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는 찾아갈 수 없었다
수 많은 취재진 덕분이기도 했고,나는 가서 나를 누구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당연히 고등학교 선배지 않냐고 묻는다면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택배를 받기전까지는
그 아이의 소식을 들은 다음날 거짓말같이 박수영에게서 택배가 왔다
왠지 뜯는것이 겁이 났다 그것은 단순히 죽은 박수영에게서 온것이기 때문이 아니였다
그냥 무언가 겁이났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다 택배를 뜯었다
안에는 나를 찍은 사진과 붉게 칠해진 그림이,그리고 박수영이 보낸듯한 편지가 있었다
'언니 안녕 갑자기 이런거 받아서 놀랬죠?미안해요...
그렇지만 마지막에 언니 생각이 나서 어쩔 수 없었어요.이해해줘요.이때 기억나요?
내가 언니 꼬셔서 야자 빼먹고 벚꽃 보러간 날. 그때 언니 사진이에요.언니 그때 진짜 이뻤어요,그래서 찍어놓은건데 이제 언니 줄게요.
그리고 그림은....미안해요 이쁘게 그려주고 싶었는데 나 이제 그림 못그려요.아니 못 그리겠더라고요.어릴때 너무 많은 걸 쏟아 부었나봐요.
이젠 그리고 싶어도 그려지지 않아요.저 이제 그림을 그릴 수 없나봐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지루하고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어요.그리고 그때 언니 생각이 났어요.
언니는 사진 계속 찍고 있는거죠?언니는 사진 찍는게 제일 잘 어울려요.포기하지 마요.
갑자기 연락도 없다가 이런 푸념,미안해요.아,그리고 이건 마지막이니까 말하는건데 나 언니 좋아했어요.
아마 좀 많이 지금도.잘지내요.'
"안녕하세요 부원 뽑는다 해서요"
"박수영?"
"아..네,저 여기 들어오고 싶어요"
"어...그래"
"네?"
"사진부 하라고"
"아"
"언니 아침 먹었어요?"
"아니"
"그럴줄 알았어 이거 먹어요"
"이거 너 먹으려고 가져온거 아니야?"
"난 이미 먹었는데?언니 먹으라고 가져온거에요"
"아 땡큐"
"언니 벚꽃 보러가요!"
"야 그런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샤랄라하게 가야돼는거야"
"나 언니 좋아하잖아요"
"내가 널 안좋아하잖아"
"아,가요 네?"
"나 야자해야해"
"언니 공부 안하잖아요,가서 벚꽃 찍어요 우리"
"아 씨...가자"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처음 박수영이 사진부에 들겠다고 찾아온 그날.
사진부 하라는 나의 싱거운 반응에 어수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 하는 박수영이
늘 내 아침을 챙겨주던 박수영이
그리고 그 아이가 말했던 벛꽃 보러 간 그날도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박수영은 날 참 챙겨줬다 나보다 동생임에도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박수영은 나 말곤 친구가 없었다
딱히 왕따라고 하긴 어렵고 굳이 친구를 만들려 하지 않았달까
그래서 한동안은 반 아이들이 내게 박수영에 대해 묻곤했다
그런 박수영이 날 좋아했다니
한참을 생각했다
그 애의 장례식장을 가지 못했다
뉴스에는 이제 그 아이의 마지막을 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한달간을 그 택베에 시달리다 또 그렇게 그 아이를 잊었다
그리고 난 그애의 바람과는 달리 사진은 그저 취미로 박아두고 하루의 삼분의 일을 책상에 앉아 일하는 계약직 사원이 되었다
그렇게 계약직에서 정사원이 된지 두달쯤 되었을까 난 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난 박수영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