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스입니다 (헐레벌떡)
이번에도 많이 늦었죠(면목 없음)
자주자주 오고 싶은데, 현실이 허락하지를 않네요.
이 쓰나미처럼 바쁜 하루가 대체 언제쯤 잔잔해 질는지 (한숨)
간간히 오는 저도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아낌없이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사랑해요
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현실로 힘이 불끈불끈 솟아서 일을 했네요
사랑해요, 진짜.
제 글의 글자 하나라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도할게요
그리고 그 분들의 오늘과 내일에도 여전히 내 사랑이 깃들길(쪽)
이번화는 뚠뚠한 분량, 자신합니다
그럼 글 읽으러 가시죠(찡긋)
Re:Plus-4 AM (Feat. I Hate This Place)
우리는 어쩌다 가끔 엄청나게 재수가 옴 붙는 하루를 만나기도 한다. 그날따라 유난히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날 말이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기분이 엉망이고, 아침인데도 일어난 엄마와의 가벼운 마찰. 그리고 공기도 잔뜩 습하고 무거운 그런 불쾌한 날이 있다.
오늘이 나에게 그런 날이기도 했다.
“아, 미친. 진짜 이게 어디 갔지?”
“뭐 찾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데, 진짜 어디 갔지?”
“그렇게 찾는 거 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뭔데, 뭐 잃어 버렸는데.”
줄곧 가방에 달고 다니던 강아지 인형이 없어졌다. 아침에 학교에 도착해 가방을 걸어 놓을 때 까지만 해도 달려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인형 고리만 남은 채 인형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보아하니 반 친구들이 장난을 치며 뛰어 놀 때 어디로 떨어져 나간 것 같은데, 아무리 책상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인형을 달아주던 그때 민윤기의 얼굴을 떠올리며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아,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건데. 내 중얼거림을 들은 정호석은 나를 따라 내 주변을 둘러보며 잃어버린 물건이 대체 뭐냐고 물었지만, 왠지 나는 그게 민윤기에게서 받은 인형이라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비밀인 것처럼 되어버린 민윤기의 존재에 나는 새삼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대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말없이 눈만 맞추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정호석 옆으로 박지민이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며 ‘왜? 뭐 잃어 버렸어?’ 하고 물었다.
박지민의 얼굴을 보고서는 더더욱 말이 안 나왔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나를 마주보며 박지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 어딘가가 따뜻하게 바람이 일어 오는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인 채 가로로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내 말에 정호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쯧 하고 찼다.
“여태 바닥에 코 박고 찾아 댔으면서, 뭐가 괜찮은데.”
“아냐, 진짜 괜찮아. 그냥 강아지 인형이야. 가방 고리. 내 가방에 매달려있던 거.”
“그 작은 인형?”
“응응. 별거 아니야.”
“아, 나는 또 중요한 거 뭐 잃어버린 줄 알았네. 죽을래? 사람 놀래키냐!”
“미안미안. 갑자기 없어져서 좀 놀랬나봐. 하나 사면되지 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윽박을 지르던 정호석은 담임의 부름에 교실을 벗어났다. 여전히 좋지 못한 내 표정을 계속해서 살피던 박지민은 이제야 느낄 수 있는 다정한 목소리로 ‘정말 괜찮아?’ 하고 물었고, 나는 영 편치 못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반응에 인상을 팍 쓰고 고개를 기울이던 박지민은 내 행동이 영 탐탁지 못한 듯 고개를 모로 흔들더니 ‘아닌데, 안 괜찮은 얼굴인데.’ 하고 말했다. 눈을 들어 올려다본 얼굴엔 나를 대신해 잔뜩 걱정을 집어삼킨 박지민의 얼굴이 보였다.
“아끼던 인형이었어?”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에게서 처음 받은 선물이자 그가 늘 하고 다니던 것이라 남달리 특별하긴 했었다. 내 반응에 덩달아 저도 고개를 끄덕인 박지민은 가방 고리가 붙어있던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만 ‘그래, 뭐가 없어진 것 같이 휑하긴 하다.’ 라는 말과 함께 인형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 지를 물었다.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 보이며 크기를 표현해주니 무릎을 탁 치며 ‘아, 그 강아지 인형? 뭔지 알겠다.’ 라며 반색했다.
“그냥 달고 다니는 것 같아 보였는데. 소중한 거였구나. 누구한테 선물로 받은 거야?”
