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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3 : 焉 敢 生 心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822/9e2c4ba4bb26d3c909effeff752e88d6.jpg)
'저 여인을 가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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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꽃 제 3장
焉 敢 生 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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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보시오 날 어디로 데려갈 속셈입니까? 아니, 이 손 좀…!"
무작정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로 끌고가는 사내에, 나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겉이 비실해보여도 남자는 남자인지라 내가 힘으로 제압을 하거나 멈추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 잔뜩 힘을 준 사내에 의해 내 손은 점점 아파왔고 ㅡ 저 무식하게 힘만 쎈 사내는 그런 줄도 모른 채 그저 묵묵히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갈 뿐이었다. 연이然는 도대체 무얼 하길래 내 뒤를 따라오지도 않는 것일까, 혹시 따라오다 그 덩치 큰 사내들한테 잡힌 것은 아닐까 지금의 내 상황보다도 연이의 처지가 더욱이 걱정이 되었다. 그 몸 여린 아이가 어디가서 나쁜 짓이라도 당하는건 아닐까 ㅡ 아니. 그 전에 내가 먼저 당할 지도 모르겠다. 이러고 계속해서 이상한 사내에게 강제로 끌려가다가는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나는 일단은 이 사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때 계속해서 발에 걸리는 치마자락을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밟아버렸고 동시에 아!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져버린다. 추해라 추해. 아주 제대로 망가져 버리다니. 사내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
내가 치마를 밟고 그 자리에서 넘어지자, 말없이 내 손을 잡고 가던 사내는 가던길을 멈춰서 뒤를 돌아 나에게 몸을 웅크리며 곧 눈높이를 맞추었다.
"괜찮습니까? 어디 다친곳은 …."
"… …."
창피함에 이미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있었고, 창피함에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숙이고만 있자 사내가 다급한 듯 내게 말해온다.
"혹시 말을 못하시는 …."
"…무슨!"
"아!"
내게 말을 못하냐 물어오는 사내에 깜짝 놀라 나는 반박하기 위해 고개를 치켜들었고, 그 결과 사내의 턱과 내 이마가 맞부딪혀 버린다. 아!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사내는 뒤로 나뒹굴어졌고, 혹이 난것 처럼 금방 붉게 달아올라진 이마를 손으로 매만지다 이내 사내와 눈이 마주쳐 버렸고 나는 얼른 쓰게치마로 다시 얼굴을 가렸다. 혹여나 사내가 내 얼굴을 보면 어쩌지 싶어 사내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때 푸스스 하고 누군가의 옅은 웃음소리가 들려와 또 다시 얼굴이 붉어진다. 뭘 그렇게 가리시는 것입니까?
"안 가리셔도 됩니다."
"…."
허나 계집은 사내의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함부로 보이면 안되는 것이 이 나라의 마땅한 법도 였다. 특히 양반가의 여식은 더더욱 저잣거리나 혹 밖을 나설때는 항상 쓰게치마로 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가리지 않아도 된다라는 사내의 말에 나는 청개구리마냥 더더욱 얼굴을 가렸고, 그때 그 말을 끝으로 사내의 여린 손길이 내 손에 닿아 온다.
"보여주시지요."
"… …."
"보고 싶었습니다."
사내의 그 말은 일전부터 나에대해 알고 있는 사람마냥 익숙하게 느껴졌고, 묘한 떨림을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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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3 : 焉 敢 生 心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823/ac70b53e2133a1f1969021ee6e16a858.jpg)
"… …."
"… …."
한편, 사랑채 안에는 어색한 정적만이 가득 그 두사람을 맴돌았다. 준면은 제 동생을 일전부터 찾아오는 사내에 대해 연이에게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면한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무엇 부터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자신의 앞에 놓인 차만 꿀꺽꿀꺽 마셔댈 뿐이었다. 하지만 내 동생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테니, 들키지 않고 잘 해야할텐데 …. 준면은 흘깃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군. 준면이 속으로 픽 하고 미소를 지었다. 내 동생이 보는눈이 없구나.
