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정되다▶소란스럽던 일이나 앓던 병 따위가 가라앉아 진정되다.
下편 ▼
해진은 자신의 병실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원류환 조장이 병실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원류환의 병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며, 어떤 상황인 지 모르는 리해진은 답답해 죽을 맛 이였다. 자신의 손가락을 가지고 조바심을 보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와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하였다. 어떻게 해서든 진정을 하려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으나 진정이 되지 않아 한숨을 쉬었다. 눈을 조심히 뜨고 자신의 눈 앞 병실 문 앞에 서있는 자신의 감시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감시자도 자신을 쳐다보고 몇 초간 눈빛을 교환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혹시라도 원류환 조장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지만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정말 혹시라도 원류환 조장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리해랑 조장은 벌써 자신의 곁을 떠낫다. 북한으로는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원류환 조장도 자신의 곁을 떠나게 될까봐 걱정되었다.
똑-, 똑-.
자신이 듣고 싶었던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걸터앉았던 몸을 일으켜 병실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을 감시하던 감시자가 병실 문을 열어 다른 남조선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쳐다보다가 소리를 질렀다. 어서 용건을 말하라고, 그러자 그 사람은 리해진의 멱살을 잡으며 작게 읊었다.
" 닥쳐,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 "
그리곤 해진을 밀치고, 뒤를 돌아 작게 씨발이라고 중얼거리더니 복도 멀리로 사라졌다. 여태까지 자신의 태도를 그저 쳐다 봐주기만 한 감시자완 달리 살기가득한 사람이였다.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그런, 살기를 뿜으며 자신을 노려보았었다. 실감이 났었다. 자신은 지금 적진에 있으며, 언제 죽어도 이상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믿기 싫었지만, 사실이었다. 지금의 자신은 무기도 없으며, 빨리 도망칠 건강한 다리도 없었다.
" 아-, 신경쓰지마. 저 사람이 원래 좀 그런사람이라 "
" 그 쪽이야 말로 신경쓰지마시죠 "
쩝…, 소리를 내며 자신의 볼을 긁는 감시자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것보다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물어보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내온다.
" 일단, 원류환한테 갈까? "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에 자신을 부르는 원류환 조장의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가 침대 옆에 섰다. 원류환 조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흐릿해지는 시야에 손을 들어올려 눈을 가렸다. 자신의 다른 한 손을 잡아오는 원류환 조장의 손에 깜짝놀라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워 원류환 조장을 쳐다보았다.
" 살아있어서 다행이네, 리해진 조장 동무…. "
" 원류환 조장…. "
그리고 말이 없었다. 리해랑 조장 이야기를 꺼내려 했으나, 원류환 조장의 눈빛에 꺼낼 수가 없었다. 이미 들었겠지, 말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시선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기분이였다. 물론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 리해랑이라는 세 글자를 입에 담기가 힘들었다. 흐윽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썻지만 계속 흘러나오는 울음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원류환 조장이 앉으라는 제스쳐를 하자 침대에 걸터앉았다. 흘러나오는 울음을 멈추려 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소리를 죽이며 울자 자신의 머리위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리곤 부드럽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짓에 울음소리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병실 가득히 메우던 울음소리가 그쳤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소리를 죽이지 않고 울어본 적이 있었나, 또 이렇게 울어본 것은 얼마만인가, 원류환 조장 앞에서 울다니. 갑자기 부끄러움이 저 아래서부터 올라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으으… 작게 앓는 소리를 내자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의 감촉이 사라졌다. 얼굴을 가렸던 두 손을 천천히 내려 원류환 조장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몇 초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원류환 조장의 눈 주변과 코끝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같이 울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오기전부터 울고 있었는데, 자신이 발견을 못 한 것일까. 도르륵거리며 남아있던 눈물방울이 리해진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원류환은 미소를 지었고, 리해진은 자신의 볼에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아내며 살짝 웃었다.
***
몇 년이 지났다. 남한 사람들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온 지 얼마나 지났는 지. 그 동안 살면서 하루 하루 날짜를 세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몇 년을 살면 제대로 된 자유를 준다고 하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았다. 원류환형과 자신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았다. 그러나….
