한 번 구기고 왼쪽으로 가려고하니 자기도 몸을 옮겨 내 앞을 막는다.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 오른쪽으로 옮기니 역시 또 내 앞을 막아선다. " 저기요. " " 와, 이제야 말하네. " " 지금 뭐하는 거예요? " " 진짜 몰라요? 나 지금 완전 그쪽한테 관심표현중인데? " " 아, 죄송한데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 알아요. 근데 나 예전부터 그 쪽한테 보기보다 관심 많아요. 이름도 아는데? " " ... " " 그리고 골키퍼 있다고 공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나 축구 완전 잘하거든요. " " ... " " 내 이름은 김태형이예요. 완전 멋있죠. " " ... " " 내 이름 모를거 같아서 전부터 엄청 알려주고 싶었는데. " " 저 죄송한데요, " " 그냥 친구, 친구하자니까요? 네? " 엄청 막무가내다, 이 남자. 내 말도 끊고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쳐다봤다. " 그 쪽은 친구 많아요? 난 이 학교에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되게되게 심심하거든요. " " ... " " 그래서 그런데 나랑 친구해주면 안돼요? " " 아... " " 응? 우리 친구해요. "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ㅎㅎ 일찍 찾아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늦어졌네요ㅠㅠ 오늘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삼각관계,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ㅎㅎ 태형이의 등장을 예측하신분 혹시 계시나요?ㅋㅋㅋㅋㅋ 아! 오늘 티켓팅은 성공하셨나요?? 저는 공식이 아니라서 일반 예매를 해야하는데 스탠딩 매진이라는 소리에 멘붕이 왔다죠ㅎㅎㅎㅎㅎ 성공하신 분들, 그리고 아직 못 하신 분들도 꼭 같이 콘서트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부족한 글에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댓글 하나하나가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ㅎㅎ [암호닉] 슈웁 석진센빠이 샘봄 루리 수대 윤기부인 부릉부릉 MSG BBVI 전정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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