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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ow 02
exobiota 作










*






경수는 바쁘게 움직였다. 다시 연락을 달라는 문자에 답장은 없었다. 실망감이 컸다.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실망감에 젖었다고는 해도 경수의 시선은 항상 그 남자를 쫒았다. 어떻게? 여느때처럼 퇴근을 하곤 익숙할 듯 익숙하지 않은 광장을 지나치다 소란스러운 군중들 사이로 지나게 된 경수는 섞이기 싫어 절뚝이며 걸어가다 군중들 중심에 있는 남자가 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면 질색할정도로 싫어하는 경수는 퇴근길마다 그 곳을 의도적으로 지나며 힐끔힐끔 보곤했다. 물론 그 남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남자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사람이였다.



경수가 그 날 이후 그를 다시 만난건 그리 멀지 않은 주말이였다. 갑작스레 약속 문자가 와 만난 그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은 몇가지가 채 되지 않았다. 이름은 김종인, 나이는 경수보다 한살 어렸고, 춤을 추고 있다고 했다. '아, 광장에서 하던게 춤이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 다리로 제대로 서 있는 것 조차 무리인 경수에게 춤을 추는 종인은 그저 대단해보였다. 그럼 짧게 춤추는 것을 보여달라는 경수에 그저 난감한 듯 웃어보이는 종인이다.


"…여기서요?"
"네, 여기서요."


한적한 공원에는 민망할만큼 멀뚱히 선 종인의 표정이 웃겼다. 저렇게 어벙한 표정으로 춤은 무슨 춤이야. 못 추겠으면 그냥 앉아…요. 말 끝을 흐리는 경수는 동시에 동공이 풀린 듯 멍하니 종인의 춤사위에 넋을 잃었다. 절도있는 동작과 손 끝, 발 끝을 이용한 섬세한 움직임에 한적한 공원이 금세 시끌시끌 해졌다. 아무런 음악 반주도 없었다.






*




"와, 진짜 짱이예요 완전!!!"



양 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그저 "와","대박","진짜 최고!"와 같은 감탄사만 뱉어내는경수에 민망하게 웃어보이는 종인이다.



경수로서는 대단한 반응이였다. 근 6년만에 내뱉어보는 제대로 된, 진심으로 내뱉은 감탄사였다. 그런 경수의 반응에 민망해 하면서도 결코 경수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종인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동시에 쓸쓸함이 묻어있었다.




*




그 날의 만남 이후 경수와 종인의 만남은 잦아졌다. 일을 하는 경수를 배려해 주말마다 만나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은 어떤 다른 연인들처럼 영화도 보고, 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친구라곤 중학교 2학년 때 수환 이후로는 단 한명의 친구도 존재하지 않았던 경수였기에 종인이라는 존재는 경수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경수는 종인을 친구 그 이상의 존재로도 생각하는것 같지만.



하지만,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경수는 종인의 행동에 약간의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물론 기분 나쁜 것 보다야 설레이는 느김이 더 큰 그런 부담. 그 부담인 즉슨 종인의 행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이 말을 꺼낼때마다 단 한번의 시선도 떼지 않고 다정스레 내려다 봐 주는ㅡ물론 경수가 느낀 것ㅡ 그런 모습에 하나, 꽤 웃음이 늘어난 경수가 웃을 때 버릇처럼 입을 가릴때면 경수의 손을 끌어내려

"형은 입이 예뻐요. 가리지 마요." 라는 그런 모습에 또 하나. 종인도 나를 좋아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자신의 말을 들은둥 만둥 말을 얼버무리는 모습에 나를 귀찮아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하는, 자신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종인이 밉지만 또 설레었다. 그렇게 사귀는 것도, 그렇다고 친구라고 하기도 민망한 관계가 지속된지 6개월째에 들어서는 어느 날이였다.





