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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 IN LOVE
나는 너에게, 한없이 나쁘기만한 사람이었음을.
나쁜 사람
written by. 공화국
나쁜 사람(Bad Boy) 여섯번째 이야기
“ … 어! 박찬열! ”
짐짓 화난 표정을 하고 경수를 향해 돌진해오던 백현이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멈칫 자리에 멈춰섰다. 맞나 아닌가? 조금은 긴가민가한 듯한 표정으로 요리조리 얼굴을 살피던 백현은 확신이 들었는지 그렇게 소리쳤다. 어! 박찬열!하고. 경수의 다리 상태 체크에 여념이 없던 찬열이 반갑게 소리치는 목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백현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게 누구야! 변백현?
한치의 고민없이 찬열의 앞에 선 백현은 찬열의 몸을 퍽퍽 쳐대기 시작했다. 이 새끼! 연락 하기로 해놓고 깜깜 무소식이더니 병원에서 가운입고 의사 일 하고 계셨어? 이야, 폼 좀 나는데.
경수의 눈이 찬열에게 향했다. 백현이한테 의사 친구도 있었다니. 굉장히 의외다. 경수는 신기한 광경이라도 보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두 사람을 구경하기에 바빠보였다.
“ 미안해. 나도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엄청 바빴어. 그래도 친구라는게 뭐 … 윽! ”
“ 입만 살아서는. ”
“ 미안해 똥강아지. 이제는 연락하지 말라고 그래도 꼬박꼬박 연락할 … 억! ”
“ 이제 네 똥강아지 아니거든. ”
서슴치 않고 명치에 주먹을 날리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또 다른 백현을 모습을 알게되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예전의 백현은 시끌시끌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이긴 했으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부터는 사람이 좀 달라졌다. 생각도, 행동도 모두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길래 어느순간부터 저런 꾸러기 같은 면들은 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근데 그건 또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랑 있을 때는 저런 모습을 딱히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근데 네가 왜 경수랑 같이 있어? ”
“ … 변백현 네 친구야? ”
“ 응, 같이 있길래 무슨 상황인가 했지. ”
찬열과 경수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던 백현이 벽을 지탱하고 서 있던 경수를 그제서야 발견했다. 너 왜 그러고 서 ㅇ … 백현의 시선이 그제서야 경수의 다리로 향했다. 오른쪽 다리에 깁스가 채워져 있었다.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됐는지 백현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 뭐야 도경수, 너 다리 다쳤었어?! ”
경수가 다리를 다쳤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백현은 금방이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듯한 모양새를 취해보이며 깜짝 놀랐음을 여실히 어필했다. 찬열이 그런 백현의 팔을 붙들었다. 뭐하세요 똥강아지. 찬열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않던 백현은 찬열의 가운에 적혀있는 글자를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갔다.
정형외과 전문의 박찬열.
어이쿠, 박찬열이 정형외과 전문의였어? 백현이 열이 올라오는 이마를 짚었다.
“ 아, 일단 다 제쳐두고. 경수 다리, 많이 심각해? ”
백현이 경수의 다리에 딱 달라붙어선 찬열을 올려다봤다. 찬열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 그럼 어떤 상탠데? ”
“ 인대가 조금 늘어났어. 근데 그렇게 심각한 상태도 아니라서 쉬면서 물리치료만 잘 받으면 금방 나을거야. 좀 귀찮더라도 이번 주는 꼬박꼬박 다 병원 들려야할 것 같고, 다음 주부턴 일주일에 세번 정도만 들려서 치료 받아도 무관해. ”
“ 금방 나을거라면서 왜 깁스까지 해뒀어? 저게 얼마나 불편한데. ”
“ 똥강아지 또 흥분했다, 워워. 하나 정정해두겠는데 깁스가 아니고 반깁스. 그래도 인대가 늘어난 거라서 아무 조치도 안 취한 상태로 밖에 나가면 분명히 힘든 감이 있을거야. 아프기도 엄청 아플거고. 반깁스 해두면 지탱이 가능하니까 안하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덜 아파. 그리고 깁스랑 다르게 불편하면 빼고 있다가 외출할 때만 하고 나가도 돼. 네 생각처럼 그렇게 불편하고 귀찮은 게 아니란 소리야. 혹시나 싶어서 본인 의사도 물었었어. 그쵸? ”
“ … 아, 응. 그랬어 백현아. ”
찬열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됐지, 이제 좀 믿을만 해? 그에 백현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라 좀 신용하기 어렵긴 하지만 … 의사가 그렇다는데 뭐.