“어? 어…. 아빠….”
“아, 아버님한테 받은 거야? 소중한 거네, 그럼.”
얼결에 둘러댄 거짓말에 박지민은 짐짓 심각한 얼굴을 하며 내 책상 주변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목발을 짚고 뒤뚱뒤뚱 걸어대며 제 딴에는 가장 낮은 포즈로 책상 밑을 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내 눈엔 그저 엉거주춤 서있는 모습으로만 보였다. ‘아냐, 찾지 마. 괜찮아.’ 그를 말리며 말했지만 박지민은 제가 찾아주겠다며 손을 저었다. 아직 4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창밖이 어두웠다. 일기예보에서 장마가 시작될 거라고 하더니, 벌써 비구름이 몰려오는지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박지민, 진짜 안 찾아도 돼.”
“진짜 안 찾아도 되는 거면 네 얼굴이 그렇게 울상일 리가 없잖아.”
“……….”
“아버님께 받아서 진짜 소중한 것 같은데. 얼굴 보니까.”
박지민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그에게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에 망부석처럼 자리에 박혀 서서 열심히 바닥을 짚어보는 박지민의 넓은 등을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크게 구름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놀라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편 박지민은 창밖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더니 비가 오려나― 하고 중얼거렸다.
“야! 다들 자리에 앉아봐.”
그때 선생님의 부름으로 교무실로 내려갔던 정호석이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호석의 크고 우렁찬 목소리에 교실 안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엉거주춤하게 서있던 박지민도, 돌하르방처럼 한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있던 나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선생님 마냥 교단에 선 정호석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다.
“오늘 선생님들끼리 단합 체육대회 같은 거 있다고 일찍 집에 가래.”
정호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환호성이 터졌다. 박수를 치고 책상을 발로 차며 기쁨을 토로하는 애들 틈에서 나는 웃지 못했다. 내게 실망한 민윤기가 잃어버린 인형처럼 나에게서 떠나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 마음 따라 하늘이 울상이었다. 그런 하늘을 따라 내 마음도 잿빛 구름이 가득했다.
Love Like Sugar
W. 독스
05
하교 내내 꾸물꾸물하던 하늘은 내가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빗줄기를 주룩주룩 쏟아 부었다. 마치 내 기분을 대신해 울어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으니 괜히 눈물만 울컥 차오를 것 같아 침대위로 몸을 던졌다. 월요일까지 해 가야하는 숙제가 밀려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온통 머릿속은 민윤기와 잃어버린 인형으로 가득했다.
“아, 진짜 윤기한테 뭐라고 말해야 돼…….”
한숨이 습관처럼 흘러나왔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내가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되면 민윤기가 서운해 할게 뻔했다. 어떻게 해서든 민윤기가 그런 서운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인형을 잃어버렸단 사실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부드러운 이불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은 기분에 헛웃음이 삐져나왔다. 별것 아닌 것들에서 나는 자꾸 위로를 얻으려 하고 있었다. 이불에 고개를 파묻고 힘겹게 숨을 쉬다 고개를 들며 참았던 호흡을 파― 하고 뱉어냈다. 가슴이 답답했다. 답답한 가슴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요 근래 자주 마주치던 민윤기의 얼굴이 가득히 떠올랐다. 눈썰미가 좋아 보이는 민윤기는 분명 인형이 걸려있던 자리가 비어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게 뻔했다. 그보다 더 큰 변화를 주어 인형의 부재를 알아채지 못하게 해야 하나, 머리를 짧게 잘라버릴까― 생각을 했지만 모두 다 쓸데없는 엄한 생각이었다. 내가 떳떳하지 못할 게 싫었다.
우렁찬 빗줄기는 끊임없이 창문을 때렸다. 걷어 놓은 커튼이 빗방울 모양으로 물들고 있었다. 낮게 내려온 하늘에 회색 구름이 잔뜩 이었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 자국을 따라 바깥세상은 뭉개어지고 있었다.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묻어나온 물기가 속상해서 더 세게 눈가를 벅벅 비볐다.
침대 위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진동을 하며 울렸다. 물기를 머금은 솜처럼 무겁기 만한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엔 박지민의 이름이 떠있었다. 단번에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어쩐지 기분이 그랬다. 혀로 말라버린 입술을 축이고 천천히 화면을 터치했다. 통화중 화면으로 변한 핸드폰을 내려다보다 느리게 귓가로 가져왔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침대에 누워 있느라고.”