" 그 동안 원류환은 협조적이였고, 너는 협조적이지 못 해서 어쩔 수 없어 "
" 그런게 어딨어요, 형! "
인상을 팍 구겼다. 몇 년동안 감시를 받으며 살아와도 쓴소리 안 하고, 나름대로 협조적으로 행동하였는데도 자신은 안 되고, 원류환은 된다니. 이제와서 둘을 떨어뜨려놓으려 하다니. 자신을 병원에 있을 때부터 감시하던, 감시자. 김 현에게 따지고 있는 해진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 저도 류환형이랑 같이 나갈꺼야…! "
" 존댓말이랑 반말 섞였다. 그리고 안 돼 "
" 왜…! 왜요! 원류환 형은 이 곳을 나가도 되고, 나는 왜…!! "
" 지금 이렇게 좋은 시설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니까, 왜 자꾸 원하는게 늘어나. 이 녀석. 형 능력 없는 거 알면서 일부로 그러는거야? "
능력 없다는 말에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뒤돌았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원류환이 웃으며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어. 뚱한 표정으로 류환형을 쳐다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 곳을 떠나도 좋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가겠다고 대답을 한 원류환도 미웠다. 그렇기에 나 화났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살짝 쳤다. 약간 당황했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손을 거두는 모습을 뚱한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현이 하하, 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류환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뒷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곤 계속 뚱해 있는 표정의 해진을 지나쳐 현에게 다가가 말을 주고 받았다.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 잘가요. 그 동안 고생했어요 "
" 아뇨, 고생은 현씨가 많이 하셨죠. "
" 저도 고생은 안 했는 걸요 "
듣기 좋은 대화소리가 끝나고, 서로 인사를 하고 원류환은 뒤를 돌아 해진을 지나쳤다. 해진은 당황했다. 자신에게 인사도 안 하고 가는 것인가? 손을 잡아볼려고 했으나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진짜, 이렇게 인사도 없이 떠나려는 걸까. 시야가 흐릿해졌다. 몇 년 전 병원에서 울고, 다시는 울 일이 없을 줄 알았으나, 오늘날 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가지마. 형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 하고, 마음속에 맴돌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곧 자신의 눈 앞에 신발이 나타났다. 무언가 싶어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니 간 줄 알았던 원류환이 자신의 바로 코 앞에 있었다.
" 원류환 "
이 곳에서 살면서 서로의 호칭이 바뀐 지 오래였다. 하지만, 해진은 아직까지 원류환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을 원류환이라고 부르는 해진을 살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번에는 쳐내지 않고 그 손길의 감촉을 느꼇다.
" 너도 곧 나올 수 있을거야 "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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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많이 이상한 것 같지만 끝입니다!!!!!!!!!!!!!!!!!!!!!!!!! 는 번외편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류환과 리해진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써내린 글인데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 제 하트 받으세요♥♥♥♥♥♥♥♥♥♥♥♥♥♥♥♥♥♥♥♥♥♥♥♥♥♥♥♥♥♥♥♥♥♥♥♥♥♥♥♥♥♥♥♥♥♥♥♥♥♥♥♥♥♥♥♥♥♥♥♥♥♥♥♥♥♥♥♥♥♥♥ 제가 처음에 리해진 시점으로 글을 써야했는데 시점도 이상하게 써서 글 읽는데 많이 불편하실 것 같아요.. 제가 쓰고 나서 왜 이딴 시점으로 했지 :0... 했으니까요 그리고 혹시 암호닉 신청하시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 있다면 받겠습니다! 그리고 번외편은 되도록이면 쓸 생각입니다. 제가 쓰고 싶은 장면을 上中下편에 못 담아서 하핳ㅎ헤헿ㅎ헤헤ㅔㅎㅎ헿헤헤헤ㅔ케헤헤ㅔㅎㅋㅋ헤헤 처음에는 살아있는 장면을 그리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썻더니 오직 살아있다는 장면만을 쓸 수 있었네요.. 번외편에서는.. (생략)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제가 연재하고 있는 <Queer Cinema> : 퀴어영화를 찍다 많이 사랑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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