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디오] 4시 4분 (4시 3분 외전)

[카이/디오] 4시 4분 (4시 3분 외전)1

[카이/디오] 4시 4분 (4시 3분 외전)
0323 作

´경수는 죽지 않았어요.´라는 말만 무덤덤히 뱉어내던 소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말 말고도 ´경수가 기다리는데….´ 라던가 ´경수한테 연락 안왔어요?´ 라는 말을 뱉어내는 소년이다. 정말 자신이 경수란 소년을 죽였다는 자각을 하지못하는 듯 물어오는, 양쪽 손목을 결박하고 있는 쇠고랑만 내려다보며 중얼중얼 읊조린다. 딱 보기에도 종인이라 불려지는 이 소년은 어렸다.

*

〃경수형.〃
〃…….〃
〃경-수형.〃
〃…….〃
〃경-수야.〃
〃야!! 누가 반말하래!!〃
〃경-수야.〃
〃…왜.〃
〃좋아해 형.〃
〃응, 나도 좋아해 종인아.〃

형이 느끼는 그런 좋아하는 거 말고. 가지고 싶어 경수형, 경수야. 목울대가 울렁이는 종인은 금방 말을 내뱉어오는 경수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 애인 생겼다 종인아?〃
〃…….〃
〃너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 주고 싶었어. 내가 고아라도 괜찮대. 그냥 내가 좋대.〃
〃…….〃
〃종인아?〃
〃…….〃
〃너도 꼭 희주같은 사람 만나.〃

내가 원하는 사람, 도경수. 내 것이여야만하는 도경수. 희주란 여자에게 빼앗긴 ´내´ 도경수.

*

〃경수는 어디있어요?〃

소년의 눈에서는 선의도 악의도 내 비치지 않았다. 그저 사랑인지 욕망인지 모를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을 뿐. 섬뜩한 기분에 자리를 파하려는 형사를 붙잡은건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단조로운 종인의 목소리였다.

〃경수, 죽었어요?〃
〃…….〃
〃그럼 내가 죽인게 맞나봐요.〃
〃…뭐?〃

그토록 원하던 고백이건만 제 심장이 덜컹하는 느낌이였다. 아마 제 마음속 깊이 이 소년을 동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 손에서 경수 냄새가 나요.〃
〃…….〃
〃제가 경수를 죽였어요?〃
〃…….〃
〃제가 경수를 죽였어요.〃

나는 소년의 갑작스런 행동에 움직일 틈도 없었다. 제 탁자위에 조형사의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다며 올려두고 간 참외 두서너개와 과도, 그 날카롭게 푸른 빛을 띤 칼이 아직은 어린 소년의 손에 들려져있었다.

〃제가 경수를 죽였어요.〃

소년은 울고있었다. 말릴 틈도, 저지할 틈도 없이 소년은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순식간에 터지는 피와, 바닥으로 내 쳐지는 소년의 몸. 그런 소년의 얼굴엔 알수없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고, 쓰러진 소년의 고장난 시계는 4시 4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불이 꺼진, 모두가 퇴근하고 없는 경찰청 안에는 나와 소년, 소년과 나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