-밖에 비와.
“응. 봤어.”
전화 너머의 박지민은 걷고 있는 듯 목소리가 일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말머리를 빙빙 돌렸다. 전화를 귀에 댄 채 다시 침대 위로 누웠다. ‘뭐 하고 있었어.’ 묻는 박지민의 목소리에 온 몸이 나른해져 눈을 감았다.
“그냥. 누워서 비오는 거 구경했어.”
-인형 잃어버려서 기분 안 좋았구나.
“……그런 거 아니야.”
박지민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어떤 행동을 취하는 지 너무 잘 알았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온 몸을 늘어뜨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이미 파악 한 박지민은 전화 너머에서 껄껄 웃더니 제가 대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직도 박지민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밖이야?”
-응.
“비오는 데 어딜 가.”
-너희 집.
“무슨 또 개소리야. 어디 가냐고.”
-너희 집 가는 게 왜 개소리냐.
박지민의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푸흡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여간. 너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개소리래. 내가 개냐. 말만하면 짖게.’ 작은 불만소리에 광대가 슬그머니 올라가면서 입 꼬리도 딸려 올라갔다. 그럼. 네가 개지. 나의 충성스런 명견. 대꾸하는 내 목소리에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릴 힘도 없다는 듯이 ‘됐다 됐어.’ 하고 혀를 쯧― 차버린 박지민 때문에 기분이 다시 괜찮아 지는 것 같았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이렇게 박지민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야.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뭔데.”
-그 인형 말이야. 얼마나 소중한 거야?
“…그게 왜 궁금한데?”
-그냥. 얼마나 소중하면 네가 아직까지 인형 생각에 우울한 목소린지 궁금해서.
“그냥.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첫 선물이야. 출장 다녀오시는 길에 내 생각나서 사오셨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런 내 거짓말에 박지민은 피식 웃었다. 거짓말이 통한 건가, 아니면 거짓말을 들킨 건가. 초조함에 말을 아꼈다. 박지민은 웃는 듯 한 목소리로 ‘그럼 진짜 소중 한 거 맞네.’ 하고 중얼거렸다. 왜 물어보는데― 내 목소리엔 대답을 않았다. 길어지는 통화에 지루해지려던 찰나 박지민이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나는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깐 내려와.
“어딜 내려와.”
-집 앞으로.
“어디?”
-너희 집 앞.
놀란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져 올랐다. 거짓말 하지 마. 멍해져버린 내 목소리에 박지민은 웃음기를 숨기지 못하며 ‘진짜야. 내려와.’ 라고 말했다. 거짓말처럼 박지민의 목소리가 고요해져 있었다. 마치 어떤 건물 안에 들어와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웅웅― 울리기도 했다.
전화를 끊고 겉옷을 걸쳤다.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이던 엘리베이터가 땡― 하는 소리와 함게 멈춰 서고, 닫혀있던 철문이 입을 벌렸다. 안에서 한걸음 내딛는 순간,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뒷모습에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뒤에서 나를 뱉어냈던 엘리베이터가 입을 다물었고, 그 소리에 서있던 등이 몸을 돌렸다.
상상했던 대로 그 익숙한 등은 박지민이었다.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대로, 박지민은 잔뜩 비에 젖어 있었다.
“야. 너 뭐야?”
“추운데 왜 반바지 차림으로 나와. 감기 걸리려고.”
“아니 너 뭐냐고. 왜 여기에 있냐고.”
“내가 찾아왔으니까 여기에 있지. 뭐 새삼 놀라고 그래. 한두 번 온 것도 아닌데.”
쫄딱 젖은 생쥐 꼴을 하고서 박지민은 히죽히죽 잘도 웃었다. 속상해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터벅 걸음으로 그 앞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몸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안 춥느냐는 내 물음에 '조금?‘ 하고 손으로 말한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방을 앞에 맨 채 우스운 모습이었다.
“왜 왔어. 또 무슨 엿을 주려고.”
“내가 너한테 언제 엿을 줬냐.”
“뭔데. 말 돌리지 말고 왜 왔는지 대답해.”
“얼굴 보고 싶어서 왔지.”
“토 쏠리게 할래, 진짜?”