"차 한잔 드시지요,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는 것입니까."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찬열은 제게 말하는 준면의 말에 정신을 차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들어 연신 준면의 눈치를 보며 차를 마셔댄다. 지금 이 상황은 무슨 상황이란 말이냐. 혹 사랑하는 이와 혼사 직전에 미리 정인의 가족을 만나는 일인 것만 같아, 찬열은 이 모든 상황이 어색하고 묘하게 떨려왔다. 원체 떨려하는 것 없이 늘상 당당한 찬열이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사랑하는 임의 오라비다 보니 그의 앞에 주눅이 들고 떨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후 두 사람의 침묵이 계속 되었다. 하지만 그건 의미없는 침묵이 아닌, 두 사람만의 서로를 향한 '탐색전' 이었다. 준면과 찬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가진 채, 침묵을 유지했고 그때 찬열이 그에게 말했다.
"나리에 대해서는 저희 스승님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스승님이 어찌나 칭찬을 하시던지,"
"…하하. 그분께서 절 말입니까? 과찬이십니다. 저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엷은 미소를 유지한 채 기분이 좋은 듯 저에게 말하는 준면의 말에 찬열은 놀란 두 눈을 한 채 준면에게 되물었다.
"제…이야기를 말입니까? 누구한테서요? 아니 ㅡ 저를 아는,"
"하하 선비님을 아는 자가 제 동생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 …"
"동생이 이야기를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
"정녕."
"… …."
"정녕 동생분이 제 이야기를 했단 말입니까? 실로 … 그것이 사실입니까?"
찬열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홀로 외사랑만 하던 그에게 비로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찬열의 말에 준면은 곧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는 내게 저 선비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한적이 없다, 내가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연이에 의해서지만. 저 선비의 태도를 보아하니… 저 선비의 외사랑인가보구나. 모든 걸 다 간파한 듯 준면이 짧게 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렇지, 내 동생이 내게 말을 해주지 않을리가 없었다. 그 생각을 끝낸 준면이 고개를 들어 웃음기 가득 스며든 말투로 찬열의 말에 대답했다.
"사실이지요.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듣는내내 질투가 나 죽는줄 알았습니다."
"… …."
준면은 알고 있었다. 찬열이 하는 사랑이 쌍방이 아닌, 외사랑이라는 것을. 하지만 준면은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시시각각 그가 말할때마다 반응하는 찬열의 반응이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찬열은 준면의 말에 슬며시 올라오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준면 역시 마찬가지었다. 두 사람의 다른 생각이 교차하고 있던 그때였다.
"나으리! 나으리!"
"… 연이?"
"나리! 나리 문좀 열어주십시오! 급한 일이옵니다, 나으리!"
여종 연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준면을 애타게 불러왔고, 준면은 궁금한 듯 문을 열어 연이를 바라보았다. 뛰어온 듯 새차게 쉬고 있는 숨 과 헝크러진 머리 연이는 숨을 고르기도 전에 준면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나으리, 아씨가… 아씨가!
"연아, 무슨 일이길래 이리도 진정을 하지못하고…."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연이의 말에 준면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찬열 역시 굳은 표정으로 부랴부랴 연이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가씨가, … 아가씨가 어떤 사내에게 끌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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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여자가 힘이,! 내가 못할짓이라도 할 줄 알았습니까?"
"… 아,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아, 아파죽겠네. 저는 그저 낭자의 얼굴이 보고싶을뿐이었는데 … 정강이를 차다니요!"
"… …그러게 누가 능글맞게 들이대랍니까?"
"… 허."
