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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 설중화

 

 

 

 

 

 

 

 

 

 

 

나는 너에게, 한없이 나쁘기만한 사람이었음을.

나쁜 사람

 

written by. 공화국

 

 

 

 

 

 

 

 

 

나쁜 사람(Bad Boy) 다섯번째 이야기

 

 

 

 

 

 

 

 

 

 

 

 

 

 

 

 

 

 

 

 

 

 

 

백현은 부단히 노력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경수가 힘을 내길 바랬다. 집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싫어서 혼자사는 집에 경수를 들인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짐을 다 챙겨서는 백현의 집 앞에 서 있던 경수는 힘없이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백현이 현관을 열고 나온지도 모른 채, 어깨를 떨며 울고 있었다.

도경수는 약한 놈이 아니었다.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건 김종인이었다. 너 하나만 보고 끝까지 버텨왔던 경수를 방치하고 방관하다 결국 헌신짝 버리듯 버린 건 다름 아닌 김종인 너였다. 난 네가 천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게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라고 했잖아. 행복할거라고? 끝까지 사랑할거라고?

 

 

넌 왜 그런 지키지도 못할 말을 했어 망할 새끼야. 결국 망가지는 건 네가 아니라 도경수였잖아.

 

 

 

 

 

 

“ 나, 일이라도 해볼까 싶어. ”
“ …… ”
“ … 뭘 그렇게 보고 그래. ”
“ …… ”
“ 나 정말, 괜찮다니까. ”

 

 

 

 

 

 

김종인.

넌 행복해? 도경수가 아닌 다른 여자 곁에서, 정말 행복해? 그게 네가 진정으로 바랬던 일이야?

 

 

 

 

 

 

“ 너한테 손 벌리기만 하는 건, 나도 딱히 달갑지 않고. ”
“ …… ”
“ 고민 좀 해보려고. ”
“ …… ”
“ 나한테 무슨 일이 어울릴 것 같아? ”

 

 

 

 

 

 

백현의 손이 순간 경수의 동그란 머리에 닿았다. 응? 경수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백현을 쳐다봤다. 정말 노력하고 있네 경수야. 너도 너 나름대로 … 모든 걸 끝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던거구나.

근데 경수야. 난 너무 널 잘 알아서 탈이야.

 

 

 

 

 

 

“ 한번쯤 기대는 것도 괜찮아 경수야. ”
“ …… ”
“ … 넌 너무 강한 척을 해서 못 쓰겠어. ”
“ …… ”
“ … 김종인. 못 잊겠지? ”
“ …… ”
“ … 다른 년 옆에 있는 김종인이라도, 너무 좋아서 못 잊겠지? ”
“ …… ”
“ 함께했던 그 팔년간의 기억들이 괴롭히지? ”

 

 

 

 

 

 

경수야.

너와 김종인의 8년이란 긴 사이에, 나도 함께했음을 기억해줄래?

 

 

 

 

 

 

“ 괜찮아. ”
“ …… ”
“ … 내가 안아줄게. ”

 

 

 

 

 

 

난 늘 네 뒤에서 널 응원했었어 경수야.

어린 아이처럼 제 품에 안겨오는 경수의 등을 백현이 조용히 쓸어내렸다.

 

 

 

 

 

 

“ … 백현아. ”
“ 응. ”
“ … 백현아 … ”

 

 

 

 

 

 

울음 소리 사이로 뭉개지는 발음을 다시 곱씹고 곱씹어보던 경수는 이내 와앙,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울어버리고 말았다.

 

 

 

 

 

 

“ 모든 것이 끝나버렸으면 좋겠어 … ”
“ …… ”
“ …… 도경수도 …… 김종인도 …… ”
“ …… ”
“ … 눈 감았다 뜨면, ”
“ …… ”
“ …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 ”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기를.

그리고 네 기억 속 자리잡은 아주 나쁜 사람까지도, 흔적도 없이 그렇게 사라지기를.

 

 

 

 

 

 

 

 

 

 

 

 

 

 

[EXO/카디] 나쁜 사람 (Bad Boy) : 05 | 인스티즈

 

 

 

 

 

 

 

 

 

 

 

 

 

 

 

악몽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밤마다 날 찾아온 종인이는 나에게 속삭였다.

경수야, 나 약혼해.


네가 나에게 했던 그 말이 비수처럼 내다 꽂히긴 했던 모양이다. 꿈마다 말끔히 수트 차림으로 내 앞에 선 너는 나를 보며 얘기했다. 경수야, 나 약혼해.

얼굴과 온 몸이 땀과 눈물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될 때까지도 잠에 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지새워야만 했다. 벌써 일주일 째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경수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옆에서 자고있는 백현의 얼굴을 확인했다. 잘 자고 있는 거 맞나? 손바닥으로 백현의 눈 앞을 두어번 휘젓던 경수는 백현이 깊은 꿈에 빠져있음을 확실히 하고서야 이내 안심이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다음 날이 올 때마다 경수는 달력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나. 12월 달의 달력을 넘긴 경수가 1일 자에 빨간 색연필로 크게 동그라미쳤다.