기어이 등짝을 얻어맞고 나서야 박지민은 정신을 차린 듯 아픈 데를 문질렀다. 걱정하는 내 속을 알기나 하는 건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 김탄소.’ 그리고 나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에 왜인지 모르게 나는 숨을 참고 말았다.
“너는 그냥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한테 고맙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돼.”
“……….”
“고맙다는 말 말고는 아무것도 안들을 거니까. 욕도 하지 마.”
웃는 얼굴로 박지민은 앞으로 둘러맸던 가방을 벗어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손으로 감싸고 있던 것을 천천히 보여주었다. 박지민의 손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잔뜩 젖은 박지민의 품 안에서 나온 것은, 하나도 젖지 않은 내 잃어버린 강아지 인형이었다.
“…박지민….”
“고맙다는 말만 하라고 했어.”
“……….”
“네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이거 찾아 온 거지, 다른 소리 듣고 싶어서 찾아 온 거 아니니까.”
“…고마워.”
“고마운 거 알았으면 됐어.”
인형을 내미는 젖은 손에 왜 나는 눈물이 핑 차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삼켰다. 박지민의 손위에 올라있던 인형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너무 복잡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가 없을 만큼의 묵직하고 먹먹한 느낌이었다. 명치끝이 찌르르 울리며 귀가 멍멍해졌다. 인형을 받아 들고 고개를 숙여버린 나를 보며 박지민은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만 쓰다듬었다. 꼭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아니면 하나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갈게. 비 더 오기 전에 가야지.”
“이거, 우산. 쓰고 가.”
“…그래, 고마워.”
박지민은 내게서 우산을 받아 들며 눈을 맞추었다. 그 얼굴은 기쁜 것도, 슬픈 것도 같은 얼굴이었다. 우산을 받아든 박지민의 팔을 붙잡았다. 당겨지는 옷자락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박지민을 눈에 담았다. 검고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바라보며 정리 되는 것 같은 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고마워, 박지민.”
“응, 내일 보자.”
손을 흔들어주고 우산을 펼친 박지민은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 들었다. 멀어지는 박지민의 뒷모습에서 뒤늦게야 불편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절뚝이는 그 모습에 나는 왈칵 눈물이 차올라 얼굴을 찡그렸다. 나에게만 바보 같은 박지민이라는 게 더 말할 것 없이 와 닿았고, 그에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혼자 남은 아파트 현관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바보 같은 박지민이 고마웠고, 또 바보 같은 박지민에게 미안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나는 박지민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눅눅한 공기에 머리가 가라앉는 줄도 모르고, 못생긴 얼굴로 나는 계속해서 울었다.
빗소리에 우는 내 목소리가 묻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세 살 난 어린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
토요일 아침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화창하게 해가 떴다. 어제의 비가 무색할 정도로 내리 쬐는 하늘을 보며 이상하게도 나는 ‘곧 다시 비를 뿌려 댈 거면서, 왜 저렇게 쨍쨍 이람.’ 하는 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을 떴지만 침대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이불 안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서 책상 위에 올라 앉아있는 인형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한쪽 귀가 구겨지긴 했지만, 강아지 인형은 다시 내 손으로 돌아왔다. 박지민 덕분에 다시 내게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제 집으로 올라와 인형을 어떻게 내팽개쳤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그 당시의 알 수 없는 이상한 마음과 찝찝한 기분만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일으켜 세워 놓았는지 아니면 제멋대로 구르다 그렇게 멈춰 선 것인지 모르겠지만, 강아지 인형은 똑바로 앉아 침대에 누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박힌 까만 구슬이 나를 바라보며 ‘잘 잤어?’ 하고 묻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고, 그 안에서 나는 민윤기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침부터 민윤기 생각이었다. 한숨이 흘러나오면서 왼쪽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하품이 늘어지게 나왔다. 하품 덕에 고인 눈물이 흘러내리자 나는 손을 들어 눈가를 벅벅 비볐다.