실수. 이건 명백한 내 실수다. 왜 이런 말이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내게 얼굴을 보여달라며 보고싶다며 들이대는 사내의 모습에 나는 오라버니가 일전에 내게 가르쳐주었던 특강을 떠올렸다. 특강은 아니었지만…. '너에게 다가오는 사내들이 있으면 확! 정강이를 있는 힘껏 차버려라.' 오라버니, 왜 제게 이런 것들만 가르쳐주셨나요. 본능적으로 발이 먼저 나갔고 내가 아차 했을땐 이미 사내는 소리를 지르며 제 정강이를 부여잡고 울먹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잘못은 내가 먼저 했지만 곧이곧대로 할말 은 하는 나를 보니, 사내가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쉰다. … 그러게 누가 나 끌고오래. 나는 뻔뻔하디 뻔뻔한 면상으로 사내에게 사과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일종의 나를 끌고간 사내에대한 소심한 복수였다. 그렇게 생각하라지 뭐. 흘깃 그래도 염려스러운 마음에 사내를 바라보니, 절둑이며 걸음을 옮기는 사내다.
"… …."
"나 원참. 오늘이 날인게 틀림없구만."
세게 찬것도 아닌데, 저렇게 절뚝이며 티를 내며 걸어야 할까. 뾰루퉁 입술이 튀어나온다. 그때 홱 하고 내쪽으로 등을 돌리는 사내. 아, 깜짝이야!
"내가 왜 이 여인에게 반해서는…."
… 반해? 뭘 반해? 나한테?
"무슨 말이십니까, 그게?"
"…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단히도 성이 난것이 틀림없다. 나보다 더 입술은 삐죽 튀어나와서는 앞서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모습. 무슨 사내놈이 저리도 잘삐진단 말인가, 오라버니보다 더 하네, 더 해. 근데 그건 그렇고 반하다니? 이상하다 저 사내. 그럼 나를 여기 까지 끌고온 것도 …. 멍하니 사내의 뒤를 따라 걷고만 있던 나는 문득 가는 걸음을 멈춰서 사내에게 말했다.
"저…날 이곳에 왜 데리고 오신 겁니까? 하물며, 이곳은 또 어디…."
"…그냥 단순한 마음이었습니다."
"… …."
내 질문에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사내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나를 따라 멈춰서 나를 보며 말했다. 처음으로 사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니 사내의 얼굴이 자세하게 내 눈에 속속들이 들어온다. 일부러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늘상 올라가 있는 입꼬리는 시원한 느낌을 주었고 눈은 달을 머금은 듯 했다. 짐짓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혹시 이 나라의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인가도 생각해보았지만, 청산유수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사내에 그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뒤이어 그가 말했다.
"문득 심부름으로 저잣거리를 들렀는데, 낭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첫쨋날에도, 이틀때도 닷새후에도 … 계속해서 보이는 낭자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 …."
"또 그쯤되니 낭자의 얼굴이 몹시도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느 집안의 여식일까…."
그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내리깔아진다, 계집보다 더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그는 그의 눈을 보기만 해도 아리게 빠져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의 말은 전부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멍하게 그를 바라보자, 그는 달빛을 등지고 서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보고싶었습니다."
"…저 나리…."
이를 어떤식으로 받아들여야할까 난감해지기만 했다. 처음보는 사내가 갑자기 내게 고백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꺼내며 저리도 부끄럽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내 볼이 붉어지는 듯 했다. 어떻게 말을 붙일까 하다 우연히 팔씨름 대회에 서 있는 낭자를 보고 그저 어떻게서든 보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내의 말은 오롯이 진심이었기에 내가 그 진심을 함부로 무너뜨릴 수도 없는 판국이었다. 해는 져 어느새 달빛이 나와 사내를 가득 비추고 있었고, 사내의 눈에는 달빛을 머금은 듯 했다. 찬찬히 사내의 얼굴을 살피었다. 그리고 사내의 진심이 내 마음을 움직인 듯 나 역시도 저 사내에 대해 문득 궁금함이 일렁거렸다. 사내는 어느 선비나 양반 처럼 도포를 입고 있었지만 도포를 입은 사내의 모습은 조금 이질감이 들어보였다. 무슨 연유인지는 알지 못하나, 도포가 이리도 어울리지 않는 것을 보아 제 자신도 조금은 어색하고 있는 것 같다.