“ 야 잠시만. 그럼 일주일 동안 꼬박꼬박 니네 병원을 왔다갔다 해야한단 소리야? ”
“ 그렇지. ”
“ 야, 니네 병원에서 우리 집까지 자가용 타도 20분이 넘게 걸려. 귀찮게. ”
“ 정 귀찮으면 일주일 정도 입원해도 상관없고. 널린게 병실인데 뭐. ”
찬열의 말에 백현이 경수를 쳐다봤다. 경수 넌 어때? 입원하는 게 정 싫으면 집에 가도 상관없어.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버스 타고 다니기 귀찮잖아, 그냥 병원에서 쉬면서 있지 뭐. ”
“ 그래? 그럼 그래도 되고. 심심하면 박찬열 불러서 이야기하고 놀아. 쟤가 저래봬도 고등학교 때 별명이 열이 상담소였어. 남 고민 상담 엄청 잘했거든 쟤가. ”
“ 언제적 이야기를 들먹이고 그러냐. ”
“ 난 네가 처음 의사 일 한다고 그러길래 당연히 정신과 갈 줄 알았어, 남 이야기 들어주고 치료해주는. 너랑 그나마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
“ 정신과는 좀 아니야. 차라리 마음 다치는 것 보다 팔 다리 다치는 게 훨씬 나아. 마음 고치는 건 몸 고치는 것보다 배로 오래 걸려. ”
경수는 무엇에 홀린 사람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 맞는 말이었다.
“ 그럼 바로 입원 수속 밟아줄게. 그럼 됐지? ”
“ 그래, 그럼. 아, 오늘부터 우리 경수랑 같이 못 자네. 그건 좀 슬퍼. ”
“ 우는 시늉 하지마 똥강아지. 꼴사나워. ”
“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요! ”
백현의 매운 손이 찬열의 뒷통수를 후려갈긴다. 아, 저건 좀 아프겠다 …… 쓰린 기운이 몰려오는 찬열의 뒷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경수가 이내 제 팔을 제 어깨에 걸치는 백현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걷기 힘들지, 부축해줄게.
어린 애를 보는 것 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쓰고 있는 백현이 찬열은 신기했다. 변백현이 그렇게 남 챙기기에 요란을 떠는 녀석이었나. 딱히 그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 제 기억 속 백현은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의 변백현이라 함은 앞장서서 선생님, 친구들 할 것 없이 제 넘치는 장난기를 시험하곤 했던 진중하지 못했던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풍겨오는 모습부터가 예전과 달랐다. 경수를 대하는 백현을 볼때마다 조심스레 대하고 있는 게 온 몸으로 느껴졌다. 당사자는 느끼고 있을 지 모르겠다. 저렇게 애를 닳아하며 저를 챙기고 있는지를.
백현은 찬열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입원 수속을 함께 밟았다. 4인실 하나 비었어요 박 선생님. 간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찬열은 제 앞을 가로막아서는 백현을 보며 뒤로 멈칫 물러섰다. 죄송한데 남이랑 같이 쓰는 병실은 안될 것 같아요. 1인실, 무조건 1인실로 해주세요. 백현의 말에 찬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1인실 엄청 비싸 변백현. 찬열의 말에도 백현은 아랑곳 않았다. 괜찮으니까 1인실로 부탁드릴게요. 네네, 감사합니다.
