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8 : 比 翼 連 里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10/e3a8cc213a0d49516f62b9c25753c85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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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 부분을 간신히 피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출혈의 정도가 꽤나 심해 닷새 정도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붕대를 감으며 의원이 말했다. 종대는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 날카로운 검으로 제 손목을 그어버렸으니 사는 것은 가히 기적이었다. 종대는 한쪽 손을 허리춤에 갖다 댄 채 의식을 잃은 채 눈을 감고 치료를 받고 있는 낭자를 수심이 짙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잣거리에서 만난 그 이름 모를 묘령의 여인이, 이렇게 다시 궁에서 만나게 되다니. 허나 왜 하필 이리도 가혹한 것이 왕의 계집이란 말이더냐. 종대는 낭자와의 재회를 이따금 회상했다. 이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이런 모습으로는. 그간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낭자의 얼굴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쓰게치마로 가려 얼굴을 다 보지는 못했어도 느낌으로 그는 낭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낭자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잔뜩 드리워졌으며 금방이라도 픽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쓰러질것만 같았다. 야윈 몸이 모든 걸 말해주는 듯 했다. 간단한 처방이 끝이나고, 낭자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진 듯 그렇게 숨을 죽인 채 잠에 빠져들었다. 새근새근 옅은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들어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종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왕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 하기 위해, 서둘러 내의원에서 벗어나는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다시 뒤를 돌아 낭자가 잠들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홀로 중얼거린다.
"다행이네."
그 말은 낭자에게 채 전하지 못한 자신의 진심이었다. 살아있어줘서,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왕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제법 무거웠다. 자신이 저잣거리에서 처음 마주한 여인이 왕의 계집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무거운 발걸음은 좀체 가벼워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왕은 충격을 받은 것인지 그 사건이 있음 직후 곧장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 안정을 취했다. 종대는 걸음을 옮기다 문득 왕의 생소한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누군가의 목숨을 제 손으로 직접 벨줄만 알았지,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서 직접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것을 처음보기 때문이 아닐까. 허나, 분명한건 그의 기억속에 왕이 그 모습을 본 건 처음이 아니었다. 적어도 제 가족을 잃은 슬픔이 아직도 왕에게는 남아있었다. 아무리 잔인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왕이었지만 종대는 그런 왕의 모습을 잔인하다고만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이해였다.
"전하. 방금 내의원에 들렸다 오는 길입니다."
"……."
생각을 달리하고 왕이 머물고 있는 처소의 앞으로 도착한 그는 걸음을 멈춰 왕의 문 앞에 선 채 허리를 숙이며 왕에게 아뢰었다. 하지만 그런 왕의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여 벌써 잠자리에 들었을까 싶어 흘깃 바라본 처소의 안에는 등불의 빛이 여실히 남아 있었다. 듣고 있으나,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뒤이어 그가 말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합니다. 허나, 출혈의 정도가 꽤나 심각해 닷새 정도 충분한 안정과
붕대를 감고 있어야한다고 합니다. 그 외 일반적인 병은 없는 것으로보아 …."
"…내 너에게 긴히 물어볼 것이 있다."
"……"
이윽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이 문을 열어 종대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갑자기 제 앞으로 걸어온 왕의 발걸음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종대는 오히려 더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왕을 맞이했다. 왕이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는 것은 이것은 자신에게 엄청난 사명이나 다름없었다. 성심성의껏 답해 드리겠습니다. 그가 뒤이어 말했고, 왕이 뒷짐을 진 채 달이 뜬 쪽을 고개를 들어보였다. 새벽의 바람이 춥구나. 왕이 이내 달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었다. 허나 종대는 그저 묵묵히 조아릴 뿐이었다. …그 계집 말이다.
"……."
"그 계집을 마주쳤을때 너의 모습과 그 계집이 너를 마주쳤을때의 모습은 초면이 아닌 듯 한데."
"……."
"아는 사이인것이냐."
"전하."
종대의 낮은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린다. 모든것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 왕은 유유히 미소를 지으며 종대를 바라보았다. 내 너에게 묻고 있지 않느냐.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냐? 왕의 말에는 묘한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 돋친 가시는 온전히 종대의 마음속에 비수가 되어 날카롭게 꽂혔다. 종대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 은 채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왕의 물음에 대답했다. 초면입니다. 종대의 대답에 왕의 미소는 여전히 떠나갈 새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 그 자리에서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이냐.