"저 나으리. 허나 저는 보잘것 없는 계집에 불과하옵니다."
"… …."
"나리가 품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계집입니다. 그러니…."
그때 아가씨 아가씨 하며 익숙한 연이의 목소리가 저 멀리 등뒤에서 들려왔고, 사내는 그 목소리를 듣고 움찔 어깨를 움찔거렸다. 내가 뒤를 돌자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나를 찾고있었던 연이가 나를 바라보고는 누군가에게 외치었고, 직감적으로 연이가 집에 다녀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저 사내는 나를 납치한 놈이라며 포청 捕廳 에 넘기지 않을까 …. 나는 서둘러 고개를 사내에게 돌려 연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어서 도망치시지요. 짤막한 내 말에 사내가 놀란 듯 동공이 한껏 커진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아 , 저런 사람이 이 마을에 존재했던가. 저런, 깨끗한 선비가 이 마을에 있었던가. 내 말에 사내는 처음에는 못알아듣는 듯 미간을 찌푸리다 이내 어둑한 밤을 밝히는 횃불들의 모습을 보곤 아 하며 등을 돌렸다. 그가 그렇게 멀어진다. 그러고는 곧 아스라이 또 다시 멀어지겠지. 처음 보는 사내에게 궁금한 것이 생길줄이야.
"저 나리…!"
"… …."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옵니까."
그 '말'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저 사내가 감히 한낱 계집따위가 사내의 이름을 함부로 물어봤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에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입을 하며 멀어져 가는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나를 부르는 연이가 점점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 멀어지면 나는 저 사내를 더이상 알지 못하겠지. 괜스레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기시작했다. 저 사내는 나를 아는데, 나는 저 사내의 그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분했고, 억울했다. 탁 그때 나를 잡는 연이의 손과 함께 횃불이 가득 나를 밝히었고, 사내는 어둠속에서 사라져가는 듯 했다. 아스라이 꿈처럼 사라지는 사내를 바라만 보고 있자, 저 멀리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이름은 김종대라 합니다. 만일 …다시 만나면!"
"… …."
"그때는 꼭 낭자의 이름도 알려주셔야 합니다!"
… 꼭.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완전히 어둠속에 잠식된듯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낮이 아닌 밤이라 그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었고, 나는 모른 척 등을 돌려 나를 향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하는 연이에게 말했다. 그만 가자꾸나. 내 말에 연이는 당황한 듯, 사내를 잡지 않아도 됩니까 하며 내게 되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잡아서 무얼 하겠어. 그냥 …이렇게 가는 것이 편하지 않겠어?"
"…허나, 아가씨를 납치한 사내인데 당연히 곤장을 받는것이,"
"어허. 이제는 말에 토를 달고, 연이 너도 제법 컸구나."
"… …그것이 아니오라."
"난 괜찮아. 그러니까 … 가자."
가자, 연아. 가자. 가서 저 사내가 도망칠 수 있게, 그냥 가자 연아. 연이는 내가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연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으로 가려는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또 다시 내 고개를 들게 만들었고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오라버니의 옆에는, 찬열 그 사내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두 사람은 헐레벌떡 체통도 지키지 않고 도포를 휘날리며 내곁으로 다가왔고, 오라버니가 나를 향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와락 …
"…이,이게,!"
"걱정되어 죽는줄 알았잖아! 그 새끼가 뭔 짓 하지는 않았지? 응?"
"…선비님…."
