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이 다르셔서 놀라셨죠? 원래 쓰던 필명이 있었는데 사정상 하얀구슬이라는 필명을 잠시 썼습니다.
'하얀마녀'로 바뀌었음을 알립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좀 길어요. 그리고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암호닉 : 탐탐
*
".... 성규야."
"응? 너 뭐 마실래?"
".... 성규야."
"주문하시겠어요?"
분명히 그 사람이다. 지하철에서 만났던 그 사람.
"아, 초코 와플 하나랑... 성종아. 뭐 마실거야?"
"....어, 어... 그니까... 아... 아메리카노."
"너 아메리카노 안 마시잖아."
"그.. 그렇지."
성규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메리카노든 카페모카든 내 머릿속엔 내 앞에 서있는 사람 생각 뿐이었다.
"초코 와플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눈을 다시 한번 빤히 쳐다보았고, 어김 없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고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야, 이성종. 너 왜그래?"
성규가 서있던 나를 끌고 자리에 앉혔다.
"너 아메리카노 안 마시잖아. 왜 그래 갑자기?"
".....성규야."
"내 이름 성규인 거 아니까 그만 좀 불러. 왜 그래? 저 직원이랑 뭐 원수라도 진거 있어? 왜그렇게 빤히 쳐다...."
성규가 잠시 멈칫 했다.
"설마, 저 사람이야? 니가 만났다는 그 사람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래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구나. 방금도 그랬어?"
"....응. 아무것도 안 느껴져... 너 일로 와봐."
"응?"
나도 모르게 성규 얼굴을 붙잡아 성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느껴진다, 놀란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어때? 나는 느껴져?"
"...응. 너 근데 지금 되게 행복해?"
"당연하지. 내 제일 친한 친구가 행복해 하는데."
"...내가 행복해하고있어?"
"응. 니 입이 지금 귀에 걸릴 것 같거든."
그때서야 내가 해맑게 웃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너는 다른 사람 감정은 다 알면서 니 마음은 왜 몰라. 너 지금 엄청 행복해 보여."
그럴 만도 하다.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을 만났으니까.
저 사람 만큼은 내가 눈을 보고 대화해도, 내가 아플일은 없을테니까.
지이잉-
커피가 나왔음을 알리는 진동이 울리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알람벨을 집어들었다.
"내가 갔다올게!"
"그래그래, 얼른 갔다와."
내 착각은 아닐까, 아니면 일시적인 증상은 아닐까?
나도 모르게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내가 긴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오로지, 나만의 감정을.
"초코 와플이랑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이 사람은 차분한 목소리로 나에게 와플과 아메리카노를 건네주었다.
나는 건네 받으며 다시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진짜로, 안 느껴진다.
"손님,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 저기요."
"네, 손님. 뭐 필요하신 거 라도...?"
"혹...시... 저, 어디서... 보신 적 없으세요?"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다시 눈이 마주쳤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자 심장이 멎을 듯 함을 느꼈다.
"아, 그때 지하철에서...."
"기... 기억하시네요."
"그때 다치신 데는 없으셨어요?"
"...네. 괜찮아요."
또다시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 제 이름은 이성종이에요."
나도 모르게 내 이름을 말하고 말았다.
당황했는지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씨익, 웃어보였다.
"제 이름은 김명수에요."
*
'설마 너 또 거기 간거야?'
"....... 응."
'아주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구나. 그렇게 집 밖으로 나오라고 말해도 안듣더니.'
"..... 그러게."
'니가 가서 글쓰는건 칭찬해줄 일인데. 거 참."
".... 늦게라도 와. 길게 있다가 갈거니까."
'....알았어.'
"내가 부탁했던 거, 잊지말고."
성규와의 전화를 끊고 카페 'The moon'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 아, 오셨어요?"
"....네."
어김없이 그 사람이 나를 반겼다.
"아메리카노 맞으시죠?"
"......네."
그때 아메리카노를 얘기하는게 아닌데.
"여기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후 이곳에 거의 매일 오는 중이었다.
와야할 이유를 만들어 내다 보니 어느새 쓰지 않았던 글도 다시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성규는 내가 이 카페에 매일 오는 걸 반기지도, 그렇다고 말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 또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 네."
자주 이곳에 오면서 이곳 사장님인 우현과도 친해지고 있었다.
내가 느낀 대로라면, 우현은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 어떤 것에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내가 만난 사람 중 두번째로 이런 사람.