손등에 묻은 눈물이 공기 중으로 기화되면서 내 몸의 체온을 뺏었다. 시원해지는 손등을 느끼다 문득 박지민의 너른 등이 떠올렸다. 나를 업어 치기도 하고 내 가방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고, 정말 간혹 나를 업어주기도 했던 그 등을 보면서 나는 왜 울어버렸던 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내 가슴 안에서 뒤죽박죽으로 섞여 버렸고, 감당하기 힘들었던 건지 뭔지는 몰라도 그냥 오랜만에 애처럼 울어버렸던 거였으니. 내가 제 등을 보면서 그렇게 대성통곡을 했다는 걸 알면 분명 박지민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인 냥 안절부절 못하며 내 눈치를 살필 게 분명했다. 생각해보니 박지민은 늘 그랬다.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깨져버릴 유리구슬마냥 조심조심 대했었다. 마치 내가 민윤기 앞에서 그렇듯, 박지민도 내 앞에서 행동을 조심하곤 했었다.
“왜 내 앞에서만 그러는 거지.”
다쳐도 좋다 생각할 만큼 승부욕도 강하면서, 나와의 게임에서는 모두 졌었다. 져 준건지 못해서인지는 말해주지 않아 알수는 없었지만, 기억속의 박지민은 게임에 지고 나서도 불쾌해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억울하단 표정과 적절히 섞인 미소로 불만인 듯 투덜대며 걸었던 내기를 실행으로 옮기는 모습이나, 아니면 그냥 하고 만다는 듯한 반응이 전부였다. 박지민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하게 여길 수 있을 법한 모습들을 박지민은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했었고, 또 나는 박지민을 잘 아는 사람이면서 박지민의 그런 모든 행동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박지민, 박지민― 이름 세 글자가 자꾸 입 안에서 맴 돌았다.
말똥이 뜨고 있던 눈이 순간의 복잡한 생각들로 슬금슬금 감기려던 찰나,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또 박지민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첫 말문을 열어 잔뜩 갈라지고 잠긴 목소리가 목에서 흘러나왔다.
-어, 자고 있었어?
그러나 들리는 목소리는 생각하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놀란 마음에 눈을 번쩍 밀어올리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민윤기’ 화면에 분명하게 떠있는 글자에 입을 떡 벌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큼큼대는 내 소리에 전화 너머에서 잠깐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넘어왔다.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꽤 멀쩡해진 목소리로 다시 전화를 받았을 땐, 민윤기는 아예 대놓고 웃었다.
-내가 깨운 거야?
“어? 아니, 아니야.”
-주말엔 이 시간까지 자는 구나. 진짜 오래 잔다.
“아니야! 일어나 있었는데, 그냥 침대에서 게으름 피우고 있었던 거야.”
-으응, 그랬구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보단 민윤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에 싱글벙글 이었다. 그러다 문득 좀 전까지만 해도 박지민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는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면서 눈가가 무거워졌다. 입술을 꾹 짓누르고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걸 막았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박지민과 민윤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치킨과 맥주처럼 한쪽이 떠오르면 다른 한쪽도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헛기침을 몇 번 했더니 민윤기는 자상한 목소리로 ‘감기 걸렸어?’ 하고 물어왔다. 아니었지만 그런 척이라도 해서 걱정을 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대답 없이 웃기만 하는 내 반응에 민윤기는 혀를 쯧 하고 찼다. ‘설마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 거야?’ 푸스스 웃는 목소리가 좋아서 나는 또 바보처럼 으흐흥 하고 웃고 말았다.
-집에서 뭐하고 있어. 심심하지 않아?
“그냥 누워 있어.”
-밖엔 안 나가?
“나갈 일이 없어서.”
기지개를 늘어지게 켰다. 입이 벌어지면서 하품이 나왔지만, 요상한 소리를 들려주긴 싫어서 억지로 입을 다물었다. 민윤기는 잠깐 말이 없더니 이내 내 이름을 불렀다. 늘 민윤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뜻하지 않게 긴장을 하고는 했다. 부름에 응하자 민윤기는 어딘지 모르게 짓궂은 목소리로 웃었다.
-나올 일 만들어 줄까?
“나올 일?”
-응.
“무슨 일?”
-나랑 만날 일.
민윤기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손을 들어 헉하고 숨이 터져 나오는 입을 틀어막았다. 항상 예고 없이 치고 들어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좀 강했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옆구리를 파고 들어온 민윤기 때문에 잠깐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사실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갈피도 못 잡았지만, 무엇보다 저런 물음에 과연 내가 대답을 할 수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어버버 거리는 내 소리가 전해졌는지 민윤기는 푸흐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그리고 묻는데, 나는 거기에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 말이 없어. 싫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근데 왜 대답이 없어.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대답을 해줘야 나도 웃든 말든 하지.