말릴틈도없이 내 손을 강하게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이내 나를 와락하고 안는 선비의 행동에 나는 당황해 굳은 표정으로 품에 안겨있을 수 밖에 없었다. 걱정,내가? 어제 그런 말까지 하며 상처를 줬던 내가 걱정이 되었다고?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어린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마냥 울먹이며 나를 끌어안는 선비의 모습은. 허나 선비의 품은 크흠! 헛기침을 하며 내게 다가와 나와 선비를 떼어 놓는 오라버니에 의해 벗어날 수있었다. 얼굴 가득 심기불편 한 표정을 지으며 선비를 바라보는 오라버니는 그 어릴 적 내가 매화나무에 올라가 한 꼬마아이의 품으로 떨어졌을때와 같은 표정인 듯 했다. 찬열은 뒤 늦게야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아직도 얼떨떨해 있다 저를 바라보는 오라버니의 눈빛을 피해버리고 만다. 풉. 그런 두 사람의 행동을 가만히 잠자코 지켜만 보고 있으니, 푸스스 웃음이 나왔고 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왜 웃냐라는 표정의 오라버니가 내게 말한다.
"잘했다고 웃는 것이냐, 지금."
"…아니요. 그냥 웃겨서 ㅡ."
"크흠! 헤프다. 참 너는 나와 집에 도착하면 이야기좀 하자꾸나."
"…오라버니랑?"
무슨일이지? 오라버니가 갑자기 내게 이야기를 하자고 먼저 청하다니. 그 말을 하며 오라버니는 나를 지나쳐 발걸음을 옮기었고, 연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뭔 일이냐고 물을 새도 없이 또 다시 내 손을 잡는 찬열. 깜짝 놀라 손을 빼니, 그래도 좋다며 미소를 짓고 있는 선비다. 내가 그렇게 좋았던게야?
"… …."
뭐라는 거야. 하지만 내가 아무리 물으려해도 해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연신 싱글벙글이 찬열을 향해 나는 그 기분을 감히 깨트릴 수 없어 잠자코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낭자는 어쩜 가는 뒷모습도 저리 고울까."
…누가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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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3 : 焉 敢 生 心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921/990df63f4bf6d4990de9d59caad530e5.jpg)
아침의 해가 밝았다. 본래는 어젯 밤 오라버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하지만, 시가 너무 늦은 관계로 나는 이른 아침 부터 오라버니의 방을 찾았다. 역시나 문을 열고 오라버니를 보자마자, 오라버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은 채 학문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 물끄러미 오라버니가 보고 있는 서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려는데 탁 - 하고 얄밉게 닫히는 서적. 보수적인 오라버니는 내가 서적이나 사내자식이 할 수 있는 학문을 아예 차단을 시켰다. 늘,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 괜히 속이 상하지도 않는다. 아침일찍 문안 인사를 드리기 전 오라버니를 먼저 찾아온것이라 오라버니와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는 서둘러 문안인사를 하러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만 했다.
"오라버니 이야기 하자는 게 뭐야?"
"… …."
서적을 덮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오라버니의 얼굴에는 전날 밤 잠을 자지 못한것인지 한껏 수척해져 있었다. 내 물음에 오라버니가 내게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 너가 성년이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 않느냐."
"… …."
"이 나라의 법도상 성년이 된 여자와 사내만이 혼사를 논할 수 있고 말이다."
"…오라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
"… …."
"이제 슬슬 혼사를 준비해야겠다. 빠른 시일내에 부모님께서도 날짜를 잡을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오라버니!"
혼사, 혼인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단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수도없이 들었던 혼사와 인과관계에 대한 말들이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아직은 어수룩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오라버니가 내게 혼사를 이야기 하다니. 오라버니의 말대로 계집은 성년이 지난 시점부터 서둘러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의 법도이기에. 더군다나 집안의 이름으로 집안끼리 혼인을 하는 것이니, 모르는 사람에게 팔려가는 일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나는 네가 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기를 바란다."
"… …."
"너를 아껴주고, 너를 사랑한다 해주고 내 동생을 잘 살피고 사랑받게 해줄 수 있는 사내에게 가는 걸 원해."
"… …."
"…너도 그렇지 않느냐."
"… …."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을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 당연한 것 조차 제대로 행할 수 없었다. 오라버니는 그걸 알고 있었다. 나는 오라버니의 진심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 보다도 어릴 적부터 나를 키우고 훈육 시켰던 것이 오라버니였고, 어쩌면 오라버니와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오라버니와 떨어져 살 수 있을까. 오라버니는 나를 또 다른 사내에게 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오라버니는 결연했다. 그의 한숨을 비집고 오라버니가 내게 말했다.
