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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힘든말만 하는 이성열을 뒤로하고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다 휴대폰을 꺼내 유라씨에게 모닝문자를 보내는데 오글거려 지우고 지우다 결국 쓴말이라곤 [오늘도 좋은하루보내!] . 아 이걸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전송버튼을 누르긴했는데 혹여나 성의없어보이진 않을까 걱정이었다.어제 전화도 대충 끊었는데.
지이잉-
보낸지 1분도 안된것같은데 어느새 유라씨에게 답장이 왔다. [응!회사가는 길이야?] 오늘도 역시나 대화는 유라씨가 주도한다. …그냥 전화 한번 걸어볼까. 갑자기 드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사귀는 사인데 통화쯤이야 언제든 할수있는거…아니야?
[여보세요?]
“어…안녕?”
[우와 깜짝이야.나 깜짝놀랬어.먼저 전화를 다하고.]
막상 받으니 당황한 내가 바보같이 인사를 건네는데,살짝 웃더니 먼저 전화건건 처음인것같다며 놀란목소리로 말하는 유라씨. 그러고보니 맨날 네가 먼저 연락하고 그랬네. 또 미안해지고 그러네.
“…앞으로 아침마다 맨날 전화할게.”
[정말?]
“응.진짜.”
생각보다 귀찮을텐데? 말은 그렇게해도 기분이 좋은듯 활기차게 말하는 유라씨…유라덕에 나까지 좋아지는 기분이였다. 이성열 말때문에 잠깐 기분 안좋았었는데 네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아무리 봐도 나한테 과분한 여잔데 이성열은 보지도않고 헛소리질하고 그러냐. 저멀리 내가 탈 버스가 오는게 보인다. 아마 안에는 사람들이 득실득실 하겠지. 이제 끊어야겠다.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아쉽지만 전화통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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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많이 아프신가봐.방금 전화왔어.못올것같다고.”
웅성웅성 거리는 부서 안. 어제 그렇게 말려도 회사에 혼자 남아서 일하더니…결국엔 몸져누웠구만. 혀를 끌끌 찼다. 그럼 오늘은 팀장님 얼굴 한번 못보고 일해야 되는거야? 여직원들은 특히 더 아쉬워하며 아련하게 이호원자리를 쳐다보는데 새삼 느끼는 이호원 인기에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이호원이 인기있구나.옆에있는 남대리님만 좋은듯 싱글벙글인데 그저 쌤통이라고 생각하는듯했다.
“근데 자기 집으로 서류를 가져다 달라네?”
어우 저병신. 욕이 입밖으로까지 튀어나올뻔했다. 아파서 회사 나오지도 못하는 놈이 집에서까지 일하려고? 그리고 그건 또 누가갖다줘?
“근데 동우씨가 팀장님 집 같다온적있다며.”
…예? 왜 불똥이 저한테로… 하,한번 같다온적 있긴한데 그건 차타고 간거라…팀장님 집 되게 멀더라구요.차타고 3-40분은 족히 가던데…! 전 차도 없고…가려면 버스타고 가야하는데 차로 3-40분이면 대중교통은 거기에 2배에요!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설마…아니겠죠?아닐거야.그럴순없어. 갑자기 부서안의 시선들이 나에게로 모이는데 당혹스럽기만하다. 아니 아까 그많던 이호원 추종자들 어디갔어?
“동우씨가 한번 갖다오자.응?”
“은혜씨가 갖다오지그래요?아까 팀장님 보고싶다며!”
“그래도 남자혼자사는집에 여자가 갈순없잖아요.저도 아쉽거든요.”
“그집 가정부아줌마도 계시….”
“에이 동우씨!애인생긴김에 한번 갖다오자!”
영 가기가 싫어서 끝까지 버틸려고했는데 갑자기 옆에서 남대리님이 능글맞게 내 등을 치며 말한다. …얼레. 나 아직 남대리님한테 유라씨랑 사귄다는 말 안했는데? 당황스러운것도 잠시, 결정났다는듯이 부서사람들이 다시 제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동우씨 축하해~ 하는 소리도 빼먹지 않고.…허얼.말도안돼.
“저 차도 없는데…면허도 없는데….”
“아 팀장님이 돈준다고 택시타고 오래.”
작정을 했구만 다들. 한숨을 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