"……."
"농(弄)이야, 농. 표정 풀어."
이따금씩 드는 생각이 종대를 괴롭히고 있을때 또 다시 드는 의문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농이라며 제게 장난을 치는 왕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대의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달빛 아래 왕의 그림자가 마당에 드리워진다. 그 모습은 어진 임금의 모습이 아닌, 장난을 좋아하는 장난기 가득한 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전하."
"……."
"이런 말씀을 올리기 송구스럽스나, 처음입니다."
"……"
한낱 호위무사에게 농을 던진 것도, 미천한 저에게 그 이상의 관련된 관심을 보이는 것도 말입니다. 종대의 말에 허가 찔린 듯 왕의 입가에 지어졌던 미소가 스르르 사라졌다. 종대의 물음 엔 그 어떠한 것도 틀린것이 없어, 왕은 다시금 고개를 돌려 종대의 물음에 회피하는 듯 행동했다. 그것이 자신의 호위무사에 대한 관심일지, 아니면 다른 임에 대한 관심일지. 종대는 왕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챘으나, 정작 왕 자신은 알지 못한 듯 그렇게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운명이 실로 존재하는 것인가, 왕은 변했다.
아니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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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바람이 서려 내 실없는 농을 던진것 같구나."
"……."
"들어가거라. 혹여 고뿔이라도 걸리면 어째."
웃음기 가득 스며든 말투로 짐짓 다정한 물음이 이어졌다. 왕은 느리게 조금씩 변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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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의 꽃
8장 比 翼 連 里
스승님,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나라에 반란을 일으키자니요. 아침의 해가 밝아오르마자 둥근 제 두눈을 댕그랗게 뜬 바람에 찬열의 두 눈은 더 커져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자신을 찾아온 스승이란 사람이 하는 말이 이나라에 반란을 일으키자라는 것이었으니, 이것이 처음에는 환청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그는 제 귀를 연신 후비고 또 두 눈을 세게 비벼댔다. 허나, 제 앞에 김형도라는 사람은 존재했다. 실로 거짓이 아니었다. 그런 자신의 스승이 '반란'을 꾀하고 있었다. 반면 김형도는 다짜고짜 제자 찬열의 집으로 쳐들어가다시피 들어가 이 이야기를 꺼냈을때만 해도 모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들어온 스승을 보며 아직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 찬열이 자신을 제 집에서 문전박대를 하지는 않을까, 혹여 아까운 물이라도 제게 뿌리지는 않을까. 별의 별 생각을 다했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못내 웃음도 터트려진다. 아직도 스승이다. 스승이야.
"…못 들었느냐. 난을 일으키자는 말이래도."
"허나, 난이라니요. 갑작스레 이게 무슨 …."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네가 단식투쟁이라는 그 지랄 맞은 것을 하고 있을때 시작된 일이야."
"……."
찬열은 자신의 정인인 그 계집이 선별이 되어 궁이 있는 수도로 떠났을 그 때 부터 쭉 단식 투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짓임이 틀림없었다. 찬열의 몸은 많이 야위어져 뼈만 앙상해진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순간순간 적으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다는 듯 그는 말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한숨을 쉬어댔다. 난(亂). 그건 결단코 가벼이 여겨야 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 나라의 반역을 꾀한다는 것은. 자유로운 영혼이나 다름없었다. 제 스승 김형도라는 사람은.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김준면이라고 기억하느냐."
"…!"
김형도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찬열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스승을 바라보았다. 김준면이라는 이름이 김형도의 입에서 너무나 물흐르 듯 자연스럽게 나와 찬열은 당황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김형도는 자신이 쭉 기르고 있던 수염을 부드러이 매만지며 에헴 한숨을 내쉬며 이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사내가 내게 와서 그러더구나. 나와 같이."
'이 나라에 난을 일으켜보시지 않겠습니까.'
"처음엔 거절했지. 감히 나따위가 어찌 이 나라에 반역을 꾀할수 있느냐고 말이다."