왠지 민윤기의 목소리가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것 같았다. 왜 나에게 저와 만나자고 하는지는 알수 없어도, 결코 민윤기의 제안이 싫진 않았다. 오히려 원하던 쪽에 가까웠다. ‘어디서 만날건데?’ 뜸을 들이다 물었더니 민윤기는 전보다 더 다정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우리 집 근처?”
-응. 내가 만나자고 해서 보는 건데, 당연히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가야지.
확실히 민윤기는 자상했다. 보통의 남자들보다는 훨신 더 자상하고 매너있었다. 그럼 그러자고 약속을 잡았다. 민윤기는 카페에서 얼굴보고 수다나 떨자고 했고, 마땅히 하고 싶은 일도 떠오르지 않았던 나도 그러자고 동의했다.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민윤기와 마주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게 될 날이.
“뭐지. 어제 꿈자리가 좋았나. 돼지 꿈 안 꿨는데.”
볼을 꼬집었다. 쎄한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은 아닌데. 아픈 볼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름의 데이트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혼자만의 데이트겠지만. 씁쓸히 입맛을 다시고 이불에서 벗어났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면서는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의 해만큼, 내일의 해도 이렇게 밝게 떠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말이다.
*
약속한 카페 안에 들어가기 전, 나는 큰 숨을 몰아쉬었다. 떨리는 건지 설레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들로 숨이 목 끝에서 턱턱 막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윤기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나왔다. 덕분에 머리나 옷매무새가 미처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민윤기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가다듬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일찍이 집을 나섰다.
문을 밀고 들어가니 카페 안은 몇몇의 사람들로 적당히 한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눈을 두리번거리며 앉기 편할 데를 고르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어?’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나온 나보다도 더 먼저 와있던 민윤기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벙 찐 얼굴을 지우진 못했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그러는 너야말로 왜 이렇게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어? 집이랑 가까운 것도 아니잖아.”
민윤기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어 앉으며 물었다. 민윤기는 ‘네가 빨리 보고싶어서.’ 라고 둘러대며 쉽게 웃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민윤기가 내 심장을 주먹으로 쿵쾅쿵쾅 때려대는 통에 가슴이 찌르르 하고 울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지.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인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민윤기가 제 앞에 있던 아이스 화이트모카를 내 쪽으로 밀어주면서 잡생각이 떨쳐졌다.
“잠은 많이 잤어?”
“응. 그냥 저냥.”
“원래 잠이 많은 거야?”
“잠이 많긴 한데, 아깐 진짜 깨어 있었어.”
민윤기가 밀어준 커피 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시던 걸 준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 함부로 손대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민윤기는 피식 웃으며 ‘입 댄 거 아니니까 먹어도 돼.’ 라고 말했다. 그에 덧붙여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제가 아는 것 중 가장 단것을 시켰다고 말했다.
“너 단거 좋아할 것처럼 생겼어.”
“응. 좋아해.”
“그리고 그게 너랑 제일 잘 어울려.”
“에? 무슨 말이야?”
“깔끔하면서 달콤하잖아. 꼭 너 같던데.”
민윤기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웃는 얼굴로 보더니 잔에 꽂혀있는 빨대로 음료를 휘휘 저으며 내 앞으로 더 밀어 주었다. ‘음료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걸로 바꿔줄까?' 묻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더니 더 활짝 웃으며 그럼 마셔― 라며 잔을 들어 내 입가로 가져왔다.
민윤기가 내미는 음료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달짝지근한 게 딱 내 스타일이었다. 비가 왔던 탓에 더 더워진 것 같은 날씨를 죽여주려 카페 안은 에어컨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민윤기에게서 잔을 받아들고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민윤기는 어쩐지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맛있어?’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다고 대답하니 한껏 뿌듯해진 얼굴로 자세를 편히 하고 앉았다.
“너 진짜 바깥으로 잘 안 나오는 거 같아.”
“응?”
“맞지? 쉬는 날 외출 잘 안하잖아.”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내 물음에 민윤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민윤기는 웃을 때면 꼭 이를 환히 드러내며 웃었는데, 그 가지런한 치열이 참 미소와 어울려서 그의 미소를 더 밝게 만들어 주었다. 여전한 미소를 보며 덩달아 웃고 있는데, 민윤기의 입에서 나온 말이 가히 나를 놀라게 할 수 밖에 없이 만들었다.
