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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 전체글ll조회 719



민석과 경수가 나간 사무실에는 싸늘한 공기만이 맴돌고 있었다.

여자는 팔짱을 낀 채 한숨조차 내쉬지 않았고 찬열은 애먼 침만 꿀꺽 꿀꺽 삼켜야 했다.

한참이나 그러고 서 있으려니, 앉아있는 여자와는 달리 찬열의 다리엔 슬슬 힘이 풀려와 찬열이 미간을 살풋 구기게 만들었다.


“뭘 잘했다고 인상을 써.”


냉랭한 목소리에 찬열은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마냥 반갑게 고개를 돌리며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다리가 저려서, 앉으면 안 돼? 응?”

“언제는 내가 해도 된다고 해서 했니, 네 맘대로 해.”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지 마. 부빌 데 너 밖에 없는 거 알잖아.”

“그걸 아는 놈이 행동거지가 그따위니?”


사무용 책상 위에 털썩 주저앉은 찬열의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왔다.


“잘 해왔잖아. 한번쯤은 봐 줄 수 없어?”

“넌 이 일을 왜 하는 거니?”

“뭐, 그 당시 내 생각으로는. 빨리 돈을 벌기 좋은 직업이었어.”

“그 당시? 그럼 지금은.”

“음... 사랑, 관심?”


찬열의 대꾸에 여자는 가만히 찬열을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찬열아, 너 이제 돌아가라. 이 정도면 오래 기다리신 거 모르겠어?”

“못 가. 지금도 바뀐 건 없어.”

“그렇게 놀아나면서도?”

“섹스는 감정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게 남자든, 여자든. 근데… 아니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마저 해.”

“오글거려, 안 할래. 그나저나 민석이 형 옆에 있던 애 누구야? 데리고 있는 애 중에 제일 말랐더라.”

“너 걔 쳐다보지도 마라. 손대면 진짜 너 머리 밀고 집까지 택배로 부쳐 드릴 거니까.”


살벌한 대답에 놀란 찬열이 여자가 말을 험하게 한다고 종알대자 여자는 찬열의 등을 팡팡 소리 나게 때리며 사무실 바깥으로 내쫓았다.


“벌어! 너 VIP 하나 떨어져 나간 거 제대로 채워 둘 생각 해 둬라!”

“손님이 나를 질려할 권리를 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랍에서 바리깡을 들고 달려 나오는 여자의 모습에 찬열은 복도를 재빠르게 내달려야 했다.


“오랜만에 얼굴 본다.”


그 시간, 경수는 한 손님 앞에서 인상을 팍팍 구기고 앉아 있었다.


“너 얼굴 한번 보기가 이렇게 힘드냐. 왜 이렇게 비싸게 구냐고.”

“여긴 다 좋은데, 물 관리가 안 돼. 손님 물.”


남자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고 이내 독한 술이 경수의 얼굴에서 뚝뚝 흘러내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눈 주변만 닦아 낸 경수는 벨을 눌러 사람을 불렀다.


“내 얼굴에 부을 거면 더 비싼 걸로 시켜 개새끼야.”


경수의 부름에 달려 온 한 소년에게 묻지 말고 제일 비싼 술로 가져오라는 주문을 한 경수는 담담히 남자를 쳐다보았다.


“꼭 이런 취급당할 걸 알면서, 왜 자꾸 호출하는데.”

“혹시 변할까봐 확인 해 보는 거야, 이 쌍년아.”


경수는 허, 하고 헛웃음을 뱉어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건 얇아지는 내 지갑뿐이다 이 새끼야. 정신 작작 차려, 또 너희 가족들 찾아오게 하지 말고. 짜증나니까.”

“그 일은 내가 사과 했잖아. 계속 물고 늘어질 일이야?”

“너 같으면 직장에 우리 엄마 와서 자식새끼 게이 만들었다고 119 불러서 정신병원 보내려고 하면 기분 째지겠니?

네 알겠습니다. 어머님- 하면서 병원 갈 거냐고. 나는 그 일 평생 물고 늘어질 거야.”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맘대로 해. 술은 킵 해놓고.”

“킵은 무슨... 여기서 다 마시고 다시는 오지 마.”

“필요한 건, 없어?”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쳐듣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품에서 지갑을 꺼내 경수에게 내밀었다.


“담배 작작 피고, 제발 끼니 좀 챙겨라. 존나 말라가지곤, 손님이 붙긴 붙냐?”

“저 새끼가. 내 엉덩이를 무시하네?”


지갑을 열어 돈을 세 보던 경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하던 짓을 해.”

“돈을 받았으니까 일 하려는 거지.”


남자는 앞 머리칼이 술로 흠뻑 젖은 경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손을 뻗어 머리를 넘겨주었다.


경수의 동그랗고 하얀 이마가 드러났고, 미간에는 짜증스러운 주름이 졌다.


“키스할거야.”


말릴 새도 없이 남자의 입술이 경수의 미간에 닿았다 떨어졌고 한 방 먹은 경수는 남자의 가슴팍을 한 대 세게 쳤다.


“오지 마.”

“또 올 거야, 더 비싼 술 시킬 거야.”

“김종인. 오지 마.”


경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은 채 종인의 등을 세게 밀어 룸 밖으로 내쫓았다. 종인이 황급히 뒤를 돌았지만 싸늘한 냉기를 내뿜는 문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경수와 종인은 각자의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어지럽고 뜨거웠던 과거가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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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무ㅓ죠 이런 분위기...... 아 너무 좋아요.....;ㅅ; 종인이와 경수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여....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8ㅅ8...뭐져ㅠㅠㅠㅠㅠ뭐기ㄴ 뭐겠어요ㅠㅠㅠㅠ취저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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