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아 나 결혼해"
"응?"
"결혼 한다고"
배주현이 이쁘게 웃었다.
"아...축하해"
"뭐야 친구가 결혼하는데 반응이 왜그래"
"뭐가 진짜 축하해 매일 헤어진다 뭐다 하다가 결국에는 결혼하네"
"응..지금 아니면 결혼 못 할 것 같아서"
"그래"
다음해 봄 내 첫사랑이 결혼했다.
"예진아 엄마 왔다 엄마가 복숭아 사왔는데 복숭아 먹을까?"
"응! 복숭아!"
"야 박수영"
"어 하이"
"너가 왜 얘 엄마야"
"야 예진이 거의 내가 키웠잖아 그러니까 내 딸이지"
"참나….넌 얘가 그렇게 이쁘냐 매일 오게 너도 이제 결혼 좀 해서 네 애 낳아"
"이쁘지 누구 닮았는데.그리고 나 결혼 안해"
"왜? 너 늙어서 혼자 살거야?"
"아니 너랑 살거야"
"뭐래"
배주현은 결혼을 했고,이듬 해 애를 낳았다.
자길 닮아서 아주 이쁜
그리고 십 이년전 배주현은 죽었다.
너는 많이 힘들어 했다.
남편의 외도를 그리고 술에 취하면 상습적으로 부수고 던지고 때리는 그를
나는 그저 너와 예진이를 우리 집으로 숨겨줄 수밖에 없었다.
"수영아 그이한테 연락왔어...미안하대 여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대.나 가봐야할 것 같아."
"너 그말을 또 믿어?저 번에도 그랬잖아"
"이번엔 진짜래"
"뭐가 진짜야 주현아 제발..."
"이번에는 진짜 또 그러면 이혼하고 친정 내려갈거야 약속할게"
"알았어"
"전화할게"
그렇게 웃으며 나간것이 배주현의 마지막이었다.
마지막까지도 배주현은 황홀할 만큼 이뻤다.
"엄마! 나 학교 갔다 올게.학교 다녀와서 맛있는거 해줄게 엄마랑 놀고있어"
"예진아 오늘 끝나고 밥 먹고 가자 나 혼자 밥 먹기 싫어"
"안돼 나오늘 집에 일찍 가야돼"
"아 왜 먹고 가.너 집 가서 할거 없잖아"
"있어"
"뭐뭐"
"오늘 우리 엄마 기일이야"
"응? 저번에도 어머니 기일이지 않았어?"
"응.그날도 엄마 기일"
"뭔 소리야"
"난 엄마가 둘이거든"
'예진! 엄마야.이렇게 엄마가 예진이한테 편지를 쓴 이유는 엄마가 떠나기 전에 딸한테 할말이 있어서야.예진이 엄마 떠나고서도 많이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지내줘서 엄마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어렸을때도 씩씩했으니까 지금도 할수있지 우리딸? 착한 우리딸 엄마가도 많이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잘 살아.우리딸 잘 살거라고 믿어. 엄마가 많이 미안해. 그렇지만 예진아 나는 너희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어쩔수 없었어.미안해.그리고 사랑해 우리딸 나중에 셋이서 행복하게 살자'
'배주현 안녕.너한테 진짜 오랜만에 편지 써본다.너 죽고나서 몇 년 동안은 일기장에 혼자 막 울면서 많이 썼었는데 그것도 예진이 키우다 보니까 못하게 돼더라.그래도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너한테 마지막으로 편지 쓰려고.예진이는 내가 잘 키우고 있어 내가 예진이 엄마잖아.우리 예진이 공부도 잘하고 학교도 좋은데 들어갔다? 조그맣던게 용돈 벌겠다고 알바도 해 완전 착하지.이쁘기는 너 닮아서 엄청 이쁘고.나는 뭐 그냥 저냥 살아.거기서 나 일기쓰는거 봤으면 알겠다.그 때는 진짜 너무 힘들었어.잘해본다고 나가서 너 그러기 있냐.나랑 예진이는 어떡하라고...뭐 여튼 지금은 괜찮아.이쁜 딸도 있고 곧 너도 보러 갈거고.아 맞다 이 말 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너가 내 첫사랑이다?웃기다 그치.내가 너 많이 좋아했는데.사실 지금도 그래 많이 좋아해 주현아 보고싶다.그럼 이따보자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