 

 

 

 

 

 

“ …… ”

 

 

 

 

 

 

시간이 가고 있다. 네가 없는 내 세상 속 시간이, 또 어느 순간 흘러가고 있었다.

 

 

 

 

 

 

“ …… ”

 

 

 

 

 

 

너를 잊고 단념한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묻혀산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차근차근 네 얼굴을 기억에서 없애고 있는 중이었다. 보지 않아도 그려졌던 네 얼굴이, 어느순간 흐려지고 있음을 나는 직감했다.

지만 얼굴이 잊혀진다고 해서 너에 대한 내 마음이 수그러드는 건 또 아니었다.

 

 

 

 

 

 

“ …… 백현이가 그랬어. ”

 

 

 

 

 

 

언젠가 널 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과거 아무일도 없던 사람들처럼, 손을 맞잡고 잘 지냈었냐고 물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때가 되면, 백현이도 널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 … 하지만 종인아. ”

 

 

 

 

 

 

난 못할거야. 죽어도 그런 날은 … 찾아오지 않을거야.

힘없이 떨어진 손에서 떨어진 색연필이 바닥을 통통 굴러가고 있었다.

 

 

 

 

 

 

 

 

 

 

 

 

 

[EXO/카디] 나쁜 사람 (Bad Boy) : 05 | 인스티즈

 

 

 

 

 

 

 

 

 

 

 

 

 

 

“ 찾아오지말라고 이야기 했을 … ”
“ 오랜만이네. ”

 

 

 

 

 

 

 

문을 연 종인의 얼굴이 보기좋게 굳어졌다. 백현의 눈이 감흥없이 종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훑어내려갔다. 잘 지냈나보다 너. 누구랑은 다르게, 엄청 좋아보이네. 백현의 눈이 날카롭게 종인에게 박혀들었다.

 

 

 

 

 

 

“ …… 한동안 연락 하나 없더니, 다짜고짜 웬일이야. ”
“ 약혼한다며. ”

 

 

 

 

 

 

애초부터 종인의 말에는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경수는 집을 나서는 백현을 보며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툭 치면 넘어질 것 처럼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서 저를 배웅하는 경수를 보며 백현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었다. 입을 꾹 다문 채 물끄러미 제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백현에 머쓱한 듯 얼굴을 매만지던 경수는 이내 짝, 하고 박수를 쳤다.

깜빡하고 잊고있던 말이었다. 혹여나 종인에게 실수라도 할까 싶었는지 경수는 끝까지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 다른 말은 하지말고 그것만, 그것만 가지고 와. 절대 나에 대해선 더이상 언급하지 마, 그것만 가지고 와야 해. 알았지.

백현은 끝까지 경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집에서 잘 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현관을 열어젖히는 백현이 걱정되었는지 경수는 끝까지 쫓아왔다. 백현아 안전운전 해야해.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와. 지극히 일상적인 말을 건넸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답답하고 불편한지 모르겠다. 경수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어깨 너머로 바라본 백현은 가슴 속에 응어리처럼 뭉쳐있던 숨들을 토해냈다.

경수가 두고 온 것. 혹여나 종인에게 나쁜 말이라도 들을까 싶어서 바락바락 우겨 혼자온 집이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었을 때부터 올라왔던 구역질이 현관문 앞에 서는 순간 더욱 심해졌다. 속에서 깊은 무언가가 자꾸만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나쁜 새끼. 백현은 앙다물린 입술을 깨물었다.

주먹으로 얼굴이라도 한대 칠까. 그러나 꾹꾹 눌러담은 화는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았다.

 

 

 

 

 

 

“ 그래, 나 약혼해. ”
“ 잔인한 새끼. ”
“ …… ”
“ 싫었으면 그냥 헤어지자고 하지 그랬어. 그렇게만 해줬어도 도경수가 지금 이모양 이꼴은 안 났을 거 아냐. 안 그래도 너 때문에 힘들어하는 애한테 네 약혼 소식을 꼭 알렸어야만 했니? 네가 뭐라고 사람 마음을 그렇게 무시해. 니가 뭔데. 김종인, 네가 뭔데 남의 감정을 그렇게 하찮게 짓밟냐고. ”
“ 여기까지와서 한다는 말이, 그런 것 뿐이야? ”
“ 할 말 다하고 가려고 왔다 이 씹새끼야.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언제는 백년만년 지켜주겠다는 듯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더니 시간이 지나고 물리니까 헌신짝 버리듯 버려버리지. 내가 뭐라고 그랬어, 애초에 서로 상처줄 감정이면 시작부터 말아야 하는 거라고 얘기하고 또 얘기했었지. 근데 그때 너 뭐랬어. 그때, 너 뭐라고 그랬냐고 이 씨발 새끼야!! ”
“ … 변백현. 소리 줄여. 여기 나만 사는 거 아니야. ”
“ 닥쳐 이 나쁜 새끼야. 너는 나한테 주먹으로 안 맞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해. ”
“ …… 변백현. ”
“ 너 때문에 도경수가 새벽마다 무슨 짓을 하는 줄이나 알아? 자면서 네 이름을 막 불러제끼다가 울면서 벌떡 일어나. 그 뒤부터는 잠도 못자고 꼬박 밤을 새. 내가 매일마다 그 꼴을 보고 있어. 네 이름만 애타게 불러제끼는 도경수를 매일 본다고, 매일. 매일!!! ”