*




완치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완화를 바라고 한달에 두번 큰 병원에 들려 물리치료를 받는 경수는 처음으로 병원으로 가는 길에 걸음이 멈춰버렸다. …오늘 종인이랑 만나는 날인데. 두 사람은 연락을 잘 하지 않았다. 아니, 경수는 종인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도통 받지 않는, 아니 단 한번도 받은 적 없는 종인에 두 사람은 그저 암묵적으로 일요일 오후 1시가 되면 경수네 집 앞 공원에서 만나는 것일뿐이였다. 전화를 하면 안 받을것 같고, 문자나 해볼까 휴대폰 잠금을 풀었을때는 짧은 단문의 문자가 와 있었다. 그것도 종인에게서.



[형, 오늘은 못 만날것 같아요. 미안해요!]
[괜찮아. 나도 오늘 약속이 있어서 못 나가. 다음주에 보자 종인아.]



경수는 기뻤다. 종인에게서 먼저 이리 문자가 온건 또 처음이라 마음이 들떠버렸다. 종인을 만난 이후에 경수는 19살의 경수, 아니 멀리갈것도 없이 21살에 막 접어들때의 경수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매일같이 움크려져있던 몸은 꽤나 당당하다는 듯 펴져있었고 항상 파죽에 울상이였던 얼굴조차 청량하리만큼 큰 웃음을 자주 지어보이곤 했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심하게 절뚝이는 다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며 지나가며 수근거려도 항상 자신의 옆에서는 그런 말과 시선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꿋꿋이 곁을 버티고 있어주는 종인이 든든했다.


괜히 또 머릿속을 차지하는 종인의 생각에 홍조를 띈 경수의 모습을 접어두도록 하자. 종인에게만 지어보이는 그런 청량한 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해사하게 웃음을 띈 얼굴로 큰 도로가로 나가기 위해 어김없이 광장을 지나는 경수는 광장 끝, 항상 종인이 중심이 되던 작지만 열기가 가득했던 그 조촐한 무대앞에 선 종인을 발견했다. 오늘 못 만난다더니 연습 때문인가? 반갑게 손을 들어 종인을 불러보지만 종인은 돌아보지 않는다. 무안하리만큼 공중에 뜬 손을 내렸다. …내 목소리가 안들리나? 가서 얘기해야지. 자신의 몸을 지탱해주는 목발을 짚고 한걸음 한걸음 떼던 경수는 분노하는 종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종인은 괴로워 보였다.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얼굴에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마치, 2년 전 자신이 다리병신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장애인의 몸이 되었다는 그 말을 들은 그 순간의 본인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종인에게 더이상 다가갈수가 없었다. 여전히 경수를 발견하지 못한 종인은 자신의 마른 얼굴을 큰 손으로 덮어 쓸어내리곤 다시 벤치에 놓인 오디오로 걸어 가 음악을 틀었다. 쿵-쿵-쿵. 종인이 즐겨 춘다던 꽤 빠른 비트의 춤이였다. 이상했다. 이전과는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음악이 나오지 않아도 공중에 음표라도 그리듯 춤을 추던 종인의 모습이 아니였다. 춤이나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경수였지만 박자에 하나도 맞추지 못하고 몸을 움직이는 종인은 분명히 어딘가가 이상했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들이 종인의 얼굴을 뒤덮었다.



경수는 곧이라도 무너져내릴것만 같은 종인에 자신에게 항상 위로를 건네왔던 종인처럼 힘이 되어주고싶었다. 그렇게 절뚝절뚝 종인에게로 걸어가던 경수는 빠르게 자신의 옆을 훅- 지나쳐가는 종인에 표정이 벙졌다. 종인은 경수를 보지못했다. 종인은 그저 여전히 꺼지지않고 흘러나오는 비트 빠른 음악 사이로 사라졌다. 경수는 한 동안 자리를 뜰수 없었다.