"그리 멀지는 않을거야. 원하지 않는 이를 맞이하게 되더라도…."
허나, 한낱 계집이 그런 마음을 품는다 한들 언감생심 焉敢生心 어찌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원하는 사람과 혼인을 맺을 수 있을까. 있다한들 아직은….
"그를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네가 살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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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3 : 焉 敢 生 心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921/a69a616b7ecfff78aad75bf5fd7fbd54.jpg)
![[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3 : 焉 敢 生 心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921/1bb433785502a8fe1af590864268d222.jpg)
" …좀 비켜주시오!"
저잣거리는 늘상 분주한 사람들로 끊임없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전날 장날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었지만, 여전히 복새통이었다. 연聯이는 아씨의 심부름으로 인해 새벽부터 저잣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헥헥 거리는 숨소리는 몇시간동안 이리저리 달려서인지 가빠져있었고, 단정하게 땋은 머리는 이미 산발이 될 지경이었다. 색색이 고운 한복의 비단결들이 보이는 가게를 지나 아가씨의 오라버니 준면이 아가씨에게 사준 다과 가게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 조금은 한적한 곳으로 향하니, 그제야 숨을 돌리는 연이다.
"도대체…어디있단말이야."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금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 아가씨는 준면의 방을 들어가기전 연이에게 몇냥을 주며 저잣거리에 잠시 다녀와 무언가를 사들고 오라며 시켰고, 조심스럽게 행하라는 아가씨의 말에 연이는 그저 달음박질 하기만 바빴다. 아가씨가 좋아하는 다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여쁜 비단 천들도 아니고….다시 집에 들어가 물어봐야하는걸까? 욕을 얻어먹을 위험이 충분했다. 숨을 고른 연이는 다시금 저잣거리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었고 저잣거리의 중심에 있는 포청. 그곳에 사람이 웅성거렸다.
"…아이고…. 이 나라가 미쳐도 한참 미쳤지, 또 다시 계집을 선별하다니."
"…내 딸이 선별된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마을 전체가 다 팔려나가겠소! 아이고…아이고…."
"아니… 잠시만, 어이 김양반. 이 여식은… 김진사네 여식이 아닌가?"
멈칫.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연이는 딱딱한 시선으로 포청에 붙여진 방榜(조선시대 벽보를 이르는 말.) 쪽으로 성큼성큼 떨리는 발걸음을 향했다. 연신 방을 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앞으로 향한 연이는 불안한 시선으로 읽어내려갔고, 아가씨에게 주기위해 조그마한 다과를 쥐고 있던 연이의 손은 부르르 떨려와 이내 툭.
"…말…도 안돼."
아가씨에게 주려고 산 다과봉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속에 처참하게 밟혀갔고, 연이의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맺혀져 있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며 연이는 뒷걸음질 쳤고 이내 곧 헐레벌떡 내달렸다.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자신이 가장 아끼고 존경해 마지 않던 자신의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툭 - 그렇게 툭. 말릴새도 없이 연이의 그 곱다란 달덩이 같은 얼굴은 눈물 범벅으로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궁에 들어간 계집이 선별되었다. 그 선별된 계집중에는 양반의 여식도 있었으며 … 그 여식의 이름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 자리잡고 있었다. 계집의 선별. 나라를 위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운명. 그 운명은 무자비 했고 말리려 해도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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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뚜벅이]님
[햄스터]님
[백석]님
사랑합니다 ♡
이번편에는 찬열이 준면이에 이어 종대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경수와 민석이인데
다음화 아니면 5화쯤에 두 사람이 나올 예정입니다! >_< 종대의 역할 또한 나올예정이구요!
제 글을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 조만간 아주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거 같아요. 뜻밖에 좋은 인연이 닿아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곳이 아니라 다른곳에서도 만나 뵐수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제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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