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전여친의 친구가 네 여자친구가 된다는 건 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92/bc6f6246367197139ea261bf8e7454e6.gif)
00
둘은 잘 어울리는데
난
뭐야?
"그래서"
"..."
"나 정국이랑 사겨, 아미야."
무척이나 덥게 푹푹 찌는 날씨였다. 내 머리 위로 뻗친 가지에서는 벚꽃이 만연하게 피었고, 입고 있는 얇은 가디건은 잔잔히 부는 산들바람에 휘날렸다. 나는 무어라 말할 것도 없이 옆으로 맨 가방끈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줄 뿐이었다. 오늘 날씨가 참, 덥다. 짜증 날 정도로. 그 치.
"어제 정국이 앞에 서서 말하는데 정말 떨리는 거 있지. 진짜.. 나 정국이한테 차이면 진짜 눈물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진짜 다행이야."
"정말 사귀는 거야?"
"응. 너도 신기하지? 정국이 여자한테 관심 없잖아. 나 그래서 차일 줄 알았어."
"..."
"어제 다리가 완전 후들거려서."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얻은 성취감이 그녀의 얼굴에 꽃을 피웠다. 고백과 성공. 그리고 다른 이도 아닌 전정국.
기분이 이상하다.
"정국이도 나에게 마음이 있으니까 받아준 거겠지?"
"..아마."
"어떡해,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아미야."
"그래 보여. 축하해. 진짜."
너 정국이 좋아했잖아. 이게 내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 맞긴 한 것인지. 제 앞에서 두 손을 꼭 붙잡고 발을 동동 굴리는 예쁘장한 수영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웠다. 사랑에 빠진 여자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남자. 나는 그저 수영이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주며 대답했다. 축하한다고. 뭘 축하하는 걸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의 고백 성공? 전정국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 고백을 받아드렸다는 것?
"김아미, 정국이랑 잘 된 건 정말 너 덕분이야. 고마워."
"내가 뭘 했다고.. 고백한 건 너잖아."
"정국이랑 제일 친한 친구가 너잖아. 정국이도 너를 통해서 안건대!"
"아, 그렇게 되는 거야?"
"나 지금 너무 좋아서 울 거 같아. 조금 전에 정국이한테 카톡 했어. 같이 밥 먹자구."
수줍은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며 모든 말을 나에게 노곤히 건네는 수영이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싱긋 웃었다. 그러고 보면 수영은 참 눈웃음이 예쁘다.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할 만큼. 나는 수영에게 빨리 가보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며 손짓했다. 정국이 너 기다리겠어, 빨리 가.
"응. 참, 아미야!"
"응?"
"나중에 너랑 나랑 정국이랑 밥 먹자. 알겠지?"
"..됐어, 커플 사이에 껴서 뭐하려고. 밥 먹다 체하는 거 보고 싶어?"
나 먼저 갈게. 애써 입술을 자근히 깨물며 뒷걸음을 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한 번 더 건네주고, 아예 뒤돌아 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빨리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려다 멈칫하는 게 들렸지만, 나는 그냥 무작정 걸었다. 벚꽃이 피지 않은 곳으로.
그런데 그런 곳이 있는지.
그저 그녀가 흔들어 보인 핸드폰 액정에 뜬 녀석의 카톡이 마음 한 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나도 보고 싶어
저 말은 나에게만 해주던 말이었는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너와의 헤어진 기간이 무색하게도.
-
같은 과임에도 불구하고 인원이 많은 탓에 전정국과 나는 과에서 다른 반으로 배정되어 마주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공통 교양을 같이 듣거나, 과 단체로 하는 모임, 그것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서로 말 건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애틋함 속에 자리 잡았던 우리는 꽤, 서로를 많이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그랬던 너와 내가 헤어졌다는 게.
다른 이들에게는 우리가 사귄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쩌다 눈치챈 몇 친구들을 빼고는 우리는 조용히 숨죽이며 눈을 마주했고, 늦은 밤 어두운 골목에서 손을 맞잡으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에서는 전정국이 먼저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말했지. 사랑해, 아미야.
그 후 우리는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였고, 권태기란 시간 또한 점차 스며들어 우리 사이를 괴롭혔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 또한 다른 커플과 다르지 않게,
'그만 헤어지자'
라고 말했고.
내가 그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너와 크게 싸우고 내가 흘러가는 말처럼 너에게 모질게 말하지 않았다면.
네 절망적인 표정을 일부러 모른 척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는 여전히 너의 여자친구로 남아있었을까?
-
전정국과 내가 사귈 때와는 다르게, 수영이와 전정국의 관계는 아주 빠르게 퍼졌고, 곧 과의 모든 학년을 불문하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정말로 전정국과 사귀느냐고 물어보면, 그때마다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수영은 사랑에 빠진 봄의 소녀였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 그들의 이야기는 과 내 모든 이의 입에 올랐고, 한 번쯤은 대화거리로 나오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그 자리에 껴있는 나는 제대로 엉망이었다. 그 누가 전 남자친구가 새로 사귄다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나는 그것을 쿨하게 듣지 못하는 바보 같고 멍청한 전 여자친구일 뿐인데.
나와 전정국의 사이를 알고 있던 유일한 사람 중 한 명인 김태형은 강의시간 사이에 껴있는 빈 시간대에 늘 나를 찾아왔다. 그게 더 초라해지는 기분에 김태형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오해하지 말라며 내 이마를 꾹 누를 뿐이었다. 분명 내가 전정국을 찬 건데 차인 기분은 왜 나인 거지.
억울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기 위해 일부러 더 구시렁거리며 김태형과 자리에 앉았다. 애꿎은 책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일부러 딴청을 피웠다. 그래, 나는 전정국과 피할 수는 없다. 일주일에 딱 두 번 있는 교양만 조용히 지나치면 된다. 그러나 문으로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움찔거리는 몸은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옆에 앉은 김태형이 혀를 끌끌 차며 내 등을 두드렸다. 신경 쓰이지? 아니거든. 조용히 해, 망할 놈아.
"김아미."
"그만하랬지, 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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