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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死

(꿈 바탕 글.)

 

 

 

월계수 관을 쓴 당신이 웃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나는 알아.

 

당신은 신이야.

 

-

 

미래라는것은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과도 같다.

한갈래, 두갈래. 그 이상의 수천 수십만 갈래로 갈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하나의 삶을 살고있는 인간이기에 비천한 존재이다. 나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정도로 순수한 당신이 내 앞에 존재를 드러내었을때 나는 직감했다.

 

월계수 관을 쓰고선 투명한 거울을 내려다보는 당신이, 어딘가 슬퍼보인건 내 착각이었나.

 

-

 

매번 꿈에서 마주하게 되는 당신은 어딘가 초연해 보이기만 하였다. 생기가 가득한 월계수 관을 쓰고서 묵묵히 거울만을 바라보는 그 뒷모습이 작아보일만도 하건만, 내가 바로 기둥이라는듯 무너져선 안된다는듯 묵묵히 자리를 버티고 서있는 당신은 참으로 굳세어보였다. 나는 왜인지 당신에게 다가갈수가 없었다. 투명한 유리벽이 우리 사이에 있는것도 아니었고 당신이 내게 다가오지 말라 명한것도 아니건만 나는 한발자국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적적하게 느껴졌다.

 

신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그러하듯,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이건만. 모든것의 아버지인 당신은 결국 모든것을 혼자 안고서는 내가 다가가는것조차 선듯 허락해주지 않는다는것이.

 

당신의 단 한 끝자락이라도, 내게는 내어줄수 없는건가요?

 

목 끝까지 차오른 말들이 온 몸 세포 구석구석을 핥고지나건만, 내가 보는것은 당신의 관과 흰 옷자락 뿐이라 나는 오늘도 침묵을 고수했다. 절말로, 그럴 생각이었다.

 

-

 

전쟁이 발발했다.

 

아주 오래전에 예고 된 일이었다. 꼭 필요한것들만 급하게 챙기고서 나는 남쪽으로 대피했다. 몇날 몇일을 걸어 죽음의 경로에서 빠져나왔을때,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그곳에는 역시나 당신이 있었다. 평소와는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커다란 거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당신이 아주 조금, 아주 조금씩 뒤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나는 움직일수 없었다.

 

천천히 무릎을 꿇고서는 마른세수를 몇번 한 당신이 거울을 천천히 손으로 쓸어보였다. 내 세상, 폐허가 되어버린 내 고향이 거울 속에 비추어졌다. 문득 떠오른 이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되세겼다. 내 부모, 자매, 친구. 모두가 죽었다.

 

"내가 못나서 그대들을 희생시키는구나...이런 신이 무슨 의미가 있다하여 나를 맹목적으로 신앙하는것인지,내 너희를 어찌해야 좋을까..."

 

자신의 죄를 토해내듯 슬프게 말한 당신이 기다란 소매를 한 손에 쥐고선 거울로 뻗었다. 아주,아주 천천히 거울 속 폐허 속에서 푸른 새싹이 자라났다. 당신의 옷 소매가 점차점차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당신의 월계수 관이 모두 시들어갈때쯤 당신은 말했다.

 

"내 사람,나의 아이...."

 

툭 떨어진 월계수 관이 당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모든 해악들을 내가 낳았건만, 그 해악마저 사랑하는 나는 어찌하라는 것인가... ...내 무지가,오만함이,스스로가 영민하다 생각하던 그 어리석음이 너희들을 이리 몰고 가는구나."

 

미안하구나, 미안해.

 

순식간에 희게 변해버린 당신의 갈빛 머리카락이 빛 바래었다고 생각할때쯔음에 나는 꿈에서 깨었다. 생생한 광경들에 내 눈을 의심할때쯤, 전쟁이란 그 모든 재앙들이 무색하리만큼 평화로운 세상에 정신 못 차리고 있을때 당신의 목소리가 또한번 나를 때렸다.

 

"괴롭구나."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이리도 맑건만 당신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것은 오로지 인간들의 세상. 종말을 불러온것은 우리인데,어찌하여 희생은 당신이 치루는가.

 

당신의 그 포옹에 나는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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