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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찬] OFF ON OFF _ REC | 인스티즈 


진짜 반갑다. 이게 얼마 만이야.


나야 늘 바빠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네 소식 듣고 세월이 흘렀구나 싶더라.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갖출 건 다 있어서 이젠 키워가는 맛에 일하는 거지 뭐. 너도 대학 졸업하고 원하는 곳 들어갔다면서. 사실 애들 통해서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땐 일자리 구하느라 축하 파티도 못 갔다. 전화도 안 해서 네가 엄청 서운했다며. 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닌 단짝이 커서 머리만 굵어졌다고 배 아파하는 거냐고 우스갯소리 하던데 그거 절대 믿지 마. 나는 완전 반대였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 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하다가, 형식적인 첫 질문을 넌 항상 좋아했으니까. 지겹게 매일 보는 학교에서 아침마다 졸린 눈으로 밥은 먹고 왔는지, 잠은 잘 잤는지 묻던 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안 먹었어, 이따 매점 가자. 매일 물어도 같은 대답을 한 번도 시원찮은 표정으로 받은 적 없던 넌 항상 늘 그래왔듯이 무던한 얼굴로 토끼 동전 지갑에서 오백 원짜리, 백 원짜리를 샜잖아. 쉬는 시간은 십분 밖에 없는데 욕심은 많아서 아이스크림 손에 하나씩 끼고 4층 교실 올라갈 때까지 깨물어 먹는 게 신기해서 찍은 사진 아직도 갖고 있는데 보여주면 네가 싫어하려나.

넌 아직도 사진 찍는 거 좋아하나 모르겠다. 지난주에 시곗줄 교환하러 백화점 갔다가 카메라 매장 보고 문득 네 생각이 나더라구. 학교 다닐 때는 구식 폴라로이드에 사백만, 오백만 화소로 꾸역꾸역 저장한 사진들 수업 시간에 몰래 들여다보고 그랬잖아. 언제는 재수 없게 걸려서 과학이 뺏던 일 기억나? 네가 찍은 거냐고, 한 장만 더 찍어줄 수 있냐고 너한테 부탁하던 광경이 너무 웃겨서 잠도 다 깨고. 네가 살풍경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찍었잖아. 쓸쓸하고 적막한 풍경이 꼭 우리 허한 마음 같다고 흐르는 시간에 말을 흐릴 때, 나는 그 ‘우리’에 다정함과 공허함과 왠지 모를 애틋함이 밀려와서 네가 날 볼 때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어.

……나는 그게, 그러니까 널 보던 얼굴을 무심히 돌렸던 그날 말야. 난 잠도 못 자고 네 생각만 했었어. 나도 모르게 네가 불편해졌고, 답장도 시큰둥해지고, 밥은 잘 먹었는지 잠은 잘 잤냐는 질문에도 화장실이 급하다면서 굳이 복도를 돌아 음악실 옆으로 숨고. 어느 날 참다가 터졌는지 무슨 일이냐고 화를 내는 너한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말해버리면 우린 더 서먹해질 거고 어느 순간 틀어져 버리면 영영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되더라고.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겨울 방학 동안 연락 한 번도 안 한 건 순전히 나 때문이야. 네가 싫어서, 미워서, 어느 날 한 살 많은 남자 친구가 생겨서, 인스타에 놀이공원, 야경, 전등 축제, 내가 아닌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 정말 그 이유 때문이었어. 나는 정말 널 아끼고 싶었고 불같은 마음이 되려 화를 입힐까 졸업식까지 내내 널 피해 다녔고.

똥꾸야 얼렁 와, 마음대로 붙인 별명을 부르면서 팔을 잡았던 네가, 어쩌면 나한테 과분할지도 모른다고 끝내 결정 내리면서.

야, 이미 다 지나간 시간에 추억 팔이 하는 거야. 안 그래도 팍팍한 인생에 이런 기억쯤은 곱씹어도 되잖아. 졸업식 날 네가 준 만년필도 아직 가지고 있는데 좀 봐줘라. 그걸로 결재할 때 사인도 한다니까. 펜대에 박힌 이름은 낡긴 했지만 어디 깨지진 않아서 간간히 촉만 갈아주면 새 거야. 나한테는 그게…… 그러니까 그게, 소중함 비슷한 뭐 그렇다는 얘기지.

아니 근데 넌 왜 결혼식 전날 이런 비디오는 만들게 해서 사람 귀찮게 하냐. 스크린에 성장 과정, 연애 스토리나 올리면 되지 친구들 팔아서 뭐 하게. 벼락치기는 학생 때만 허용된다구요. 내 영상 넣을 거면 맨 마지막에 장식해서 사람들이 나만 주목할 수 있게 만들어라. 그럼 축의금은 더 생각해 본다. 네 토끼 지갑 동전보다 더 많이 넣을 거거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다 털어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먹고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서, 누구든 부러워할 만큼 예쁘게 살아. 형식적인 축하 말고 정말로.

왜냐하면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느리지만 여전히, 많이…… 그리고 또 많이…….













[녹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세븐틴/찬] OFF ON OFF _ REC | 인스티즈 

- “……이번 건 보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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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 찬아 ㅠㅠ
4년 전
비회원176.22
아 미친 찌통... 선생님 우리 찬이 괜찮나요 ㅜㅜㅜㅜ 우리 찬이 마음 ㅠㅠㅠㅜ 우리 찬이 마음 괜찮은거 맞죠...ㅠㅠㅠㅠ 아이구 마음아파... 끝이 있을걸 무서워해서 그랬던걸까요 ㅠㅜㅠㅜ... 작가님글은 항상 감정선이 너무 좋아요 너무 부드러워서 몰입되는 느낌이 짜릿함 ㅜㅜ 그리고 현실에 있을것같지만 없는 이야기라 신비롭기도 하고 ㅠㅠㅠ 여튼 진짜 너모 좋아요.. 작가님 글 올라오기만 기다린다구요 ㅜㅜㅜ 휴 오늘 하루는 기분이 아주 좋을거같네요! 비회원이라고 합니다 작가님 ㅜㅜ
4년 전
비회원176.22
안녕하세요 또보러 왔어요.. 비회원인만큼 인티를 자주 하지는 않는데 작가님 글은 자꾸 보러 와요 ㅠㅜ 또 마음 아프고 갑니다...
4년 전
독자2
도제임둥 아니 선생님..어쩜 짤도 저런 찰떡인 걸로만 가지구오시는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브금은 또 어떻구..... 진짜 자꾸 올려다 봐 자꾸 다시읽게 돼.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작가님♥
4년 전
독자3
몇번 들어와서 자꾸 읽게되네요 사랑이라는 감정자체가 참 소중하고 따뜻해요 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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