결국은 경수는 호화로운 1인실에 묵게 됐다. 아니, 왜 꼭 1인실이어야 해. 찬열은 쓸데없는데에 돈을 쓰려는 백현이 이해되질 않았다. 4인실이 뭐 어때서. 경수를 침대에 눕히고 연락하라는 말까지 꼼꼼히 남긴 후 병실을 나오는 백현을 찬열이 붙잡았다. 왜? 백현의 강아지를 닮은 축 처진 눈이 찬열을 향했다.
“ 왜 꼭 1인실이야. 병원비 부담 장난아닐 거라니까. ”
“ 알아 임마. 병원비 엄청 나올 거 각오하고 경수 입원시킨다고 한거야. ”
“ 왜 굳이 1인실이어야 하는데? 너 돈 엄청 버는가보다? ”
“ 엄청은 무슨. 한달에 많아야 삼 사백 벌어. ”
“ 나름 잘 버네 뭐. ”
“ 의사 일 하는 놈이 그런 말 하니까 좀 기분 나쁜데. ”
백현의 말에 찬열이 웃었다. 기분까지 나쁘냐.
“ 하여튼 … 경수는 다른 사람이랑 같은 병실 쓰면 안돼. ”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왜.
“ 경수한테는 비밀로 해. 내가 이야기 한 것에 대해 안다는 것도, 이야기 했다는 사실도. ”
백현의 표정은 어쩐지 비장해보였다. 찬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밀 지켜주는 게 뭐 어렵다고.
“ 사실은. ”
“ 응. ”
“ 경수가 새벽마다 악몽을 꿔. ”
“ 어? ”
“ 경수한테 이번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어. 아니 좀이 아니고 많이 나쁜 일. ”
“ 그래? ”
“ 응. 경수가 그 일 때문에 새벽마다 나쁜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상태가 영 별로야. 그 꿈을 꾸고 나면 한동안 잠을 못자는 것 같더라고. 가끔은 소리내서 울기도 하고 … 하여튼 나도 경수 때문에 매일 깰 지경인데 다른 사람이라고 짜증이 안 나겠어. 나는 친구니까 그렇다쳐도. ”
“ 아 … ”
“ 어쩔 수 없지 뭐. ”
어쩐지,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고등학교 학창 시절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다. 어른이 되어있는 것 같았다.
“ 경수한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 그리고 … 많이 외로워하니까 시간 날 때마다 병실 좀 들려서 말 좀 걸어주고 그래줘. 시간 상 내가 병원 들릴 수 있는 건 저녁 타임 밖에 안되거든. 나도 내 일을 해야하니까 … ”
“ 우리 똥강아지 부탁이니까 뭐. ”
“ 아까부터 똥강아지 똥강아지. 엄청 듣기 거슬리거든? ”
“ 고등학교 땐 나름 마음에 들어했었잖아. ”
“ 그건 그래. ”
찬열이 백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슥슥, 스다듬었다. 어른 다됐네, 우리 똥강아지.
![[EXO/카디] 나쁜 사람 (Bad Boy) :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4050/48485a241bb590f8cbbca351ff669fbc.jpg)
“ 다리는 좀 어때요? 오 선생님이 잘 해줘요? ”
진료 차트를 들고 의자에 앉아 물어오는 찬열이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 선생님 굉장히 친절하고 좋으신 분 같아요. 말갛게 미소를 지으며 웃는 경수에 찬열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백현이가 많이 걱정했는데, 익숙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백현의 부탁이 마음에 걸려 찬열은 가장 저와 친하면서도 연락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세훈에게 경수를 부탁했다. 담당 환자가 가득 밀려 바쁜 와중에도 세훈은 흔쾌히 찬열의 부탁을 들어줬다. 네가 나한테 웬일로 부탁이라는 걸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렇게 하지 뭐.
