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서 그에게 연인이 생겼다. 나이는 제법 어리고 피부는 하얀, 동양계의 여성이었다. 어차피 그와 여자 모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니 국적은 불문율이었다. 그가 공식적으로 이렇다할 선포는 하지 않았지만 아침 시간에 부지런을 떨며 그녀에게 잘 보이려 어여쁜 꽃들을 골라내서 화병에 담는 모습이 연인이라는 증거였다. 타미. 그 간단한 이름만 나와도 그는 생글생글 웃었다. 가슴께가 저릿했다. 둘은 바닷가 해변을 걷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그만큼 둘을 꽃집에서 멀거니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행복해하는 둘을 보면 마음 속에서 생기는 추악한 내 감정이 무서워져 마른세수를 몇 번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결혼 언제하세요…?” “결혼…? 누가. 내가?” 그럼 누군가요? 내가 볼멘소리를 내며 시든 꽃들을 정리했다. 활짝 피어났던 꽃들은 누군가에게 팔려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질 운명이었다. “아….” 꽃들을 한데 모아다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과정에서 장미가 섞여있던 모양인지 제법 커다란 가시에 찔린 손가락 끝에서 피가 웅얼 맺혔다. 손가락은 검은 피를 토해냈고 나는 낭패라는 표정으로 지혈할 것이 없나 찾다가 대강 티셔츠 끝으로 손가락을 감아쥐려 했다. “균 무서운지 모르는 모양이구만.” “이 정도는.” 그가 재빠르게 손수건을 가지고 손가락을 말아왔다. 평소에는 내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다가 아플 기미라도 보이면 상냥해지는 그가 미워 나도 모르게 밀쳐냈다. 그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 올려다보았고 잠시 나는 목이 매여서 입을 열지 못하다가 억지로 말문을 열었다. “결혼하시냐고요.” “그게 그렇게 중요해?” “네. 중요합니다. 이까짓 상처보다요.” 홧김에 던져버린 손수건을 따라 그의 시선이 이동했다. 피로 얼룩진 손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그가 전에 없던 냉정한 얼굴을 해왔다. “왜요? 저것이 그 여자가 준 선물이라도 된답니까?” 그의 무서운 얼굴이 낯설어서 터져나온 말이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조장이 행복히지는 것을 염원해왔었는데. 조장은 몸을 숙여 손수건을 주워들어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래. 타미가 선물한 것이지.” “…….” “자네는 날 동경한다고 했지?” “…….” 아무런 말도 못하고 내가 고개를 숙였다. 뒤이어서 머리통 위에서 굵은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는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건 동경이라기엔 주제넘은 것 같은데.” * 우선 기다려주신 분들이 없더라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이 존재한드면 다음편에선 행복하게 해주겠슴돠. 이 개망상을 언제까지 쓰는지는 나도 모르고 독자님들도 모르고. 지난화부터 계속 결혼이 언급되는 이유는 얘네 결혼 시켜주고 싶어서ㅠㅠ수현우 결혼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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