“사실 여기서 몇 주 전부터 아르바이트 했어.”
“어?”
“근데 오가는 사람들이나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너는 한 번도 없더라.”
“아, 진짜? 왜 너희 집 근처에서 안하고 여기까지 와?”
“이렇게 하면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까 했지.”
“…누굴?”
“너 말이야, 너. 몰라서 묻는 거야, 알면서도 듣고 싶어서 묻는 거야?”
민윤기의 말에 놀란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진짜 얘가 나한테 왜 이러나 싶으면서 정신이 없었다. 눈만 끔벅대고 있는데 민윤기는 손을 뻗더니 내 앞에 놓인 잔을 또 휘휘 저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사실 이것도 내가 만든 건데. 네 생각 하면서.”
“……….”
“네가 맛있다고 해주니까 마음 좀 놓인다.”
뭐지― 싶었다. 얘도 나를 좋아하나. 그게 아니면 내가 저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서 이렇게 놀려대는 건가. 수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정답 같은 게 없었다. 시선을 내리 깔고 조용히 마른 침만 삼키다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화이트모카는 달달하고 맛이 있었다. 이게 나랑 닮았다고― 천천히 잔을 내려놓으며 하얀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들어 나를 보고 있던 민윤기와 시선을 맞추었다. 민윤기는 여전히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민윤기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민윤기의 깊은 눈도 한번 봤다가, 잘 빠져 내려온 콧대도 한 번 봤다가. 적당한 미소를 머금어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도 봤다가, 긴 목과 넓은 어깨도 보고. 한참 눈으로 그를 오목조목 만져보고 나서야 민윤기는 입을 열었다. 차분해진 목소리가 전해졌다.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잖아. 친해지고 싶다고.”
“응.”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딴엔 진짜 노력중이거든. 너랑 가까워지려고.”
“……….”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갔다. 민윤기가 한글자 한글자 내뱉을 때 마다 속이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서두를 길게 하는지, 불안하기도 하면서 기대되기도 했다.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뜯고 있었다. 민윤기는 손을 뻗어 그런 내 손을 겹쳐 쥐었다.
“손톱 그렇게 하지 마.”
“어? 아, 어…….”
“무튼 너랑 스스럼없이 연락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어. 전화도 자주하고 문자도 자주하고.”
“……….”
“그러다가 더 가까워지게 되면 그때…….”
뭔가 중요한 말이 나올 것 같아 눈을 들어 민윤기와 눈을 맞췄다. 이번엔 민윤기가 먼저 피했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 의아해져 눈을 깜박이니, 민윤기는 짧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 말은 다음에 해줄게.”
“뭐야, 지금 해줘.”
“아니, 다음에. 다음에 꼭 해줄게.”
민윤기는 아쉽다는 듯 웃었지만, 끝내 말을 해주진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찝찝함이 남았지만, 민윤기가 말을 하다 말았던 데에는 다 어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라며 나를 다독였다. 민윤기는 붙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주었다. 그의 손이 왔다간 데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민윤기는 입을 열며 다른 이야깃거리로 말머리를 돌렸지만, 아직 쿵쾅대는 내 심장은 잦아들지를 않았다. 꼭 금방이라도 떨어질 롤러코스터처럼 아슬아슬하게 꼭대기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글을 쓰는 제게 원동력이 되어 주신
♥ 석진센빠이 / 공감 / 정희망 / 민살랑 / 김치찌개 / 설레는 /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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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 김태형부인 / 전막내 / 나도농구 / 몽백 / 봄 / 독자926
1호팬 / 뾰로롱 / 힘슈 / 반딥 / 삼지창 / 수슙 / 딸기맛버블티
트윅스 / 윤여 ♥
현실을 핑계 대며 삼켜야 했던
그 수많은 말 중에서 딱 한 마디만 제대로 할 수 있게
* 현실을 핑계 대며 삼켜야 했던 그 수많은 말은 바로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 한달 안지났죠?!? 안지났겠죠?!?!?!(불안)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쪽) 오타나 탈자는 애교로(찡긋) 댓글로 알려주시면 더욱 좋아요
* 암호닉 신청 방법은 따로 없어요. 그냥 던지고 도망가시면 쫓아가서 뽀뽀해드립니다. 지구 끝까지(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