사흘 전부터 경수는 재활과 담당의 세훈과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저는 이렇게 자질구레한 치료 담당은 아니라며 입을 삐죽이는 세훈을 보면서 경수는 장난스레 눈을 흘기곤 했었다. 정 마음에 안 드시면 정형외과 박 선생님 불러주셔도 되는데. 경수의 말이 툭 떨어지면 세훈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걔가 안 그래 보여도 제 환자 챙기는 건 엄청 끔찍하단 말예요. 오늘 한 말들은 잊어요. 물리치료 담당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니까─ … 큼큼, 하여튼 박찬열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돼요. 리셋 리셋. 장난스러운 세훈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꼭 마음이 붕 뜨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미도 있고.
백현의 친구라던 찬열도 생각보다 참 좋은 사람이었다. 열이 상담소라고 그랬나, 고등학교 때 별명이었다던 그 별명이 헛으로 나온 건 아닌 모양인지 찬열은 경수의 고민거리를 생각보다 더 잘 경청해주고 잘 충고해주곤 했다. 한없이 다정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 마음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
“ 네? ”
“ 그냥 … 신경이 쓰여서요. ”
새벽마다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깬다는 백현의 말이 찬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건 정말 찰나였다. 새벽에는 퇴근을 하고 없으니 경수의 상태를 알 도리가 없었다.
찬열은 머릿속으로 지금 하고 싶던 말을 조심스레 정리했다. 생각없이 내뱉은 말에 경수가 다치는 건 바라지 않았다.
“ 잠은, 잘 자고 있구요? ”
“ … 네? ”
“ 그냥, 걱정이 되서요. ”
“ … 잘자고 있어요. ”
찬열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거짓말을 못하는구나.
“ 오늘은 저한테 이야기해줄 거 없어요? 기대하면서 왔는데. ”
“ 어 … 음 … ”
“ 어제까진 백현이 이야기만 줄창 했었잖아요. 똥강아지 이야기는 들을만큼 들었으니까 이젠 경수씨 이야기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
“ 백현이 이야기만 했던 건 아닌데. ”
“ 그래도, 경수씨 이야기보다 백현이 이야기를 더 많이하긴 했잖아요. ”
“ 가장 궁금하던 게 백현이 이야기 아니었어요? ”
“ 아뇨, 저는 경수씨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 ”
“ 네? ”
“ 백현이 이야기야 백현이한테 직접 들으면 되는거고. ”
“ … 아. ”
“ 사실은, 고민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
백현이가 이야기 한건가 … 경수의 눈이 차가운 병원 대리석 바닥으로 향했다.
“ 사실, 백현이가 얘기했듯이 저도 정신과랑 잘 맞는 것 같지 않나 싶어서 공부도 하긴 했었어요. 인턴 생활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고 다니까 넌더리가 나서 금방 외과로 지원하긴 했지만요. ”
“ 외과가 더 힘든 거 아녜요? 잘 시간도 없고 … ”
“ 말했잖아요, 육체적인 고통보단 심리적인 고통이 더 큰 법이라고. 그리고 외과 일도 나름 할만해요. 고맙다고 인사하는 환자들 보면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
찬열이 백현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십분 공감하고 이해했던 그 말.
“ 그래서 경수씨 고민은 뭔데요? ”
“ …… ”
“ 고등학교 이후로 오랜만에 개업하네요, 열이 상담소. ”
찬열이 능글맞게 웃었다.
“ 얘기해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안히 이야기 해줘요. ”
“ …… ”
“ 경수씨, 누군가에게 툭 터놓고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느낀 적. 단 한번도 없어요? ”
아뇨, 속 시원하게 한번 …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경수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 … 다 들어줄게요, 이야기 해 볼래요? ”
눈이 아플 정도로 다정한 찬열의 목소리에 경수는 꼭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애꿎은 병원복 소매만 끊임없이 매만지던 경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 … 그러니까 … 정확히 팔년 전이었어요. ”
종인이, 백현이와 … 처음 만나게 되었던 것이.
경수의 표정이 한결 편안하게 감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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