'백성들의 소리를 대신해서 전하는 것에 역할은 없습니다. 선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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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해보자고. 그렇게 내게 말하더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찬열아?"
"스승님."
이 나라는 누군가가 난을 일으킬 정도로 이미 쇠퇴되었으며 한창 어지러워져 있었다. 누군가는 백성들의 곡소리를 왕에게 대변해주어야만 했다. 그 시작을, 그 칼을 빼든 건 다름아닌 김준면이었다. 찬열은 김준면이라는 사람이 제 스승 김형도에게 '난'을 제안했을때, 꼭 백성들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연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곤 제법 딱딱한 표정으로 김형도를 나지막이 불렀다. 하지만 김형도는 찬열의 진지한 물음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호쾌한 표정으로 찬열에게 소리쳤다. 예끼 이놈아. 내가 누구때문에 그런 거 할 위인으로 뵈더냐? 나는 그런 큰 인물이 아니단 말이다. 스승의 말에 찬열이 조금 마음이 놓인 듯 바람빠진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이윽고 멈췄다.
"수도로 가면, 미리 그 사내가 모은 비밀결사단이 있다."
"……."
"수도로 가라. 궁이 있는 수도로 가자."
"…스승님!"
"찬열아."
"……."
내가 말했지 않냐, 갑작스럽게 결정한 일이 아닐뿐더러 난이라고. 어쩌면 반역을 일으키는 내가 역사의 한켠에 제대로 실릴지도 모르겠구나. 난에 대해 의연한 결심을 한 준면만큼 김형도 그 역시도 결심이 서려있었다. 그 결심의 끝과 근원에는 누군가를 향한 죄책감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죄책감의 대상은 알지 못했다. 찬열은 제 스승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저으며 김형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고집이 센 제 스승을 말릴 방도는 없었다. 다시 철푸덕 자리에 주저 앉으며 스승의 말을 기다렸다.
"네 정인이 궁의 안에 있지 않느냐."
"……."
"보고싶지 않느냐. 눈에 담고 싶지 않아?"
"……."
사라질까, 혹여 몇날며칠 제 꿈에 나와 바람처럼 사라지던 여인이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던 아련히 손을 뻗으면 아스라이 사라지고 마는 그 여인의 모습이 정인의 모습이 너무나 애달프게도 보고파서 그렇게 단잠을 설치기를 일쑤, 밥을 굶기를 며칠이었다. 보고싶었다. 보고싶고 늘 그렇듯 제 눈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찬열은 그럴 수 없었다. 애꿎은 제 신세를 원망해 보기도 하며, 왜 하필 그 아이냐며 스승의 운명을 저주하며 원망하기도 했다. 변하는 건 없었다. 늘 보고싶다는 사무치는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애석하게도 그런 찬열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꿰둟고 있던 김형도였다. 자신 때문이라며 단식투쟁을 하며 그 아이에 대해 자신만의 위로를 던지는 찬열이 곧 안쓰러웠다. 보고싶지 않느냐, 눈에 담고 싶지 않아? 김형도의 물음에 매말라진 입술 새로 한숨이 물밑듯이 밀려나온다. 툭, 결국 찬열의 마른 눈은 촉촉히 젖어들었다. 비익련리比翼連里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제 정인과 자신에 대한 한스러움이 섞여 있는 복잡한 눈물이었다. …보고싶습니다.
![[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8 : 比 翼 連 里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10/2d706ff0860bb542a2e138afac385b65.jpg)
"하지만 볼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스승님."
그 아이가, 그 아이가 그 미련스러운 아이가 자신을 잊어주기를 그렇게 바라고 있으니까. 그런 내가 어찌하여 그 아이의 앞에 선단 말인가. 그 아이가 그렇게도 염원하는 것을. 찬열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툭툭 떨어지는 눈물은 도무지 말릴 수가 없었다. 바람이 사라지면 부디 저를 제 마음을 잊어달라 말하던 그 아이가 실은 보고싶었다. 참… 어리석다. 그때, 두려운 정적을 깨고 김형도의 입에서 비집고 나온 말에 찬열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어리석어, 어리석다고. 스승은 화가 나 있었다.
"내 너에게 큰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적어도 네가 애달프게 그리워하는 니 정인은 니가 봐야하는 것 아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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