"손님은 얼마나 왔다 갔어?"
"왔어? 한.... 8명 정도?"
"야, 이 상태면 곧 너 잘라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 형! 형 돈 많은거 알고 있어~ 난 이 알바로 먹고 살고 있단말이야."
"내가 너 놀리는 맛에 산다. 아하하하하하."
우현과 그 사람은 친한 사이인듯, 많이 가까워 보였다. 장난도 치고, 자주 웃고.
난 그런 우현과 명수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매일 뭐하시는 거에요? 혹시 글 쓰시는 분인가?"
우현이 어슬렁 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 사람은 나한테 말을 잘 걸지 않지만, 우현은 종종 나에게 말을 거는 편이었다.
"아, 네... 뭐, 말하자면."
"걔 공모전에도 뽑힌 적 있어요."
불쑥 성규가 등장했다.
"야, 김성규!"
"슬럼프가 와서 쉬고 있었는데, 이 카페에 저번에 왔다가 영감을 받아서 꼭 여기서 써야만 된다네요."
성규가 뿌루퉁한 표정으로 앉았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이제 됐냐?'
'야, 그렇다고 공모전 얘기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잖아.'
'왜, 거짓말 아니잖아! 다시는 나한테 부탁하지마. 내가 여기 널 데려온 걸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으니까.'
거짓말을 제일 싫어하는 성규에게 차마 거짓말을 하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공모전에 합격해 버린것까지 말해버리다니.
성규와 내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자, 우현이 빤히 쳐다 보았다.
"사이가 참 좋아보이시네요. 많이 친한 사이신가봐요?"
".....네."
"그러니까 여기 자주 와도 이해해 주세요. 하하. 아, 그리고 초코와플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명수야. 초코 와플 하나."
우현이 그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나 삐졌어."
성규의 특징인, 먼저 자기 생각 말하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그렇게 너 글쓰게 만드려고 애를 썼는데, 카페에 와서 저 사람 한번 보자마자 바로 글쓰기 시작한다는게 말이돼?
진짜 너무하지 않냐? 그렇다고 여길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난 니가 내가 느끼기도 전에 말해줘서 너무 좋아. 알지, 내맘?"
내가 성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자, 성규의 작은 눈이 커졌다.
"너 설마 지금 내 눈 보고 얘기하는 거야? 삐질 가치가 있네, 가치가 있어."
성규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봐달라고 할 땐 안 봐주더니. 여기 카페 데려오길 잘했네."
성규와 내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렇게, 성규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도 얼마만인지.
글 쓰는 걸 그만 두면서 유일하게 보던 성규의 눈마저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지잉- 지잉-
"잠깐만, 전화 좀 받고 올게."
성규가 전화기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순간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성규의 눈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초코 와플 나왔습니다."
잠시 멍하니 성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그 사람이 내쪽으로 와 테이블 위에 초코 와플을 내려놓았다.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길래....."
"......아, 저기."
돌아서려던 그 사람을 나도 모르게 불렀다.
내가 아무리 쳐다봐도 누군가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게 처음이어서 그런걸까?
난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 커피, 늘.... 잘 마시고 있어요."
싱긋, 웃어보이며 다시 돌아서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들었다. 이 사람에게서는 알 수 없는 장벽이 느껴졌다.
따뜻하지만, 더 이상은 주지않는 느낌이랄까.
"미안. 갑자기 전화가 와서."
그때 성규가 들어왔다. 최대한 내 눈을 피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눈을 읽지않아도 알 만큼 성규는 불안해 하고 있었다.
"성규야."
"응?"
"............ 너, 무슨 일 있지?"
"어? 어,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말했겠지."
"그럼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봐. 진짜로, 아무 일도, 없어?"
성규의 눈동자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단 한번도 나한테 솔직하지 않은적이 없었던 성규가 이런다는 건, 아주 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말해. 내가 니 얼굴 붙잡고 느껴버리기 전에."
내가 굳은 표정으로 성규를 쳐다보았다.
"그게... 성종아. 아니야. 니가.. 모르는 게 나아."
"말해."
"...... 성종아. 제발. 이번 한번만 넘어가자. 응?"
"김성규!"
성규가 울먹거리며 나에게 말했지만, 나도 모르게 성규에게 크게 소리치고 말았다.
설마, 제발. 내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길.
"....사실..."
성규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카페 밖으로 뛰쳐 나가 어디론가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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