 

 

 

 

 

 

경수야, 나는 안다. 네가 악몽을 꾸고 일어나자마자 내가 깼는지 깨지 않았는지를 확인한다는 걸. 네 손바닥이 꾹 감겨있던 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갈 때의 그 기분을 너는 알까.

 

 

 

 

 

 

“ … 경수가 매일 울어. 차라리 그냥 죽이지 그랬냐고, 왜 죽지도 못하게 만들었냐고 널 원망하면서 울어. 그리고 네가 그리워서 울어. 숨을 죽여서 꺽꺽 울어. ”
“ …… ”
“ 너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가본데. 지금 네 곁에 있는 그 여자랑,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
“ …… ”
“ … 택도 없는 소리마, 너한테는 영원이라는 건 없어 개같은 새끼야. ”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안에 있던 누군가가 달려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종인씨, 무슨 일이에요? 여자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백현의 눈이 종인의 어깨 너머로 향했다.

 

 

 

 

 

 

“ … 누구에요? 엄청 시끄럽던데 … 혹시 싸우는건 아니죠? ”
“ 아 … 네 약혼녀인가보네 김종인. ”
“ … 혹시 친구? ”
“ 아냐 아무것도 아니니까 들어가있어요. 내가 조금 있다가─ ”
“ 참 다정하네. 김종인. ”
“ …… ”
“ … 너 참 다정하다 씨발 새끼야. ”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백현이 종인의 몸을 세차게 걷어냈다. 종인의 등 뒤에 서 있던 여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하, 네가 그 잘난 김종인 약혼녀 되는 년이구나. 현관에 멀뚱히 서 있던 여자가 어색하게 웃었다. 저 …… 종인씨 친구세요? 아직까지도 상황 파악이 안된듯 천진하게 묻고있는 얼굴을 보니 더 얼척이 없었다.

 

 

 

 

 

 

“ 김종인이 너한테 잘해줘? ”
“ …… ㄴ, 네? ”
“ 잘해주냐고 물었잖아 씨발. ”

 

 

 

 

 

확실히 백현은 화가 나 있는 상황이긴 했다. 경수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이 같잖은 기한 따위를 제시하며 나가라고 할때는 언제고, 이젠 일주일에 한 두번 들어갈까 말까했던 집에 제 약혼녀까지 들이면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화딱지가 나서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여자의 뺨이라도 세차게 내려쳐주고 싶었지만 그건 경수의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일일 것 같아 그만 뒀다.

 

 

 

 

 

 

“ … 네에 … 자, 잘해줘요 엄청요 … ”
“ 하, 같잖네 진짜. ”
“ …… ”
“ 김종인이 너한테 쏟아붓는 그 마음이, 네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 ”
“ …… ”
“ 이 와중에도 네 새끼 걱정만 하고 있을텐데. ”
“ …… ”
“ … 난 네가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어 나쁜 새끼야. ”

 

 

 

 

 

 

백현이 여자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거리던 한나는 급히 종인에게로 향했다. 괜찮아요?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한나의 물음에 종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무언가를 든 백현이 집을 나왔다. 종인의 눈높이를 향해 앉아있던 한나의 시선이 백현에게로 향했다.

 

 

 

 

 

 

“ 더이상 너랑 마주칠 일 없었으면 좋겠어. ”
“ …… ”
“ … 그리고, 네 그 빌어먹을 약혼식엔 절대 갈 일 없을거다. ”

 

 

 

 

 

 

후욱후욱, 백현이 숨을 가다듬었다.

 

 

 

 

 

 

“ 너희 둘이 얼마나 잘먹고 잘사는지 내가 볼거야. ”
“ …… ”
“ … 경수 엿먹이고 니네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 지 지켜볼거라고. ”
“ …… ”
“ 경고하는데. ”
“ …… ”
“ 너, 그렇게 살지마 김종인. ”

 

 

 

 

 

 

너 정말 …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나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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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후ㅜㅜㅜ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종인이가 나빴어... 떼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혹시 암호닉 받으시나요 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 이런 퇴폐미는 사랑입니다...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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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백현이 정말 사이다!!!진짜잘보구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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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와 이게뭐야ㅠㅠㅠㅠ 다음퍈도 기대할게여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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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백현이 완전 속 시원하다..! 짜란다 짜란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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