진료시간이 다 되어간다며 재촉해오는 병원에 어쩔수없이 병원으로 향하는 경수의 표정에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해사하게 띄던 웃음은 거두어져 있었다. 하지만 웃음이 거두어진 경수에게 분노를 느끼게 한 건 누구도 아닌, 멀찍히 경수의 앞에 서 있는 종인이였다. 여전히 얼굴에 눈물자국이 가득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는 듯 헛기침을 내 뱉는 종인은 좀처럼 경수에게 시선을 주지않는다. 자신의 소매를 끌어와 거친게 얼굴을 닦아 내리는 종인이 들어간 곳은 자신이 치료를 받는 병원이였다. 경수는 화가 났다. 자신을 봐 주지 않아서가 아니였다. 종인이 병원에 온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것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서운한것도 아니였다. 자신에게만 닿을 줄 알았던 저 다정한 눈빛이 다른 이에게도 닿았다. 다른 간호사에게, 내가 아닌 다른 간호사에게도 종인의 다정한 시선이 묻어있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나는 게이였고, 그는 평범한 남자였다. 평범한 남자와 평범한 여자가 서 있는 모습이 잘 어울렸다. 그래서 화가 났다. 그가 평범한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경수는 착각했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다정함이라고.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건 자신에게만 향하는 애정어린 시선일거라 생각했던건 착각이였다. 이용당했다. …비참하다.



"도경수 환자님!! 도경수 환자님!!!!!!!!"



경수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고, 시끄럽게 울리던 휴대폰의 밧데리를 뽑아버렸다. 경수가 병원을 빠져나왔을 땐 숨이 턱 막힐만큼 강한 비가 경수의 몸위로 곤두박질 쳐 졌다.














 





마지막에 울리는 전화는 병원일수도 있고 종인이 일수도 있고. 종인이일수도 있는 이유? 경수가 병원을 나서기전에 종인이와 눈을 마주쳤거든. 아무튼 책임감 없는 나는 또 피해버리갓어요.
또 오늘 하나의 떡밥은 이렇게 망해갑니다;; 내일 펑할 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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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어요ㅠㅠㅠㅠ1 보자마자 2올라오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네요ㅠㅠㅠ3도보러갈게요.....재밌어요 정말 잘보고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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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개미지오깅ㅂ니다 .ㅇ .ㅏ니 오 ㅐ글을 펑하세요ㅠㅠㅠ좋은데ㅠ아 작가님 글은 다 분위기나 뭐라하지 ㅇ뭐하라지 .딘 ㅏ그냥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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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E양이예여'-' 2편은 상큼상큼돋네요 처음부터 경수의 사랑이 은은하게 시작되는♥ 그리고 종인이랑 만나가는 장면이 엄마미소짓게하네여 중반에 복선을 깔아두셨네여 '자신이 말을 꺼낼때마다 단 한번의 시선도 떼지 않고 다정스레 내려다 봐 주는' 이거 보면서 이런 귀요미같으니 귀염둥이짓은 혼자다하는 종인이 같으니라고 생각한 저는 반성해야겠네여 다른 못본들을위해 더이상 스포하지않을께여^^ 하나하나 한구절한구절이 저의 맘을 뒤흔드네여 나중에 다시한번더 읽어봐야겠어요 완결나고 읽으니 더 새롭다는 느낌있자나여 그런거요 지금 마구마구 생겨여♥.♥ 건필하세영'-'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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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표겱입니다방금1편보고왔는데좋네요..,ㅠㅠ제목어감이너무좋아요ㅠㅠ조닌이가그런거면경수와똑같은사고를당한건가ㅠㅜㅠ궁금하네요ㅠㅠ다음편이너무기대되요ㅠㅠ만약사고를당한거라면경수도슬플꺼고무엇보다도조닌이가힘들고슬플텐데ㅠㅠㅠ왜걱정되지어차피내남좌가아니야...ㅋ...ㅋㄱ쿠ㅠㅠㅡ작가님은진짜금손이신것같네요...ㅠㅠ브금도너무좋아요작가님!앞으로도이렇게금글많이므니써쥬떼염ㅠㅜㅜㅠ죄송...ㅋㄲㄱ큐ㅜㅠㅠ핫트하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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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ㅠㅠ완전 재밌어요ㅠㅠㅠ얼른 3편보러가야겠어요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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